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여, 옛 것의 새로운 가치에 주목하라 청년 불황 시대를 이기는 법

로봇, 나노 같은 첨단 기술에 집중하는 요즘 시대. 그러나 한편에서는 빈티지 옷, 유기농 음식 등이 떠오르고 있다. 기술시대를 비평한 철학자들, 문학 작품은 먹고, 자고, 입는 기본적인 것의 가치를 되새기고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등 소위 ‘선진국’ 청년들에게도 심각한 실업문제, 이러한 청년 불황 시대를 현명하게 극복할 열쇠를 과거에서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세계적으로 청년 실업이 심각해진 중요한 이유는 요즘 청년들이 조부모나 부모세대의 성공 척도에 맞춰 미래를 준비해서라고 한다. 예컨대 의사, 변호사, 전문 경영인은 2차 세계 대전과 이어진 45년간의 냉전으로 세계의 대부분이 폐허로 변한 상황에서 꼭 필요한 직업들이었다. 신속하게 재건해서 사람들이 예전처럼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인프라와 사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던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신속한 노력으로 재건이 대부분 끝난 후의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삶의 질에 관심이 커진 것이다. 하지만 이 시기에 태어난 청년들은 여전히 부모나 조부모 시대의 성공 모델에 따라 의대, 법대, 경영대에 몰려갔다. 그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의사, 변호사, 경영 전문가들의 인력이 순식간에 수요를 넘기 시작했다. 이제는 소위 ‘잘 나가는 직업’에서 적정선 이상의 수요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러한 상황은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이미 잘 나가는 직업으로 주목받는 디자이너, 쉐프, 코디 분야를 지금부터 준비한다면 결과는 다르지 않을 것이다. 현재 각광을 받고 있는 분야를 공부하면 그 분야에 진출할 시기에는 이미 자리가 꽉 차 내가 들어갈 자리를 찾기가 어려워진다는 말이다.

좋아 보이는 일이 다가 아니다

고대 로마의 위대한 시인 호라시우스는 로마 최고의 외교관 마케나스와 절친한 친구였다. 두 사람은 철학적인 내용의 편지를 자주 주고받았는데, 그 중에 사람들의 끊임없는 욕심에 대해 쓴 내용이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그 내용은 이러하다.

“마케나스, 만약 대답할 수 있으면 말해주게. 왜 사람들은 자기가 선택하거나 운에 따라 정해진 길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길로 걸어가는 사람들의 인생을 부러워하는 것일까? 수십 년의 전쟁에서 몸이 고달파진 용감한 군인은 이렇게 말하지. ‘아! 상인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하지만 소금물 위에서 무역선이 제멋대로 날뛸 때 상인들은 뭐라고 할까? ‘군인의 인생이 훨씬 좋지. 짧고 날카로운 고통 한 번만 견디면 모든 것이 끝나잖아? 한 번에 죽든지, 아니면 승리의 영광을 차지하든지’, 번번이 닭 우는 새벽에 귀찮은 의뢰인이 급히 문 두드리는 소리에 잠을 깨야 하는 변호사는 농부를 부러워하고, 볼일 보러 도시를 방문한 농부는 도시 사람들만 행복할 것이라고 말하지.” [Horace, Satire I]

두 친구가 이야기한 인간의 본성은 사실 오늘날에도 바뀌지 않았다. 사람들은 자기가 가진 것 대신 무작정 좋아 보이는 일을 선택한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한곳으로 몰려 서로 손해만 보는 결과를 가져오곤 한다.

사람들은 자기가 가진 것 대신 무작정 좋아 보이는 일을 선택한다.

가치의 패러다임은 변한다

19세기 영국의 러다이트 운동(기계 파괴 운동)에 대해 들어보았을 것이다. 산업 혁명으로 모든 것이 수동으로 돌아가던 방직 공장에 증기를 이용해 자동으로 돌아가는 기계가 도입되자, 그 동안 수공으로 옷감을 짜던 방직공장 노동자들이 횃불과 몽둥이를 들고 공장에 새로 들어온 자동 기계들을 마구 부수었다. 수공으로 옷이나 가방 등을 만들던 공장 노동자들은 다 굶어 죽을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 노동자들을 향해 일반 영국인들은 ‘구시대의 산물’이라며 비웃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약 100여년 후, 기계로 만든 물건들이 넘치자 수공업자들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한 마디로 귀한 몸이 된 것이다. 1950년대부터 정말 제대로 옷을 만들 줄 아는 수공업자들은 ‘패션 디자이너’라는 새로운 이름을 달고 유명해졌다. 이브 상 로랑이나 발렌시아가 같은 유명 패션 디자이너들이 손으로 바느질 하는 장면은 수많은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오늘날 ‘수제’ 또는 ‘핸드메이드’ 제품의 가격이 비싼 것도 그런 인식의 변화 덕분이다.

오늘날 ‘수제’ 또는 ‘핸드메이드’ 제품의 가격이 비싼 것도 그런 인식의 변화 덕분이다.

일상의 의식주에 디테일한 손길을 적용해 성공한 사례는 또 있다. 미국의 수제 자전거 회사인 ‘Independent Fabrication’의 예가 그것이다. 이 회사 사람들의 전직은 미국의 대형 자전거 회사 노동자였다. 하지만 그들은 회사를 그만 두고 미국의 소도시로 이주해 부유한 주민들의 자전거를 그 사람의 몸과 운동습관에 맞게 맞추어주는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수제 자전거 붐을 일으켰다. 그 결과 ‘Independent Fabrication’은 대기업 못지않은 업계의 존경과 부러움을 받는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옛 가치에 주목하라

금융계나 IT 계에서 종사하던 많은 뉴욕커들 중 상당수가 허슨강변의 못 쓰던 땅들을 사들여 농부로 변신하고 있다. 패스트푸드 천국이던 미국에서 슬로우푸드 붐이 일면서 옛 유럽 시골에서나 볼 수 있던 거위농장, 와인 농장 등에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최근 뉴욕 사람들이 정육점에서 직접 칼로 손질해 맛을 배가시킨 고기를 찾기 시작했다고 한다. 덕분에 슈퍼마켓에 의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여있던 유럽의 정육 기술자들이 미국으로 이주해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기술이 발달해 모든 것을 기계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오늘날, 사람들의 욕구는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비록 오래 걸리더라도 의식주에 필요한 생필품들을 공장이 아닌 자연 속에서 채취해 손으로 직접 만들며 느린 삶을 살던 옛 방식을 그리워한다. 고대 로마의 시인 호라시우스가 말했던, 자기가 가진 것보다 남의 인생이 좋아 보이는, 또 없어진 것을 그리워하는 인간의 심리 때문일 것이다. 청년 불황의 시대, 모든 사람들이 올라타려는 기차 칸을 노리기보다 구시대 유물로 취급받거나 혹은 아직 사람들의 관심이 미치지 않는 분야에 관심을 기울여 볼 것을 권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를 찾아 기술과 능력을 기른다면 언젠가 기회의 문이 활짝 열리게 되어 있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조승연 소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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