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시절, 나는 일본어를 접한 이후 공부를 재미있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때부터 나는 일본에서의 생활을 꿈꿔왔다. 국민대학교 국제학부에 입학하면서 나는 일본으로의 유학을 꿈꿔왔다. 내가 교환학생을 그토록 원했던 것은 언어 공부는 물론, 졸업 후 일본에서 취직할 계획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이란 나라에서 생활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나는 도호쿠대학으로 교환학생을 가게 됐다. 도호쿠대학으로 유학을 가는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 법학부로 가는 특별 청강 학생, 영어로 수업을 듣는 IPLA, 자율 전공의 DEEP. IPLA와 DEEP 과정으로 참여하면 장학금(JASSO 장학금 : 매달 80만 원)을 받을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나는 법학부 특별 청강 학생으로 신청했다. 전체 학사 일정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또한, 추후 일본에서의 취업에 앞서 현지 아르바이트 경험도 쌓아보고 싶었다. 나는 어학점수, 성적증명서, 활동사항 등을 정리한 서류 제출과 필기시험, 면접 등의 과정을 거쳐 교환학생에 합격했다.
일본에 도착해서 신분증, 핸드폰 개통 등 모두 직접 알아봐야 했다. 이때 유학생활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러한 것들도 내겐 좋은 경험으로 남아있는 것 같다.
나는 도호쿠대학 기숙사에서 지냈다. 기숙사는 유학 서류 제출 시 함께 신청하면 됐기에 큰 문제는 없었다. 도호쿠대학의 기숙사는 전부 개인실이었다. 내가 선택한 기숙사는 방안에 샤워실, 화장실이 있고, 주방만 공용으로 사용하는 곳이었다. 개인적으로 유학생활 내내 편하게 생활했다. 또한, 나는 운 좋게도 유학을 떠나기 전 인터넷을 통해 센다이시에 거주하는 일본인 친구를 사귀게 됐다. 그 친구의 도움으로 현지 생활에 순탄히 적응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유학 생활 동안 나의 신분증이 되어줄 재류카드 발급받았다. 재류카드는 일본에서 중장기 체류자가 사용하는 외국인 신분증 같은 것이다. 소속 구청으로 찾아가 직원의 안내에 따라 여러 서류를 작성하고 발급받으면 된다. 마침 구청이 바쁜 시즌이라 그랬는지, 오전 11시에 접수한 재류카드를 오후 6시에 받을 수 있었다.
재류카드가 발급된 이후, 핸드폰을 개통하러 갈 수 있었다. 유학생은 일본에서는 핸드폰을 사용하기 위해 대리점을 거치지 않고, 전자제품 마트서 구입한 유심을 핸드폰에 갈아 끼우면 된다. 일본으로 떠나기 전 알아본 정보에 의하면 유학생들은 주로 ‘라인 모바일’이라는 유심을 사용하지만, 1년 약정이 있는 라인 모바일은 해약 시 해약금을 내야 한다. 나는 마트 직원과 상담을 통해 OCN 모바일의 유심을 구입했다. 한 달에 데이터 6GB에 전화가 가능한 유심으로 매달 2만원 정도 통신비를 지불했다.
일본에서는 우체국 통장만이 바로 개설이 가능하고, 대부분의 은행은 입국한 지 6개월이 지난 뒤에 개설이 가능하다.
이곳에서의 생활이 익숙해질 즈음에 새 학기가 시작됐고, 유학생 OT에도 참가했다. OT에서 만난 한국인 무리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들은 자율전공인 DEEP을 통해 유학 온 학생들로, 법학부로 온 나와는 다르게 먼저 친구를 사귈 기회가 있었다고 한다. 이후 연락처를 교환하고 같이 식사를 하며 기숙사에서 행해지는 파티를 같이 가자는 약속을 하며 친분을 나누었다. 사실 유학을 가기 전에는 일본에 가게 되면 일본인과 주로 어울리며 회화를 향상시키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막상 오랜만에 만난 한국인이 너무나 반가워서 그러한 생각이 쏙 들어갔다.
첫 수업 날, 캠퍼스에서 벌어지는 풍경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신입부원을 구하는 동아리들의 여러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있던 것이다. 한국에서는 학생회에 소속이 되어서 동아리를 할 시간이 없었던 나는 동아리 활동을 해보고 싶어 여행연구회라는 여행 동아리에 가입했다. 여행연구회는 센다이가 있는 미야기현 근교를 길게는 1박2일, 짧게는 당일치기로 여행을 가는 동아리였다. 활동을 하며 많은 일본인 친구들을 사귀었다. 여행연구회 외에도, 외국인 유학생이 많은 도호쿠대학의 유학생들을 위해 이벤트를 기획해주는 동아리 @HOME에도 비정기적으로 참여했다.
법학부 소속으로 교환학생을 왔지만, 꼭 법학과 수업을 들을 필요는 없었다. 나는 법학 수업이 궁금해 국제법을 하나 수강했고, 이외에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수업이나 일본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수업, 다문화 수업 등을 들었다.
유학 생활을 하며 매달 적게는 70만 원, 많게는 120만 원의 지출이 있었기 때문에,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 나는 일본에 온 지 두 달 정도 지난 5월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아르바이트는 마이나비라는 일본 구인구직 사이트를 통해 알아보았다.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본 뒤 이자카야에서 홀 서빙과 칵테일 제조를 맡았다. 시급은 9500원이었고, 밤 10시가 넘으면 25% 인상된 12,000원 정도의 시급을 받았다. 참고로 유학생의 경우에는 주 28시간까지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다. 주 3~4일 정도 일한 나는 매달 80~100만원 정도의 급여를 받아 생활비로 사용했다.
이번 교환학생은 나의 가능성을 시험해보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일본이라는 장소를 직접 경험해보면서 일본이라는 나라는 어떤 곳인지, 내가 과연 일본에서 혼자 살아갈 수 있을지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일본에서의 취업을 확정한 것이 아니라 계속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교환학생을 통해서 일본이라는 나라가 어떻고, 어떻게 생활하면 될지 확신과 자신감이 생겼다. 작년에는 일본인 유학생을 지원하는 학회 ‘유이’의 회장을 맡기도 했다.
일본인 유학생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물론, 학교 학생들과 친밀한 관계가 꾸준히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했다. 나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일본에서 지내면서 내 진로를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언어뿐만 아니라 일본의 문화까지 접하면서 학생 때가 아니면 할 수 없었던 매우 소중한 경험이었다. 조만간 또 다시 가게 될 일본이 내게 어떤 나라로 다가올지 벌써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