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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국민 법적 문제 제기와 비판적 성찰 평등한 세상 만드는 힘 HOT TEAM Class

“장애 영역에서 정의로운 법이란 무엇인가?”

법학부 전해정 교수

법철학 수업을 통해 HOT TEAM Class가 개설됐다. 이 수업은 법이라는 이름 아래 의심 없이 수용되고 있는 사회적 통념에 의문을 던졌다. 우리가 당연한 듯 지키고 있는 법이 늘 옳은 것인가? 그 법은 장애인들에게도 평등하게 작용하는가? 문제 제기와 법을 향한 비판적 성찰로 학생들이 법의 본질을 깨닫길 바랐다는 전해정 교수로부터 수업에 대해 들어봤다.

끝없는 질문으로 법의 본질 탐구해

법철학에서 궁극적으로 다루는 것은 정의의 부분이다. 사람들에게 ‘무엇이 옳은 것인가?’ 에 대한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법학부 수업이 법 규정을 암기하고 적용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 집중한다면 법철학은 추상적인 부분을 다룬다. 하지만 전해정 교수는 법에서 추구하는 정의가 책을 통해 확인되는 이론이 아닌, 현실과 항상 연결되어 있음을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우리는 질서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법을 이용하고 법대로 하는 게 옳다고 믿어 왔는데요. 정말 그래도 되는 건지 의문을 제기해 보는 거예요. 만약 법이 규정하는 것이 정의가 아닌 부정의라면 그걸 따르는 것이 정당한지 비판적으로 성찰할 필요가 있죠.”

법학부 전해정 교수

법의 정당함에 대해 이야기 하는 한편, 전해정 교수는 학생들에게 ‘장애영역에서 정의로운 법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현실에서 정의가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확인하도록 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법안이 계속 마련되고 있지만 전해정 교수는 우리 사회가 여전히 약자에게 불평등하다고 말한다.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하기엔 법적 한계가 뚜렷하고, 법적 근거가 있음에도 올바르게 적용되지 못하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장애영역만 따져 봐도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같이 자유로운 삶을 누리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들은 아직도 사회적 소수자로서 소외된 삶을 살고 있다.

“장애인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현장조사를 통해 직접 실태를 파악하고 문제점을 찾도록 했어요. 그들이 불평등과 불합리함을 겪고 있다면 법이 잘못된 건지, 새로운 법이 필요한 건지 혹은 입법 과정에서 그들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결과 때문이 아닌지 현장에서 법의 쓰임새를 면밀히 관찰하는 거죠.”

현장 조사로 인권 감수성 키워나가

이번 HOT TEAM Class에는 김예원 변호사가 멘토로 참여해 전해정 교수와 함께 수업을 이끌었다. 김예원 변호사는 비영리 1인 법률사무소인 장애인권법센터에서 피해를 보고도 도움받기 힘든 발달장애인, 장애아동, 장애 여성 등을 위해 무료 법률 지원을 하고 있다. 장애인 인권 전문 변호사로 10년째 일하고 있는 그는 법의 사각지대에서 장애인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김예원 변호사를 멘토로 초빙한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었다.

김예원 변호사님 줌(Zoom) 특강 모습

“현실에선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불평등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소송이 끊이지 않아요. 변호사님이 실제로 경험한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에겐 큰 자극이 되죠. 공익변호사로서 헌신하고 실제로 성과를 내는 변호사님의 활동 자체가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전해정 교수는 김예원 변호사와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며 학생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어 줄 것을 믿었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이 그를 본받아 일상에서 약자를 돌아볼 수 있는 감수성을 가지게 된다면, 더 나아가 공익변호사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그것이 이 수업의 의미를 더욱 높여줄 것이라 여긴 것이다.

현재 장애인 복지는 인권과 권리 보장으로 나아가고 있다. 더욱 인간다운 삶, 장애인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자유로운 삶이 그들에게도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과제가 해결돼야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수업에 참여한 22명의 학생은 현장 조사를 통해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현실의 불평등을 확인하고 경험할 수 있었다. 전해정 교수는 학생들이 장애인과 접촉하기 위해서는 큰 노력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직접 청각장애인 체험에 나선 학생들. 수업을 통해 인권감수성을 키울 수 있었다.

“어디를 통해야 할지 잘 모르는 데다 코로나 19로 협조를 구하기도 쉽지 않아 학생들이 인터뷰 대상자를 찾는 데 곤란해했어요. 그런데 김 변호사는 학교마다 장애인단체가 있고, 지역마다 커뮤니티가 있는데 접점을 찾지 못한다는 건 학생들이 그만큼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나 정보가 없다는 거라고 하더군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섭외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었고 저도 그 생각에 동의했죠.”

다양한 현장 이야기를 들려주며 소통에 적극적이었던 김예원 변호사지만 학생들의 현장 조사에 도움을 주는 것만은 반대했다고 전해정 교수가 전한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학생들은 SNS와 장애인협회 등을 통해 장애인과 장애인 활동 보조인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진정한 공감이 끌어낸 행동

전해정 교수는 학생들이 문제를 인식하고,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생각하도록 하는 것이 현장 조사의 목표였다고 말한다. 당장 문제 해결책을 찾을 수는 없어도 현실을 직시하고 현장에서 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느끼게 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대부분 법철학을 이론적으로 생각하는데, 그 이론들도 현실 문제에 대한 고민 속에서 만들어진 것들이에요. 그런데 우리는 현실을 도외시하고 이론만 배운단 말이죠. 이번 수업에선 이론과 현실을 융합하고자 노력했어요.”

법은 현실에서, 우리의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작동하면서 인간을 인간답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전해정 교수는 설명한다. 법이 사람을 통제하고 강제하기 위한 게 아닌,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장치라는 의미다.

“삶 자체가 법과 연관되어 있고, 인간다움이 법에서 궁극적으로 가야 는 방향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법학부 학생들이라면 옳은 쪽으로 방향을 이끌어 갈 사회적 책임이 있다는 걸 마음에 새기고 졸업을 했으면 좋겠어요.”

현승민 학생이 개발한 청각장애인을 위한 무료 자막 제작 플랫폼. 자막을 원하는 영상주소를 올리면 우선순위에 따라 무료로 자막을 제작해 준다.

전해정 교수는 이번 수업이 학생들에게 모든 사회구성원이 더불어 잘 살 방법이 무엇일까 생활 속에서 늘 고민할 수 있는 단초가 되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런 고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이번 수업과 자신이 맡은 역할이었다고 덧붙인다. 이런 전해정 교수의 마음이 제대로 전해진 까닭인지 현장 조사를 통해 장애인들이 가진 불평등과 자유롭지 못한 삶에 깊이 공감한 학생들은 생각에서 그치지 않고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다양한 사회문제 개선을 위한 대외활동 프로그램에 지원한 학생이 있는가 하면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 제작 프로젝트를 시작한 학생도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온라인 교육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곤란을 겪고 있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 제작 플랫폼 개발에 들어간 것이다.

전해정 교수는 이번 학기 사제동행 세미나를 통해 수강생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전해정 교수의 바람대로 HOT TEAM Class는 학생들에게 사회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법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는 기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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