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K : 반갑습니다. 새 책 출간과 함께 강연 활동 등으로 요즘 많이 바쁘시죠?
김태원 : 만나서 너무 반갑습니다. 서울에 있는 대부분의 대학에서 강연을 했어요. 제가 안 간 곳이 딱 두 곳이었는데, 그 한 곳이 바로 국민대예요. 이렇게 온라인으로 먼저 뵙게 돼 반갑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네요.
uniK : 현재 구글에서 하시는 일에 대한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김태원 : 현재 구글에서 미디어 & 모바일팀 ‘Account Strategist(과장)’로 일하고 있습니다. 구글이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주로 광고입니다. 기업들이 구글, 유튜브, 애드몹, 모바일 등을 활용해서 광고 캠페인을 할 때, 효과적인 광고 캠페인을 위한 전략을 짜는 것이죠.
uniK : 평일에는 직장에서 일하시고, 주말에는 이렇게 강연이나 인터뷰, 또 여러 프로젝트 진행과 동시에 원고도 쓰시죠. 두세 사람의 몫을 해내고 계시는데, 그런 역량이나 추진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건가요?
김태원 : 오늘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어요. “태원아 오늘 뭐해?”라고 묻길래 오늘 강연하고 인터뷰 있다고 대답했더니, “야 임마 좀 쉬어!” 하더라고요. “나는 이게 노는 거야.” 라고 대답했어요. 어떤 사람에게 글을 쓰는 것, 강의를 한다는 것은 굉장히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일이 될 수 있죠. 그런데 저는 이게 너무 재미있고 즐거워요. 제 생각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것 자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가치가 된다는 건 피곤한 일이 아니라 감사한 일인 것 같아요.
uniK : 보통 좋은 직장에서 근무하면, 그것만으로도 인생을 즐길 수 있을 거라고들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김태원씨는 정말 다르게 생각하시네요?
김태원 : 학생들을 만나 강의할 때 이런 질문을 던져요. “회사 밖에서 즐거운 사람이 회사에서 일을 잘 할까요, 못 할까요?” 당연히 회사 밖에서 즐거운, 행복한 사람이 회사 안에서도 일을 잘 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다시 물어봐요. 하루 24시간 중, 회사에서 일하는 8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서 무슨 준비를 하느냐고. 대학생들은 회사 밖에서의 삶을 준비하지 않아요. 중요한 것은, 대학 이후의 삶에서 직장 생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직장 밖에서의 삶도 균형 있게, 즐겁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회사 밖의 삶을 어떻게 즐겁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던 내용을 실천하는 것뿐이고요.
uniK : 역시 실천이 제일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웃음) 여러 강연을 다니셨다고 했는데,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강연이 있다면요?
김태원 : 정말 모든 강연이 다 느낌이 달라서 어떤 강연이 가장 좋았다고 단정짓기는 참 어려워요. 그래도 굳이 꼽자면, 덕성여대에서 했던 강연이 기억에 남아요. 원래 2시간짜리 강연이었는데, Q&A만 3시간 진행돼서 총 5시간을 강연했어요. 그 강의가 끝나고 정말 녹초가 된 상태에서 학생들이 저에게 준 쪽지들을 봤어요. 강의를 들으셨던 분들이 저에게 하고 싶은 말, 감사 인사 같은 것들을 하나씩 쪽지에 적어주셨거든요. 그 중에서 기억에 남는 메시지가 하나 있는데, 이런 내용이었어요. 한 여학생이 강의 당일이 남자친구 생일이어서 강의를 듣다가 7시에 만나기로 했대요. 그런데 7시에 남자친구로부터 전화가 오는데 강의가 더 듣고 싶어서 그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거예요, 남자친구 생일인데… 그래서 저는 속으로 ‘야,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죠.(웃음) 그 친구가 ‘오늘 제가 태원씨의 강의를 듣기 위해서 치른 기회비용이 이렇게 큽니다. 오늘 전해주신 메시지, 가슴에 품고 즐겁게 대학생활 하겠습니다’ 이렇게 써주셨는데,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이 외에도 메시지가 정말 많은데, 집에 모아두고 있어요.
uniK : 여기에도 메시지가 있는데요, 국민대 트위터를 통해 학생들이 작가님께 보낸 질문이에요. 여기서 질문을 몇 개 뽑아주세요.
김태원 : ‘구글의 입사 면접이 무시무시하다던데, 비법이나 팁이 있다면?’ 처음에는 오해를 많이 받았어요. 제가 구글에 입사할 수 있었던 것은 소위 말하는 ‘고(高) 스펙’ 때문이었다는 거죠. 사실, 제가 인터뷰를 하면서는 스펙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고, 저만이 가지고 있는 ‘태도’나 ‘생각’에 대해서 많은 얘기를 했어요. 제가 대학 때 공모전에 많이 도전했는데요, 공모전 수상 실적을 보지 마시고, 낯선 분야에 뛰어 들어서 빨리 분석하고 배우는 태도를 봐달라고 했어요. 구글처럼 빠르게 변하는 웹 생태계에 있는 회사에서는 빠르게 배우고 파악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uniK : 구직 활동을 하면서 다른 기업에도 이미 여러 곳을 합격한 상태에서 구글을 택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김태원 : 일단 구글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문화가 좋았어요. 사회생활도 대학 생활처럼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리고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나가는 글로벌 기업에서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변화를 이끌어나가는 구글의 모습을 보면서, 자극도 많이 받고 배우는 것도 많답니다.
uniK : 요즘 대학생들이 많이 고민하는 것이, 어떻게 하면 나를 ‘차별화’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것인데요. 어떻게 하면 ‘남과 차별화된 나’가 될 수 있을까요.
김태원 : 학생들과 진짜 차별화란 무엇일까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해요.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보면, 세상이 변하는 것에 맞춰서 내가 어떻게 준비하고 변해야 되는지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남들이 뭐 하는지를 보고 있어요. 서로서로를 보고 있으니까 결국엔 다 비슷해 지는 거죠. 이를 테면 ‘나는 남들과 차별화된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고 싶어. 친구들이 토익 시험을 볼 때 나는 창업을 해볼래, 아프리카 오지여행을 해볼래…’ 라는 생각들이 차별화 된 생각이라고 할 수 있겠죠. 저는 이건 ‘태도’에 대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아쉽게도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태도에 대해서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 것 같아요.
uniK : 책에서도 크리에이티브의 핵심은 ‘태도’라고 말씀하셨어요.
김태원 : 예를 들어, 어떤 아이가 있어요. 대학생이 될 때까지 변화를 싫어하고 도전도 하지 않고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서 살았어요. 그런데 이 아이가 대학에 가서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 해서 차고에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까요? 저는 못할 것 같거든요. 다시 말해, 크리에이티브도 태도의 문제에요. 우리가 크리에이티브라는 것을 이야기할 때, 보통 반짝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생각하는데, 그 아이디어가 실현되어야 진짜 크리에이티브라고 할 수 있거든요. 그 때 중요한 것이 바로 태도라는 거죠.
uniK : ‘태도’라는 것은 어떻게 변화될 수 있는 건가요?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은데요.
김태원 : 태도라는 것은 시간과 경험의 축적이에요. 시간과 경험을 축적하는 노력을 하지 않은 채, 난 취업만 하면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될 거라고 하는데 그게 과연 가능할까요? 책임감이라는 것이 지금까지는 이기적으로 살다가 내일부터는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결심한다고 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개인적인 노력, 실천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uniK : 좋아하는 일과, 잘 하는 일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김태원 :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혹은 잘하는 일을 한다고 늘 행복한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 일을 찾는 것은 마치 ‘목적지가 없는 여행’ 같은 거죠. 많은 학생들의 고민은 아직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모르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그 둘만 정확히 찾는다면 스스로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머리’만이 아니라 ‘발’로 고민해 보세요.
uniK : 마지막 질문을 할게요. 누구보다 치열한 20대를 보내셨는데 30대를 이렇게 보내고 싶다, 나이 마흔에는 이런 모습이었으면 좋겠다는 계획이 있다면요?
김태원 : 마흔이 되든 쉰이 되든, 항상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분들과 생각을 나누고 싶어요. <생각을 선물하는 남자>의 에필로그에 ‘마음속으로 <생각을 선물하는 남자>라는 제목 끝에 숫자 1을 붙였습니다’ 라고 썼어요. 앞으로 <생각을 선물하는 남자 2>, <생각을 선물하는 남자 3>…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는 뜻이죠. 그래서 마흔이 됐을 때에는 <생각을 선물하는 남자 5> 까지는 여러분에게 선물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