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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는 삶의 기초체력을 다지는 시기 김수임 일러스트레이터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93학번

새하얀 벽면을 도화지라고 한다면, 그 안에 놓인 가구와 도구들은 마치 한 폭의 그림같았다. 김수임 일러스트레이터가 4년째 운영하고 있는 ‘라이프 아티스트 스튜디오’ 아트클래스의 풍경이다. 김 작가는 요즘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이 공간을 알뜰살뜰 꾸려나가고 있다. 그녀는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와 이화여자대학원 시각정보디자인학과를 나와 제일기획에서 광고디자이너로 활동했다. 이후 현대자동차, CJ Mall, SK 텔레콤, LG생활건강, 캐논, 소니 등 굵직굵직한 기업들의 광고작업과 다수의 여성 패션지 및 출판물의 일러스트 작업을 해왔다. 그리고 지난 2011년 새로운 콘셉트의 아티스트 스튜디오를 열어 그림을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새로운 그림을 그려가는 중이다. “20대는 자신의 삶을 즐겁게 영위하기 위한 ‘기초체력’을 다지는 시기”라 말하는 김수임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Q 광고계 일러스트 하면 작가님의 그림이 떠오릅니다. 수많은 대기업 광고는 ‘제일기획’ 시절 경험하신 건가요?

제일기획을 비롯해서 여러 광고회사들과 작업을 했어요. 광고인이 되고 싶어서 광고회사에 들어갔던 것은 아닌데, 중학교 때 뮤직비디오에 빠져서 영상 쪽에 관심이 많았어요. 광고회사에 들어가면 영상작업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막상 현장 분위기는 많이 다르더라고요. 그 당시만 해도 영상은 남자들의 영역이라 제가 낄 틈이 없었거든요.

어릴 적부터 여자 그림을 즐겨 그린 탓도 있고, 일단은 만화를 엄청 좋아했어요. 대학 졸업하고서는 회사 다니는 친구들을 보면서 재미있는 요소를 많이 발견했고요. 그러다 자연스럽게 제 스타일이 만들어졌는데, 시대적으로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많아진 시기랑 맞물리면서 그림이 상품화됐던 것 같아요. 대가를 받고 첫 작업을 했던 건 한 패션지의 삽화 작업이었고요. 광고도 처음에는 냉장고나 음료 같은 여성적인 상품들이 많이 들어왔는데, 나중에는 남성들의 전유물인 자동차 광고에도 제 그림이 들어갔어요.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많아지니까 남성이나 가족 위주였던 광고 흐름이 점점 여성들한테 어필하는 방향으로 바뀐 거죠.

Q 최근 ‘라이프 아티스트 스튜디오’를 오픈해 클래스 운영과 함께 작품활동 중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근황을 들려주신다면?

라이프 아티스트 스튜디오가 올해로 4년째에 접어들었어요. 이제 막 자리를 잡은 상태여서 일단은 클래스 운영에 주력하고 있어요. 그래서 개인 작품활동은 잘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이곳을 운영하는 일이 하나의 그림이라고 생각해요. 여기 오시는 분들을 이끌어가는 게 하나의 공간을 운영하는 것이나 다름없거든요. 각별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라이프 아티스트 스튜디오에서 보내는 시간은 오롯이 자기 자신한테 집중하는 시간 이에요

Q 라이프 아티스트 스튜디오를 ‘아트와 삶을 세련되게 연결하는 새로운 장’이라고 표현하셨습니다. 그런 표현을 하게 된 취지가 있다면?

뉴욕 여행 중 한 카페에서 무척 인상적인 장면을 봤어요. 나이, 성별, 직업이 다 다른 사람들이 큰 탁자에 둘러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는 거예요. 서로 상대편 얼굴을 보면서요. 그 중에는 할머니, 청년, 직장인도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죠. 그 광경이 참 부럽더라고요.

그런데 우리나라 아트클래스는 보통 입시미술과 취미미술로 나눠지죠. 조금씩 달라지고는 있지만, 제가 이 일을 시작할 때만해도 그런 성향이 굉장히 강했어요. 더구나 우리나라 미술학원은 워낙 입시 위주라 보통 사람들이 문을 두드리기에는 부담도 크고요.

이제 우리나라도 뉴욕처럼 선진문화가 들어올 때가 되지 않았나 싶었어요. 그 나라 사람들이 여유가 있어서 그런 시간을 즐기는 게 아니라, 바쁜 와중에도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거거든요. 라이프 아티스트 스튜디오가 그런 곳이에요. 이곳에서 보내는 2시간은 오롯이 자기 자신한테 집중하는 시간이에요. 벌써 몇 년째 나오고 있는 분들도 있는데, 취미생활이지만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이 참 멋지다고 생각해요.

Q 2004년부터 2011년까지는 일러스트레이션 강의를 하셨는데, 기억에 남는 수업이나 학생이 있었나요?

3학년 친구들과 했던 일러스트레이션 수업이요. 그때 굉장히 재능 있는 친구들이 많아서 저도 기를 많이 받았어요. 주로 팀 작업을 시켰는데, 완성도도 높고 스케일도 큰, 좋은 작업물이 많이 나왔던 기억이 나요.

Q 어쩌면 여러 경험들이 쌓여 지금의 스튜디오를 열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클래스에 참여하시는 분들과 공동작업도 하신다고 들었는데요?

정말 뛰어난 분들이 많아요. 클래스가 3개인데, 1코스는 연필 잡는 것부터 배워요. 그림에 대한 열망은 있는데 형편상 배우지 못했다거나, 배우고는 싶은데 겁이 나서 시작하지 못한 분들을 위한 클래스에요. 2코스는 그림의 완성도를 높이고 싶어서 오시는 분들이나 전공자들이 많고, 3코스는 직업이 디자인 계통이거나 미술전공자, 유학생 출신들도 많이 있어요. 기본적으로는 세 클래스 모두 자기 콘텐츠를 구현하고 싶어서 오는 분들이고요. 그런데 놀라운 건, 연필 잡는 것부터 배웠던 분들이 지금은 너무 잘 그려요. 숨은 재능이 있었다거나 습득력이 빨랐던 것도 아닌데, 지금은 자기 색깔까지 지닌 수준이 됐어요. 그런 걸 보면 마음이 굉장히 뭉클해요. 그래서 올 하반기에는 그분들과 첫 전시회를 열 생각이에요.

Q 개인전도 꾸준히 해오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는 어떤 것인가요?

2010년 3월 혜화동 이화갤러리에서 열었던 <The Modern Lady-Refined>라는 개인전이요. 제가 원래 페인팅 작업을 잘 안 하는데, 그때 페인팅 작업을 참 많이 했어요. 스타일에 변화도 생기고 밀도도 좋아져서 개인적으로는 제일 만족스러웠던 전시예요.

Q 작품활동에 영감은 어떻게 얻는 편인가요? 그림 외에 다른 취미도 갖고 계신가요?

예전에는 이미지적인 것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는데, 지금은 안에서 찾는 편이에요. 마음의 변화, 혹은 살면서 깨닫게 되는 메시지들이요. 그래서 영감이 언제 떠오를지 몰라요. 안되면 마는 거지 억지로 짜낸다고 좋은 작품이 나오지는 않거든요. 물론 일을 할 때는 억지로라도 마감을 해야 하니까 이미지 자료를 찾아보는 편이고요. 예를 들면 사진이나 영화를 보는데, 요즘은 영화에 참 예쁜 장면들이 많이 나와요. 그대로 그리고 싶을 정도로요. 저는 되게 따분한 사람이라 딱히 취미는 없어요. 운동을 하는데, 이것도 일 때문에 하는 거예요(웃음). 체력이 받쳐줘야 스튜디오 운영도 하고,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도 그리잖아요. 특별할 건 없고, 피트니스 다니면서 조금씩 성실하게 하고 있어요.

Q 그림에세이 <좋은 날의 생각, 굿데이즈!>는 ‘진정한 나’로 살아갈 때 비로소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을 위해 한말 씀 해주신다면?

광고회사를 다니던 때는 나이도 어리고 고민도 많았던 것 같아요. 내가 사랑하지 않는 분야에 너무 많은 시간과 가치를 투자해야 하니까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을 갖고 나서는 굉장히 행복해요. 하지만 저 같은 경우는 운이 좋았던 케이스이고, 모든 사람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하고 싶은 것만 하는 건 아니고요. 돈 때문에 하는 작업도 꽤 있거든요. 왜 그런 말 있잖아요. “하고 싶은 것 하나를 하려면, 하기 싫은 일 백 가지를 해야 한다.” 그만큼 그 일을 간절하게 하고 싶어야 끝까지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꿈과 상관없는 일을 하더라도 숨쉴 수 있는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Q 앞으로 준비 중인 책이 또 있나요?

그림에세이는 출판사 편집자한테 연락이 왔고, 그 동안 쌓인 콘텐츠도 있어서 책을 썼는데, 그때 확실히 느꼈어요. 저는 역시 그림이 좋아요(웃음). 책 작업을 해보니까 굉장히 힘들더라고요. 너무 예민해지고, 약간 갇혀있는 기분이랄까요? 그에 비하면 그림은 되게 터프해요. 재료도 손으로 만지고 스케일도 크고요. 제가 꼭 써야 하는 책이 있다면 모를까, 아직은 계획이 없어요. 요즘 또 워낙 좋은 책들이 많이 나오잖아요. 굳이 제가 쓸 필요가 있을까요?

Q 그림을 그릴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있다면? 그 이유는?

시선이요. 특히 그림을 배울 때는 모든 걸 객관적으로 보는 게 중요해요. 내 편견을 최대한 없애야 정확하게 그릴 수 있거든요. 그렇지 못하면 자기 마음속에 있는 추상화를 그리는 것이나 다름없어요. 그러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떨어지게 되고요. 다른 사람이 봐도 같은 것을 읽을 수 있으려면 일단은 객관적인 시선을 갖춰야 해요. 그 다음에 자기 스타일을 찾아야죠. 나만의 오리지널리티를 만들고 싶다면요. 그때부터는 자기 메시지에 집중하면 돼요. 트렌드만 쫓다 보면 자기 것은 찾기 어려워요. 내가 어느 정도 준비가 됐고 자기 색깔을 갖고자 한다면 자기 메시지에 집중하면서 그걸 표현하기 위해서 어떤 기법, 어떤 스타일이 좋을지 생각을 뻗쳐나가면 돼요. 당장 일을 많이 하려고 유행을 좇으면 그림을 오래 하기가 어렵다고 봐요.

저한테는 그림이 일상이고 생활이었던 것 같아요

Q 작가님의 유년시절이 궁금합니다. 직업에 영향을 준 환경이나 특이사항이 있었나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어요. 부모님이 모두 일을 하셔서 혼자 방바닥에 엎드려서 그림 그리는 시간이 많았거든요. 그리고 어머니가 미술학원을 운영하시기도 했어요. 미술교육을 전공하셨는데, 그런 영향을 받았다기 보다는 저한테는 그림이 그냥 일상이고 생활이었던 것 같아요. ‘그림을 그리는 게 꿈이다’가 아니라, 당연히 나는 그림을 그리면서 산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Q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를 선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중고등학교 때 뮤직비디오에 관심이 많아서 시각디자인학과에 가면 그림과 영상을 다양하게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국민대 시각디자인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선은 워낙 교수진이 출중하니 디자인 쪽으로 배울 것이 많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결정적으로는 그 당시 국민대만 구성시험을 보지 않았는데, 그게 굉장한 메리트였고요.

Q 대학시절 기억에 남는 교수님이나,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김인철 교수님, 정시화 교수님, 윤호섭 교수님이요. 김인철 교수님 수업에서는 콘셉트를 잡거나 기획하는 능력을 많이 배웠고, 정시화 교수님께는 꼼꼼함과 책임감을 많이 배웠어요. 윤호섭 교수님은 감각적인 센스가 남다른 분이라 자극을 많이 받았던 기억이 나고요.

동아리 활동은 전혀 안 했어요. 사진수업을 빌미로 많이 놀러 다녔던 기억은 있어요(웃음). 그런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조형전이에요. 조형전을 하면서 많이 배웠거든요. 저뿐만이 아니라 아마 다들 그랬을 거예요. 조형전은 기획력도 필요하고, 완성도도 중요해요. 게다가 팀 작업이니까 부대끼면서 사람도 많이 알게 되고요. 과 후배들도 이런 팀 작업을 많이 해봤으면 해요. 학교 다니면서 스케일이 큰 작업을 해볼 기회가 많지 않은데,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볼 수 있고, 스케일이 큰 작업을 경험해야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거든요. 굉장히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일이든 디자인과 연결된다는 생각으로 해보고 싶은 것,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봤으면 해요

Q 디자인 분야는 개성과 재능이 필수적인 직업 중 하나입니다. 같은 꿈을 꾸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공부방법을 알려주신다면?

디자인과 학생들은 아마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취미도 디자인이라고 말할 거예요. 왜냐하면 디자인이 적용되지 않는 분야가 없거든요. 세상 모든 게 다 디자인이 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디자인을 잘 하려면 인간심리를 아는 것이 중요해요. 어떤 일이든 디자인과 연결된다는 생각으로 해보고 싶은 것,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봤으면 해요. 너무 좁은 생각 안에서 왔다 갔다 하지도 말고, 빨리 어른이 되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지나친 부담도 갖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또 불안하다고 누굴 따라 하지 말았으면 하고요. 이쪽 일을 하는 친구들 중에 자신을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이상한 것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요. 개개인의 소수가 많아지면 소수가 소수가 아닌 게 되잖아요? 그냥 서로를 존중해주면 돼요.

Q ‘안정적인 삶’을 기대할 수 없는 시대에 자기 페이스와 평정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예전에는 20대에 많은 것이 결정됐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100세 시대인데다가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엄청 많아요. 20대에 무얼 결정하는 것 보다는 많이 탐색하는 시간으로 활용했으면 해요. 10대는 행동반경이 좁지만, 20대는 성인이 되는 과정이니까 기초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시기거든요. 저도 어릴 때는 건강에 대해 무지했는데, 살아보니 건강에서 오는 자신감이야말로 참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뭐든 건강하게 받아들이고, 건강하게 생각하려면 일단 몸 상태가 좋아야 하거든요. 왜 같이 있으면 좋은 사람이라고 느껴지는 사람들 있죠? 그런 사람들과 같이 있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특히 20대는 감정이 폭발하는 시기인데, 자신의 건강을 해칠 만큼 감정이 중요하지는 않거든요. 정말 재능이 있는 친구들 중에 자기 감정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감정에 너무 빠져서 자기한테 발전할 기회를 못 주는 거예요. 그런 걸 보면 너무 안타깝죠. 이 쪽 분야뿐 아니라, 사회 문화적으로 다들 감수성이 참 풍부해요. 그렇기 때문에 삶에 있어서 덜 흔들리려면, 몸과 마음을 잘 단련하는 게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요?

LifeArtist

김수임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시각디자인 학과 졸업

<전시>
수원대학교 전면전(2011. 8. 31~ 9. 6)
김수임 초대 개인전 <The Modern Lady_Refined> (2010. 3. 3~3. 9 )
김수임 초대 개인전 <Life & Intimacy> (2007. 12. 7~2007. 12. 23)
디자인 여성학회 봄학술대회 회원전(2005.06)
디자인 50전(2004)
디자인 505전(2003)

<출강>
수원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디자인학과 / 일러스트레이션 2008~2011
서울시 미술 영재교육 특강 / 라이프스타일 일러스트레이션 2009, 07
국민대 제로원 센터-워크샵/ 나를 찾는 디자인 놀이(design+art therapy) 2008년 7월12일~8월 2일
국민대 제로원 센터- 라이프 스타일 일러스트 세미나 '가볍게, 하지만 진지하게' 2007. 01. 26
디자인정글 김수임의 라이프 스타일 일러스트 워크샵 2005 .06
디자인정글 김수임의 라이프 스타일 일러스트 워크샵 2004 .11
용인송담대학 산업디자인과 컴퓨터그래픽2004

<저서>
좋은날의 생각, 굿데이즈! (2011.05)
슬림통- 일러스트레이터CS4 (2009.02)

홈페이지: www.sooi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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