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NIK 소개
  • 시작페이지
  • 즐겨찾기
  • 멘토데이트
  • 신입사원 24시
  • 코칭타임
  • 나도 Global
  • 트렌드 K
  • 웹툰
  • 이벤트
당신의 역사가 당신의 스펙이다 유사이래 이런 스펙이 없다. 영어, 제2외국어, 컴퓨터 자격증, 해외 어학 및 기술 연수, 봉사 활동, 대기업 인터사원쉽까지, 이력서의 경력 란엔 불과 10년 전의 대학생들은 상상할 수도 없었던 화려한 스펙들이 난무한다. 그런데 이들은 말한다. 취업이 너무 힘듭니다. 어떤 스펙을 더 쌓아야하죠?

스펙에 무조건 집착하는 청춘

본래 기계나 프로그램을 만들 때 필요한 성능과 특성을 말했던 스펙(speck)이라는 단어는 21세기 대한민국 대학생들의 꼬리표이다. 스펙이 곧 그 사람을 나타내며 모든 판단의 기준이 된다고 믿는다. 이 기능과 성능에 대한 믿음은 ‘무엇을 위한’이라는 근본적인 질문은 무시한 채, 맹목적으로 전파되었다. TV를 켜고 끄는 데에만 사용되었던 리모컨에 시계기능과 자동 녹화기능, 리셋기능, 음성 이퀄라이저기능이 추가되었다. 하지만, 이 기능을 제대로 다 사용하는 사람은 드물다. 여전히 전원의 on/off 버튼과 채널, 음성 버튼만이 손에 잡힐 뿐이다. 대학생들의 스펙 쌓기가 이런 모양새다. 필요한 것을 배우는 것이 아닌, 필요할지 몰라서, 혹은 남들이 하니까가 대부분의 동기부여이다. 시간의 낭비다. 여기 우스운 예가 하나 있다. 홍콩의 대표적인 영화배우 주성치의 작품 중에 <북경 007>이 있다. 코미디장르인 이 영화는 시종일관 시미치를 뚝 뗀 체 엽기적인 유머들을 선보인다. 이런 식이다. 특수 임무를 맡은 007 주성치가 사용하게 될 비밀무기를 소개하는 장면이 있다. 박사는 구두를 들어 올리며 말한다. ‘이 구두는 헤어드라이가 되는 구두라네. 아무리 어려운 임무 속에서도 항상 멋진 헤어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지.’ 현재 학생들의 스펙에 대한 무조건적인 집착을 풍자한 장면 같아 씁쓸하다. 도대체 비밀요원의 구두에 헤어드라이기라는 스펙이 무슨 필요가 있는가 말이다.

스펙에 대한 맹신은 몇 주 전 이 지면을 통해 이야기했던 인기 직업에 대한 몰림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대기업, 공무원, 교사로 이어지는 인기 직종에의 선호가 모두가 같은 스펙 쌓기를 낳고, 소모적인 경쟁을 부추기는 것이다. 결국 질문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삶을 살기 원하는 지로 다시금 돌아가야 한다.

스펙 이전에 필요한 것은 자체의 아름다움

Steve Jobs

일찌감치 컴퓨터를 통해 세상을 바꾸기 원했던 스티브 잡스는 대학에서의 공부가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결국 그는 한 학기 만에 대학을 중퇴한 채 사업의 길에 들어섰다. 그러나 학교를 그만둔 뒤에도 청강을 통해 꾸준히 들었던 과목이 있었으니, 서체에 관련된 수업이었다. 애플사가 만든 매킨토시 컴퓨터는 탄생과 동시에 전 세계 디자이너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수백 가지가 넘는 서체가 디자인 작업을 좀 더 창조적으로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는 컴퓨터의 속도를 높이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넣기 보다는 글자체의 아름다움이라는 다소 엉뚱한 곳에 집중했다. 스티브 잡스는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컴퓨터를 통해 사람들이 얻고자하는 것엔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스펙이라는 것을.

이 위대한 혁신가는 자신이 원하는 것뿐만이 아닌, 세상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이해했다. 모든 이들이 하나의 기능, 곧 스펙을 더 넣기 원할 때, 그는 본질과 상관없는 것을 빼내고, 단순화시키면서까지 디자인의 아름다움에 몰두했다. 스티브 잡스의 사고는 우리에게 생각의 꺼리를 던져준다. 기능적 스펙을 쌓아올리면서 우리는 인문적 교양, 혹은 유머감각과 같은 사람의 아름다움을 형성하는 스펙에 얼마나 신경을 써 왔는가 하는 점이다. 인간은 도구가 아니다. 스펙 이전에 필요한 것은 자체의 아름다움이다. 그것은 곧 인상을 결정하며, 평판을 만들고, 친구가 되고 싶게 한다. 더 이상의 스펙은 없다. 기능의 가격은 옵션이 추가될 때마다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아름다움의 가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전자제품의 가격과 미술품의 가격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생각하라. 스티브 잡스의 아름다운 서체는 이 차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진정한 스펙은 내가 아니면 다른 사람이 할 수 없는 것

그러나 아름다움과 스펙은 단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경력직 사원을 모집할 때, 이력서를 가득 채운 전직들은 절대로 장점이 아니다. 어느 한 곳에서도 오래 있지 못했다는 결점으로 비춰질 뿐이다. 스펙도 마찬가지다. 사회는 다양한 스펙을 원하지 않는다. 제대로 된 스펙을 원한다.

프랑스의 사상가이자 정치인이며 뛰어난 작가였던 앙드레 말로는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동양어학교에서 중국어와 산스크리트어를 배운 말로는 17살 때 대학입학 시험을 스스로 포기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에 더 오래 시간을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곤 도서관과 미술관에 박혀 자신이 가장 흥미로워한 동양의 예술과 학문에 빠져든다. 1923년 인도차이나 반도의 고고학 조사에 참여하면서부터 말로는 동양학의 대가로 인정받았다. 비록 후세에 약탈(!)이라는 단어로 평가되긴 하지만, 오늘날 루브르 박물관을 가득 채운 동양 유물들의 수집에 지대한 공로를 남김으로 그의 조국 프랑스에선 잊지 못할 영웅이 되었다. 스페인 내전에 참여한 행동하는 지식인이었고, 드골 대통령 시절 문화부장관을 역임하기도 한 앙드레 말로는 오늘날 프랑스를 문화 강국으로 만든 최고의 지성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의 일화는 말한다. 스펙을 위한 자격증을 따는 것이 아닌, 무엇인가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모두가 가지고 있는 수십 장의 자격증보다, 그 분야의 전문가를 찾을 때, 첫 손가락에 꼽힐 특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말로가 지니고 있던 동양예술과 학문에 대한 이해는 그를 대체 불가능한 특별한 전문가로 만들었다. 내가 아니면 다른 사람들은 할 수 없는 이 특별함이 바로 최고의 스펙인 것이다.

당신이 원하는 삶, 그리고 자신의 역사를 만들어라

이처럼 스펙을 만드는 것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르다는 것이다. 누군가와 같은 것은 절대로 좋은 스펙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디션 심사를 하다보면 재미있는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 결선이 진행될수록 실력이 뛰어난 참가자들이 탈락하고, 오히려 살아남은 도전자들의 음악 실력이 떨어진 참가자들보다 별로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일까? TV 오디션은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쇼이다. 그러니 비슷비슷한 출연자들은 필요하지 않다. 다양한 모양새의 출전자들이 내용을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것이다. 노래를 아주 잘하는 정통파는 한 명이면 족하다. 나머지는 좀 더 개성 넘치고 독특한 무엇이 필요하다. 하지만 단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만으로 최후까지 살아남았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대부분 이들은 자신들의 특징을 정확히 알고 있다. 음색과 리듬감에서 어떤 장점이 있으며 어떤 약점이 있는가를 완벽하게 인식하고 있다. 말하자면, 다른 사람과 재능이 다름을 일찍부터 받아들인 것이다. 남들과 같은 목소리로 노래하려고 흉내 내지 않는다. 그렇기에 맞춤형 선곡이 이루어지고, 맞춤옷을 입은 듯 한 무대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다.

“자신이 남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이해하고, 딱 맞는 곡을 고르는 것도 실력입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심사평을 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나오는 멘트이다. 사회, 기업에서 원하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비슷한 기능의 스펙은 전체로 봤을 때 이미 차고 넘친다. 그들이 필요로 남들과 다른 특별한 재능이며, 스펙이다. 생각해 보라. 나는 저들과 과연 무엇이 다른지.

언제나 그렇듯, 답은 간단하다. 원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하라. 그 안에 답이 있다. 원치 않는 것을 성공하기 위해 열심히 한다 해도 그것을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과의 경쟁에서 결코 이길 수 없다.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 그것을 통해 경력을 붙여가는 것이 곧 스펙을 만들어 간다. 스펙은 당신이 어떤 삶을 원하고, 어떻게 살아왔는가의 성적표이다. 심사관들은 멍청하지 않다. 고작 일이년 학원을 다니며 딴 자격증에 속지 않는다. 또한 입사가 인생 목표의 끝이 아니다. 오히려 시작이다. 똑같은 셔츠와 똑같은 넥타이 속에서 당신은 어떻게 당신의 다름과 특별함을 증명할 것인가?

세계적인 예술가 피카소에겐 늘 사람들이 찾아왔다고 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그린 그림을 보여주며 피카소의 의견을 구했다. 그때마다 피카소는 ‘참 잘 그렸네요.’라고 답했다. 그들의 그림이 정말 좋았기 때문이었을까? 말년의 피카소가 말했다.

“난, 그들의 그림에 관심이 없었어요. 내 생각은 온통 내가 그릴 다음 그림에 가있었으니까요. 그러니 굳이 험담을 할 필요가 없었던 거죠.”

당신의 인생에 집중하라. 옆 사람 따위는 잊어라. 그리고 당신 자신의 역사를 만들어라. 그것이 당신만의 스펙이다.

글 :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이 코너의 다른 기사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