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DESIGN AWARD는 IDEA, Reddot과 더불어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로 손꼽힌다. 특히 2016년 iF DESIGN AWARD는 총 11,000개의 디자인 작품이 경쟁을 펼쳤다. 박현수 학생의 작품 ‘Universal Hand Dryer’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STUDENT AWARDS 부문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작품이 미국의 IDEA 어워드에서도 이미 브론즈 부문을 수상 했으며, 또 다른 작품인 ‘램펜’은 파이널리스트 수상을 했다는 것이다. 또한 얼마 전 Reddot에서는 후배들과 함께 제작한 ‘워터 마스크 디펜서’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박현수 학생은 어렸을 때부터 미술을 좋아했다. 디자인 관련 학과가 유명한 국민대학교는 그의 10대 시절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 중에서도 공업디자인은 디자인을 하는 대상이 ‘일상 생활에서 쓰는 물건’이라는 점에서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공업디자인과를 택한 이유에 대해 “머릿속으로 생각한 물건을 직접 디자인하고 만드는 것이 마냥 좋았고, 사용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고려하며 하나 둘씩 아이디어를 더할 때 느껴지는 재미나 감동이 특별했다”고 말한다. 공모전은 1학년 때부터 시작했다. 이제까지 대략 21개의 공모전에서 수상을 했는데, 처음부터 수상 실적이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한번 수상 하기 위해서는 수 차례의 실패를 맛봐야 했다. 졸업 전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석권이라는 성과를 앞두고 있는 그의 성공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공모전에서 제 작품을 평가 받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이었어요.
게다가 이번이 첫 도전이었죠. 졸업을 앞두고 뜻밖의 성과를 올리게 돼서 정말 기쁘네요.
이번이 가장 기억에 남겠지만, 돌이켜 봤을 때 군대 복무 당시에 수상을 한 공모전도 떠오르네요.
루이까또즈에서 주최한 일러스트 공모전인데, 그릴 도구가 없어서 색종이를 잘라 콜라주 방식으로 디자인을 해서 출품했어요.
그런데 덜컥 수상을 하게 됐죠.
보통 제품은 고정된 형태로 최대한 많은 사람이 쓰게 해야 해서 성인남성을 기준으로 디자인하거든요. 하지만 제가 디자인한 Universal Hand Dryer는 어린아이들이나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도 손 높이에 상관없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핸드 드라이어예요. 바람이 나오는 방향을 두 방향으로 해 다양한 사람들의 손 높이를 맞출 수 있도록 디자인 했죠. 사람들이 간과하기 쉬운 부분을 고려한 것이 인정을 받은 것 같아요.
램펜은 미국 IDEA 어워드에서 Universal Hand Dryer와 함께 수상한 작품이기도 해요. 두 작품 모두 디자인의 본질은 ‘행복’이죠. 고민하면 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의 행복을 생각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디자인을 계속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나눔’이라는 브랜드로 디자인을 하고 계시는 배상민 디자이너님이 생각나네요. 지난해 우연히 그분의 강의를 들을 수 있었는데, 그 후 디자인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거든요. 상위 10%를 위한 디자인 보다는 90%를 위한 디자인을 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죠.
Universal Hand Dryer의 아이디어는 작년 5월부터 생각했어요. 그 이후로 꾸준히 아이디어를 보완하며 디자인을 발전시켰고, 마지막에는 기획안 번역작업까지 해 가며 공모전 제출 준비를 했죠. Universal Hand Dryer의 작업은 우선 최선의 형태를 잡기 위해 30가지의 디자인 시안을 만드는 과정이 오래 걸렸어요. 그 시안 중에서 실현가능성, 사용성, 생산성, 심미성 등을 고려해 최종 형태를 선택했죠.
최근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이 있었잖아요? 그 내막을 알게 되면서 남자로서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다는 것이 충격이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뭘까 생각하다가 여성의 안전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해 보자는 생각을 했고, 지금 고민 중이에요.
평소에 관찰 하는 것을 정말 좋아해요. 주변에 모든 것을 관찰하죠. 그리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메모장에 적어두고, 주기적으로 적어놓은 것들을 다시 보며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곤 해요. Universal Hand Dryer도 실제로 공중화장실을 사용하다가 어린 아이가 작은 키 때문에 핸드드라이어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메모해두었다가 디자인하게 됐죠.
삼성디자인멤버십 이라는 대외활동을 하고 있어요. 삼성전자의 지원으로 전국에서 모인 학생 디자이너들이 자유롭게 디자인을 하며 실력을 쌓을 수 있는 대외활동이에요. 다양한 생각을 가진 친구들과 함께 디자인을 공부하는 것이 무척 도움이 되더라고요.
일단은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죠. 그리고 최대한 많이 도전해 보라는 말을 해요. 실패 하면서 배우는 게 많거든요. 그러다 보면 실력이 늘고, 결국 목표를 이루게 되죠. 간혹 무작정 비법(?)을 알려달라고 하는 후배도 있는데, 비법은 없어요.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몇몇 후배들의 태도는 좀 아쉽죠. 성공하기 위해서는 간절한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해야 하거든요.
지금까지 해외여행을 한번도 못해봤어요. 독일에서 열리는 이번 iF DESIGN AWARD 시상식에도 학과 일정과 졸업 준비로 가지 못했어요. 다음에 또 다른 국제공모전에서 수상을 하게 된다면 그땐 꼭 한 번 가보고 싶어요. 해외 유명디자인회사들을 찾아가보고 싶고, 다양한 전시회도 직접 보고 싶네요.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아서 공부를 하고 있어요. 사실 이미 취업이 확정돼 있기는 한데, 그와는 별개로 제가 직접 창업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죠.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저만의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해 보고 싶어요. 저만의 디자인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죠.
사용할 때도 좋고 남녀노소 모두에게 좋은 디자인, 그런 가치를 최대한 담으려고 하고 있어요.
아직은 좀 막연하죠. 좀 더 정확한 답을 찾아가고 있는 단계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