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K : <남극의 눈물> 촬영 차 다음 주 남극으로 떠나시는데, 이번에 가면 언제 돌아오시나요?
김진만 : 실제로 남극에 도착하는 것은 2월 8일경으로 보고 있고요. 개인적으로 남극에는 지난 2007년 <네버엔딩스토리>라는 프로그램 촬영 차 갔다 온 적이 있어요. <남극의 눈물>로는 작년 5~6월과 10~12월 동안 있었고, 다음 주에 가면 한 11개월 정도 있다가 돌아와요.
uniK : 작년 5~6월이면, 극장판 <아마존의 눈물>이 개봉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인데요. 왜 또 그런 ‘고난의 길(?)’을 택하신 건가요?
김진만 : <남극의 눈물>이 <아마존의 눈물>보다 먼저 시작된 기획이에요. 사람들은 ‘남극’이라 하면 얼음 외에는 별 게 없다고 생각하는데, 무궁무진한 생태계의 보고거든요? 바다의 해양 자원 상당량이 죄다 남극에 몰려있어요. 청정 지역인 데다, 6개월 내내 태양이 뜨기 때문에 식물 플랑크톤이 엄청나게 증가해요. 크릴 새우, 플랑크톤도 많고요. 또 그걸 펭귄들이 먹고 살지요.
uniK : 이번 <남극의 눈물>은 <PD수첩>을 연출하신 김재영 PD님과 호흡을 맞추시는데요.
김진만 : 정부를 곤혹스럽게 해서 남극으로 가는 건 아니고요.(웃음) 본인이 너무 하고 싶어하더라고요. 우리가 촬영하는 곳은 겨울 평균 영하 56도 정도고 제일 추울 땐 75도까지 내려가요. 저는 대륙에 있는 생태계와 환경, 그리고 기지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촬영하고, 김재영 PD는 고래와 해양 포유류들이 사는 바다를 다룰 예정이에요.
uniK : <남극의 눈물>에서 주인공은 단연 ‘펭귄’일 것 같네요.
김진만 : 사우스 조지 섬에 가면 백만 마리의 물개와 펭귄들이 서식하고 있어요. 펭귄들이 험한 남극의 환경에 적응해가면서 부부끼리 지혜롭고 현명하게 똘똘 뭉쳐 새끼를 지켜 내는 과정들이 굉장히 감동적이에요.
uniK : 남극 기지에 대한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담아낼 예정이라고 들었어요.
김진만 : 선진국들이 남극을 선점하려는 건 그곳에 엄청난 자원이 있다는 얘기거든요. 석유부터 시작해 해양 자원, 각종 지하자원도 마찬가지죠. 세종 기지는 대륙이 아니라 섬에 있어서 진정한 남극 진출이라 보기는 힘들고, 올해부터 장보고 기지가 착공돼 2014년에 완공돼요. 대륙 기지를 건설하는 과정뿐만이 아니라 그런 고민도 하고 싶은 거죠. 왜 남극이라는 그곳에 들어가고자 하는지를,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줄 생각입니다.
uniK : 남극을 테마로 하시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김진만 : 북극이나 아마존, 아프리카에는 원주민이 있어요. 부족민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면 그 지역을 이해할 수가 있는데 남극은 사람이 없잖아요? 처음에는 섭외도 너무 힘들고 해서 포기하려고도 했는데, 조사를 하다 보니까 남극의 생태계가 너무나 매력적이었어요. 온난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의 문제도 관심을 끌었죠. 예를 들어 남극에도 쥐가 들어가서 펭귄 새끼를 다 잡아먹거든요?
uniK : 그 추운 환경에서 쥐가 살아남나요?
김진만 : 네, 19세기 중반에 물개잡이들과 고래잡이들이 엄청난 포경 기지를 짓고 한 해 수십만 마리의 고래와 물개, 킹 펭귄들을 다 모아서 압축기에 넣고 기름을 짰어요. 그렇게 해서 한때 그 섬이 ‘작살’났어요. 그러다 남극 조약부터 포경이 금지돼 인간은 철수했지만, 인간과 함께 들어간 쥐는 살아남았어요. 온난화로 얼음이 사라지면서 쥐들이 전 지역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하고, 알을 잡아 먹으면서 생태계를 교란시키죠.
uniK : <남극의 눈물>에 담고 싶은 궁극적인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김진만 : 남극은 인간이 살 수 없게 만들어진 곳이잖아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 거죠. 오존과 태양 반사 등, 지구 전체적으로 인류가 살기 위한 조건을 만들어 주는 곳이기 때문에 거긴 놔둬야 되는데, 그럴 수만은 없는 상황이 오고 있어요. 선진국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고 우리나라만, 수백 수천 년 이후 인류의 삶을 위해서 안 들어가겠다고 할 수 없잖아요? 그런 철학적인 문제도 있고요. 그런 것들을 한번 다 다뤄 보고 싶죠.
uniK : 남극 기지에서 PD님께 응급 구조사 자격증을 따오라고 했다면서요? 성공하셨나요?
김진만 : 아주 우수한 성적으로 취득했습니다.(웃음) 기지에서 60km 떨어진 황제 펭귄 서식지에 가서 먹고 자고 해야 되니까 가장 위험한 게 동상과 저체온의 문제고요. 크레바스(crevasse, 빙하가 갈라져서 생긴 좁고 깊은 틈)에 빠질 수도 있으니까 자격증을 따오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영어로 할 때하고 다른 문제겠지요.(웃음) 언어 소통 문제가 사실 걱정돼요. 절대 오늘 같은 날은 나가지 말라고 했는데, 오늘 날씨 좋다고 알아들어 가지고 ‘룰루랄라’ 나갔다가 블리자드(blizzard, 빙관으로부터 불어오는 맹렬한 태풍) 같은 걸 만나면 위험하니까.
uniK : <아마존의 눈물>이 다큐멘터리로서는 전례 없는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전작의 성공 때문에 부담되는 부분은 없으신가요?
김진만 : 사실 죽고 싶죠…(웃음) 한편으로 좋은 점은, <아마존의 눈물> 이후 다큐멘터리 제작 지원비 협찬이 잘 되는 편이에요. 양질의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건 사실이거든요. 제작비 지원을 받는 만큼 더 좋은 메시지와 정보를 전달해야 되는 측면과 함께 어떤 식으로 잘 전달을 할지도 계속 고민이에요.
uniK : 다음은 국민대학교 홍보팀 트위터에서 받은 질문입니다. 누군가 거액을 주고 평생 아마존에서 살아달라 한다면, 아마존에서 살 생각이 있으신지요?
김진만 : (폭소)없지요! 돈 벌려고 아마존에 간 게 아니라 프로그램을 위해서 간 거잖아요? 한 250일 동안 저희 팀이 아마존에서 생활해 봤는데 못 견디겠더라고요. 옆에서 관찰하고 삶을 기록하는 문제와, 그들과 함께 산다는 문제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거든요.(웃음) 이해는 할 수 있지요. 우리는 보기 힘들고 때로는 역겨울 수 있지만, 저들의 문화에선 저럴 수밖에 없구나 하는 걸 말이죠. 하지만 지나가는 관찰자로서 먹었던 음식을 정말로 평생 먹어야 된다고 생각하면 견딜 수가 없죠. 저희는 그런 문화적 배경으로 살아온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요. 돈이란 게 신념이라면 그렇게 될 수 있겠지만, 평생을 아마존에 살면 돈은 언제 써요? 돈은 필요도 없는 곳인데… 제 부모님은 좋으시겠죠.(웃음)
uniK : 영화를 보면, 문명화된 사람이 원주민 처녀와 사랑에 빠진다든지 하는 스토리가 많은데, 실제 그런 일은 없었나요?
김진만 : 그렇지는 않던데요? 맘 상하긴 했어요.(웃음) 우리한테 반하면 어떡하냐고 했는데… 친해는 졌지만 언어적인 면에서 의사 소통이 힘들잖아요? 길어야 한 달 정도밖에 안 되는 사이에 사랑이 싹트는 건 불가능하고요. 무엇보다 저나 송인혁 감독은 별로 인기가 없었고, 어린 애들 있잖아요? 조연출이나 통역하는 친구들이 인기 있었기 때문에 저희는 빨리 떠나길 바랐어요.(웃음) 야물루와 그 엄마는 몸 고생 많이 했던 조연출, 그 친구를 좋아했거든요? 꼴불견이었죠.(웃음)
uniK : 야물루의 ‘삐유와’ 장면은 정말 영상 미학적으로도 탁월하다고 느꼈는데요. 의도하셨던 건가요?
김진만 : 기본적으로 조명을 갖고 가기가 힘들어요. 일단 장비가 무거워지고, 너무 많은 날파리들이 꼬여서 조명 켜기가 무섭거든요. 밤에는 어쩔 수 없지만 낮에는 자연광을 이용해 찍는 것이 제일 좋다고 생각했고 또 인혁이 형이 워낙 그런 걸 잘 찍어요. 여성은 특히 잘 찍는 것 같아요.(웃음) 남성과 나이 든 분들은 다른 카메라가 찍고요. 주로 젊은 여성들을 인혁이 형이, 혼신의 힘을 다해서 찍고 1~2시간 찍으면 금방 지쳐 해요. 너무 혼신의 힘을 다 해가지고.(웃음) 리얼리티만큼이나 여유 있게 찍을 수 있는 그림들은 시간을 두고 촬영하려고 노력했죠. 아마존 사람들은 야만적이고 지저분할 거라는 일종의 편견을 없애고 싶었던 건데요. 거기 사람들은 너무나 아름답거든요? 시청자들한테 이 사람들 더러운 사람들이 아니라고, 굉장히 아름다운 사람들이란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uniK : 사실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의 장르적 특성에 크리에이티브를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크시겠어요.
김진만 : 그렇죠. 다큐는 사실의 기록이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서 달라질 수 밖에 없어요. 크리에이티브란 건 바로 그런 것인데, 누가 가도 똑같은 걸 찍어오진 않아요. 100명이면 100가지의 촬영을 담아오고, 편집과 구성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또 그 100가지가 1만 가지가 될 수 있거든요. 수만 가지 중 무엇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전달할지는 PD의 생각일 수밖에 없으니까, 그런 면에서 크리에이티브한 거죠. 사실을 기본으로 하되 뭐가 재미있고 의미 있는 지는 PD가 판단해야겠죠.
uniK : 마지막으로, 시사교양 PD가 갖춰야 할 자질이 있다면 말씀 부탁 드려요.
김진만 : 전 사실 예능으로 들어왔고,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이 첫 프로그램이었어요. 하다 보니 잘 안 맞아서 교양으로 옮겼는데 예능도 마찬가지예요. PD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듣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카리스마를 가지고 독선적으로 ‘나를 따르라’고 하는 시대는 지난 거 같고요. 남극만 해도 펭귄부터 극지 전문가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그런 분들의 이야기를 정말 겸손한 자세로 듣고, 선택을 할 때 그 중에서 고민하고 고민해서 좋은 선택을 하는 것이 바로 PD의 역할인 거죠.
시사교양PD를 꿈꾸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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