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시대의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시도 해법은 예술에 있다 조승연의 청춘을 위한 코칭타임 세 번째

필자는 대학 재학시절 금융학을 전공했다. 재학 중에 지도교수님께 미술사를 부전공으로 선택하겠다고 하자 교수님은 “미술사는 그냥 취미로 해. 금융 전공해서 돈 많이 벌어 미술품 수집하면 그게 차라리 미술을 사랑하는 것이 되는 거야”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교수님의 그러한 말씀은 죄송스럽게도 빗나가고 말았다. 과거 예술에 국한됐던 섬세한 안목과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시각은 오늘날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필자가 대학재학 중일 때의 미국 사회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일자리는 IT와 금융업계였다. 이공계 전공자들에게 일자리가 널려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겨우 10년 사이에 국가를 막론하고 커다란 변화가 찾아왔다. 기업들은 아무리 좋은 상품을 내놓아도 소비자들이 ‘아름다운’ 상품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시장 가치를 가질 수 없게 된 것이다. 기업들은 그 사실을 깨닫고 지금은 전공과 관계없이 미적 안목이 높은 직원을 선호하게 되었다. 지도 교수님의 말씀 안 듣고 미술사를 부전공한 필자 역시 그 변화의 덕을 보고 있다.

새로운 변화의 시도

기존의 패러다임을 넘어서는 그 무엇을 시도하는 움직임은 사실 오래전 서양 예술계에서 시작됐다. 프랑스의 1850년대도 그랬다. 당시 프랑스에서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아카데미’ 전시회에 작품을 출품해서 상을 여러 번 받아야 화가로 입문할 수 있었다. 그림 잘 그리는 학생들이 너무 많아 상위 그룹에서는 거의 실력 차가 거의 나지 않았고, 결국 돈과 인맥이 있는 미대 출신들만 화가로 입문할 수 있었다.

당시에 등장한 화가 모네는 기존 방식으로 포화상태에 놓인 프랑스 미술시장에서 자기의 방식을 유행시키겠다고 마음먹었다. 그가 선택한 방식은 독특했다. 자신의 그림을 아카데미가 인정하지 않는 방법으로 그린 것이다. 사람들은 모네가 아카데미 전시회에 출품을 할 수 없는 작품만 그려 화가로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그러나 모네는 굽히지 않고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몇몇 예술가들과 의기투합해 아카데미전이 열리는 루브르 궁 (오늘의 루브르 박물관) 옆에 텐트를 치고 간이 전시회를 열었다. 모네의 전시는 예상을 뛰어넘어 정형화된 아카데미 스타일에 실증 난 미술 애호가들로부터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다. 그 후 모네는 한 시대를 풍미하는 화가로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

기존의 방식을 깬, 모네의 간이 전시회가 열렸던 루브르 박물관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어떤 업종이든 기존의 방식으로 구성된 시장이 포화상태 일 때는 과감하게 새로운 판을 짜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새 판을 짤 줄 아는 사람들을 ‘아방가르드’ 라고 한다. 아방가르드는 원래 나폴레옹 시대에 아군들이 진격하기에 앞서 적군의 후방을 정찰하는 ‘수색대’를 의미했다. 그러던 것이 점차 다른 사람들이 미쳐 생각하지 못해본 새로운 방법을 먼저 실험해 보고 퍼뜨려 미래의 유행을 만드는 예술가 집단을 지칭하는 말이 됐다.

아방가르드에 주목하라

1850년대는 유럽은 미술뿐만 아니라 피아니스트도 너무 많이 배출돼 경쟁이 치열했다. 그러나 파리에서 활동하던 헝가리 출신 피아니스트 프란츠 리스트는 포화 상태인 피아노 연주가들 중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되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고 오늘날까지 그 명성이 이어지고 있다. 프란츠 리스트 역시 새로운 유행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리사이틀이라는 새로운 연주방식을 도입한 프란츠 리스트

당시 유럽에서는 피아노의 위상은 가수의 노래를 받혀주는 반주용 악기에 불과했다. 훌륭한 반주자가 너무 많이 배출돼 탁월한 피아니스트들마저 벌이가 형편없었다. 프란츠 리스트는 매니저인 카뮈 플레엘과 함께 피아니스트들이 먹고 살 수 있는 새로운 유행을 만들었다. 객실의 조명을 끄고, 피아노가 놓인 무대 위만 밝은 조명을 밝힌 반원형의 극장에서 피아노만 연주하도록 하는 ‘리사이틀’이라는 새로운 연주 방식을 발명한 것이다.

이는 오늘날 일반적인 연주회의 전형을 만들었다. 피아노에 대한 기존 패러다임으로 반주만 해서는 피아니스트의 실력이 제대로 판가름 나지 않았지만, 리스트가 발명한 ‘리사이틀’이라는 포맷으로 뛰어난 연주 역량을 갖춘 피아니스트들이 자신의 실력을 드러낼 수 있었다. 역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또 다른 예로 1930년대 프랑스의 의상 시장을 들 수 있다. 역시 포화상태였던 프랑스의 의상시장에 ‘아방가르드’ 정신으로 혜성처럼 등장한 이가 세계적인 성공을 이룬 ‘코코 샤넬’ 이다. 샤넬은 아직 여성들이 활동적인 옷 보다 장식 많은 치렁치렁한 드레스를 선호하던 시대에 음악가 스트라빈스키, 댄스 코레오그래퍼 디아길리에브와 함께 ‘봄의 제전’ 이라는 실용적인 디자인의 연극 의상을 선보였다. 이 연극은 대대적인 히트를 쳤고, 이를 계기로 실용적인 의상은 큰 유행이 시작됐다. 샤넬은 그 후에도 아방가르드한 예술가들과 계속 교류하며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 냈다. 그녀가 살아있는 동안 프랑스는 패션 유행의 첨단을 걷게 되었고, <샤넬>은 오늘날의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되었다.

예술가는 현재의 유행이나 사회 통념에 가장 먼저 반기를 들고 새로운 유행과 사고방식을 실험하고 창조하는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의 생각과 삶의 방식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예측하려면 예술적 안목을 길러야 한다. 지금 중국에서 600만명, 인도에서 200만명씩 ‘각 분야의 전문 인재’가 대학 졸업장을 들고 세계 인력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고속성장 시대가 끝나고, 물건을 필요로 하는 사람보다 생산되는 물건이 더 많은 세상을 맞았다. 어떤 분야든 소비자에게 ‘아름다움’으로 어필할 수 있는 새로운 디자인과 유행으로 승부해야 성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대학 재학생들은 앞으로 무슨 일에 종사를 하건 미래의 유행을 예측할 줄 아는 능력과 미적 감각을 갖추어야 한다.

예술계에서 시도됐던 발상의 전환에 착안해 새로운 그 무엇을 창조해 내는 열정이 미래를 보장할 것이다.

이는 앞서 언급했듯 이공계 전공자도 예외가 아니다. 달라진 세상에서는 이공계 전공자 역시 예술적 안목이 있어야 성공을 점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술적 안목은 더 나은 스펙을 쌓기 위해 도서관에서 공부만한다고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음악, 미술 활동에 적극 참여해서 미적 감각을 기르고 예술계에서 시도됐던 발상의 전환에 착안해 새로운 그 무엇을 창조해 내는 열정이 미래를 보장할 것이다.

글_조승연 다양한 분야의 저서를 집필한 작가이자 5개 언어를 구사한는 언어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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