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잠 자며 그림 그리는 육아에세이 ‘그림에다’ 심재원 작가입니다!”
범상치 않은 자기소개와 함께 인터뷰가 시작됐다. 그는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졸업과 함께 광고대행사 웰콤을 거쳐 현대차그룹 계열 이노션에 취업했다. 10여 년간 아트디렉터로 활발히 활동하던 중 한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 그리고 육아휴직을 받게 됐다. 그는 그 시간동안 상업성 짙은 광고가 아닌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은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하지만 아이 돌보느라 정신이 없었고, 모든 작품의 포커스는 육아로 맞춰졌다. 일상과 밀접한 작품은 육아에 지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고, 이는 육아 에세이 출간으로 이어졌다. 육아와 관련된 정부기관 및 기업과의 콜라보, 그리고 육아와 콘텐츠 제작 강연 등도 해내고 있다. 쉽게 생각하지 못했던 육아 에세이 분야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인정받는 심재원 작가, 그와의 인터뷰를 이곳에 담았다.
아트디렉터란 광고의 전반적인 비주얼을 담당하는 직업이다. 광고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어떠한 시각적 효과를 줄지 고민한다. 예전에는 아트디렉터와 카피라이터의 영역이 분명하게 구분되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상호보완적으로 일을 한다. 주로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광고를 만들었고, 이외에 이동통신, 게임 광고 등을 작업했다.
“대학생 때 특별히 광고에 대해 꿈을 꾸지는 않았어요. 단지 영상 만드는 걸 좋아하긴 했어요. 영상제작 동아리에서 활동하기도 했죠. 시각디자인학과에서 열리는 영상제 <동시상영>에 참여하기도 했어요. 아직도 영상제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웃음)”
“지금 생각해보면 면접을 잘 못 본 것 같아요. 어리숙했거든요. 몇 년이 지나 회사에서 몇 차례 면접을 보다 보니 적극성과 성실성이 보이는 친구에게 눈이 가더라고요. 아마 저를 뽑아주신 면접관도 성실해 보이는 모습이 마음에 들어서 뽑으셨던 게 아닐까 싶어요.”
광고에 대한 열정이 별로 없던 상태에서 시작했기에, 그는 “준비된 또래에 비해 고생을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어떤 프로젝트든 무조건 성실하게 임했다. 어느새 14년 차 베테랑 아트디렉터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올여름을 마지막으로 이노션과의 인연을 정리했다. 상업성 짙은 작품보다 자신만의 메시지를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했기 때문이다.
“육아 휴직 때부터 연재를 시작했고, 1년 정도 회사 업무와 병행했어요. 지금 돌이켜 보면 그 기간이 녹록치만은 않았던 거 같아요. 육아 휴직이 끝나고 돌아온 회사는 여전히 바빴고, 연재는 계속해야만 했죠. 새벽에 포스팅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고요. 하지만 워낙 바쁜 회사 생활이 익숙해서 그런지 두 가지 일을 병행하는 게 그렇게 부담되진 않았어요.”
그는 육아 에세이 집필을 위해 핀란드에 직접 다녀오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평범한 직장인이 개인 콘텐츠 제작을 위해 자비를 들여 먼 나라까지 다녀오는 건 상당한 부담이었다. 정부 부처에서도 개인 콘텐츠에 그만한 지원은 불가능하다는 태도였다. 그래서 그는 핀란드대사관의 문을 두드렸다.
“저는 대사관 관계자들에게 핀란드의 복지시스템이 궁금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어요. 제가 궁금한 건 핀란드 엄마가 어떻게 밥을 주고, 가족이 모여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를 전하고 싶다고 했죠. 다행히도 긍정적인 대답을 얻었고, 정말 큰 도움을 받았어요.”
그는 핀란드대사관과 현지 외교부를 통해 열두 가족과 함께 생활할 수 있게 되었다. 일주일 간격으로 영아, 유아, 초등학생 가정들을 탐방하며 핀란드의 교육 현장을 직접 체험한 것이다. 그렇게 11개월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똑똑똑! 핀란드 육아>를 출간했다.
그는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 때 ‘관찰’과 ‘메모’를 중요한 습관으로 꼽았다. 기록한 아이템을 특별한 주제와 엮다 보면 자신의 생각이 탄탄해지는 걸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내 아이템이 깊게 매력을 느낄 수 있는지, 다른 콘텐츠 제작자들과 비교되는 나만의 매력이 무엇인지 연구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끈기’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우연히 한 에피소드를 포스팅했고, 그게 대박이 났다고 가정해볼게요. 하지만 그다음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거기서 끝이에요. 콘텐츠는 지속성이 중요하거든요. 지속적으로 독자들에게 기대감을 주는 거죠. 꾸준히 활동하다 보면 다양한 기회가 찾아오기도 하고요.”
그는 긴 고민 끝에 14년 동안 다닌 회사를 퇴사했다. 한 가정의 가장인지라 고민이 더 컸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왜 더 빨리 안 관뒀지”라고 생각할 정도로 만족하고 있다.
“기업에 들어가든, 아니면 색다른 분야를 개척하든 중요한 건 자신만의 차별화된 변화를 갖고 있느냐예요. 이노션에서 실무면접을 볼 때 느꼈던 건, 자소서가 너무 건조하다는 거였어요. ‘외국에서 어학연수를 다녀왔다’는 사실을 나열할 뿐이죠. 그보다 그 안에서 어떤 가치를 배우며 성장했는지를 이야기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전과는 다르게 개인 콘텐츠를 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기회는 생각보다 많이 열려 있어요. 개인 창작자로서 성장 하고 싶다면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해 그곳에 깃발을 꽂았으면 좋겠어요. 시대가 변했다는 건 저보다 여러분들이 더 잘 알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