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공간을 디자인 하다! 2Grey Design 이세훈 대표 (국민대학교 실내디자인학과 06학번)

‘공간’은 더 이상 실용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눈으로 보고, 또 보이는 공간은 순간순간 우리에게 말을 걸고, 누군가의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책꽂이가 일렬로 줄을 서야 하고 의자는 푹신해야 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천장에 달린 조명 하나, 책상에 놓인 마우스 패드 하나, 냉장고에 붙은 포스트잇 하나가 그 자체로 인간과 소통을 하기 때문이다. ‘2Grey Design’의 이세훈 대표 역시 공간으로 사람들에게 말을 건다. ‘순간의 소중함’을 담은 의자, 벽, 천장, 바닥, 창문, 가구와 소품들로 사람과 자연을 돋보이게 하는 공간을 표현한다. 그는 비닐로 만든 의자 ‘아니티아’로 해외에서 이름을 알리고, 그가 디자인에 담은 의미와 가치를 국내 시장에서도 알리기 시작했다. 젊음을 밑천 삼아 남다른 고민과 실험에 열심인 디자이너 2Grey 이세훈 대표를 만나보았다.

Q. 2Grey가 어떤 회사인지 간단한 소개 부탁 드립니다.

2Grey는 실험적인 공간을 디자인하는 회사입니다. 쉽게 말해, 가구와 공간에 의미를 담는 거죠. 제가 만든 가구는 실용성보다는 의미전달이 강한 편이라 처음엔 국내에서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해외 시장에 먼저 발을 딛고 거꾸로 국내로 들어와 알려진 케이스에요. 창업 초기에는 가구 중심의 디자인을 했다면, 지금은 인테리어나 설치 등 공간 전반에 걸쳐 디렉팅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가구와 공간 모두를 디자인할 수 있는 회사가 필요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디자인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Q. 창업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며, 어떤 준비들이 있었나요?

대부분은 회사에 들어가 차근차근 내공을 쌓고, 나이가 들면서 독립을 하죠. 그런데 무모해 보일지 모르지만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했어요. 첫째는 내 작품을 빨리 만들고 싶었고, 둘째는 뭔가를 다 배우고 하기 보다 하면서 배우자는 생각이었거든요.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자기 디자인으로 승부하고 싶은 욕심이 있을 거예요. 프리랜서로 활동을 시작한 덕분에 창업기간이 오래 걸리거나 특별한 준비가 필요하지는 않았어요. 대신 일을 하면서 계속 배우게 되니까 계속 준비를 해온 셈이죠.

협업을 하다 보면 그분들이 가지고 있는 내공과 경험이 얼마나 대단한지 직접 배우게 돼죠.

Q. 클라이언트의 프로젝트에 따라 프리랜서 디자이너들과 적절히 협업한다고 하셨는데, 2Grey의 구체적인 운영방식이 궁금합니다.

2Grey는 1인 기업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가구, 그래픽, 설치, 공간 등 작업 분야에 따라 작가들과 네트워크를 이뤄 프로젝트를 진행해요. 예를 들어 가구는 30년 이상 목공일을 해오신 장인 선생님과 일을 진행하고, 판매는 해외 편집숍을 통해 판매하는 식이에요.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현재 작업중인 이 카페도 가구, 공간, 설치, 미디어마다 각 분야 전문들과 작업했어요. 매 프로젝트마다 다른 분들과 일을 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뜻밖에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거나 생각지 못한 결과물을 얻기도 해요. 그렇게 협업을 하다 보면 그분들이 가지고 있는 내공과 경험이 얼마나 대단한지 직접 배우게 돼죠. 작업하는 순간만큼은 그 분들이 제 멘토가 돼주시는 겁니다.

Q. 규모 확장을 자제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회사가 커지면 어쩔 수 없이 매뉴얼이 생겨야 해요. 매뉴얼이 생기면 그 매뉴얼에 맞춰서 디자인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고요. A라는 곳에서 들어온 일과 B라는 곳에서 들어온 일을 매뉴얼에 맞춰서 진행하다 보면 일을 하기 위한 디자인이 되기 쉬워요. 아직은 젊고 실패도 무섭지 않은 나이라 디자인에 대한 욕심을 내기 위해서 선택한 방식이에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더 고민하고, 디자인적인 재미를 많이 찾으려고 합니다.

Q. 2Grey 라는 이름은 어떻게 지어진 이름인가요? 또, 경영철학 및 모토가 있다면?

말 그대로 두 가지의 회색이에요. 회색은 다른 색들을 받쳐주는 컬러인데, 2Grey가 추구하는 디자인도 같아요. 인테리어보다는 가구나 어떤 오브제를 돋보이게 해주는 디자인을 하려고 해요. 자연이 건물에 묻히는 게 아니라 건물이 자연을 돋보이게 하는 거죠. 또, 저는 톡톡 튀고 재미있는 디자인보다, 차분하고 무게감 있는 디자인을 좋아해요. 그레이가 갖고 있는 특유의 색감이 제 디자인의 모티브가 되는 경우도 많고요.

Q. 2Grey 운영에 어려운 점은 없으신가요?

많죠(웃음). 제가 회사를 다니다가 나온 게 아니라 젊은 혈기로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서툰 점이 많아요. 특히 프로젝트마다 전문가들과 협업을 하니까 하나부터 열까지 의견을 조율하고 핸들링 하는 게 가장 어렵죠. 프리랜서들은 각자 자기만의 방식과 노하우가 있어서 아무래도 자기 주장이 강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 것들을 잘 조율하는 게 최대 숙제에요. 요즘은 작업량이 많아서 저 혼자 하기가 힘들어졌어요. 그래서 공간이나 오브제 부분을 핸들링해줄 파트너를 찾아 콜라보레이션으로 작게 운영할 생각이에요.

Q. 특별한 클라이언트 없이 다양한 곳과 작업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만든 제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아직 공개할 수 없지만, 가구회사와 협업으로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주택 인테리어와 커피전문점 디자인이 마무리 단계에 있습니다. 개인 작품들은 해외 편집숍과 계약을 맺고 판매 중이고, 말씀 드린 신제품도 곧 국내에 출시될 예정이에요. 관공서 일도 했는데, 관공서는 디자인 보다는 설치사업 위주로 작업을 했어요.

Anitya 순간의 의미를 담은 작품

Q.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작품이나 작업이 있었다면?

작품이 많지는 않아요. 가구는 크게 두 분류 정도인데,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Anitya’라는 시리즈에요. 아니티아는 비닐을 녹여 만든 작품이에요. 졸업작품을 하면서 얻은 철학이 있는데, 세상에는 무한한 것이 없잖아요. 유한할 수밖에 없는 것들을 보며 영원보다는 순간이 더 의미 있는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작품이에요.

사실 국내에서는 반응이 좋지 않았는데, 개인적으로는 애착이 많이 가는 작품이에요. ‘순간’이라는 의미를 담은 작품인데, 비닐은 일회성을 대표하는 소재 거든요. 일일이 비닐을 녹여 만드느라 의자 하나 만드는데 3주가 걸렸어요. 고생스러우면서도 즐거웠다고 할까요? 비닐이 열에 의해 모양을 잡는데, 그때그때 구겨지는 움직임의 순간을 포착했어요. 이 작품을 보고 일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서 저만의 개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가장 최근에 작업한 ‘café la vue’는 다섯 가지 물성을 모티브로 디자인했어요. 다섯 가지 물성은 나무, 시멘트, 철제, 식물(자연), 사람이에요. 이 공간에 들어오면 사람도 하나의 오브제가 되고요. 그래서 가구도 최대한 얇고 덩어리가 없도록 만들었어요. 사람이 앉았을 때 그 모습 자체가 보였으면 해서요.

다섯 가지 물성을 모티브로 디자인했어요. 다섯 가지 물성은 나무, 시멘트, 철제, 식물(자연), 사람이에요.

Q. 만드신 제품들이 주로 해외 디자인 블로그에 소개되었고, 독일, 싱가폴,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구매가 이루어졌다고 들었습니다. 해외 시장에 먼저 진출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자기 작품은 다 자기 자식 같잖아요. 본래는 국내에 먼저 선보였는데, 반응이 굉장히 차가웠어요. 한 마디로 관심 밖이었죠. 그런데 교수님들이나 제가 존경하는 디자이너 분들은 좋게 봐 주시더라고요. 그때 해외 쪽에 먼저 알려보라는 조언을 듣고 해외 유명 디자인 블로그들에 제안을 해봤어요. 운이 좋았는지 디즈니 같은 매체 몇 곳에서 제 기사를 써줬고, 덕분에 국내에도 알려지게 됐어요.

Q. 국내 가구 및 건축 잡지에도 여러 번 소개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내에도 2Grey의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매장이 있나요?

국내에는 매장이 없고, 해외에서는 편집숍에서 판매되고 있어요. 국내에도 구매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주로 전시회나 개인 이메일로 문의하시는 편이에요.

Designer 앞으로는 공간을 전체적으로 디렉팅하는 디자이너가 되려고 하고요.

Q. 디자이너가 되려는 꿈은 언제부터 시작됐나요?

워낙 미술을 좋아해서 실내디자인학과에 들어갔죠. 그리고 디자이너는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사람이잖아요. ‘의미 전달’이라는 목표를 가지다 보니 가구를 만들게 됐고, 가구를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간으로 연결이 됐어요. 앞으로는 공간을 전체적으로 디렉팅하는 디자이너가 되려고 하고요.

Q. 국민대학교를 다니던 학창시절, 지금 하시는 일에 도움이 되었던 경험이 있다면?

저는 동아리 활동을 안 했어요. 그게 제일 아쉬움으로 남아요. 너무 커리큘럼에 맞추려다 보니까 대학생활의 재미있는 부분들을 많이 놓쳤죠. 도움이 된 건 대외활동이에요. 대학교 4학년 때 개인 영디자이너로 서울디자인올림픽에 뽑혀 다른 학생들과 팀을 이뤄 작품을 내고, 서울 디자인페스티벌에 작품 전시도 했죠. 이런 활동에서 오는 만족감이 크더라고요. 또 국민대학교는 커리큘럼이 되게 컨셉추얼하고, 실험적이라 개성 있는 작품들이 잘 나올 수 있는 것 같아요.

Q.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수업이나 교수님이 계시다면 소개해주세요.

실내디자인학과 김개천 교수님이요. 수업을 듣다 보면 머릿속이 하얘졌다 검어졌다 해요(웃음). 우리가 익히 배워왔던 상식들을 다 부정하다가도, 또 그게 아니라고 하기도 하시고. 어떨 때는 어떤 게 제 생각이고 어떤 게 교수님 생각인지 헛갈릴 때도 있어요. 교수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다가도, 어떨 땐 이해가 안되기도 하고, 근데 교수님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제가 디자인을 하면서 갖고 있던 생각들을 깰 수 있어서 좋았어요. 예를 들면, 제가 퍼즐 한 조각을 못 맞추고 있는데, 교수님이 100가지 퍼즐 조각을 던져주는 거예요. 그럼 저는 그 퍼즐들 중에 하나를 취하면 완성이 돼요. 재미있는 건 학생들마다 가져가는 퍼즐이 다 다르다는 거예요. 그걸 보면서 저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하고 디자인에 대한 감각을 폭을 넓힐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어학연수나 유학 경험이 있나요? 있다면 창업에 도움이 된 점은 무엇인가요?

여행밖에 못 다녀봤어요. 방황하는 시기에 어학연수라도 다녀왔으면, 지금 해외 바이어들하고 연락하고 일할 때 훨씬 수월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지금은 아는 분을 통해 도움을 받고 있는데, 제가 직접 할 수 있으면 더 빨리 처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근데 또 반대로 생각하면 제가 유학을 다녀왔더라면 지금처럼 창업하지 않고, 그에 맞는 커리어를 쌓아서 취업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Q. 창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인적 네트워크요. 제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디자인부터 감리까지 모두 다 잘할 수는 없거든요. 말씀 드렸듯이 그 분야에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던 분들을 많이 아는 게 상당히 도움이 돼요.

인맥관리 노하우는 뭐 술하고 센스죠(웃음). 이건 여담인데, 제가 프리랜서 분과 100만원에 계약을 했다가, 일을 잘해주시면 10만원을 더 얹어 드려요. 10만원이 별게 아닌 것 같은데도, 다음 번에 또 요청을 드리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빨리 도와주는 정이 생기더라고요.

Q. 인재육성에도 관심이 있으신가요? 2Grey의 인재상은 무엇인가요?

그 분야의 전문가요. 여러 가지 일을 잘하는 사람보다, 한 분야에서만큼은 전문가였음 좋겠어요. 인터넷이나 책으로 찾을 수 없는 경험과 노하우가 내공으로 쌓인 전문가 말이죠. 그래서 자기만의 고집이나 색깔, 노하우가 있는 분들과 파트너가 돼서 일하고 싶어요. 그렇다고 경력이 많은 전문가만을 고집하는 건 아니에요.

데뷔한지 얼마 안 된 후배가 있는데, 이곳 카페 벽면을 그 후배와 작업했어요. 제가 판단할 자격은 없지만 그 후배의 손맛이 엄청나더라고요. 저는 좋은 결과물을 얻어서 좋고, 사장님은 만족스러워서 좋고, 후배는 자기 PR을 하게 돼 좋았어요. 일석삼조죠. 가구는 30년 이상 경력을 지닌 장인들과 작업을 하고, 설치작업이나 미디어 쪽은 젊은 분들의 색깔이 더 잘 맞는 경우가 많아서 색깔만 맞으면 도움을 요청하는 편이에요.

자기 생각이 있다면, 자기만의 방식으로 뚫고 나가라고 말하고 싶어요. 힘은 들지만 뜻이 있으면 길이 열리기도 하거든요.

Q. 현재 진행중인 작업이나, 중장기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현재는 카페 라비우 마무리 단계에 있어요. 작업이 거의 막바지에 와 있어서 많은 분께 소개 드리고 싶네요. 천장에 조형물이 하나 걸릴 거예요. 제가 직접 조각해서 달려고 하는데, 완성되면 2호점, 3호점도 작업하게 될 것 같아요.

라비우 마감이 끝나는 대로 캠핑가구를 디자인할 계획이에요. 현재 진행중인 카페 라비우 밑으로 캠핑장이 하나 생기는데, 시중에 나와있는 것들은 생각보다 재미있는 게 없더라고요. 제 작품에 있는 재미있는 요소들을 섞으면 좋은 제품들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캠핑 전문가들과 협업하려고 합니다(웃음).

Q. 가구 디자인 멘토로도 활동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표님과 같은 꿈을 꾸는 학생들에게 조언하고 싶으신 것이 있다면?

‘가구는 힘들다, 작가는 돈을 못 번다, 그쪽은 경기가 안 좋다’는 말을 듣지 말았으면 해요. 물론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남의 실패를 듣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실패 경험들은 듣고 피해가면 되지, 힘드니까 안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자기 생각이 있다면, 자기만의 방식으로 뚫고 나가라고 말하고 싶어요. 힘은 들지만 뜻이 있으면 길이 열리기도 하거든요.

이세훈
국민대학교 실내디자인 전공(06학번)
現 2Grey Design 대표

2Grey Design
2Grey는 실험적인 가구와 공간을 디자인한다. 정적인 것보다 움직이는 디자인을, 화려함보다는 무게감 있는 느낌을 선호한다. 2Grey design은 프로젝트마다 현 업계에 있는 프로들과 협업하여 콜라보레이션을 한다. Objet에서 Space로 이동중인 회사다.

수상 및 경력
2013 Collaboration with Cherish
2013.09 Gwangju Biennale_Korea
2013.04 Anitya chair&candle_CIAC Italy
2012.09 Nefs dream furniture competition_Selection
2012.08 Gdesign Fair_Special Selection

홈페이지 http://leese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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