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가 열리는 이색 한옥 게스트하우스 GIWA HOUSE 임원우 대표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08학번)

게스트하우스는 본래 정부나 기업이 외국인 손님의 체류를 위해 마련한 숙소였다. 이후 게스트하우스는 개념이 바뀌어 외국인 여행자들의 저렴한 숙소나 외국인 노동자들의 거주지로 활용되다가, 요즘엔 국적이 다른 여행객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민간 외교의 장으로 본연의 가치를 이어오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게스트하우스들이 밀집한 서촌 한옥마을에 또 다른 개념의 게스트하우스가 탄생했다. 간판 하나 내걸지 않아도 문턱이 닳도록 사람들이 드나드는 ‘기와하우스(GIWA HOUSE)’가 그곳이다. 기와하우스는 전시와 갤러리를 겸한 디자이너들의 공간이자 우리나라 전통이 살아 숨쉬는 게스트하우스이다. 일찌감치 시작한 자취경력과 전공을 살린 한 청년의 꿈이 고스란히 담긴 곳 ‘기와하우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Q. 먼저 ‘기와하우스’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 드립니다.

기와하우스는 한옥 전시 공간이자 게스트하우스이며, 서울에서 산지 13년이 넘은 자취생들이 돈과 시간을 아껴보고자 합심해서 만든 공동주택이기도 합니다. 게스트를 위한 방은 총 3칸이고, 화장실은 2개가 있으며, 마당과 부엌은 공용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른 게스트하우스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곳을 전시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Q. 게스트하우스이지만 간판이 없는 것이 특징이라고 하셨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서촌은 이상, 윤동주, 이중섭 등 수많은 예술인들이 머물렀던 동네에요. 한 때 무장공비 침투사건으로 개발이 제한됐던 지역이기도 하고요. 물론 지금은 해제됐지만요. 또 서울에서 조선시대와 현재의 지적도가 일치하는 곳은 이곳뿐이에요. 특히 저희 기와하우스가 자리잡은 ‘체부동’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한옥들이 많이 밀집돼 있어요. 이런 곳에 간판을 내걸면 왠지 흠집을 내는 것 같아, 간판 대신 기와형상의 조형물을 설치했습니다. 길종상가 박가공 작가님이 만들어주신 작품이에요.

어떻게 하면 시간과 돈을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우연히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Q. 구체적인 창업동기가 궁금합니다.

처음부터 게스트하우스를 염두에 두고 만든 건 아니에요. 아르바이트를 굉장히 많이 했는데, 월세를 마련하면서 하고 싶은 일이나 공부를 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뭔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시간과 돈을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우연히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디자인 공부를 하려면 작업 공간도 있어야 하고 때때로 전시 공간도 필요한데, 학생 입장에서는 그런 공간을 갖는 게 쉽지 않았어요. 고민 끝에 작업이나 전시도 같이 할 수 있는 자취방을 찾기로 했고, 부동산을 3~4개월 정도 다니면서 지금의 이곳을 만나게 됐어요. 주인이 급하게 미국으로 이주해야 해서 월세를 싸게 내놨는데, 가격 대비 공간이 커서 전시공간으로 좋겠다 싶었어요.

전시공간을 생각하면서 인테리어 공사를 했는데, 이웃 분들이 놀러 오셔서 너무 좋아졌다고 칭찬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게스트하우스까지 생각하게 됐어요.

한글 타이포그래피가 얼마나 다양한 가능성과 매력이 있는지 알리고 싶은 포부가 있어요

Q. 디자인을 전공하셨기 때문에 인테리어에 많은 공을 들이셨을 것 같습니다.

기존의 이 집은 천장이 일부 무너져있었고, 방 몇군데는 사용조차 할 수 없는 상태였어요. 그래서 집주인의 허락을 얻어 개조를 했어요. 주인 분께 제가 디자인을 전공했고 어떻게 고치려고 한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흔쾌히 허락해주시더라고요(웃음). 전통적인 한옥에 현대적인 요소를 결합하면 묘한 분위기가 나는데, 그게 제가 전시하고 싶은 콘텐츠들과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했어요.

큰 공사를 한 건 방 2개랑 바닥이에요. 방안은 가려져 있던 서까래를 터서 한옥 자체의 멋을 그대로 살렸고, 바닥에는 타일을 깔아서 신발을 신지 않고도 화장실이나 부엌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했어요. 외국인들이 한옥 게스트하우스에서 제일 불편하게 생각하는 게 마당에서 신발을 신는 것과 딱딱한 바닥에서 잠을 자야 하는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Q. 전시회 때는 주로 어떤 것들이 전시되나요? 혹 대표님의 꿈과 관련이 있나요?

타이포그래피나 그래픽디자인을 주로 전시하고 있어요. 젊은 디자이너들이 대부분이지만, 사실 나이나 전공에 대해서 엄격하게 기준을 내리고 싶지는 않아요. 전시 분야는 조금씩 넓혀갈 생각인데, 최근에는 플로리스트랑 일러스트레이터가 합작 전시를 하기도 했어요. 전시 공간은 따로 제약이 없어요. 게스트 하우스 어디든 전시가 가능해요. 또 전시 기획이 진행되면 리플렛 같은 것은 제가 직접 디자인하기도 해요.

제 작품은 아직 전시를 하지 않았는데, 조금 더 준비를 해서 선보이려고 해요. 저도 디렉터보다는 디자인에 뜻이 있어서 언젠가 꼭 저만의 전시회를 가질 생각이에요. 아직 공부 중이지만 장차 한글 타이포그래피가 얼마나 다양한 가능성과 매력이 있는지 알리고 싶은 포부가 있어요.

외국인이 이용하기에 불편한 점은 현대식으로 바꾸되, 전통적인 한옥의 멋은 그대로 살리자는 게 제 목표였어요

Q. 중학교 3학년이면 상당히 어린 나이인데 일찍 자취를 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7년 정도 검도를 했었어요. 그래서 중학교 3학년 때 관장님이 검도로 유명한 고등학교를 추천해주셨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앞으로 검도만 하면서 살 수 있을까?” “내가 잘할 수 있는 다른 일은 없을까?” 하고요.

그때 생각난 게 그림이었어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부모님께 그림을 배우고 싶다고 말씀 드렸더니 엄청 반대를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고집을 부리니까 아버지께서 제안을 하셨어요. “내가 네 실력을 모르겠으니, 예술고등학교에 시험을 쳐서 합격 하면 보내주겠다.”고요. 그래서 시험을 쳤는데, 운이 좋았는지 합격했죠. 그래서 중3 말에 혼자 서울에 올라와서 미술공부를 시작했어요. 어렵고 힘든 점이 많았는데, 그것보다는 행복감이 더 컸어요. 어차피 뭘 해도 힘든 건 마찬가지잖아요.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니까 덜 힘든 거 같아요. 게다가 일찍 자립을 해서 배운 점도 많고요.

Q. 서촌, 연남동 등 서울 곳곳에 게스트하우스가 적지 않습니다. 창업하시기 전에 게스트하우스들에 대한 시장조사도 해보셨나요?

시장조사를 엄청 엄격하게 했어요(웃음). 논문을 찾아볼 정도로요. 알아 보니까 6~7년 전부터 게스트하우스가 굉장히 많이 생겼더라고요. 서울도 지역마다 다 다른데, 서촌은 특히 일본인과 중국인 여행객이 70~80%를 차지해요. 저는 일본인 친구도 있으니까 이쪽 지역이 좋겠다고 생각한 점도 있어요. 우리나라는 아직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법이나 제도들이 잘 갖춰져 있지는 않아요. 그래서 장단점이 있죠. 예를 들면 서촌은 다른지역보다 숙박업에 있어서 규제도 많고 엄격한 편이예요. 그런 걸 감수하면서도 이곳에 이런 공간을 만들고 싶었고요.

전시공간이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게스트하우스를 겸하는 곳은 저희가 처음이에요. 더욱이 한옥 게스트하우스는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많이 하고 있고요. 대부분은 전통을 살려서 하는데, 저는 보존하는 것만이 전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정신은 잇되 현대와 맞물려서 잘 알리는 것도 전통을 살리는 일이라 생각하거든요. 외국인이 이용하기에 불편한 점은 현대식으로 바꾸되, 전통적인 한옥의 멋은 그대로 살리자는 게 제 목표였어요.

Q. 창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전시 비용을 해결하는 것이 현재 풀리지 않는 고민이에요. 처음엔 저희가 돈을 조금씩 모아서 했고, 세 네 번째 전시는 ‘텀블벅’이라는 소셜 크라우드펀딩 후원을 받아 진행했어요. 후원금 50만원을 걸었는데, 200만원이 모이기도 하더라고요. 하지만 전시는 앞으로도 계속 할 거라, 어떻게 보면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해요. 그걸 열심히 고민하고 있고요.

Q. 기와하우스를 알리고 홍보하는 데는 어떤 방법을 사용하고 계신가요?

홍보사이트를 이용해 본 적은 없는데, 같이 사는 일본인 형과 누나가 일본에서 개인블로그를 통해 게스트하우스를 간접적으로 소개했어요. 그게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일본 분들이 블로그를 보고 저희 기와하우스를 찾아오셨어요. 오셨던 분들이 다시 오고, 또 소문이 나면서 많은 분들을 만나게 됐죠. 한국에서도 친구들이 소개를 많이 해줬고요. 한번은 외국인 그래픽디자이너가 오기도 했고, 최근에는 잡지 몇 군데에 소개가 돼서 더 많이 오시는 것 같아요.

외국인 게스트들이 어딜 가고 싶다고 하시면 가이드를 해드리기도 해요. 저희가 작년 8월에 시작해서 이제 딱 1년 됐는데, 벌써 스무 번 넘게 오신 분들도 계세요. 어떨 때는 게스트들이 또 다른 게스트들을 받아 체크인과 체크 아웃을 해주기도 해요(웃음).

성장의 핵심은 사람이죠

Q. 게스트하우스에 묵은 손님과는 친구가 된다고 하셨는데,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위한 네트워크는 어떻게 형성하고 계신지?

1차적으로는 디자인이나 음악 등 예술 하시는 분들이 많이 오는데, 그 분들이 필요한 부분을 제가 디자인해주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지죠. 덕분에 시너지 효과도 얻는 것 같아요. 얼마 전에는 네덜란드에서 그래픽디자이너가 왔었는데, 투어 가이드를 해드리면서 일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디자인 소스도 얻고 외국어 공부도 하고 다방면으로 도움을 받았죠. 처음에는 생각도 못했는데, 점점 전공과 연결이 되면서 지금은 이 게스트하우스를 통해 제가 도움 받는 면이 오히려 더 많은 것 같아요.

Q. ‘기와하우스’의 모토는 무엇인가요? 또 게스트하우스 운영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성장의 핵심은 ‘사람’이죠.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이 공간에 머물고 상주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기와가 다양하게 변모돼요. 전시를 하는 작가에 의해서 공간 분위기가 달라지고, 이 전시를 보러 오는 사람들이 또 다른 손님들을 소개시켜주기도 하죠. 손님들끼리 네트워크가 형성되기도 해요. 저 역시 그런 네트워크를 통해서 다양한 경험을 쌓게 되고요. 절대로 저 혼자서는 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우리가 어떤 태도를 갖고, 어떤 생각으로 접근하고 인연을 만들어 나가야 할지에 대한 생각이 참 중요한 것 같아요.

Q. 어려서부터 해왔던 자취생활이 현재 게스트하우스 운영에 꽤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생존력이 무의식적으로 많이 생긴 것 같아요. 학교생활을 하면서 게스트하우스 손님도 받고, 디자인 작업도 하고, 전시까지 하는 일이 쉽지 않은데 그 모든걸 해내는 걸 보면 제가 일찍부터 자취를 했던 경험이 큰 힘이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왜 어른들이 그런 말씀들 하잖아요. 어렸을 때 한약을 먹었는데 그게 어른이 돼서도 도움이 된다고요(웃음). 그런 것처럼 어렸을 때는 많이 외롭고 힘들었는데, 스스로 어려움들을 해결해나가면서 담담하게 대처하고 해결해나가는 정신력이 생긴 것 같아요.

그 뜻을 오롯이 헤아리고, 때론 그 너머를 보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Q. 아직 학교를 다니고 계신데, 대학생활 중 창업에 도움이 되는 점이 있다면?

학과생활, 대외활동 모두 중요한데, 우선은 학과생활이 중심이라고 생각해요. 학과활동을 통해서 제가 어떻게 디자인에 접근해야 하는지, 프로젝트가 들어오면 어떤 생각과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생각하게 되니까요. 2학년 마치고 큰 회사에서 1년 정도 일을 했었는데 그때 그 경험이 많이 도움이 되고 있어요. 디자이너는 크게 인하우스디자이너(기업 내 디자인 부서에 속한 디자이너)와 에이전시디자이너(디자인 전문 에이전시의 디자이너)로 나뉘는데, 인하우스 디자이너는 어떨까 궁금해서 경험해보게 됐거든요. 졸업하고 경험하는 것과는 또 다르니까 사회인이 되기 전에 도전해봤는데, 직간접적으로 게스트하우스 운영과 디자인 공부에 많은 도움을 받은 것 같아요.

Q. 기억에 남는 수업이나, 교수님이 계시다면? 그 이유는?

성재혁 교수님하고, 정진열 교수님이요. 저희 과 교수님들은 모두 훌륭한 분들이신데, 제가 금속공예과에서 시각디자인으로 전과를 해서 전과면접 때 처음 뵌 분이 성재혁 교수님이였어요. 정진열 교수님은 그래픽디자인을 가르치시고요. 두분 수업을 들으면 많은 생각을 하게 돼요. 교수님들이 하신 말씀을 곱씹으면서 그 이유를 알아가려고 해요. 부모님 생각을 알아가는 자식 입장이라고 해야 할까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지만 그 뜻을 오롯이 헤아리고, 때론 그 너머를 보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Q. 어학연수나 유학, 해외여행의 경험이 게스트하우스 운영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지난 겨울방학 때 배낭여행을 다녀왔어요. 게스트하우스 운영자로서도 그렇고 제가 하고 싶은 디자인 공부를 위해서 떠났던 여행이기도 했어요. 일부러 한국인들이 많이 안 가는 이탈리아 남부마을로 갔는데, 그곳에서 한국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조금 더 객관적인 시각을 갖게 된 것 같아요. 특히 게스트하우스에 관련해서는 전시공간을 어떻게 디자인해봐야겠다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됐고요.

Q. 디자인과 게스트하우스 운영, 꿈과 목표에 대한 우열을 나누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주요 목표는 디자인이에요. 게스트하우스로 시작은 했지만, 제 전공과 접점을 계속 만들어가고 싶어요. 그리고 디자인은 한정적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매체에 차이가 있을 뿐, 디자인은 모든 부분에 적용이 된다고 봐요. 그런 점에서 게스트하우스도 잘 이끌어가고 싶고요. 개인 학업으로는 타이포그래피와 그래픽디자인에 더 힘을 쏟고 싶은 마음이요.

Q. 같은 꿈을 꾸는 동기나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걸 기쁘게 받아들였으면 해요. 물론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그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나한테 힘이 생기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문제가 생겼다고 힘들어 하지 말고, 기회가 왔구나 하고 즐길 수 있었으면 해요. 저도 그게 쉽지는 않은데, 그런 태도가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더라고요. 또 문제가 표면으로 떠오르기 전에 항상 ‘왜’라는 질문을 하면, 그게 표면 위로 떠올랐을 때 지혜롭게 해결해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모든 어려움은 내가 성장하고 발전할 기회다!’라는 마인드인 거죠. 저도 그러기 위해 항상 노력할 생각입니다(웃음).

임원우
시각디자인학과(08학번)
현 GIWA HOUSE 대표

GIWA HOUSE
기와하우스는 서울 서촌에 위치한 한옥 전시공간이자 게스트하우스이다. 서울에 산지 13년이 넘은 자취생들의 공동주택이기도 하다. 손님을 위한 방은 총 3칸, 화장실은 2칸이며, 마당과 부엌은 공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전시 공간과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디자인의 다양한 가능성을 실험하고 모색하고 있다.

수상
Shu uemura x Nylon Art Project Grand Prize 2012

홈페이지
http://giwahou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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