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서형은 게임에 관심이 많았다. 장차 커서 게임이나 앱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하지만 IT 특성화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전까지는 아이디어를 노트에 적어두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고등학교에서 관련 교육을 받은 그는 청소년들의 언어순화를 위해 만든 ‘바른말 키패드’를 세상에 내놓았다. 국민대학교 소프트웨어학부 17학번, <비트바이트> 안서형 대표의 약력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게임과 스마트폰 앱을 만들고 싶었어요. 특성화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프로그래밍도 배우고 앱 개발 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 제 아이디어를 현실화 시킬 수 있게 되었죠. 또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가 팀을 이뤄 소프트웨어를 만들면서 의사소통하고 협업하는 방법도 배웠어요.”
‘바른말 키패드’는 대기업 사회문제 공모전 용으로 만들었다. 청소년들의 습관적인 비속어 사용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안서형 대표와 그의 고등학교 동기 5명이 힘을 모았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만든<비트바이트>라는 팀이 곧 회사 이름이 됐다. 2015년 출시한 ‘바른말 키패드’는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계속 업데이트 중이다.
첫 출시 당시 ‘바른말 키패드’는 비속어 사용 횟수가 줄어들면 포인트가 쌓이고, 이걸 기부하는 방식이었다. 이후 금전적인 기부 방식은 사용자 스스로 비속어 사용을 경계하는 ‘자아성찰’로 방향을 바꾸었다. 비속어 사용을 원천 차단하던 서비스는 비속어를 치면 이모티콘으로 바뀌도록 수정됐다. 또 비속어 사용을 줄이면 ‘참잘했어요’ 도장을 대신한 트로피가 쌓였다. 사용자 스스로 비속어 사용을 경계할 수 있는 구조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비트바이트>의 대표 서비스인 ‘바른말 키패드’는 청소년의 습관적인 비속어 사용을 줄여주는 언어습관 개선 앱이에요. <비트바이트> 이름에는 컴퓨터 용량의 최소 단위인 ‘비트’가 모여 ‘바이트’가 되듯, 우리의 작은 노력이 모여 큰 성과를 이룬다는 바람이 담겨 있어요.”
어린 시절부터 컴퓨터만 좋아했다는 그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며 성격도 바뀌었다고 한다. 중학교 때 정보영재교육원에서 프로그래밍의 ‘맛’을 본 뒤 고등학교에서 관련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학교 공부와 앱 개발을 병행하느라 벅찰 때도 있었다. 전공 공부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하고 싶던 공부라 해낼 수 있었다. 그 결과물로 나온 앱이 ‘바른말 키패드’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2주 만에 6만 명이 다운로드 받았다. 사용자들은 개선사항 요청과 함께 앱의 유용성을 칭찬했다. 이후 그는 소프트웨어특성화 학교인 동시에 창업지원에 강한 국민대학교 소프트웨어학부에 ‘프론티어 전형’으로 진학했다. 실력있는 동기들과 선후배가 많은 학부에서 마음 맞는 동료를 구하고 싶은 바람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바른말 키패드’ 누적 다운로드 수는 12만 건이다. 안드로이드만 가능하다. 아이폰 앱은 아직 개발 중이다. 키보드 앱의 특성상 호불호가 분명하기 때문에 사용자 만족도가 중요하다. 또 스스로 비속어 사용 자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에 비속어 사용을 무조건 막지는 않는다. 안서형 대표는 “비속어의 뜻은 저속하지만 정말 화가 날 때 내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고 생각한다”며 “바른말 키패드는 습관화된 비속어를 막는게 목표지, 모든 비속어를 막겠다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변형 비속어가 많은 한글의 특성상, 모든 비속어를 막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사용자는 원할 때 비속어를 쓸 수도 있고, 본인이 비속어를 추가해 해당 단어 사용을 막을 수도 있다.
“고등학교 때에는 ‘바른말 키패드’를 널리 알리고 사용자를 늘리는 데 집중했어요. ‘바른말 키패드’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서비스다 보니 수익 모델 개발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죠. 조직이 운영되려면 돈이 필요해요. 수익 모델 개발이 절실하죠. <비트바이트>가 사업적으로 성장하기를 원하거든요. 다행히 한 중학교에서 ‘바른말 키패드’와 연계한 프로그램 요청이 들어와서 진행 중이에요. 교사용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있어요.”
그는 미래창조과학부 지원 프로그램에 선발되어 광화문에 사무실을 갖고 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사무실이지만, 마음 놓고 개발 작업에 집중할 수 있어 만족한다. 선발 후 6개월까지 사용할 수 있고 이후 심사를 통해 최대 2년까지 사용 가능하다. 사무실 사용 기간 동안 그는 맞춤법 교정, 신조어 해석 등의 기능을 추가로 개발할 계획이다. ‘바른말 키패드’가 비속어를 줄여줄 뿐 아니라 세대 간의 언어격차를 해소할 수 있고, 외국어 교육을 도와주는 언어교육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야무지게 대답을 이어가는 17학번 안서형 대표에게 포부와 꿈을 물었다.
“시작한 일인 만큼, 끝까지 해보고 싶어요. 지금 가장 큰 목표는 <비트바이트>를 안정적인 회사로 성장시키는 거예요. 앞으로 군대도 가야하는데, 그 전까지 회사의 토대를 탄탄하게 다지고 싶어요. 궁극적인 목표는 소프트웨어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싶고요. 제가 만든 앱을 유용하게 쓰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