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대나 청춘의 시기는 녹록하지 않다. 하지만 힘겨움의 질량만을 논하려다가는 자칫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청춘은 어느 시대나 힘겨웠으되, 당대 청춘들이 마주하는 시대의 풍경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가령 ‘평생 직장’이라는 말이 당연시 됐던 부모 세대의 삶과 여러 직장을 옮겨 다니며 자신의 커리어를 쌓는 젊은 세대의 삶이 같을 수는 없다. 그런데 간혹, 자신이 속한 세대가 일반적으로 취하는 선택 대신 조금은 앞서거나, 혹은 과감하다 싶을 정도로 다른 삶을 택하는 이들이 간혹 있다. 롤링다이스 제현주 콘텐츠 디렉터의 삶이 그런 쪽에 가깝지 않나 싶다.
제현주 디렉터는 KAIST를 졸업하고 매킨지, 홍콩 크레디트스위스 투자은행, 사모펀드 칼라일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글로벌 컨설팅 기업, 금융 기업에서 능력 있는 경영컨설턴트, 투자전문가로 10년을 살았다. 누가 봐도 ‘성공’이라고 인정할 만한 삶이었다. 하지만 이후 안정적인 직장을 뒤로하고 그녀가 택한 것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할지 선택할 자유’였다. 그녀는 “회사를 그만 두기 2년 전부터 참여했던 ‘책 읽기 모임’, 그리고 퇴근 후 이어졌던 공부가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고 이야기한다. 지금 그녀의 역할은 협동조합 롤링다이스의 콘텐츠 디렉터다. 롤링다이스는 독특한 조직이다. 단 몇 명을 빼고는 저마다 본업이 있는 직장인들이 퇴근 후와 주말을 이용해 일을 한다. 주로 전자책을 출간하지만, 그 외 구성원의 관심사와 역량에 맞는 다양한 프로젝트의 진행을 맡기도 한다. 2015년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요청으로 수행한 ‘사회적 경제 조직을 위한 기초컨설팅 사업 설계’, 2016년 서울혁신파크를 거점으로 진행한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책 소개 플랫폼 비: 파크’ 등이 그것이다. 출판 사업도 꾸준히 이어가 2012년부터 지금까지 총 25종의 전자책과 6종의 종이책을 출간했다. 몇 해 전 그녀는 그런 자신의 경험을 <내리막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라는 책으로 풀어내기도 했다. 전도유망한 직장을 떠났지만, 롤링다이스 콘텐츠 디렉터이자, 사회적 경제 분야의 경영 컨설턴트, 번역가로 살아가며 글 쓰고 공부하는 그녀의 ‘일’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녀는 지난 여름 4년째 맡아왔던 롤링다이스 대표 직에서 물러났다. 협동조합 형태이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대표가 다시 한 사람의 조합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대표를 맡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끌어가는 리더가 바뀌며 롤링다이스는 새로운 운영방식이 적용되고 있다. 그녀에게 그런 변화 역시 또 다른 경험이다. 새해를 맞으며 그녀는 “지난해부터 시작한 팟캐스트 ‘일상기술연구소’ 활동과 더불어 글을 쓰거나 옮기는 일에 속도를 높여 좀 더 많은 콘텐츠를 세상에 내 놓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롤링다이스는 일반적인 회사와는 전혀 다른 개념의 협동조합인데요.
어떤 방식으로 일을 진행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보통 회사와 일하는 방식은 다르다고 할 수도, 같다고 할 수도 있어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혹은 책을 출간하기로 결정하면, 그때 여력이 되는 사람들이 일을 맡아 역할을 나누어 움직이죠. 다른 부분이 있다면 무슨 일이든 그 일을 하고 싶다고 하는 사람이 있어야 착수하기로 결정한다는 점과 ‘누구는 무슨 일을 한다’고 딱 고정되어 있는 업무분장이 있지는 않다는 점이에요. 모두에게 결정권이 있고 다들 피고용인으로 일하는 게 아니니까 개별 조합원의 자율성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어요.
롤링다이스 결성 아이디어가 떠오르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당시 창업 멤버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시고 결심을 하시게 된 것인지요?
책 읽기 모임에서 함께 읽던 책들에서 힌트를 얻었어요. 철학 책에서 시작해서 정치, 경제 분야 책들을 읽다가 당시 <가슴 뛰는 회사>와 <협동조합으로 기업하라> 같은 책을 함께 읽었거든요. 일하는 사람들 스스로 오너가 되어 평등하고 민주적인 관계 안에서 일한다는 아이디어가 매력적이었어요. 그렇다고 하던 일을 다 그만두자고 제안하기는 저도 겁이 나니까, 다른 일들과 병행하면서 일상에 조금의 틈을 내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는 생각이었죠. 신기하게도 함께 책 읽던 멤버들 모두가 함께 하겠다고 동의했어요. 놀라웠죠.
홍대에서 책 읽기 모임이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계기가 된 셈이네요.
책 읽기 모임은 회사를 그만두고 시작한 게 아니라 회사 다니던 시절부터 하고 있던 거예요. 이미 2년째 하고 있던 모임이었죠. 이 모임뿐 아니라 퇴근 후 시간에 이런저런 강의도 듣고 공부도 하곤 했어요. 그런 시간들이 회사를 그만두는 결정으로 연결되었다고 생각해요. 돈 버는 일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직장을 그만두더라도 연결될 수 있는 사람들도 있고, 하루를 충만하게 채울 활동들도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물론 불안감은 있었어요. 다시 직장으로 돌아오고 싶어지면 당시 다니던 직장만한 곳을 찾을 수는 없을 거란 생각, 이 선택을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고요. 그렇지만 불안감보다 ‘다른 방식으로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거죠. 막연한 불안감들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봤고, 하나하나 따졌더니 다 견딜 만한 것이었어요. 그 정도 불안은 감수해볼 만하다고 여겼던 거죠.
제현주 디렉터는 한때 글로벌 경영 컨설팅 회사와 금융회사에서 일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상의 새로운 시도로 전혀 다른 선택을 하게 됐다고 고백한다.
좋은 조건으로 일하셨고, 투자 전문가로서의 일에도 만족감을 느꼈지만
10년만에 모든 것을 내려놓으셨습니다. 후회한 적은 없으신지요?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니요(웃음)? 그런 식으로 생각을 해본 적은 없어요.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이 주는 안정감과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할지 선택할 자유 중에 하나를 선택했을 뿐이고, 또 그렇게 직장 밖에서 일하다가 아니다 싶으면 다시 돌아갈 수도 있는 거니까요. 많은 분들이 남다른 선택을 한 계기를 묻곤 하시는데, 저는 이런 선택이 돌이킬 수 없는 특별한 선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절대 직장생활은 하지 않을 거야” 같은 생각을 한 건 아니에요. 떠날 때는 얼마간 직장 없이 지내다가 다시 직장생활을 하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어요. 물론 새로 구할 직장이 당시의 직장보다 좋을 가능성은 낮을 수도 있겠지만, 그게 두렵다면 영영 새로운 경험을 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그렇게 선택을 했고, 직장을 떠나서 일하다 보니 그냥 그 상태가 나름 만족스럽고, 또 이제 와서 저에게 직장을 제안하시는 분도 없기 때문에(웃음) 죽 그렇게 지내고 있는 거죠. 그때 생각은, 정말 말 그대로, 직장에 속하지 않고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직장생활을 10년 넘게 했고, 당시 하고 있던 일도 이미 꽤 오래 했다고 느꼈고, 그래서 다른 방식으로 다른 종류의 일을 경험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다르게 일하고 싶은 욕구’가 다른 직장에서 일하는 걸로 해소될 수 있는 종류가 아니라고 생각했고요.
순탄하게 흘러갔던 그녀의 지난 삶 속에서도 고민은 존재했다. 특히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자신의 20대를 돌아보는 것은 또 다른 느낌이 아닐 수 없다. 그녀의 고백에 따르면 20대는 늘 잘 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은 마음으로 치열했던, 그러나 한편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조언이 막연하게 다가오는 시절이었다.
제현주 디렉터 역시 20대에는 자신의 진로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았다.
20대 당시 생각했던 목표는 지금과 달랐을 듯 합니다.
디렉터님의 20대 지향점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지금 회상하는 그때의 지향점은 아무래도 지금 관점에서 돌아보는 거니까, 좀 왜곡이 있을 수밖에 없을 거예요. 다만, 그때나 지금이나 ‘무엇이 내 지향이다’, 라고 딱 잘라 규정하면서 지내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20대를 돌아보면, 일을 정말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무엇을 하든 좋은 결과를 내고, 늘 일을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었죠. 그런 마음으로 치열하게 지냈고요. 진로와 관련된 선택을 할 때는 나중에 기회의 폭이 넓어질 수 있게끔 선택하려고 고민했어요. 이 일을 하게 되면 나중에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질까? 이런 질문을 많이 던졌죠. 그게 잘했던 일인지는 모르겠어요.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조언을 하시는 분들도 많던데, 저는 ‘너무나 하고 싶은 일’ 같은 게 없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오히려 현실적인 고민을 많이 할 수밖에 없었어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잘 모르겠지만, 남들이 좋다고 하는 일, 전도가 유망하다는 일이 무엇인지는 오히려 찾기가 쉬운 면도 있으니까요. 이렇게 말하니 좀 창피하네요(웃음). 그래도 ‘이 일을 하고 나면 내가 어떤 능력이나 경험을 갖게 될까’를 중심으로 고민하고 선택했던 것은 비교적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20대부터 30대 초반까지의 경험이 제게는 행운이었다고 여기고요.
첫 직장을 컨설팅 기업으로 정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전공이 산업디자인이었는데, 제가 생각해도 정말 디자인에 재능이 없더라고요. 그냥 ‘열심히’ 하나로 버티며 졸업을 하긴 했는데, 기업에서 디자이너로 일할 자신은 없었어요. 그래서 전공에 특별히 구애 받지 않으면서, 제가 가진 능력과 잘 맞는 업종을 찾았고, 그게 경영 컨설팅이었죠. ‘꼭 컨설팅 회사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취업 준비를 했어요. 그때만 해도 다른 분들이 생각하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거죠. 다만 ‘첫’ 직장으로 좋은 곳을 선택한다는 마음은 있었던 것 같아요. 첫 직장에 들어가면서 내가 여기서 십 년 넘게 일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니까요.
디렉터님의 저서 <내리막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에서 어린 시절
‘일의 모델’이 아버지라고 하셨습니다. 어떤 분이셨는지 궁금합니다.
아버지는 오래 직장생활을 하셨고 그게 자연스러운 시대였죠. 저 역시도 회사를 옮길 수야 있지만, 그래도 나이 들 때까지 계속 회사를 다닐 거라고 자연스럽게 예상했었어요. 정작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보니 그렇게 몇 십 년이나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 몸을 가져다 놓으면서 산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죠. 제가 10년 좀 넘게 일하다가 직장을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 아버지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씀하시긴 하셨지만, 반대하지는 않으셨어요. 반대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신 듯해요. 어머니는 “네가 좋은 대로 하면 그만”이라고 하셨고요. 두 분 다, 제 선택을 두 분 뜻대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분들이세요. 의견을 말씀하시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의견일 뿐이죠.
그녀는 책을 통해 자신의 신입 시절 일화나 직장 내에서 경험했던 갈등 관계를 예로 들며 사회 초년생들이 겪게 되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대한 대처법을 이야기했다.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과 전문적인 일을 하게 될 거라는 기대, 업무량과 급여의 괴리감 같은 것은 사실, 어느 회사를 막론하고 신입사원이 직면하는 문제다. 그녀는 ‘어떤 경험이든 그 시간을 스스로 존중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책을 통해서 디렉터님께서 경험하신 직장 내에서 갈등관계나 신입 시절 일화 등을
볼 수 있었습니다. 고민하는 사회초년생들을 위해 조언을 해 주신다면?
어떤 상황이든, 지금의 경험에서 뭘 가져갈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일을 하는 건 어차피 장기전입니다. 더구나 커리어의 초반이라면,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어떤 경험을 쌓고 어떤 역량을 만들어가느냐가 중요하죠. 상황이 아무리 예상과 다르더라도, 하루하루 일하는 일상을 어떤 경험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인가는 자신의 책임이고 선택입니다. 이 말이 터무니 없는 상황도 다 참아야 한다는 뜻은 결코 아니에요. ‘어쩔 수 없어서 이걸 하고 있다’는 식으로는 생각하지는 않아야 한다는 거죠. 어쨌든 자신의 인생에서 엄청 큰 시간을 내어 하고 있는 일이잖아요. 그 시간을 스스로 존중해야 해요.
지난 2015년 9월 제현주 콘텐츠 디렉터는 ‘작은 출판사 협력의 상상’이라는 제목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사진은 25군데 작은 출판사를 직접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발표를 하는 모습. 출처-롤링다이스 공식 페이스북
그녀의 책 제목이기도 한 ‘내리막 세상’의 의미는 몇 해 전부터 언급되는 ‘'88만원 세대', '삼포세대' 같은 말과 다르지 않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에서는 청년들을 향해 열정이 부족하다거나, 좋은 직장만을 선호하며 도전 의식이 없다는 비판을 하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청년 시절은 누구나 힘들다’는 성급한 일반화가 전제된 비판이다. 청년이면 당연히 큰 목표를 세우고 꿈을 키워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 역시 현실과의 괴리감만을 키울 뿐이다.
기성세대의 문법을 따라온 이들의 경우, 예상과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질 때
혼란을 느낄 법합니다. 방향을 찾지 못하는 이들에게 조언을 해 주신다면?
사실, 저도 여전히 방향을 찾지 못했다는 느낌에 빠지곤 합니다. 그래서 조언을 드릴 처지라고는 생각 하지 않아요. 다만, 제가 그런 느낌이 들곤 할 때는, 방향은 평생 찾으며 살아가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달래요. “한번 방향을 딱 잡으면 그 길로 쭉 걸어가기만 하면 되는 거야” 이런 식의 이야기는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때그때 주어진 상황들에서 최선을 찾으려고 노력하면서,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좀더 이해하게 되고, 그래서 다음 번 선택에서는 조금 더 편안하고 현명하게 결정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어요. 너무 거창하고 장기적으로 먼 미래까지 한번에 생각하기보다는, 지금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들에 초점을 맞추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더라고요.
제현주 디렉터는 롤링다이스가 제작하는 팟캐스트 일상기술연구소의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다.
책에서 언급하신 일본 고등학생의 상황, ‘미래에 대단한 기대를 갖고 있지 않으며,
출세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는 구절을 보면서 우리나라 상황도 그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별히 재능도 없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하는 학생들이 변화를 위해서는 어떤 시도를 해 봐야 할까요?
살면서 변하지 않는 단 하나의 ‘하고 싶은 일’이 누구에게나 있는 건 아니죠. 저도 한동안 그게 뭘까 고민했었는데, 제가 찾은 답은 ‘계속 변한다’는 거였어요. 사람은 늘 환경의 영향을 받잖아요. 어떤 환경에서 누구와 만나 살아가느냐에 따라 새로운 욕망이 생기기도 하고, 있던 욕망이 사라지기도 하죠. 저는 그때그때 마음 속에 떠오르는 욕망들을 잘 간파하고, 작고 큰 시도들을 가볍게 이어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게 꼭 평생의 직업을 결정하거나, 직장을 옮기거나, 하는 식의 거창한 변화여야 하는 건 아니에요. 지금의 삶을 크게 흔들지 않으면서도 틈새를 만들어 다른 시도들을 해보고, 그러다 보면 거기에서 또 큰 변화가 이어지기도 하고요. 제가 거창한 생각 없이 시작했던 홍대 책 모임 같은 것도 그런 작은 시도의 하나였어요.
최근 시국 상황을 보면 10대, 20대들이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고 자신들의 요구를 말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보고 부모세대 분들은 희망 혹은 우려를 이야기하는 상황입니다.
디렉터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부모세대가 10대, 20대의 요구에 희망을 품든 우려를 하든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제 의견 역시 그리 중요하지 않고요(웃음). 10대, 20대들이 시민으로서 내고 싶은 목소리를 내고, 요구하고 싶은 걸 요구하는 것이 당연해요. 사회는 그 목소리와 요구에, 그게 누구의 것이든 정당하게 반응해야겠지요. 중요하고 옳은 것에 동의하고 그렇지 못한 것에 반대하는 식으로요. 그런 의견들에 ‘청년의 것이다, 학생의 것이다’라는 식으로 따로 꼬리표를 다는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럽다는 느낌도 듭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했다고 이야기합니다. 너무나 빨리 변화하는 세상에서 젊은 세대,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마지막 조언과 응원의 메시지 부탁 드립니다.
더 나빠질 수 있을까 싶지만 매일매일 바닥을 갱신하는 것 같은 시절입니다. 너무 빠른 기술의 변화는 미래를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것으로 만들고요. 저 역시 이런 시절에서 고군분투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6개월 정도의 시간에 초점을 맞추면서, 그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것, 즐길 수 있는 것, 해야 할 것들을 생각하면서 지내는 것 같아요. 너무 길게 보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드니까요. 그렇게 6개월씩 충실히 보낸 일상들이 잘 이어 붙어 나름의 그림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혹시 미래가 너무 막막하다는 생각이 드신다면, 이런 방식을 한번 시도해보시면 어떨까요? 모두에게 행운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