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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al Imagination, 사회적 상상체의 건축을 향하여 장윤규 교수의 건축이야기

현대는 우리가 상상하는 건축을 자유롭게 실현하는 시대다. 테크놀로지의 발전 덕분이다. 오늘날 우리는 보다 더 새롭고 경이로운 형태와 공간을 탐닉하고, 그 상상력이 가속될수록 구축적 건축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 그런 반면 현대사회는 문명의 발전에 의해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 개발의 임계점에 놓인 셈이다. 늘어만 가는 도시 인구와 건축, 인프라 등의 끝없는 팽창이 도시의 거주 공간과 식량, 생태환경을 위협하고 있다. 자본주의 심화에 따른 소비지향적인 태도 역시 지구온난화, 생태계 파괴 등 총체적 환경 고갈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상상력이라는 가능성이 도시와 사회를 바꾸는 도구로 치환돼야 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사회적 상상력이 결여되어 있다. 도시와 건축의 사회적 개입이 주로 관료적 구조의 개입을 통해 무분별한 도시개발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건축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관심도 이러한 이유에서 출발했다. 내가 구축하는 몇 개의 건축이 도시를 바꾸는 하나의 연결고리로 작용할 수 있는 까닭이다.

거버넌스 개념의 건축, 도시와 사회를 바꾸다

사회적 상상력의 가치는 도시의 인프라를 새로운 방식으로 개발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성수복지문화센터가 그 예이다. 이 사례는 도시 폐허로 버려지고 오염된 것들을 다시 새롭게 바꾸는 도시재생(Urban Regeneration)의 개념과 연결된다. 쇠퇴하는 기존의 도시에 새로운 건축 환경과 프로그램을 제공해 환경은 물론 산업, 경제, 문화를 되살려 도시가 부흥하도록 한다. 단순히 건축에 의해 도달되는 미적인 조작이 아닌, 건축으로 환경의 변화를 유도해 도시의 새로운 순환체계를 구성하는 것이다. 이런 도시재생은 도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거버넌스(사회 내 다양한 기관이 자율성을 지니면서 함께 국정운영에 참여하는 통치방식) 개념의 커뮤니티와 문화적 장치를 구성하는 방향으로 발전되어 왔다. 관공서의 기능이 행정 위주의 역할이라면, 거버넌스 개념의 건축은 도시와 사회를 바꾸는 역할자로서의 씨앗과 같다.

거버넌스 개념의 건축은 도시와 사회를 바꾸는 역할자로서의 씨앗과 같다. 성동복지문화센터

거버넌스 개념의 건축은 도시와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빌바오 구겐하임, 그라츠 쿤스트하우스, 런던의 테이트모던, 라반센터, 알솜의 그리니치지역 도서관 등이 그것이다. 이들은 모두 씨앗처럼 뿌려져 주변사회를 바꾸는 성공적인 건축 장치로 작용했다. 열악한 도시 인프라를 재건해 도시환경을 새롭게 바꾸어가는 것이 전형적인 사회적 건축이라면, 거버넌스 개념의 건축은 도시를 생성하거나 마을을 만들면서 계속 생성되는 환경시설도 변화시키는 건축이다.

청심단지 워터서클과 에너지플러스하우스

가평의 청심단지에 설치된 워터서클 오수정화시설이 거버넌스 개념의 건축이다. 물은 소중한 자원이며, 이를 대체할 다른 자원은 없다. 그러나 우리는 문명화된 마을과 도시를 만들어나갈수록 물의 오염과 낭비를 초래한다. 때문에 우리는 일상을 통해 물의 오염을 줄이는 노력과 함께 물을 아껴 쓰고, 재활용하고, 정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기존의 오수정화시설은 오염된 물을 정화하는 기능만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혐오시설이 된다. 반면 가평의 워터서클은 오수를 정화하기 위한 인프라인 동시에, 물에 대한 건축적 체험과 물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교육도구 역할을 한다. 혐오시설을 전시적 체험과 결합시켜 실제로 일어나는 물의 정화 과정을 인식하고, 물과 관련된 다양한 체험을 공유하는 <환경 인프라와 물의 교육>이라는 사회적 장치로의 변환을 제공하고 있다.

가평의 워터서클은 오수를 정화하기 위한 인프라인 동시에 물에 대한 건축적 체험과 물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교육도구 역할을 한다. 청심 물문화관

사회적 상상체의 건축에 가장 가까우면서도 간과되는 것이 주택일지 모른다. 주택은 사회와 도시를 이루는 기본적인 단위이면서, 도시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택 하나를 바꾸는 것이 사회를 바꾸는 가장 큰 효과를 가져다준다고도 볼 수 있다. 우리는 친환경주택을 단순히 실험주택이나 샘플하우스로만 바라보던 오래된 시각을 바꾸어야 한다. 기본 단위의 변화가 가져다 줄 환경적인 혁신을 주목해야 한다는 의미다.

에너지플러스하우스는 지구의 에너지를 주택 안에서 자족해 지구환경의 파괴와 오염을 줄이는 건축물이다. 에너지를 자족함과 동시에 남는 에너지를 되팔 수 있는 시스템만 완성한다면 지구에너지를 절약하는 효과도 가져 올 수 있다. 즉, 에너지플러스하우스는 자손들에게 쾌적한 지구환경을 물려줘야 한다는 것을 강조함과 동시에 에너지절감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담고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에너지플러스하우스는 일반적인 친환경주택과 확연한 차별점을 가지고 있다. 일반 친환경주택이 테크놀로지의 기능만을 강조해 건물 위에 태양열, 태양열 패널 등을 올려놓은 형식으로 되어있다면, 에너지플러스하우스에서는 에너지관련 테크놀로지와 디자인을 결합한 통합적인 주택 건축을 실현한다. 랜드스케이프(landscape, 건축물과 조화를 이루는 풍경 혹은 대지와 건축물의 조화를 고려하는 건축적 고려), 지붕 및 벽체 형태, 에너지 시스템을 총괄하는 루프텍처(Rooftecture, 지붕에 기술을 집대성한 건축물)라는 개념이 적용된 것이다. 주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지붕을 대지의 형상을 차용해 추상적으로 변형된 물리적인 스킨과 에너지생산의 시스템을 포함한 테크놀로지 스킨을 결합한 것이다. 에너지플러스하우스가 인류생존과 관계된 파이널하우스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에너지플러스하우스

우리 시대는 이렇듯 도시의 인프라를 사회적 상상력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개발하는 ‘사회적 상상체’의 건축물이 필요하다. 언젠가는 필요에 의해 온 도시가 에너지플러스하우스로 가득 찰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가장 느린 것이 가장 빠른 지름길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점에서 사람도 건축물도 도시와 문화도 다르지 않다. 지금부터 내 안의 사회적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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