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 여행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왜냐면 그 모든 각각의 여행은 그들만의 여행지도로 쓰여 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가지 기술이라면, 자신이 짊어질 수 있을 만큼의 짐을 지고 떠나라는 것이다. 떠나기에 앞서 많은 것을 비우고 내려놓아야 새로운 것들을 내 안에 담을 수 있다. 내 것을 놓지 않고 무엇인가를 채우려 하면 그건 쉽지 않은 길이 될 것이고 누구나 서툰 첫 여행이 더 서툴게 되어갈 뿐이다. 나는 그래도 10년 가까이 세상의 가장자리를 떠돌며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봤다. 그리고 내 꿈이었던 여행을 채워준 그들의 꿈을 위해 그 마을들에 천 개의 영어도서관을 만들고자 길 위에서 목표를 잡았다. 서툴게 혼자 23곳의 영어도서관을 만들고 있는 지금, 길을 떠날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여행의 목표에 관한 것이다. 목적 없는 여행은 슬프다. 자기 자신을 찾는 여행이든 환락과 욕정을 불사르기 위한 여행이든, 먹을거리를 찾아 다니는 여행이든, 어느 하나 길을 나선 자는 그 목적이 뚜렷해야 한다. '아무런 것도 쫓지 않는다'라는 자의식을 가진 사람은 그 또한 목적이 있는 여행이겠지만 이마저도 하지 않고 그저 떠도는 여행은 한없이 슬프기 마련이다.
여행의 목적에 대해서 이야기했으니 이번에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여행법에 대해서 알려주고자 한다. 존중할 줄 알아야 존중 받을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간단한 이치다. 사람을 만나 손잡는 마음 하나하나에 진심을 담아 상대방을 존중해야 한다. 상대가 아이든 비루한 늙은이든 길에서 잠을 자는 가난한 이든 먼저 자신을 낮추고 그 사람과 눈을 맞추고 그리고 내 이야기를 하고 친구가 되어가는 것이다. 돈 없고 헐벗은 사람이라서, 개발도상국의 사람이라서 그 사람까지 가엾이 여기지 마라. 우리 눈에 어떻게 비칠지언정 그들 역시 한 가정의 당당한 가장이고, 세상을 향한 큰 꿈의 주인이다. 그들을 통해 자기 자신을 돌아보라. 쉽게 판단하거나 속단하지 마라.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존중할 줄 알아야 존중 받을 수 있다. 이것이 세상에서 가장 쉬운 여행법이다.
어느 시인은 ‘참 좋은 사람은 이미 그 자신이 좋은 세상이다’ 라고 말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단순히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살아온 세상을 만나고, 내가 살아온 세상을 보여주는 일이다. 쉽게 생각을 할 일이 아니다. 길을 떠난다는 것은 나를 제외한 수십억의 사람들, 그 세상들을 만날 가능성을 가지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곳이 오지이건, 관광지이건 선진국이건 개발도상국이건 사람들을 만나 손잡는 일에 대한 판단이 서지 않을까 싶다. 여행의 목적과 쉬운 여행법에 대해서 짧게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백이면 백, 이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았다 하더라도 한번의 여행이 끝난 길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 그곳에서 지난 여행을 돌아보며 ‘아. 나 정말 서툴렀구나’ 하고 후회를 할 것이다. 10년 동안 사람들을 만나오고 그들의 꿈을 나누려고 다 포기하고 지내온 가난한 여행자에게도 늘 똑같은 서툶이 찾아오는 시간들이다. 그 서툶을 즐겼으면 좋겠다. 서툴기 때문에 다시 나올 에너지를 가질 수 있는 것이고, 서툴렀기에 그들과의 시간을 더욱 더 소중히 기억할 수 있는 법이다. 20대의 젊은 여행자들이여, 인생이라는 기나긴 여행 안에서도 신나게 서툴러 보기를 바란다. 그러다 보면 나이에 ‘ㄴ’자가 붙는 서른 즈음에는 조금 덜 서툴러 있는 그 일이 앞으로 당신의 40년을 책임질 꿈이 되어 돌아 올 것이다. 신나게 서툴고 또 서툰, 꿈을 꾸기를 바라는 슈퍼방랑자들이 되길 바란다.
-여행하는 사람. 김형욱
이 코너의 다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