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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init 한계를 긋지 말고 무한한 가능성을 탐구하라! 폴앤마크 박신영

이제 30대에 갓 접어든 나이지만 폴앤마크 박신영 이사가 쌓아온 경력은 그야말로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녀가 세상에 이름을 알린 것은 이미 20대 무렵부터다. 대학시절, 광고계에 수위를 다투는 제일기획과 LG애드 기획서 부문 대상을 비롯해 크고 작은 공모전을 휩쓴 그녀에게 붙은 별명은 ‘공모전의 여왕’이었다. 당시 그녀는 ‘대학생이 만나고 싶은 대학생 1위’로 꼽히며 특강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책을 집필하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다. 이름하여 <삽질정신>. 공모전에 도전하며 수많은 ‘삽질’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그녀만의 노하우를 모은 책이었다.

졸업 후 그녀의 무대는 제일기획으로 바뀌었다. 쟁쟁한 학벌과 스펙으로 무장한 사람들 사이에서 그녀는 철저한 전문성과 디테일을 바탕으로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마치 물 만난 고기마냥 삼성그룹, 삼성전자, 대한항공, 아모레퍼시픽, 신한금융그룹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기업들이 엄청난 돈을 쏟아 붓는 브랜드의 전략기획 및 경쟁 PT를 담당하며 그녀의 몸값은 더 높아졌다. 그리고 3년, 그녀는 기업 교육과 컨설팅 전문 회사인 폴앤마크 연구소 기획이사로 변신했고 그 사이 총 3권의 책을 세상에 내 놓았다. 최근 그녀는 해외에까지 출간 된 전작 <기획의 정석>의 후속인 <보고의 정석>을 집필하고 있다. 과연 그녀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 한계는 어디까지 일까?

Q 폴앤마크는 기업교육 컨설팅 전문 회사라고 알고 있는데요. 삼성전자와 같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부터 국가기관 등에서 교육을 진행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인지 설명을 해 주신다면?

‘기획력’을 주제로 다양한 기업의 강의를 담당하고 있어요. 대략 한달 이상 예정된 스케줄이 짜여 있죠. 최근에는 모 대기업 무선사업부에서 강의 요청이 들어와서 며칠 동안 강의를 했어요. 대부분이 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분들이셨죠. 제가 맡은 것은 이분들이 전문으로 하는 공학에 ‘Creative Thinking Process’ 기획력을 접목시키는 것이었어요. 대략 한번 강의를 하면 하루에 8시간씩 진행이 되요. 실무를 하시는 분들에게 기획력을 코칭해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신입사원부터 임원까지 그때그때 대상에 맞는 교육을 진행하는 식이죠.

한 기업 내에서도 무선사업부, 메모리사업부, 반도체 사업부 등 부서가 정말 다양하고, 각각의 영역이 있어요. 사실 전문적인 영역은 저도 잘 모르죠. 잘 모르기 때문에 진정 소비자 관점에서 필요한 기획을 알려드릴 수 있는 것 같아요. 기업의 입장에서는 공학을 위한 공학보다는 소비자를 위해 기능하는 공학이 되어야 존재의의가 있거든요. 각 기업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전문적인 영역도 중요 하지만 소비자를 고려해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런 방식의 접근이 각 분야 전문 업무와 합쳐졌을 때 더 새로운 것을 탄생시키는 거죠.

나는 모르지만 남이 알고 있는 나, 나와 남이 모르는 나에 대해서 찾고 받아드리려 노력했어요

Q 아직 30대 초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사라는 역할을 맡을 수 있었던 이유가 있을 텐데요?

스스로 한계를 설정하지 않았기 때문인 듯 해요. 전 이제까지 단 한 번도 ‘A는 B다’라는 식의 흔한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았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지방대를 졸업하면 좋은 회사를 가긴 힘들다’, ‘꿈이 없으면 미래도 없다’라는 것을 고정관념으로 치부한 거죠. 저는 꿈이 없으면 더 다양한 일에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그 전에 갖춰야 할 기본자세가 있어요. 언제나 오픈마인드였다는 거죠. 그럴 때 제가 유용하게 사용했던 것이 조하리의 창(Johari's window• 심리학자 Joseph Luft와 Harry Ingham가 개발한 자기분석법)이에요. 나와 남이 아는 나, 나는 모르지만 남은 아는 나, 나만 아는 나, 나와 남이 모르는 나로 구분을 하고 스스로를 성찰하는 거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 남이 아는 나, 혹은 나만 아는 나의 영역에서 안주하며 살아가려 해요. 하지만 저는 정말 끊임없이 나는 모르지만 남은 아는 나, 나와 남이 모르는 나에 대해서 찾고 받아드리려 노력했어요. 사실 그 영역을 받아들이는 건 불편해요. 하지만 최대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죠. 이런 태도는 강의를 할 때도 반영이 되요. 무조건 강의를 하기 전에 그 분야에 대해서 최대한 흡수를 하려고 하죠. 그때 항상 나와 남이 몰랐던 내 영역에서 새로운 그 무엇을 발견했던 것 같아요. 물론 가끔씩은 견뎌내야 할 정도로 나와 맞지 않은 분야도 있어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마음을 열어둔 사람과 열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10년 후, 20년 후가 정말 다르다고 생각해요. 이 부분을 열어두고 살았다는 것, 그리고 남들이 말하는 고정관념을 진리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 그게 지금의 저를 있게 한 것 같아요.

Q 최근 진행하는 일 중에 그런 방식이 적용된 사례가 있을까요?

이를 테면 책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저는 ‘A는 B다’를 진리로 생각하지 않는 것과 동시에 끝을 잘 안내요. 모든 것이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고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계속 갈 수 있거든요. 기획을 할 때도 ‘여기서 더 나올 수 없어’라고 하면 안 나와요. 하지만 끊임없이 포기하지 않고 생각하면 뭔가 새로운 것이 나오죠.

강의를 하고 나서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피드백이에요. 듣기 싫은 비판이나 불편한 평가도 넘겨버리지 않고 세심하게 살폈다는 거죠. 최대한 듣다 보면 그 안에서 다시 생각지도 못했던 아이디어를 얻거든요. 그 사람 입장에서는 비판일 수도 있고 평가일 수도 있지만 최대한 열어놓으면 사람들이 진정 강의에서 원했던 것이 무엇이라는 것을 알게 되요. 저는 다시 거기서 얻은 것을 강의에 반영해 업그레이드 해 오곤 했어요. 결국 저한테 좋은 거였죠.

그걸 정리한 것이 이번에 쓰고 있는<보고의 정석>이란 책이에요. 앞서 쓴 <기획의 정석>은 논리를 중시한 좌뇌형 책이었어요. 그래서 그 후 독자들에게 수많은 피드백을 받았어요. 그 와중에 저도 계속 연구하고 관련 서적도 읽으며 강의에 반영하다 보니 또 한 권의 책으로 엮을 수 있었던 거죠. 이 책이 나온 것도 주변의 이야기에 열린 자세로 대했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기획의 정석

Q 본업 외에도 20대부터 책을 쓰기 시작해서 지난해 <기획의 정석>까지 총 3권의 책을 썼습니다. (2008 삽질정신, 2010 렛츠 그루브, 2013기획의 정석) 책을 낼 때마다 학생에서 기획자로 다시 기업 교육 전문가로 변신을 거듭했는데요. 마치 책 출간과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비슷했던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네 맞아요. 우선 <삽질정신>은 할 줄 알아서 한 게 아니라 어떻게 할 줄 모르는 상황에서 깊고 넓은 삽질로 결과물을 모았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한동안 그런 삽질정신으로 살다 보니 제 자신이 너무 각이 지고 여유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죠. 그런 탓에 두 번째 책인 <렛츠 그루브>를 낼 때는 ‘너무 폼 잡지 말고 그루브하게 살자’는 생각을 했어요. 당시는 아등바등 살다가 문득 ‘인생이란 뭔가, 왜 살아야 되는가’를 고민하며 그루브한 삶을 지향하던 시점이죠. 이 두 과정을 다 겪고 나서 좀 더 정돈돼서 나온 게 <기획의 정석>인 것 같아요. 너무 감성만 있었고, 너무 이성만 있었던 와중에 마침내 치우치지 않는 밸런스를 찾은 셈이죠

Q 남다른 삶을 살고 계신 소장님의 어린 시절이 궁금한데요. 왠지 공부 잘하고 똑똑하면서 친구들을 리드하는 소녀의 모습이 떠오르는데요?

어릴 때는 꽤나 새침했던 것 같아요(웃음). 아버지 일 때문에 전학을 정말 많이 다녔거든요. 그렇게 전학을 다니면서 경계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내성적이기도 했고요. 심지어 어떤 아이가 와서 ‘나랑 친구할래’라며 말을 걸어도 저는 ‘시간이 지나고 나면 친구가 돼 있겠지’라며 시니컬하게 대꾸했던 게 기억나요. 그렇게 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그때 까지도 꿈을 찾기 힘들었어요. 대학을 가야 한다는데 왜 가야 하는지 몰랐죠. 그러다 고등학교를 1년 쉬게 됐어요.

쉬다 보니, 너무 심심해서 아버지서재에 꽂혀있는 책을 많이 읽게 되었어요. 그때 책을 읽은 것이 지금까지 도움이 되고 있어요. 그 시점에서는 낙오된 것 같고 뒤쳐져 있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지금에 와서 보면 전혀 그렇지 않더군요. 그런 경험을 하고 나니 20대 한 순간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죠. 사람의 평생을1백년 이라고 봤을 때, 스무 살 때부터 서른 살까지 꿈을 찾는데 방황했다고 해도 1백년 삶으로 따지면 일부일 뿐이에요. 그 기간에 꿈을 발견했다면 방황이 아니라 오히려 가치 있는 일이죠.

얼마 전에는 공무원 분들을 모시고 강연을 했어요. 정년을 앞두고 계신 분들이지만 다들 너무 젊으셨어요. 더구나 제가 주로 들은 질문은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적성은 무엇일까요?’ 였어요. 너무 젊은데도 불구하고 은퇴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직도 30~40년의 삶이 남아 있는 거예요. 저는 그때 가서 적성을 생각하기 보다 젊은 시절 1~2년 혹은 10년 정도, 1백년의 10%를 나를 찾는데 쓰는 것이 너무 괜찮은 투자인 것 같아요.

(좌) 삽질정신은 20대 그녀의 도전을 이끈 원동력이었다 (우) 강연에 나선 박신영 이사

Q 직장에 들어가서 많은 이들이 암담한 벽처럼 느끼는 것이 기획인데요. 하지만 이사님의 경우 대학시절부터 기획 공모전에 남다른 성과를 이뤄내셨습니다. 당시 처음 기획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된 사연이 궁금한데요?

사실 전 대학교 시절 역시도 뭐해야 될지 모르는 사람에 가까웠어요. 단지 좋았던 건 무 전공 입학이어서 듣고 싶은 강의를 골라 들을 수 있었다는 거예요. 그런데 이런 저런 강의를 다 듣다가 문득 동아리도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꿈이나 그런 것도 없었고 그저 그냥 하고 싶다는 생각 정도였어요. 처음에는 제일 인기 많은 동아리, 선남선녀가 있다는 아카펠라 동아리 오디션을 봤어요. 근데 떨어지더라고요. 충격이 컸지만, 그래도 포기하기는 싫어 두 번째 동아리를 남성 중창단 반주자로 지원했어요. 그런데 또 떨어지더군요. 세 번째 아나운서 동아리, 네 번째 뮤지컬 동아리 역시도 족족 떨어졌죠.

그때는 너무 절망적이어서 ‘나한테서 무슨 냄새가 나나’ 싶을 정도였어요. 그때 한 친구가 오디션이 없는 광고학회를 추천한 거예요. 왜 사람이 그렇잖아요. 뭔가 쉽게 주어지면 감사한 줄 모르는데 당시 저는 뭔가 하고 싶은 열정이 억눌러져 있다가 폭발한 거예요. 광고학회에서 선배들이 ‘신영아 아이디어 생각해와’ 저 혼자 최소 20개씩 생각해 가곤 했죠. 그렇게 공부하게 됐어요. 정말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거죠.

제일기획과 LG애드 광고 대상 수상 당시의 모습

Q 우연히 시작하게 됐다고 하지만 이력이 굉장히 화려한데요. 공모전 23관왕, 대학생들이 만나고 싶은 대학생,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다녔는데요. 공모전에 그렇게 집중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네요.

당시에는 상을 정말 받고 싶었어요. 그래서 한번은 공모전 작품을 20개나 낸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겨우 1개가 입선을 하더군요. 그때 진짜 열심히 하면 되긴 하는데, 그렇다고 또 그저 열심히 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느꼈죠. 그 후로 절대적인 실력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어쩌다 한 번이 아니라 정말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일등이 되보고 싶다는 욕심이죠.

처음 제일기획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을 때 한번은 운이 좋아 됐을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2년 연속이면 사람들이 인정 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2년 연속 대상을 받은 거고요. 다음에는 다른 공모전에서도 인정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LG애드 공모전에 대상을 받는 식이었어요. 그리고 사실 정말로 공모전 자체를 재미있게 즐겼던 것 같아요. 경영전략 수업 같은 걸 듣고 있으면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이거 이렇게 써먹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고 더 생각하게 되고 다시 그걸 현실적으로 공모전에 적용해보고 했던 재미가 컸던 거죠.

그저 열심히 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느꼈죠. 그 후로 절대적인 실력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Q 공모전에서 연이어 수상하면서 대학을 다닐 당시 학교 내에서도 꽤 유명했을 듯 한데, 평범한 대학생활은 아니었을 듯합니다.

다른 학생들의 시기나 질투가 있기도 했어요. 그래서 학교에서는 오히려 은둔자(?)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그저 공모전에만 몰두했죠. 그럼에도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얘기로 저와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 버리는 사람들이 있어 좀 힘들었어요. 힘들다 못해 솔직히 약간의 대인기피증이 생길 정도였죠. 하지만 얼마 뒤부터는 스스로 정리하기 시작했어요. <삽질정신>이란 책에도 썼는데 그냥 아무렇지 않게 넘겨버렸죠. 그들이 저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을 한다고 해도 제가 가서 매번 ‘그게 아니에요’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요. 오히려 저는 ‘나만 괜찮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더 제대로, 바르게 살려고 노력했어요. 덕분에 지금은 무슨 이야기를 듣는다고 해도 ‘그래? 할 수 없지’하고 제 일에 더 몰두해요. 그리고 그런 오해 없이 제 옆에 있어주는 이들에게 더 감사하게 되었어요.

Q 대학시절부터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를 하는 일도 많았다고 알고 있습니다. 가장 떨렸던 순간을 떠올리신다면?

팀별 과제 발표가 처음이었어요. 처음에는 떨린 것을 넘어 발표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했죠(웃음). 결과도 별로 였고, 사람들의 반응도 시원치 않았어요. 사람들은 거기서 두 갈래로 갈리는 것 같아요. ‘아, 역시 나는 발표에 재능이 없어’라고 생각했다면 전 지금처럼 되지 못했을 거에요. 전 그런 포기가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아기가 ‘오늘 일어나야지’ 하고 한 번에 일어나는 게 아니잖아요. 일어나다 실패했다고 해서 포기하는 것도 아니고요.

대학교 때 저는 한 번해서 잘하는 것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근육을 기르는 시기가 필요하다고 믿었죠. 한편으로 그렇게 스스로를 성급히 결론 짓는 것도 건방진 일이라 생각했어요. 그저 ‘더 많이 해봐야겠다. 보완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죠. 그리고 적극적으로 제 자신을 노출시켰어요. 내가 노출이 되면 보완점을 찾게 되거든요. 그렇게 이상한 부분을 개선하고 그런 과정을 정말 몇 만 번 되풀이 한 셈이죠.

사회가 원해서, 스펙을 만들어야 해서, 다양한 핑계를 대지만 결국은 내 선택이에요.

Q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많았을 텐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시행착오를 겪을 때도 많았죠. 하지만 자기 선택을 존중해 줄 배짱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처음 공모전에 몰두할 때 한심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왜냐면 대세가 아니었거든요. 차라리 공모전 준비할 시간에 토익을 공부하라는 이야기도 들었죠. 하지만 저는 진짜 용기를 내서 선택을 한 거 였어요. 결론적으로 전 공모전에 올인한 탓에 토익 점수를 만들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후회는 없죠.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을 할지 저것을 할지 확실히 결정하라는 거예요. 주변을 보면 ‘나는 이걸 하겠다’ 해 놓고 또 한편으로 ‘토익이나 할걸’하는 후회를 안고 사는 사람들이 많아요. 또 어떤 사람은 ‘나는 공모전에 도전했어야 하는데 토익을 준비해야 해서 못했다’고도 해요. 하지만 그런 갈등을 대학생 때만 하는 것은 아니죠. 평생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면서 후회만 하고 살아요. 사회가 원하기 때문에, 스펙을 만들어야 해서, 다양한 핑계를 대지만 결국은 내 선택이에요.

시간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제 판단은 ‘난 토익 보다는 공모전이다’였어요. 설사 결과가 안 나오더라도 받아들일 자신이 있었죠. 제일기획에 입사할 당시에도 전 한번 본 형편없는 토익 점수와 공모전 수상경력만 있었어요. 역시 사장님이 “토익 점수를 보니 제일기획에 올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고 하더군요. 그도 그럴 것이 제일기획에 입사 면접을 보는 사람들 대부분이 토익 만점자였거든요. 하지만 전 그 말을 듣고 살짝 화가 나서 “그런 제너럴리스트를 원하신다면 저도 입사할 의향이 없다, 전 광고의 스페셜리스트가 되려 한다”고 말해버렸어요. 정말 덜덜 떨면서 말했는데 다행히 좋게 봐 주신 거죠.

지금 생각해도 그렇게 말할 수 있었던 건 제가 정말 최선을 다 했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만약 제일기획에 입사하지 못했다 해도 제 가치를 알아주는 곳에서 일을 했겠죠. 지금도 전 그렇게 살고 있어요. 아직도 부족한 게 너무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내가 선택했다면 스스로 그만큼 그 선택을 존중하고 지지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하고 싶어요.

내가 선택했다면 스스로 그만큼 그 선택을 존중하고 지지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하고 싶어요.

Q 제일기획 공모전 대상을 2회나 했고 결국 제일기획으로 입사를 했습니다. 정말 많은 프로젝트를 해 냈고 능력을 발휘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벌에 관한 편견을 접한 경험이 있나요?

함께 일하는 동료 선배들의 학벌이 정말 좋긴 했어요. 가장 평범한 분이 서울대나 카이스트 졸업일 정도였죠. 하지만 편견은 없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저를 약간 독특하게 보는 시선이 있긴 했죠. 제가 항상 생각하는 것 중에 ‘서울대를 나와서 똑똑하다’는 건 너무 당연해서 재미가 없잖아요. 그런데 그렇지 않은 사람이 뭔가를 잘 해냈다면 오히려 더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이야기 거리가 되죠. 그런 점이 오히려 제 강점이지 않을까 싶어요. 중요한 건 절대적인 실력이죠.

Q 제일기획에서 현재 폴앤마크로 이직을 한 이유를 말해줄 수 있는지, 사실 제일기획은 최고의 직장 중 하나가 아닌가요?

제일기획 다닐 때도 교육 특강 의뢰가 오더라고요. 저는 너무 하고 싶은데 맡은 일 때문에 가지 못하고 때론 주말을 이용해 할 때도 있고요. 한 번은 16시간 강의 의뢰가 들어와 회사 일을 병행하면서 진행했던 적이 있어요. 그때 교육의 참 맛을 느꼈다고 할까요? 교육을 하고 나올 때 잊히지 않는 기억이 있어요. 처음 교육을 갔을 때 ‘저 사람이 잘할 것 같다’, ‘ 저 사람은 별로 관심 없어 보이네’ 이런 생각을 했어요. 지금은 없는 편견이죠.

결국 16시간의 강의가 끝나고 나서 최종 발표를 했는데 제 예상과 너무 다른 결과가 나오더라고요. 오히려 존재감 없이 있던 분이 진짜 깊이 있는 아웃풋을 냈고, 잘할 것 같았던 분들은 딱 그 정도 모범답안이더군요. 그때 전 정말 크게 부끄러웠고 감동을 느꼈어요. 그 후부터 사람의 가능성에 대해서 함부로 판단하지 말자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 경험 덕분에 더욱 강의를 하고 싶다, 교육을 하고 싶다는 열정을 느꼈어요. 그래서 폴앤마크를 택한 거죠.

Q 상대방이나 상사 혹은 클라이언트의 스타일을 파악하는 비결이 있나요?

전략적으로 파고들기 보다는 정말 진심으로 대하는 게 우선인 것 같아요. 그 진심을 조금의 오해 없이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죠. 도움을 받았던 이론 중 하나가 ‘미러링’이라는 기술이에요. 이 사람의 말투, 행동, 습관을 따라 하는 것이죠. 예컨대 리액션이나 끝말을 따라 하기 같은 거에요. 표정도 비슷하게 하고 심지어는 호흡도 비슷하게 하죠. 내가 교양 있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상대가 편하게 느끼게 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에요. 밝은 사람들하고 있으면 엄청 밝고, 조용한 사람과 만나면 조용해지는 것 같아요. 그렇게 상대의 스타일에 맞추는 거죠. 단 그게 가식적이고 전략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해야 해요. 상대와 소통하고자 하는 진심이 우러나야 한다는 거죠.

Q 굉장히 바쁜 스케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계발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있다면?

저는 반신욕을 정말 열심히 하고 있어요(웃음). 건강이 중요하다는 말이에요. 건강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해요. 저는 보통 8시간을 얘기해야 하는 사람인데, 감기라도 걸리면 큰일이거든요. 감기기운이 오려면 어떤 방법을 쓰든 막아버려요. 생 과일을 많이 먹고, 반신욕을 하면서 최선을 다해서 건강을 지켜요. 그게 프로페셔널인 것 같아요.

결국은 경험의 절대량을 늘려야 해요.

Q 요즘 학생들은 예전에 비해 개인주의적이라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요. 실제로 어떤 프로젝트에서 주역이 되기보다, 일원이 되는 것에 만족하는 경향을 보이는 학생들도 있는데요. 그들에게 조언해 줄 것이 있다면?

저는 요즘 학생들이 소극적이 되는 것이 어릴 때부터 너무 많은 요구를 받다가 질려버려 그렇다고 생각해요. 어릴 때부터 너무 많은 기대와 요구를 받죠. 또 어릴 때부터 검색으로 공부를 한 세대잖아요. 물어보면 답이 나왔어요. 검색이 불가능 했던 시절에는 생각을 해야 했는데, 이제는 검색에서 안 나오면 ‘왜 안 나와’라며 답답해 하죠. 안 나오고 안 가르쳐 줬으니 못한다는 게 익숙해져 버린 거예요. 그렇게 다른 방법을 모색하지 않고 거기에 머물러 있곤 하죠.

그런 태도는 사실, 본인에게 좋지 않아요. 부딪혀보고 경험해보고 스스로 찾아가야 새로운 게 나올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저한테 만약에 빨간색이라고 했을 때 딸기만 먹어본 사람이라면 딸기만 떠올릴 거예요. 그런데 사과나 장미를 본 사람이라면 다른 여러 가지가 마구 떠오르겠죠. 딸기만 떠오르는 사람과 많은 것이 떠오르는 사람이 만들어 내는 결과물은 다를 수밖에 없어요. 결국은 경험의 절대량을 늘려야 한다는 거예요. 최대한 내 머릿속에 빨간색의 것들을 늘려야 된다는 거죠.

또 이런 경우도 있어요. 나는 딸기만 있다고 한다면, 남들이 아무리 사과 얘기를 해도 알아들을 수가 없어요. 왜냐면 결국 내가 이해한다는 것, 기억한다는 것은 내 머릿속에 있는 것과 다른 사람이 말해준 것이 연결될 때 거든요. 연결이 안되니 이해 자체가 불가능하고 이해가 안되니까 무시해버리는 거죠. 즉, 새로운걸 만들어 내려면 우선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에요. 알아들으려면 내 머릿속에 빨간색이 많아야 되고 그것들이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받아들여 섞였을 때 새로운 게 나오는 거죠.

Q 꿈을 이뤄나가는 태도도 중요할 듯한데요. 자신의 지위 혹은 자신의 역할에 불평불만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 본인의 경우는 그런 기분이 들 때가 없었나요? 혹시 그런 기분이 들 때 어떻게 하나요?

저도 그런 순간이 엄청 많았죠(웃음). 처음부터 성과를 냈던 건 아니니까요. 열심히 했는데 결과물이 나오지 않으면 무시 당하기도 했죠. ‘매일 바빠는 보이는데, 대체 뭘 한 거냐’는 식이에요. 하지만 전 불평이나 불만은 끝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지하세계로 내려가는 것은 끝이 없어요. 그런 생각이 결국 자신을 해치기도 하죠. 탓하고 불평하는 것은 칼을 거꾸로 쥐고 찌르는 것과 같다고 하잖아요. 세상을 바꿔나가는 사람들, 뭔가를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의 특징은 불평을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힘든 순간에 제가 다짐했던 건 ‘나는 무너지게 하는(break) 사람 되지 말고 세워주는(build) 사람이 되자’였어요. 무엇을 무너지게 하는 것, 앉아서 말로 비판만 하는 것은 너무 쉬워요. 하지만 그런 어려움 속에서 무언가 세우고 회복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거든요. 또 우리의 뇌는 정보를 주는 대로 받아들인다고 하잖아요. 실제로 남에게 욕을 하는 사람은 자신도 스트레스를 받아요. 그 욕을 가장 먼저 듣는 것은 자신이거든요. 뇌는 그 욕이 남한테 하는 것인지 자신한테 하는 것인지를 판단하지 않죠.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 정말 중요한 이유에요. 학생들이 그걸 꼭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자기와 다른 영역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책을 읽는 것이 좋아요.

Q 광고기획, 혹은 기업 컨설팅 영역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학생을 위해 조언을 해 주신다면?

<기획의 정석>을 읽으라고 하고 싶어요(웃음). 저는 대학교 때 그렇게 했어요. ‘내가 논리에 대해 알고 싶다’면 그러면 논리와 관련된 책을 1백 권씩 읽는 식이죠. 대학 방학 기간에 할 수 있는 일이에요. 그게 저한테 정말 많이 도움이 됐어요. 절대량을 채우면 어느 순간 머릿속에서 그것들이 연결되면서 나만의 논리가 정립되는 시기가 오거든요. 요즘은 다들 너무 바빠요. 다른 단편적인 일을 하느라 우선 입력할 시간이 없고 당연히 출력할 시간도 없는 거에요. 근데 진정한 학습은 우선 들어오고 그게 나갈 때 이뤄지거든요.

다시 이야기하지만 우선은 책을 많이 읽어야 되는 거 같아요. 일을 잘한다는 것은 인간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야 하는데, 한 개인이 경험할 수 있는 인간의 폭은 사실 너무 적잖아요. 특히 학생 때는 더 그렇고요. 책에는 정말 다양한 인간의 섬세한 심리 묘사와 지식이 담겨 있어요. 그리고 자기 영역이 아닌 영역에 대해서도 다양하게 책을 읽는 것이 좋아요. 예를 들어 광고 기획 할 때 단순히 그것 하나에 몰입해 나오는 결과물과 프로그래밍 책을 읽고 포토샵 책을 읽고 수학책을 읽은 후 내는 결과물은 다를 수밖에 없죠.

[박신영]
(현) 폴앤마크 이사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
2013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코리아 랩 자문위원회 위원
2011 제일기획 전략그룹 광고기획자

인터뷰을 함께한 국민대학교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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