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트렌드가 되고 있는 ‘3D 업종의 재발견’조승연의 청춘을 위한 코칭타임 두 번째

1978년, 히피 문화가 세상을 뒤덮던 때였다. 서양 각국의 청년들이 마치 몸살이라도 앓듯 새로운 철학과 삶의 방식을 찾아 방황했고, 격렬한 베트남 전쟁 반대 운동을 벌였다. 개중에는 극심한 일탈을 일삼는 이도 있었지만, 또 다른 부류는 불교사상에 매료돼 새로운 인생의 지표를 찾아 나선 사람들도 있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나고 자라 ‘애플사’를 설립한 스티븐 잡스인데, 청년 시절 그는 일본 저자 슌류 스즈키가 쓴 <젠 마인드>라는 책을 읽은 후 깊은 감동을 받아 다니던 대학을 자퇴했다. 그리고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인도로 긴 여행을 다녀 온 바 있다. 여행에서 돌아온 그가 <애플사>를 창업한 것처럼, 그렇게 서양인들에게 퍼지기 시작한 동양 철학인 윤회사상은 서양인들의 기업 철학에 영향을 주었고 오늘날 서양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는데 매우 중요한 바탕이 됐다.

윤회사상에서 발견한 서구의 새로운 패러다임

잡스가 여행을 떠날 그 무렵 서양사회를 휩쓴 불교의 윤회사상은 스위스 취리히 인근의 산골마을에 살던 프라이탁 씨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그는 어린 두 아들을 이끌고 깊고 좁은 산골짜기에 방치된 트럭 폐차장으로 갔다. 그곳에 도착한 프라이탁 씨는 두 아들에게 트럭 운전사 한 사람의 굴곡진 인생 스토리로 시작해 수많은 가슴 뭉클한 사연을 담은 트럭이 폐차되고, 고철로 버려진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트럭이 다시 용광로에 녹여져 전혀 다른 새로운 물건이 되어 나오는 이치가 동양의 윤회사상과 다르지 않음을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그로부터 35년이 지난 2012년, 프랑스의 예술가 마을 생-마르탱에 위치한 미술잡지사인 ‘AzArt’ 의 예술책 전시장은 버려진 트럭 방수포로 뒤덮혀 있었다. 누군가가 트럭 회사 로고가 인쇄되어 있는 부분을 절묘하게 잘라 마치 다다주의 예술작품처럼 보이는 천들을 넓게 펼쳐 놓은 것이다.

이는 버려진 트럭 방수포로 만든 프라이탁 가방 회사의 19년 역사를 기리는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이었다. 폐차장에서 아버지에게 들은 윤회사상에 매료된 프라이탁 형제는 그 후 폐차된 트럭의 방수포인 타르폴린을 재활용한 고급 메신저 백을 만들어 파는 ‘프라이탁 가방’회사를 차렸던 것이다.

이 제품은 순식간에 전 세계 젊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결국 두 형제는 세계 최초로 재활용품의 명품화에 성공한 것이다. 프라이탁 형제는 윤회사상이 적용된 트럭의 ‘전생스토리’를 자신들의 창업 철학에 접목 시켰고, 그 동안 재활용품 하면 냅킨이나 커피필터 같은 저가 생필품 범주로 여기던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 고가 프리미엄 상품의 범주로 끌어 올리는데 성공한 것이다. 오늘날 프라이탁 가방은 프랑스의 ‘쁘랭땅 백화점’ 같은 고급 백화점에서 명품에 준하는 고가에 판매되는 최고의 히트상품 중 하나가 됐다.

부모와 사회의 요구에만 순응하는 불행한 한국 젊은이들

한국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은 예나 지금이나 ‘사’자 들어가는 의사, 변호사, 검사, 판사 등이라고 한다. 요즘 들어 공무원, 대기업 직원으로 조금 더 넓어지기는 했지만 머리 쓰는 안전한 직업에 대한 선호는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막상 의사, 법조인으로 활동 중인 선배나 친구들을 보면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진정으로 법을 다루고, 병 고치는 것을 좋아해 법조계나 의료계를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표정이 밝지 않은 의사나 법조인을 보면 그저 학교 성적이 좋다는 이유로 혹은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선택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까지 의사나 법조인이 대접 받아온 이유는 오래전 한국전쟁 이후 우리나라가 가난하던 시절에 기인한다. 의사, 법조인이 되기까지 20년 넘게 학비를 댈 수 있는 경제력을 가진 집안의 숫자가 적어 희소 가치가 높았기 때문이다. 나라가 가난할 때는 의사와 법조인은 항상 모자란 직군이다. 수요 공급 원칙에 따라 자연스럽게 높은 대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당시에는 하는 일이 적성에 맞지 않더라도 사회적으로 대접받는 것으로 어느 정도는 직업 만족도를 높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나라의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능력만 있으면 누구나 의사나 법조인의 꿈을 키울 수 있다. 그리고 과거에 비해 그리 대접받고 있지도 못하다. 즉 진정 뜻이 있는 사람 외에는 의사와 법조인의 삶에 만족할 수 없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것이 행복한 표정의 의사와 법조인을 찾기 힘든 이유다.

사실, 선진국도 아주 오래전에 이런 과정을 겪었다. 독일의 유명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저자 괴테도 아버지의 강요로 문학을 전공하지 못하고 법대에 입학했다. 철학자 칸트도 그랬다. 유럽 선진국 청년들은 이미 150년 전에 이런 일들을 겪었다. 그래서 오늘날 서양 사회를 보면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 되어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약 30여 년 전 부터 유럽의 똑똑한 청년들은 우리나라 청년들이 기피하는 노동직종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 해 독특한 형태의 멋진 직업으로 재창조 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머리만 쓰는 시대에는 오히려 몸을 잘 쓰는 사람에게 큰 부가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런 깨달음은 새로운 직업 세계를 열게 하고 있다. 앞서 불교 윤회사상을 접목해 쓰레기 재활용이라는 3D업종을 신종 패션업으로 재창조한 프라이탁의 경우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장인을 공경하는 서구 문화의 기원

서구의 현대인들은 웬만큼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된 뒤에는 잘 먹고 잘 사는 문제보다 삶 속에 ‘Art’를 중요시하기 시작했다. 사실 ‘Art’ 라는 영단어의 어원은 ‘수작업’이었다. 고대의 단어로 관절을 의미하는 ‘Ar’는, 나중에 가구를 만들거나 물건을 조립하는 사람을 의미하는데 사용됐다. ‘나무나 쇠로 된 관절을 이어붙이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로 ‘Artisan’라는 단어가 쓰인 것이다. 이는 오늘날의 영어로도 ‘장인’을 뜻한다.

우리나라 조선시대에 사농공상(士農工商) 순으로 신분 차별이 뚜렷했다면 서양에서는 사제, 군인, 농민 순으로 신분 차별이 뚜렷했다. 손재주 뛰어난 ‘장인’은 이런 서열에 끼지도 못할 정도로 천대받던 계급이었다. 그런데 1300년대부터 이탈리아에서 장인들 끼리 뭉쳐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같은 직종 장인들끼리 모임을 만들고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최고 실력자를 가리는 대회를 열어 그 사람을 공경하는 문화도 만든 것이다.

이런 모임을 ‘Artisan’ 들의 모임이라고 해서 ‘Arte’ 라고 불렀다. ‘Arte’ 는 점차 빵집, 푸줏간, 가구점, 약국 등의 분야로 다양해졌다. 이탈리아 피렌체 가구상들은 가구에 그림을 그려 팔면서 그림 대회를 열었고, 금속 공예가들은 조각 실력을 겨뤄 각기 손재주를 뽐내기 시작했다. 그 때부터 아주 뛰어난 기술을 가진 사람을 말 그대로 ‘Fine Artist’ 라고 불렀는데, 여기서 지금 우리가 아는 ‘예술’이라는 개념이 생겼다. 따라서 ‘Art’는 뛰어난 땀과 손때를 요구하는 손재주와 관련이 깊은 말이다.

handmade

노동의 가치가 새롭게 부각되는 시대

오늘날은 땀과 손때를 요구하는 예술이 각광 받는 시대가 됐다. 천대받던 장인들이 존경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지금 예술은 인생의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것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식인과 노동자의 경계가 사라지고 자기 재주에 의미를 부여할 줄 아는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수제 요구르트, 수제 디저트 케이크 , 수제 구두와 같은 단어는 사실 땀 흘리며 노동하는 것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서양 선진국의 트렌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세상에서 아티스트는 지식을 쌓는 한편 항상 팔 걷어붙이고 기꺼이 땀 흘리고 손때 묻힐 준비가 된 사람을 말한다.

우리나라 역시도 조금 늦긴 했지만, 조만간 노동의 가치가 새롭게 부각되는 시대를 맞이할 것이다. 아직까지 자신의 꿈 대신 부모와 사회가 강요하는 ‘머리 쓰는 직업’에만 매달리는 청년들이여, 진정한 성공은 땀의 가치를 알고 손에 때 묻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때 이뤄진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글_조승연 다양한 분야의 저서를 집필한 작가이자 5개 언어를 구사한는 언어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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