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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과 실패, 그리고 계속되는 도전 미국 실리콘밸리 VR기업 Alcacruz 개발자 임동현 (국민대학교 전자공학부 10)

4학년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난 뒤, 한 교수님의 연락을 받았다. 교수님께서는 “실리콘밸리로 인턴십을 갈 기회가 있는데, 한번 해볼래?”라며 먼저 제안해주셨다. 최소 6개월, 잘 되면 더 있을 수 있다고 하셨다. 평소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았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되고 싶었던 나는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10분 만에 실리콘밸리로 떠나기로 했다.

떨리는 면접의 시작

언젠가부터 대기업에 취업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게 돼 토익 시험은 보지 않았다. 당장 영어로 이력서를 쓰고 인터뷰도 보는 것에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놓치고 싶지 않은 기회라, 미국에서 살다 온 친구의 힘을 빌려 이력서도 작성하고 예상 질문, 답변을 만들어 전부 외웠다.

인터뷰는 화상 통화로 이루어졌다. 인사말을 주고받았고,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려는데 면접관이 먼저 어느 언어가 더 편한지 물어보았다. 인터뷰를 진행하던 나의 보스는 한국 사람이었고, 그 이후로 한국어로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영어에 대한 두려움에 철저히 인터뷰를 준비했던 덕분인지 수월하게 끝낼 수 있었다. 얼마 후 해당 인턴십 프로그램을 진행하시는 교수님께 연락이 왔다. 솔직함과 준비, 그리고 열정이 보였다는 피드백을 받았고, 합격을 축하한다는 전화였다.

본격적인 준비에 앞서

합격 발표 이후 인턴십을 위한 비자를 발급받았다. 항공권을 예약하고 현지에서 지낼 집을 구했다. 특히 실리콘밸리 지역은 집값이 상당히 비쌌다.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한 6명의 학생이 살 집을 구하는데 월세가 약 300만원 정도였다. 하지만 SGI(Sungkok Global Internship)프로그램을 통해서 항공료와 체류비 등 초기 정착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학생의 신분으로 인턴십을 떠나는 것이라 생활비나 기타 준비 비용이 꽤 필요했는데, 학교의 지원이 없었다면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다.

드디어 2013년 9월, 미국으로 향했다. 미국은 처음이었고, 사실 해외에 나오는 것부터 처음이었다. 첫 해외 경험을 취업으로 하게 되다니!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정신없이 지내다가 적응될 때쯤, 회사로 출근을 시작했다.

실리콘 밸리에 출근하다

내가 인턴십을 시작한 회사는 한국인 대표가 설립한 B2B(Business-to-Business) 회사였다. 당시 이미 안정적인 매출을 내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 새로운 분야의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부서를 준비 중이었고, 나는 그 부서에서 인턴십을 했다. 처음 몇 주간은 Co-working에 대한 기본적인 부분들을 배웠다. 그리고는 바로 업무를 부여받았다. 다양한 형태의 문서들을 우리의 요구사항에 맞게 적용하고, 혹은 다른 프로그래밍 언어로 구현된 기능을 우리가 필요한 언어로 변환하여 구현하는 일 등을 맡았다.

평소 주 2회 이상은 근처에서 열리는 개발자 Meetup에 참석하였다. 다양한 주제로 여러 사람이 모인 만큼 관심 분야의 사람들도 쉽게 만날 수도 있었다. 또한, 교수님의 도움으로 실리콘밸리의 여러 한국인 개발자분들을 만나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다. Google, Facebook, Intel을 비롯한 대기업부터 자그마한 스타트업들까지 방문해 그곳의 생활, 개발 문화 등 생생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특히 Google이나 Nvidia같은 당시 내 입장에서는 꿈만 같은 회사에 다니다가 그만두고 창업한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대기업에 다니다가 퇴직하면 치킨집을 차리는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상당히 다른 이야기였다. 도전과 실패가 훈장이 되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계기로 내 미래에 대한 관점도 상당히 바뀌게 됐다.

새로운 도전의 시작

인턴이 끝날 무렵 회사에서 정규직을 제안받았다. 그리고 또 다른 스타트업 회사에서도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나는 스타트업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이곳에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어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후 뜻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처참히 실패했다. 이에 성공한 경험을 보고 배우고 싶어서 Kakao가 인수한 첫 스타트업인 KidsNote에 들어가게 되었다. 성공한 스타트업은 어떤 조직, 어떤 구성원들이 존재하는가 등. 전형적인 서비스 회사에 속해 있다 보니 기술에 대한 갈증이 생겼다.

그 무렵, 나에게 직업을 제안했던 스타트업의 대표님에게 연락을 받았다. 혹시 현재 직업이 있는지, 아니면 이직을 고려중인지 질문을 해왔다. 마침 관심이 있던 차에 빠르게 결정을 하고 실리콘밸리의 VR 스타트업, Alcacruz로 이직했다. 사실 이직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면접 준비를 잘 못해 인터뷰를 통과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불합격 소식을 듣고, 면접관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나를 6개월간 인턴으로 고용한다면 실력을 증명한다는 내용이었다.

다행히 기회가 주어졌고, 한국에서 Remote로(원격, 재택근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3개월이 채 안 돼 정식 채용이 됐다. 1년간 재택근무를 했고, 작년부터는 한국 법인이 생겨 몇 직원과 함께 일하게 됐다. 나는 현재까지 2년 반 정도 근무하고 있다.

나는 학교에서 운영하는 글로벌 인턴십 프로그램 덕분에 큰 경험을 하였고 확실히 더 큰 생각으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게 됐다. 물론 학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들이 우리의 성공을 보장해주진 않는다. 단지 나 혼자만의 힘으로 하기 어려운 경험들을 조금 더 쉽게 체험해 볼 수 있게 도와줄 뿐이다. 하지만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법. 재학생들이 학교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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