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 수업은 물론, 산학 멘토와의 만남으로 실용적이고 생생한 멘토링을 얻을 수 있는 국민대학교만의 특별한 강의 HOT TEAM Class. ‘환경 생태 보전에 있어 시민과학이 가지는 의미와 가능성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생태조사에서 시민의 역할을 강조한 산림시스템학과의 이창배 교수와 자연활동 공유 플랫폼 ‘네이처링’의 강홍구 대표가 한자리에 모였다. 시민과학이라는 공통 관심사가 만들어낸 두 사람의 질문이 학생들에게 일깨운 것은 무엇일까?
우리나라 생태·환경조사는 대부분 정부 주도 아래 이루어진다. 대표적인 것이 산림청의 ‘국가산림자원조사’와 ‘산림생태계 건강성 모니터링’, 환경부의 ‘전국자연환경조사’ 등이다. 이들 조사는 각 분야 전문가의 손을 빌려 데이터를 구축하게 된다. 그러나 소수의 전문가들이 정해진 시간 안에 광범위한 지역에서 대량의 생태·환경 데이터를 모으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전문가를 중심으로 하는 생태·환경조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일찍이 ‘시민과학(citizen science)’이라는 조사체계를 도입했어요. 시민 참여로 대규모 또는 장기적인 데이터 수집이 가능하죠. 덕분에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생태학을 전공한 이창배 교수는 생물 다양성 패턴과 이를 제어하는 인자, 그리고 생물 다양성과 생태계 기능 간 상호작용이라는 두 가지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하고 있다. 데이터 수집이 필수적인 그의 연구에 시민과학은 가장 큰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시민 참여를 통해 생태와 환경데이터의 장기적인 축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했어요. 다행히 자연이나 환경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수준은 점점 높아지고 있죠. 동식물 동정이나 식별에 있어 준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가진 시민들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이런 시민들의 협력을 얻을 수 있다면 정부 주도 조사의 한계를 극복하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창배 교수는 산림환경시스템학과 학생들에게 시민과학 방법론을 전파하는데 HOT TEAM Class가 적격이라고 생각해 참여를 결심했다. 자신의 환경과학개론 수업에 시민과학을 연계한 강의를 계획하고, 네이처링 강홍구 대표에게 가장 먼저 도움을 청했다.
네이처링은 시민 참여형 ‘자연활동 공유 플랫폼’이다. 시민들은 네이처링에 자신이 관찰한 자연을 기록하고, 미션을 통해 생태지도를 만들거나 생태프로젝트를 진행할 수도 있다. 네이처링 강홍구 대표는 HOT TEAM Class에 산학멘토로 참여하면서, 이번 수업이 자신이나 학생 모두에게 특별한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시민과학은 이미 하나의 트렌드에요. 해외는 물론 한국에서도 정책이나 연구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고요. 인류학이나 천문학을 비롯해 특히 생태·환경 분야가 큰 발전 중이죠. 저는 학생들이 이 수업을 통해 시민과학을 직접 경험하며 그 중요성을 깨닫길 바랐어요. 네이처링이 경험의 발판이 되어줄 거란 믿음도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팀별로 미션을 정해 생태 및 환경 데이터 수집 프로젝트를 한 학기 동안 진행했다. 예를 들어 ‘성북구 단풍 캘린더’란 미션을 네이처링에 올리고 시민의 도움을 받아 성북구에 단풍이 지는 시기의 데이터를 수집해나가며 시민과학을 몸소 체험하는 것이다. 강홍구 대표는 주제 정하기 단계부터 프로젝트의 모든 과정에 참여해 학생들과 소통하며 멘토로서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시민들에게 자신의 미션을 납득시키며 참여를 이끌어내는 과정은 학생들에게 힘든 도전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리가 이런 조사를 할 건데 같이 해주세요’라고 말한다고 시민의 관심을 얻을 수는 없어요. 이 일이 무슨 가치가 있으며, 자신이 수집한 데이터가 어떤 부분에 기여가 되는지에 대한 공감이 전제돼야 하는 거죠. 학생들에게 엄청난 결과를 바란 것이 아닙니다. 설득을 통해 시민들을 참여시키는 경험 자체가 의미 있는 과업인 것이죠.”
수업 마지막 주에는 학생들이 프로젝트 결과를 발표하고, 소감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집단지성을 활용해 자신들이 원하는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과 효율성을 느낀 학생들은 시민과학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창배 교수가 다음과 같이 학생들의 소감을 전했다.
“학생들은 본인이 쉽게 가기 어려운 타 지역의 데이터를 수집하는데 그 지역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굉장히 중요했다며 시민과학의 힘을 다시금 체감했어요. 또 자신들이 수집할 수 있는 데이터는 제한적이었는데, 시민참여를 통해 굉장히 많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다며 놀라운 반응을 보이기도 했죠. 강홍구 대표님과 제가 말하고자 했던 바를 정확히 이해한 것 같아 기뻤습니다.”
학생들의 팀 프로젝트 중 ‘국민대 고양이 행동반경’에 관한 조사에는 특히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 전달받은 고양이 사진만 천 장이 넘을 정도로 시민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조사였다. 암컷과 수컷, 중성화 유무에 따라 분류한 고양이들의 행동반경을 살핀 이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시민의 참여를 이끌어내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 분석할 수 있었다. 알찬 내용 덕분에 국민대학교 과학기술대학에서 주관한 포트폴리오 경진대회에서 우수 포트폴리오로 뽑혀 전시됐으며, 단과대 장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시민과학의 모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강홍구 대표가 한 학기 동안 함께 한 학생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생태조사는 생물 다양성과 생태계를 지키고 보전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것이 연구자, 전문가의 영역만은 아니에요.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일이죠. 일상적인 나의 관찰이 자연을 보전하는데 기여하는 데이터가 될 수 있어요. 시민과학에 꾸준한 관심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이창배 교수가 첫 번째 HOT TEAM Class를 되돌아보며 그의 바람을 내비쳤다.
“팀 프로젝트에서 학생들이 제시한 미션 중에는 우리 학교 주변에서 장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해 볼 만한 것들이 있었어요. 다음에 이 수업을 듣게 될 후배들이 주제를 이어받아 장기 데이터를 축적하면 어느 학교, 어느 수업에서도 볼 수 없는 HOT TEAM Class만의 자랑거리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 같아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자연환경을 인식하고 기록하는 것은 다른 생물체와 공존하는 법을 찾아나가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시민이 쌓아올린 작은 기록들이 생태변화를 해석하는 소중한 자료가 된다는 것을 일깨워 준 이창배 교수와 강홍구 대표의 HOT TEAM Class. 그들과 학생들이 함께 만들어갈 국민대만의 특별한 생태 데이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