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고한 의지만 있다면, 꿈은 이뤄진다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오보이스트 문혁진(국민대학교 관현악전공 98학번)

인간에게 음악은 뗄 수 없는 요소였고, 그래서 인간의 역사는 음악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했다. 특히 여러 가지 악기의 소리가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하는 오케스트라 공연은 특별한 감동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그중 하나의 요소, 오보에는 자신만의 음역에서 독특한 음색을 자랑한다. 이를테면, 남다른 고집이 있는 악기라고도 할 수 있다. 악기가 주인을 닮은 것일까? 주인이 악기를 닮은 것일까? 국민대학교에 수석 입학해 관현악을 전공하고, 오보이스트라는 하나의 꿈을 위해 독일로 유학을 떠났던 문혁진 씨의 눈매에도 그런 고집스러움이 배어있다. 현재 창단 27년을 맞이한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이하 부천필)의 오보이스트로서 살아가는 그를 만나, 지난 도전의 시간과 현재에도 지속되는 연주자로서의 고민을 들어보았다.

Q 오케스트라 연주가 무엇인지는 알지만, 각각의 악기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막연합니다. 본인이 연주하는 오보에가 오케스트라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또 어떤 매력이 있는 악기인지 말씀해주신다면?

오보에는 목관악기군에 속하며 짧은 원통의 위쪽을 얇게 깎고 양쪽에서 눌러 입술 모양으로 만든 뒤 입에 물고 불 수 있게 한 ‘겹리드’ 악기에요. 다른 목관악기들과 함께 주로 고음파트의 선율을 담당하고 있죠. 오케스트라 연주 전 음높이를 맞추는 튜닝을 하게 되는데 오보에의 A음을 기준으로 모든 악기들이 음을 맞출 정도로 중요한 악기기도 하고요. 다만 목관악기들에 비해 음역이 좁고 소리를 내기가 어려워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진 않았어요. 그럼에도 오보에는 목가적이면서 독특한 음색을 가지고 있어서 다양한 음악장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죠.

Q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국내 최정상 오케스트라로 손꼽히는데요. 그 일원으로서 자부심도 클 듯합니다.

부천필은 1988년 창단 이후 지금까지 언제나 새로운 형식의 음악회와 레퍼토리로 클래식 팬의 기대를 받아왔어요. 특히 창단 이듬해인 1989년 서울대 임헌정 교수님을 상임지휘자로 영입, 2014년까지 함께하며 탄탄한 연주 실력과 폭넓은 레퍼토리를 통해 국내 뿐 아니라 세계 어느 무대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한국 최고의 오케스트라로 성장했죠. 부천필 연주 중 특히 유명한 것은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인데요.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이루어진 부천필의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의 성공은 한국에서의 첫 시도라는 평가를 넘어서 말러의 관현악 세계를 완벽하게 재현해낸 탁월한 곡 해석으로 주목받았죠. 음악계에서는 한국 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기념비적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을 정도에요. 부천필의 말러 전곡 연주로 인해 말러전문동호회가 생기기도 했고, 일반인들에게도 말러 신드롬을 일으켜 국내 교향악단의 레퍼토리에 놀라운 변화를 가져오는 등 국내 음악계의 판도를 바꾸어놓기도 했죠.

오보에는 목가적이면서 독특한 음색을 가지고 있어서 다양한 음악장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죠.

Q 언제부터 오보에 연주를 시작하신 건가요? 아무래도 연주자의 꿈을 처음 가졌을 때와는 또 달랐을 텐데요?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배웠어요. 아버지가 음악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라 자연스레 영향을 받았죠. 오보에를 접하게 된 것도 중학교에 입학할 즈음 아버지의 권유 덕분이었어요. 처음부터 오보이스트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어요. 그저 자연스럽게 오보에를 알아가면서 점점 매력에 빠졌고, 확신이 생긴 뒤로 오보이스트가 되어야겠다는 일념으로 지금까지 온 것 같네요.

Q 한편의 오케스트라 공연을 완성해 무대에 올리기까지 보이지 않은 노력들이 꽤 많을 듯합니다.

연주되는 곡의 편성과 난이도에 따라서 다르긴 하지만 하나의 공연을 무대에 올리기까지 많은 연습과 시간을 필요로 하죠. 개개인의 연주 실력은 당연히 준비되어 있어야하고 연습은 주로 앙상블과 음악적인 해석을 하는 작업으로 이뤄져요. 같은 곡을 연주 하더라도 지휘자나 연주자, 혹은 무대의 상황이나 날씨에 따라서도 다른 음악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항상 다양한 가능성을 가지고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고요.

Q 오보에 외에도 다른 악기 연주도 하시는 것인지? 대략 몇 가지 정도의 악기를 다루시나요?

오보이스트라면 당연히 같은 오보에족 악기인 ‘잉글리시 호른’을 다룰 줄 알아야죠. 그 외에도 아주 가끔씩 ‘오보에 다모레’나 ‘베이스 오보에’ 같은 악기를 연주할 때도 있어요. 이러한 악기들은 오보에와 기본 구조가 비슷하기 때문에 적응이 수월하거든요. 그 밖에 어려서부터 했던 피아노와 혼자 취미로 배웠던 플루트, 클라리넷, 색소폰 정도의 악기를 다룰 줄 알아요. 물론 오보에 실력에 미치지는 못하지만요(웃음).

Q 1년에 공연은 어느 정도 스케줄로 이어지는지 궁금합니다. 부천 외에 다른 지역 공연도 하실 듯 한데요.

1년에 약 30여회의 크고 작은 공연이 있어요. 부천필 단원 전원이 참여하는 연주 외에도 윈드오케스트라, 스트링오케스트라 연주와 목관5중주나 금관5중주, 현악4중주, 타악기앙상블 같은 작은 앙상블 연주도 있습니다. 부천 지역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하고 해외 연주회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고요. 1년 중 가장 큰 공연은 매년 4월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교향악 축제를 들 수가 있죠.

Q 오보이스트로서 살아가며 이제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보람을 느낀 순간이 있다면?

연주자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역시 무대에서 좋은 연주를 하는 거죠. 그와 동시에 관객들과 음악을 공유하며 함께 호흡하는 순간이 가장 좋아요. 사실 수많은 연주 무대에 서지만, 그런 경험을 하는 경우는 그리 많진 않거든요. 내 스스로 만족하는 연주도 자주 있는 일이 아니지만 클래식 연주에서 관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기란 더더욱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그 두 가지 경우를 모두 충족시켰던 연주를 꼽자면, 아마도 2014년 6월에 있었던 ‘대구국제현대음악제‘ 에서 솔로 연주를 했을 때인 것 같네요

Q 오케스트라 단원으로서 본인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당연히 앙상블이죠. 혼자 하는 연주가 아니라면 항상 다른 연주자와의 호흡을 제일 신경 쓰게 마련이에요. 특히 오케스트라 연주에서는 서로의 음악을 듣고 맞춰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일을 하면서 깨닫게 되는 것은 ‘나 혼자만의 힘으론 할 수 없다’에요.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연주자도 자기만의 음악을 고집한다면 절대 발전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학생 때에는 나 혼자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 많았고 함께하는 음악보다는 혼자 하는 음악 중심으로 실력을 키우는데 집중했죠. 하지만 졸업 후 프로들의 세계에 뛰어들면서 많은 좌절을 겪으면서 내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 뒤로는 귀를 열고 다른 사람들의 음악을 듣는 노력을 많이 했죠. 특히나 연주자라면 서로간의 음악적인 차이를 인정하고 맞춰가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학생 시절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프로 연주자로서 이론과 현실의 차이도 적잖이 느끼셨을 듯합니다.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예술분야 종사자라면 다들 공감하시겠지만 음악에 정답은 없어요. 이론적으로는 악기를 연주하는 주법과 기법 등을 정의내릴 수는 있겠지만 지구상의 모든 연주자들은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지고 연주하거든요. 연주자가 되기 위해서 목표를 가지고 노력하는 것은 좋지만 그 목표가 정답이라는 생각을 갖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학생시절에는 프로연주자들의 연주를 보고 저렇게 하는 것이 맞는다는 생각으로 흉내 내기에 급급했지만 그것이 내 것이 될 수는 없다는 걸 깨달았죠. 그 모방의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나만의 음악을 찾아내는 것이라 생각해요.

음악에 정답은 없어요. 이론적으로는 악기를 연주하는 주법과 기법 등을 정의내릴 수는 있겠지만 지구상의 모든 연주자들은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지고 연주하거든요

Q 학생들에게 오보이스트 이전 오케스트라의 일원으로써 꼭 필요한 덕목을 말씀해주신다면?

오케스트라 연주자는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버리진 않으면서도 다른 연주자와의 원활하게 교감할 수 있어야 해요. 한 곡을 연주하더라도 다양한 악기들과 번갈아가며 화음을 만들어 내는 작업이기 때문에 모든 악기 연주에 항상 귀를 열고 짧은 시간 안에 교감을 하는 것이 중요하죠. 연주자들이 자기 악보만 보고 지휘자의 손끝만 보며 연주를 한다면 정말 형편없는 음악이 나올 거예요. 지휘자와 연주자, 연주자와 연주자간의 음악적인 교감이 없다면 좋은 연주가 될 수 없거든요. 오케스트라 단원을 꿈꾸는 학생이라면 항상 다른 사람의 음악을 듣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내가 추구하는 음악과 다르다고 잘못된 음악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순간부터 앙상블은 절대 이뤄질 수 없어요. 다양한 음악을 받아들이고 그 위에 내 음악을 얹어서 함께 만들어간다는 생각으로 정진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싶어요.

Q 직업적인 측면에서 오케스트라 연주자, 오보이스트로서 이 직업의 장점, 또 단점을 짚어주신다면?

사실 오보이스트라는 직업이 그리 돈을 많이 버는 직업도 편한 직업도 아니에요. 몇 해 전 미국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을 조사했는데 외과 의사를 제치고 오케스트라 오보에 수석단원을 1위로 올려놓을 정도로 굉장히 예민하고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직업이죠. 오보에라는 악기가 주법도 어렵고 작은 구멍으로 바람을 내보내야 하기 때문에 압력도 상당하거든요. 오케스트라 전체의 음을 맞춰주는 악기이지만 정작 오보이스트 본인은 음정을 맞추기가 상당히 까다로워요. 아주 작은 호흡의 변화에도 쉽게 음정이 흔들리고 악기 자체에서 압력의 강약조절도 항상 민감하게 반응하죠. 그리고 오보에를 불기 위해선 리드(입을 대고 부는 부분)를 직접 만들어 사용해야하는데 온도와 습도에 굉장히 민감해서 오보이스트들의 신경을 항상 곤두서있게 만들곤 해요. 이렇게 보면 굉장히 좋지 않은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겠네요(웃음). 하지만 그런 모든 스트레스에서도 계속 연주를 할 수 있는 건 오보에 소리의 매력과 성취감 때문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알진 못하지만 막상 오보에 소리를 제대로 들어 본 사람이라면 그 오묘한 소리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거든요. 또한 오케스트라에서 오보에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연주자로서의 자긍심도 높고요. 무대에서 어려운 연주를 잘 해내고 관객들의 큰 박수와 환호를 받을 때의 성취감은 제게 계속 오보에를 잡게 하죠.

Q 아직 자신에게 부족한 점이라고 느끼는 부분이 있으신지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시는지?

연주자들 중에 자신의 연주에 만족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듯해요. 모든 부분에서 부족함을 느끼고 항상 노력하는 것이 연주자의 자세죠. 연주자로서 자신의 약점을 제일 잘 알고 있지만 그것을 고치는 것은 쉽지가 않거든요. 제 경우는 해답을 빨리 찾지 못할 때 주변사람들의 조언을 잘 받아드리는 타입이에요. 내가 경험하지 못한 부분에서 얻는 방법이 때로는 큰 도움이 되거든요.

클래식 음악을 전공한다고 해서 클래식 음악만 듣는 것 보다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듣는 것이 큰 도움이 되요

Q 수많은 연주를 소화해 내야 하는 오케스트라이기에 곡에 따라서는 그에 맞춘 변화를 주기도 할 듯합니다. 기본적인 오케스트라 조직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설명해 주신다면?

오케스트라는 지휘자를 중심으로 악장과 부악장, 각 파트별 수석, 부수석, 일반단원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악장과 부악장은 제1바이올린 파트에 속해있고 지휘자와 연주자간의 소통을 이끌고 가는 중요한 위치죠. 현악기에는 제1바이올린, 제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 파트가 있고 관악기에는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 호른, 트럼펫, 트럼본, 튜바 등이 있어요. 그리고 타악기 파트와 피아노 하프 등이 있죠. 오케스트라 연주의 편성은 곡마다 작곡자가 관악기의 인원을 정해놓았기 때문에 그에 비례해 현악기의 인원을 정하게 되는 것이 보편적이지만, 곡의 분위기에 따라 차이를 두는 경우도 있고요. 그래서 한 공연에도 각 곡 마다 인원수가 달라지고 지휘자의 판단이나 무대상황에 따라 연주 인원을 가감하기도 해요. 그 외에도 관악기와 타악기로만 이루어진 윈드오케스트라, 현악기로만 이루어진 스트링오케스트라, 각 종 소규모 앙상블 등 다양한 악기 편성으로 공연이 이뤄지죠.

Q 공연 하나가 무대에 오르기까지 시스템을 설명해주신다면?

하나의 공연이 기획되고 공연 성격에 맞는 연주곡들이 정해지면 그에 맞는 솔리스트 협연자와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의 수가 정해지죠. 그리고 개인연습과 악기별 파트연습이 이뤄지고 관악, 현악 파트연습이 시작 되요. 그 후에 전체 리허설을 3회에서 많게는 10여회까지 진행하게 되고 연주 당일 무대에서의 리허설을 거쳐 공연이 진행되죠. 이 과정이 짧게는 몇 달에서 길게는 일 년 이상도 소요될 때도 있어요. 대부분 오케스트라에서는 연초부터 1년 연주계획을 미리 정해놓고 하기 때문에 거의 정해진 스케줄대로 움직인다고 보면 됩니다.

Q 오케스트라 단원으로서 요구되는 능력 중에는 단순히 연습만 열심히 한다고 해서 쌓아지는 것만은 아닐 텐데요. ‘이것만은 꼭 명심해라’ 할 조언을 해주신다면?

‘다양한 장르를 즐겨라’라고 하고 싶어요. 클래식 음악을 전공한다고 해서 클래식 음악만 듣는 것 보다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듣는 것이 큰 도움이 되요. 본인이 좋아해서 듣는 장르가 분명히 있겠지만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 외에도 다양한 음악을 접하고 또 나아가서 미술이나 영상 등의 다양한 예술분야를 접하면서 자신의 예술적인 표현능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Q 음악적인 감성과 자신만의 연주 색깔을 가지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에 기본적인 소양과 관심도 필요할 듯합니다. 전공 외적으로 다른 관심사나 취미가 있으시다면?

전 어려서부터 호기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많은 것을 하는 편이었어요(웃음). 대학생이 된 뒤에는 그런 호기심이 다른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번져서 여행을 많이 다녔죠. 지금은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서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그럼에도 몇 달에 한 번씩은 장소를 정해서 여행을 가는 것을 좋아해요.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통해서 느끼는 다양한 감성들이 음악적인 표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Q 부천필 단원 이전에 경력은 어떠신가요? 혹 단원으로서 일하기 이전 실패의 경험은 없으신지?

공부를 모두 마치고 W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수석단원으로 입사해서 2년간 근무하고 이 후에 양주시립교향악단에서 수석단원으로 1년간 근무했어요. 사실 지금껏 음악인으로 살아오면서 정말 많은 실패를 경험했죠(웃음). 사실 부천필도 한 번 낙방을 하고 두 번째 지원에 합격하게 된 것이고요.

고등학교 시절과 대학시절 문혁진 오보이스트

Q 학부과정이나 과거 경험 중 현재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공연을 치러나가는데 특히 도움이 된 것이 있다면?

저는 모범생은 아니었어요(웃음). 학점관리도 부족했고 오전수업은 빼먹는 날이 부지기수였죠. 하지만 항상 지키는 철칙이 있었어요. 내 전공수업만은 철저하게 하자는 것이었죠. 오케스트라 수업과 전공실기 수업만은 항상 A를 유지하자는 목표로 노력해왔고 그 과정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4학년 때에는 여러 유명 오케스트라에 객원단원으로 참여하기도 했어요. 당시 프로오케스트라에서의 경험은 놀랍도록 큰 충격이었어요. 객석에서 바라볼 때 한 없이 편해보였던 그들의 모습은 실제로는 굉장히 분주한 상황이었다는 걸 깨달았죠. 또 단 한음을 연주하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좋은 소리를 내기위해 노력하는 모습과 앙상블을 위해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는 것을 보며 그동안 생각해오던 연주자의 모습이 완전히 바뀌게 됐어요. 그때 비로소 프로 연주자들에게 존경심이 생기더군요. 그 때였던 것 같아요. ‘나도 저들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 그 후로 더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유학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저는 오케스트라에서의 연주 실력은 많은 경험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 때 1년간 열심히 쌓은 경험이 밑거름이 되어서 지금까지 이렇게 오케스트라 단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

Q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입단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준비해야할 것들이 있을 듯 한데요. 어떤 준비를 어느 수준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기본자격이란 건 없어요. 오직 연주력만으로 평가를 받는 것이기에 연주 실력은 적어도 자기 기준에서 만큼은 최상으로 끌어올려야 해요. 그 이후에 자기가 원하는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많이 봐야 해요. 또 기회가 된다면 객원단원으로 참여해서 이 오케스트라의 색깔이 무엇인지를 느끼고 그 색깔을 맞추기 위한 노력을 해 볼 필요도 있고요. 모든 오케스트라가 저마다 자신들만의 색을 가지고 있고, 그 색에 어울리는 사람을 원하거든요. 그 색깔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준비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1. 독일 유학시절 한국인 유학생들로 구성된 봉사단원으로서 노인을 위한 연주단원으로 참여한 문혁진 오보이스트. 2 독일 프랑크푸르트음대 시절

Q 요즘 신입 단원 채용 방식에서 과거와 달라진 것이 있나요? 연륜과 실력을 요구하는 연주자 세계에서 최근 달라진 것이라면?

대부분의 오케스트라가 1차 오디션을 제출한 DVD로 치른다는 것이 변화라면 변화라 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최근 달라진 것이라면 학력제한이 없어진 걸 들 수 있어요. 이제는 4년제 음대를 나오지 않아도 오케스트라 단원에 지원할 수 있게 됐어요. 하지만 아직 저는 현실적으로 음악을 전공하지 않고 오케스트라에 단원으로 들어간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해요.

Q 오케스트라 단원을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오케스트라 플레이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확고하다면 기회는 반드시 찾아온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우리나라에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수에 비해 오케스트라에서 수용하는 인원은 턱없이 부족하지만 기회는 분명히 있어요. 아무리 좁은 문이라도 누군가는 들어가게 마련이죠. 그 사람이 자신이라는 생각으로 항상 준비하세요.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게 되니까요.

Q 학생시절 공연, 수상 경력도 꽤 있을 듯 한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어려서부터 콩쿠르에 꽤 많이 참가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한국음악협회콩쿠르에서 입상해 교육부장관상을 받은 것이죠. 또 학부 4학년 때 음악춘추콩쿨과 우현콩쿨이 한 달 간격으로 있었는데 지정곡도 다르고 참가자도 많아서 어디에 나갈지 고민이 되더군요.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둘 다 참가했는데 운 좋게도 둘 다 1위를 했죠(웃음). 그 때 예술대학건물에 플래카드를 걸리기 까지 했는데, 한동안 기분 좋게 학교를 다녔던 기억이 있어요. 대학시절 기억에 남는 연주는 국민대학교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에서 협연했던 기억을 꼽을 수 있는데, 아직도 생생해요.

Q 공부 외에도 특별한 경험들이 도움이 됐을 텐데요. 앞서 언급한 여행, 그리고 유학생활에서도 얻는 게 많았을 듯 하네요.

대학시절부터 유럽과 동남아시아 등지에 배낭여행을 수차례 다녀왔어요. 그 때 유럽을 여행하면서 독일을 가게 됐고 가장 살아보고 싶은 나라가 됐죠. 독일유학을 결심한 것도 그때에요. 대학 졸업 후 바로 독일 프랑크푸르트국립음대 전문연주자과정 공부를 했어요. 이 후 미국 예일대에서 잠시 공부를 하다가 다시 독일로 돌아가 뷔르츠부르크국립음대에서 최고연주자과정에 들어가 졸업하기까지 총 6년간 유학생활을 했어요. 그 와중에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고 거기서 깨닫는 부분이 많았죠.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지금도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일본, 중국, 동남아 등지의 비교적 가까운 나라들을 여행하면서 다양한 문화를 접하는 걸 즐기곤 해요.

대학시절 이탈리아 베네치아 배낭여행 중인 문혁진 오보이스트

Q 다시 대학교 시절로 돌아간다면 꼭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어려서부터 음악을 공부한 탓에 자연스럽게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만 둘러싸여서 살아왔어요. 다시 대학교 시절로 돌아간다면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아닌 다른 분야의 친구들을 사귀어보고 싶네요. 독특한 동아리 활동도 하고 싶고 봉사활동도 다녀보고 싶고요.

Q 후배들,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을 위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면?

어떤 분야든 어느 곳이든 누구에게나 문은 열려있어요. 본인의 의지만 확고하다면 언젠가 그 문을 넘어설 수 있어요. 부천필은 제가 15년 전부터 꿈을 꾸던 곳이었어요. 그리고 지금 제가 그 안에 있죠. 누군가에겐 별 볼일 없는 곳일 수 있지만 저에게는 항상 동경의 대상이었고 꿈의 무대였어요. 학창시절 부천필 단원이 되는 것은 제겐 너무 꿈같은 일었죠. 하지만 최선을 다 했고, 결국 그 꿈은 이뤄졌어요. 단 한 순간도 꿈을 놓은 적이 없었죠. 여러분도 꿈꾸세요, 그리고 지금 시작하길 바랍니다.

자신만의 역량을 쌓기 위한 문혁진 씨의 TIP

1. 연습을 일상생활로 만들어라

연습은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매일 밥을 먹고 잠을 자듯 연습도 일상생활의 일부분으로 만들어서 하는 것이 좋다. 따로 시간을 내서 연습을 하는 것은 규칙적이지도 못하고 여러 상황에 따라 건너뛰기 쉽다. 연습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규칙적으로 집중해서 하는 연습이 훨씬 효과적이다.

2. 항상 호흡해라

모든 악기연주자들에겐 호흡이 중요한 부분이다. 그 중 특히 관악기에서는 호흡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호흡에 따라 소리의 질과 양이 결정된다. 걷는 중에, 운전이나 대중교통 이용 중에, 잠들기 전 누워있을 때 등등 항상 복식호흡을 하는 연습을 생활화 한다면 따로 시간을 내어서 호흡연습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편하고 풍부한 호흡을 가지게 될 것이다. 특히 가까운 층을 올라갈 땐 계단을 이용하면서 복식 호흡하는 습관을 들이면 큰 도움이 된다.

3. 늘 손가락을 움직여라

악기 연주에 있어서 손가락 테크닉은 필수요소 중에 하나이다. 일정수준의 실력에 올라선 이후에는 손가락 연습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된다. 연습과정에서 불편한 포지션의 음 배열이나 어려운 패시지가 있다면 혹은 손가락테크닉의 기본이 되는 각종 스케일 등을 일상생활에서 두 손이 자유로울 때면 언제 어디서든 구애받지 않고 손가락 연습을 할 수 있다. 상상연습이기에 실제 연습 때 보단 효과가 적지만 반복적인 상상연습만으로도 그 못지않은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다.

4. 늘 무대에서 연주하라

연습과정에서 항상 누군가 나의 연주를 듣고 있다는 생각으로 임하면 집중도도 높아지고 연주자세 또한 흐트러지지 않게 된다. 연습 중에 좋지 않은 자세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호흡에 큰 방해가 된다. 연습하면서 늘 무대 위에서 연주하고 있다는 상상을 하면서 하게 되면 평소에 잘 느끼지 못했던 나의 단점도 잘 파악할 수 있게 되고 실전에 앞서 여러 돌발 상황을 예방하고 대처할 수 있는 방법 또한 익힐 수 있다.

좋은 연주자가 되기 위해 준비하면 좋은 것들

1. 표현력

하나의 곡을 연주하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테크닉적인 부분에 대부분의 시간을 투자한다. 하지만 그에 반해 음악적인 표현과 감성적인 부분에는 그리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좋은 연주자는 테크닉이 좋은 사람이 아니다. 테크닉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하는 부분이라면 그 위에 음악적인 감성이 입혀져야 좋은 연주자이다. 본인이 음악적인 감성을 타고난 천재가 아니라면 많은 시간을 이 부분에 할애해야 할 것이다.

2. 다양한 경험

음악을 하는 사람이 오로지 음악에 대해서만 공부한다면 좋은 음악이 나올 수 없다. 좋은 음악은 다양한 경험에서 나온다. 아카데믹한 연주만 잘하는 사람은 학생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는 순간 재미없고 센스 없는 연주자라는 타이틀을 달게 된다. 많은 것을 직접 경험하고 체험하고 느껴라. 그게 안 된다면 다양한 분야의 음악, 책, 영화 등을 즐겨라. 간접경험도 무시 못 할 본인의 경험이 된다.

3. 준비된 자세

언제 어디서 누가 나를 필요로 할지 모른다. 연주자는 항상 준비된 자세가 필요하다. 급하게 연주자를 찾는 경우가 심심찮게 생긴다. 그럴 때마다 자신 있게 나서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면 그들은 계속해서 나를 찾을 것이다. 하지만 계속 피하게 된다면 그들은 다신 나를 찾지 않을 것이다. 내가 열 번을 연주하고 그 중 한 번을 망쳤다면 나에겐 한 번의 망친 연주가 되겠지만 그 연주를 본 사람들에겐 내가 실력 없는 연주자가 되어버린다. 항상 좋은 연주를 들려주기 위해선 방법이 없다. 늘 무대 위에 설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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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단원모집요강 (2014년 하반기 예시)

· 응시자격
- [지방공무원법] 제31조의 각 호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지 않는 자
- 병역법에 의한 병역을 필 한 자 또는 면제자
- 만 58세 이하로 해당분야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갖춘 자
- 외국인의 경우 국내 체류에 지장이 없는 자

· 전형내용
- 1차 전형
제2악장, 제1수석, 제2수석> 동영상 심사
일반단원> 실기 심사
- 2차 전형
1차 전형 합격자 실기 심사
- 3차 전형
2차 전형 합격자 면접 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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