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국과 아시아를 잇는 저작권 수출 전문가! 런던 어스본출판사 아시아 저작권 담당 안주현

런던은 영국의 최대 도시이자 잉글랜드의 수도이다. 템스강을 기반으로 2000년 역사가 시작된 이곳은 예술, 경제, 금융, 의료 등 모든 분야의 중심역할을 하고 있다. 때문에 런던 행정구역 안에서만 300개 이상의 언어가 사용되고 유럽 중에서도 가장 많은 대학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곳에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출판사의 저작권을 해외에 수출하는 일이다. 이를 테면 내가 다니는 영국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을 한국어로 번역, 출간할 출판사를 찾아 저작권 계약을 맺는 일이다. 프랑크푸르트와 함께 유럽의 양대 북페어이자 세계 5대 국제도서전이 열리는 곳, 런던에서 나는 행복한 저작권 수출 전문가로 살고 있다.

영어를 사용하고 싶어 선택한 직업 ‘저작권 중개인’

내가 생각하던 꿈의 직장은 첫째가 ‘영어를 사용하는 환경’이었다. 그래서 알게 된 것이 ‘저작권 중개 에이전트’다. 당시 구인공고에 ‘책을 좋아하고, 영어를 많이 쓰는 직업’이라는 자격조건이 눈에 띄었다. 일도 예상만큼 재미있었다. 런던, 뉴욕, 볼로냐, 프랑크푸르트 등 세계 주요 도서전을 오가며 해외 출판사들과 저자, 에이전시를 만나 새로운 책에 대한 정보를 받아오는 것이 주요업무였다. 한국에 와서는 외국의 좋은 책들을 국내 출판사들과 계약시키는 일을 했다. 다양한 책들을 누구보다 먼저 읽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면 매력이었다. 내가 글을 쓴 작가는 아니지만 좋은 작품을 좋은 출판사와 이어주는 일은 뿌듯하고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5년 차에 접어들자 무대를 넓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출판의 종주국인 영국으로 건너갈 것을 결심했고, 비자준비 후 출장 차 떠났던 런던에서 바로 면접을 봤다.

TIP 청년교류제도(YMS)를 통한 현지 취업

나의 경우 당시 제도에 따라 HSMP비자로 해외취업이 가능했다. HSMP비자란 ‘Highly Skilled Migrant Programme’의 약자로, 학력, 나이, 이전 소득 등 각 항목에 점수를 부과해 총점이 기준을 넘으면 스폰서 없이도 취업비자를 지원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당시 이 비자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일반 스폰서의 대행료는 400만원을 호가했다. 이에 대행사의 도움을 받는 것은 깨끗하게 포기하고, 혼자서 차근차근 준비해 130만원으로 HSMP비자를 받아냈다.

지금은 이 비자대신 헤드헌팅 대행사를 통해 3개월 정도 계약직으로 일하다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법과, 청년교류제도(YMS)를 활용하는 방법 두 가지가 있다. 청년교류제도란 2012년부터 우리나라와 영국이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마련한 제도이다. 이는 최대 2년까지 영국 체류가 가능하고 현지 취업도 할 수 있다. 신청자격은 만 18세 이상 30세 미만인 대한민국 국민이면서, 체류를 위한 경비와 한국 정부가 발급한 후원 보증서, 2014년 공인 영어성적 증명서를 소지해야 한다.

내가 생각하던 꿈의 직장은 첫째가 ‘영어를 사용하는 환경’이었다.

해외취업, 첫술에 배부를 수 있을까?

런던은 다인종 국가이기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시선이 유별나지 않다. 더구나 나는 한국에서 저작권 중개인으로 일했던 경력이 있어 취업이 유리했다. 해외 기업들이 눈여겨보는 것은 ‘한국에서 얼마의 경력을 쌓았느냐’이다. 경험에 비추어볼 때 경력은 3~5년 차가 가장 좋다. 이보다 부족하면 경력으로 인정받기가 어렵고, 너무 길면 연봉이나 직급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채용을 꺼리기 쉽다.
영국에서 첫 출근을 했던 날은 밤새 잠을 못 이룰 정도로 설렜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경력 5년 차였던 나는 나름 베테랑이라 자부하며 출근을 했지만, 이제껏 내가 익숙해졌던 일 처리방식이나 전문 용어들은 모두 필요하지 않았다. 해외 기업이 나를 받아줬다는 생각에 회사에 대한 정보나 조사도 없이 무턱대고 입사한 것이 실수였다. 그곳은 영국에서는 꽤 알아주는 큰 출판사였지만 불안하고 정신없는 회사 분위기 때문에 직원들의 이직률이 큰 곳이었다. 고민 끝에 얼른 마음을 돌려 다른 출판사를 알아보았고, 곧 ‘앰버북스(Amber Books)’라는 출판사를 만나게 됐다.

TIP 자기 성향과 맞는 회사를 찾아라!

우리나라에서도 그렇지만 대기업이라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아무리 좋은 회사라도 업무환경이나 회사문화가 나와 잘 맞지 않으면 누구나 지치기 마련이다. 해외취업이라고 자신을 너무 낮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 연봉, 근무 조건은 물론 회사에 대한 평판도 꼼꼼히 알아보고 취업하는 것이 좋다. 직원들의 이직률이 높다면 그만큼 일이 힘들거나 업무환경이 좋지 못하다는 의미이다. 물론 주변의 평이 좋지 못해도 자신과 잘 맞는다면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나를 받아주는 회사라고 해서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일하겠다는 생각은 애초에 버리는 것이 좋다.

나를 받아주는 회사라고 해서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일하겠다는 생각은 애초에 버리는 것이 좋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차근차근 목표를 좁혀가라!

앰버북스는 출판사 치고 큰 회사는 아니었다. 나를 포함해 15명의 직원이 전부였고, 모두들 가족같이 지내는 곳이었다. 이곳에서 나는 4년 동안 유럽과 아시아 시장을 담당했다. 한국의 에이전시처럼 독일, 프랑스, 핀란드, 스웨덴, 일본 등을 다니며 앰버북스의 신간을 소개했고, 즐겁게 일하다 보니 능력과 성실함도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이에 비자가 만료되었을 때는 대표님이 직접 비자 연장비용 300만원을 내주기도 했다. 영국 회사들은 외국인 직원이 능력과 성실함을 보이면 비자문제를 도와주는 경우가 많다.
앰버북스는 내게 더 할 나위 없이 고마운 런던의 첫 직장이었다. 규모는 작지만 재정적으로도 탄탄하고, 회사문화도 굉장히 긍정적이다. 주로 전쟁과 무기에 대한 책들을 만든다는 점만 빼면 평생직장으로 삼고 싶은 곳이었다. 그래서 내가 택한 방법은 장기적인 목표를 수정하는 것이었다. 어느 정도 영국 생활에 익숙해졌으니, 내가 집중하고 싶은 분야를 찾는 것이다.

지금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은 아동 전문 출판사인 ‘어스본(Usborne publishing)’이다. 영국 아동시장에서는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전문화된 기업이고, 성인과 아동을 합친 전체 영국 출판시장에서는 9위를 차지하는 출판사다. 이곳에서 나는 아시아 시장의 저작권 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나는 일을 하면서 항상 10년 뒤의 내 모습을 상상한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바라던 행복한 삶인지를 곰곰 생각해본다. 그러다 보면 길이 보이고 목표가 확실해진다. 지금의 이곳이 나의 평생직장이 될지라도 나는 안주하지 않고 계속 꿈꿀 것이다. 좋은 기회들은 언제나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세상은 넓고,할 일은 많다. 더구나 젊은이에게 기회는 무한하다.

TIP 국내에서 경험을 쌓아 당당하게 준비하라!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더구나 젊은이에게 기회는 무한하다. 해외취업에 대한 목표가 간절하다면, 어떤 상황이라도 불가능은 없다. 지원받을 자금이 없다면 스스로 마련하면 된다. 자신이 꿈꾸는 직업이 있다면 우선 국내 회사에 취업해봤으면 한다. 취업이 어렵다면 아르바이트나 인턴 경험을 쌓는 것도 좋다. 그곳에서 일도 배우고 경력도 쌓으면서 내 꿈과 가까워지면 되는 것이다. 내가 한 푼의 지원도 없이 해외취업을 준비할 수 있었던 것은 10년 뒤 내가 런던에 있었기 때문이다. 실패했다고 해서 주저할 필요도 없다. 실패는 나를 연단하는 기회이자, 내가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안주현
현 어스본출판사(Usborne Publishing) 근무
앰버북스(Amber Books) 유럽 및 아시아권 저작권 담당 2008~2012
국내 임프리마에이전시 2004~2008

한국에서 저작권 에이전시 에이전트로 활동하다가, 2008년 영국 출판사로 취직, Amber Books에서 4년 동안 독일과 북유럽을
비롯한 유럽어권 저작권 담당으로 일을 했다. 2012년 10월부터 현재까지는 아동 출판사 Usborne Publishing에서 아시아권
저작권 담당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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