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일본 나고야 대학에서 시작된 국제마이크로 로봇대회는 세계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다. 2017년 대회에는 미국, 중국, 일본, 인도 등 7개국 14개 팀이 경쟁을 벌였다. 2003년부터 15회 연속 대회에 참가해온 국민대학교는 2008년부터 2010년 사이에 3년 연속 종합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국민대학교 KUL 팀은 2017년 대회에서 종합우승을 거머쥐며 다시 한번 저력을 과시했다.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이들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국민대 무인차량 연구실에서는 매년 학부생들을 모집해 국제마이크로 로봇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자동차공학전문대학원생과 자동차융합대학 학부생이 연합한 이 팀의 공식 명칭은 KUL(Kookmin Unmanned vehicle Laboratory)이다. 팀원 모집은 대부분 공개 진행하지만, 이번에는 교수님, 대학원생 등의 추천을 받은 인원이 참가했다. 구본일 팀장은 “실력을 검증받은 친구들로 구성됐다”며 팀을 소개했다.
“팀은 대학원생 5명, 학부생 7명, 총 12명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학부생들은 모두 처음 참가하는 친구들이었어요. 하지만 출전 경험이 있는 대학원생들의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갔죠. 재료 구입부터 아주 세심한 것까지 팁을 제공했어요.”
구 팀장은 이번이 세 번째 참가하는 대회다. 대회 참가 경험이 풍부해 교수님께서 먼저 팀장을 제안한 것이다. 그는 다른 대학원생들처럼 팁 제공은 물론, 팀원 모집부터 관리 등 세세한 부분까지 팀원을 이끌어 나갔다.
구 팀장은 참가 경험을 바탕으로, KUL 팀에 준비 기간이 꽤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는 6개월이라는 연습 기간을 잡고, 4~5월 중에 팀원을 모집했고, 실질적인 준비는 여름부터 시작했다.
“방학에 최대한 모든 준비를 마칠 수 있도록 진행했어요. 학과 공부와 병행해야 해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죠. 7, 8월 프로그래밍 교육 및 하드웨어 제작 교육 이후에 각자 로봇에 대한 연구 및 제작에 돌입했어요. 방학 때는 주말에도 나와 대회 준비에 매진했어요. 학기 중에는 공강 시간이나 수업이 끝난 시간을 활용해 늦은 시간까지 모임을 가졌죠. 작업실에서 다 같이 모여 의견을 나누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했습니다.”
이종항 학생은 “졸업 마지막 학기라 학과 수업과 병행하느라 힘든 부분이 있었다”며 준비 과정을 전했다.
“거의 매일 모이다 보니까 학업과 병행하는 게 녹록지 않았던 거 같아요. 그래도 개인 시간을 많이 줄이고, 대회 준비에 집중해서 좋은 결과를 얻은 거 같아요.” 이민호 학생은 이에 동의하며 “시간을 많이 투자한 것이 우승 요인이었다”고 비결을 설명했다.
“오랜 시간 동안 준비하고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온 거 같아요. 특히 교수님과 대학원 선배님들로부터 많은 노하우를 얻을 수 있었어요. 그걸 바탕으로 여러 방면으로 응용도 해봤고요.”
국제마이크로 로봇대회는 개인전이다. 개인이 만든 로봇으로 출전해 정해진 코스를 빠르게 통과하는 로봇이 이기는 방식이다. 예선전 없이 각 카테고리에 참여하는 학생들끼리 대결하는 방식이다. 팀 내부에서도 승자를 가려야 하는 것이다. 달릴 기회는 단 한 번. 이기려면 실력은 물론, 운도 중요하다.
조현우 학생은 이번 대회에서 “우승은 했지만, 실제 연습보다 랩타임이 늦게 나와 살짝 아쉽다”고 한숨을 쉬었다.
“대회장의 조명 밝기가 밝아 우리가 사용했던 적외선 센서가 잘 작동하지 않았어요. 이 때문에 실제 연습 때보다 좋은 기록이 나오지 않아 조금 아쉬웠죠. 그래도 많이 배울 수 있어 좋은 기회였죠. 감사하게도 2B 분야에서는 1등도 할 수 있었고요. (웃음)”
2A
1인치 자율주행 로봇 분야. 1인치 로봇이 컨트롤러 조작 없이 정해진 코스를 가는 방식이다. 적외선 센서를 사용해 길을 찾아간다. KUL팀이 이전에 참가하지 않았던 분야지만, 좋은 성적을 거뒀다.
*1등 : 유희정(자동차IT융합/3), 2등 : 김대종(자동차/4), 4등 : 이종항(자동차/4)
2B
1인치 원격조종 로봇 분야. 1인치 로봇을 컨트롤러로 조작해 정해진 코스를 주행하는 방식이다. 작년 대회에서 주력했던 분야지만, 블루투스 모듈 간 통신 문제로 인해 수상하지 못했다. 2017년에는 그 문제 해결에 주력했고,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1등 : 조현우(자동차/3), 2등 : 오현택(자동차/3), 3등 : 이나현(자동차/3)
3A
1.5인치 바이페달 로봇(2족보행 로봇) 분야. 2족 보행으로써 한 발이 땅을 딛고 있으면 다른 한 발이 땅에서 떨어져 있어야 한다. 마이크로 로봇은 크기가 작아 땅에 서 있도록 만들기에 어려운 편이다. 만들기 힘든 분야인 만큼 수상하진 못했지만, 다음 대회에서는 수상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3B
1.5인치 멀티페달 로봇(다족보행 원격 조정 로봇). 균형과 직진성이 중요하기에 여러 플랫폼을 제작해 실험해야 했다. 경기작이 작다는 점을 이용해 다리가 짧고 직진성이 좋은 플랫폼을 선택해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1등 : 이민호(자동차/4), 2등 : 오현택(자동차/3), 3등 : 이종항(자동차/4)
마이크로 로봇은 사이즈가 1인치, 1.5인치에 불과해 그만큼 정교한 작업이 필요하다. 고장도 잦기 때문에 다시 만들어야 하는 작업을 수없이 반복하기도 한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블루투스 모듈 간 통신 문제 해결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 여러 업체를 방문해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은 참가 경험이 많은 대학원생들의 노하우가 축적됐기에 가능했다.
마지막으로 구본일 팀장에게 2018년 국제마이크로 로봇 대회 참가를 희망하는 학생들을 위한 응원의 한마디를 부탁했다.
“공모전에 참여하면 경쟁력도 키울 수 있고, 많이 성장할 수 있어요. 지금부터라도 준비해서 어떤 로봇 대회든지 참가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노력과 정성이 있다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2018년 국제마이크로 로봇 대회에는 다른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새로운 팀장이 팀을 꾸려 참가할 예정이다. 국민대학교는 올해 대회에서도 학교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였던 환희의 순간이 다시 한번 재현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기계적 기술]
마이크로로봇은 기본적으로 헤더, 모터드라이브, 블루투스 모듈로 구성되어 있다. 외관에는 바퀴 혹은 베어링이 달려있다. 헤더는 각 모터의 rpm, 회전 방향 등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헤더 기판에 삽입된 칩에 코드를 저장한 후, 컨트롤러에 대한 움직임을 설정한다. 모터드라이브 기판에는 모터드라이브와 모터를 납땜한다. 모터는 로봇이 움직일 수 있는 바퀴 역할을 담당한다. 블루투스 모듈은 컨트롤러로 조작할 경우에만 사용한다.
2A 분야는 컨트롤러 없이 자율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블루투스 모듈 대신 모터드라이브 기판에 적외선 센서를 달아야 한다. 적외선 센서란 거리 값을 읽을 수 있는 센서다. 센서가 읽은 거리 값으로 로봇이 값에 해당하는 만큼 움직인다. 특히 2A 분야는 로봇이 가야하는 루트가 정해져 있어, 벽과의 거리를 인식할 수 있는 값을 계산해 헤더에 저장해야 한다.
3B 분야는 멀티 페달 로봇으로, 여러 개의 다리를 움직여 최단 시간에 목적지에 도달해야 한다. 직진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다리의 위치를 조정하고 모터의 값을 조절해 최적의 조건을 만들었다. 멀티 페달 로봇은 여러 개의 다리가 움직이기 때문에 다리 배치를 잘 한다 하더라도 조종을 잘 못하면 직진하기 어렵다. 이는 컨트롤러를 통해 조종하는 것으로, 블루투스 모듈을 사용해 무선 조종하였다.
[통신기술]
블루투스 모듈은 무선 조종을 하기 위한 장치로, 컨트롤러를 사용해 조작할 경우에만 사용한다. KUL 팀은 블루투스 모듈은 통신으로 이루어지며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을 활용했다. 블루투스는 프로그래밍이 비교적 쉬운 아두이노 전용 블루투스 컨트롤러 모듈을 구매하여 사용했다. 컨트롤러에서 직진, 후진, 좌회전, 우회전 스위치를 누르면 로봇에 있는 블루투스 모듈과 컨트롤러의 블루투스 모듈은 통신을 한다. 이때 기능이 이 올바르게 작동하도록 컨트롤러, 로봇에 각각 프로그래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