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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리스트 세계 일주에 한 발자국 다가가다
'함께'였기에 더 특별했던 여행기

벨기에 교환학생 박효연 (국민대학교 언론정보학부 미디어전공 14)

경남 김해가 고향인 덕분에 해외는커녕 서울도 제대로 돌아다닌 적 없었지만, 어릴 적 나의 막연한 꿈은 세계 일주였다. 책상 앞에 붙어 있던 세계지도의 영향이 컸다. 지도에는 자유의 여신상, 에펠탑, 스핑크스 등 전 세계의 랜드마크가 그려져 있었다. 공부하기 싫을 때마다 세계지도를 바라보며 언젠가 실제로 가고 말겠다는 다짐을 거듭했다.

하지만 고향을 떠나 국민대학교로 진학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그 꿈을 잊고 지냈다. 입학 초기 대학생으로서 오춘기(?)를 겪고, 가장 바빴던 2학년 생활까지 마쳤을 때 나는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다시 생각해봤다. 떠오른 것은 세계 일주를 하고 싶었던 어린 시절의 꿈이었다. 두 번 고민하지 않고 교환학생을 준비했다. 목표는 다양한 곳을 여행할 수 있는 유럽이었다. 그렇게 떠난 곳이 벨기에 겐트라는 도시였다. 6개월의 교환학생 기간에 나는 다양한 여행지를 다니며 돈으로 살 수 없는 귀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로맨틱한 분위기의 파리 대관람차(왼쪽), 영화 속에 들어온 것만 같았던 산토리니(오른쪽)

작지만 아름다운 곳, 겐트

내가 머문 겐트는 벨기에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였다. ‘꽃의 도시’라는 별명이 있는 도시라 봄이면 아름다운 꽃이 만발하는 곳이라고 한다. 안타깝게도 내가 머문 것은 가을학기 기간이었기 때문에 꽃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아름다운 풍경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작은 중세 건물들과 그 사이로 유유자적 흐르는 강물의 풍경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나는 다른 교환학생들처럼 많은 외국인 친구들과 사적으로 만나며 깊은 우정을 나누진 못했다. 학교 가는 날짜가 일주일에 몇 번 안 됐고, 학기 중 방학에는 주로 여행을 다녔기 때문이다. 물론 잊지 못할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같이 어울려 다니며 둘도 없는 사이가 된 한국인 친구들, 가끔 함께 술을 마셨던 몇 안 되는 외국인 친구들, 맛있는 음식을 사와 나눠 주던 대만인 룸메이트까지 내게는 모두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외국인 친구들과 파티 타임 아름다운 낮과 밤의 겐트

온전히 ‘나’에 집중할 수 있는 혼자만의 여행

교환학생이라는 요소도 있었지만, 이번 해외탐방의 주목적은 역시 여행이었다. 하지만 막상 떠날 당시에는 걱정이 많았다. 일본 자유여행을 다녀온 것이 내 해외탐방 경험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나에게 맞는 여행 스타일도 몰랐고, 여행을 통해서 무엇을 얻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런 내게 혼자만의 여행은 걱정을 넘어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잘 몰랐기에, 여행하면서 즐거워야 하고, 무언가를 얻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함께 여행하기로 한 일행들과 시간이 조율되지 않았고, 나는 결국 불안정한 상태로 유럽 땅을 밟자마자 ‘나 홀로 여행’을 감행해야 했다. 여행지는 스페인의 마드리드였다.

그곳에서 3일간 홀로 머물며 나는 37℃의 폭염 속에서 공원만 두 시간을 돌아다니기도 했고, 미술에 대해 아는 것이 없지만 유명하다는 미술관을 세 시간 넘게 관람하기도 했다. 생전 처음 혼술도 해봤다. 뭐든지 처음이 어렵다고 했나. 어느새 불안감을 느끼던 내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대신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즐기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즐기기 시작하며 유럽 곳곳에서 재미있는 추억도 많이 생겼다.

여러 가지 추억이 많지만, 독일의 하이델베르크 성을 걸을 때 만난 독일인 할아버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성을 둘러보고 있는 내게 한 독일인 할아버지가 “안녕하세요”라며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는 것이 아닌가! 알고 보니 할아버지는 한국인들에게 독일어를 가르치는 분이셨다. 이후 할아버지는 가이드를 자청하며 나보다 더 정확한 한국어 발음으로 하이델베르크 성의 이곳저곳을 설명해 줬다. 여행 내내 ‘홀로 여행을 떠나면, 새로운 나를 만나게 된다’는 말이 떠올랐다. 내가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게 될 줄 몰랐고, 음악에 몰입하게 될 줄 몰랐고,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게 될 줄 몰랐다. ‘나 홀로 여행’을 망설이는 친구가 있다면 혼자 여행하는 것은 무섭기도, 심심하기도 하지만 온전한 나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하고 싶다.

(시계방향으로)  1. 독일인 할아버지와 셀카 2. 혼자 두 시간을 걸었던 레티로 공원의 입구, 실은 길을 잃어버린 것도 한몫했다. 3. 동물들과 눈이 마주치면 사진을 찍었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여서 더욱 즐거웠던 함께하는 여행

언젠가 여행에 관한 글을 읽었을 때 ‘여행지에서 나누었던 대화는 그 장소와 그 시간 속에서 그 사람과 함께였기에 가능하다’는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나는 나 홀로 여행 외에도 많은 사람들과 함께 여행을 다녔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여행의 매력은 ‘함께’ 그 자체에 있다고 말하고 싶다.

내 ‘함께 여행’의 동반자는 친한 과 언니와 동기, 교환학생에서 만난 친구들 등이었다. 한번은 석양이 지는 포르투갈의 동루이스 다리에서 과 언니, 동기와 함께 세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아름다운 석양과 함께 선선한 바람을 만끽하는 그 시간, 그 대화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아프리카 모르코 2박3일 사막투어 모습

함께 여행 중에는 ‘일행과 성향이 안 맞으면 어쩌지?’라는 걱정도 있다. 하지만 극한 환경에서는 그런 생각을 할 틈도 없었다. 아프리카 모로코의 2박 3일 사막투어가 그랬다. 24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차에 있어야 했고, 화장실은 ‘Everywhere(실제로 이렇게 말했다)’였다. 얇은 담요 몇 장으로 견딘 사막의 새벽은 또 얼마나 춥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밤중 쏟아지던 별천지 아래에 일행이었던 오빠와 친구가 있어 그 시간조차 아름답게 기억된다. 그들이 내 옆에 없었다면 그곳이 아름답다고 생각할 여유도 추억도 없었을 것이다.

그 외에도 많은 사람들과 많은 여행지에서 추억을 쌓았다. 그때 그 대화의 기억은 그 순간이 아니면 없었을 추억이었고, 여행지의 기억은 그 사람들과 함께여서 더욱 아름답고 즐거운 추억이 될 수 있었다.

벨기에 켄트 전경(왼쪽), 포르토 와이너리 투어에서 찍은 첫 사진(오른쪽)

마무리하며

돌이켜보니, 내가 6개월 동안 돌아다닌 나라는 모두 15개국이었다. 나는 여행 속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고 싶었다. 그러나 정작 한국에 돌아올 때까지 제대로 된 답을 찾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던 중 SNS에서 우연히 보게 된 문구에 손뼉을 쳤다.

“여행에는 성공도 실패도 없다. 그저 경험일 뿐이다.”

좋았던 기억도 많지만, 그만큼 나쁜 기억도 많았다. 소매치기를 당하고, 캐리어가 부서지고, 일행과 성향이 맞지 않아 기분이 상할 때도 있었다. 공항에서 노숙할 때와 야간 버스를 탈 때는 ‘이렇게까지 여행을 해야 하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여행했기에 얻을 수 있는 값진 경험이 아닐까. 앞으로도 나는 계속 여행을 할 것이다. 그리고 내 여행은 성공도 실패도 없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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