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우리나라는 펜싱 종목에서만 금메달 6개를 휩쓸었다. 한국 펜싱이 세계 최강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특히 이번 아시안게임 펜싱 종목에서는 국민대학교 스포츠산업대학원 재학생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바로 윤지수, 황선아 선수가 펜싱 여자사브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구본길 선수는 펜싱 남자사브르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각 2연패와 3연패를 지켜낸 이들의 치열했던 경기 뒷이야기를 담았다.
윤지수 선수와 황선아 선수가 속한 여자 펜싱 사브르 단체팀은 지난 8월 22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중국과의 결승전에서 45대 36으로 승리, 금메달을 획득했다. 앞서 준결승전에서 일본을 45대 25로 꺾고 결승에 오른 한국은 결승에서 중국과 접전을 벌인 끝에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 이어 2연패 달성에 성공했다. 구본길 선수는 후배 오상욱 선수와의 개인전 1, 2위 쟁탈전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고 회상했다.
“후배가 금메달을 따야 하는 좋은 기회였는데 제가 이겨서 마음이 많이 불편했어요. 단체전에서 꼭 금메달을 따주겠다고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너무나도 기뻤어요. 그만큼 간절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온 거 같아요.“
윤지수 선수는 6월부터 잔 부상이 생기면서 시합 출전 여부가 미지수였다. 그는 팀에 피해가 갈까 걱정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 번 크게 다치고 나니까 트라우마가 생겼어요. 그래서 잘할 수 있을까, 괜히 피해만 주는 건 아닐까 걱정이 많았죠. 그래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금메달까지 목에 걸 수 있어 기뻤죠. 무엇보다 4년 전에 함께 했던 선수들과 이번에도 함께 할 수 있어 더 좋았던 거 같아요.”
황선아 선수는 “4년 전 우승에 이어 2연패를 지킬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표현했다.
“사실 저는 단체전 멤버에 발탁될지도 알 수 없었어요. 결국 발탁됐고, 팀원들과 함께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죠. 그리고 무엇보다 금메달이 확정되는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 희열은 말로 다 설명 못 할 거 같아요.”
구본길, 윤지수, 황선아 선수는 모두 국민대학교 스포츠산업대학원 재학생이다. 구본길 선수는 같은 팀의 김정환 선수의 추천으로 국민대에서 석사 과정을 밟게 됐다.
“2014년도에 입학했어요. 유니버시아드를 뛰기 위해 대학원을 진학하게 됐죠. 지금은 유니버시아드 시합이 끝난 상태고, 앞으로 다시 공부에 매진해서 석사를 무사히 마치려는 계획을 갖고 있죠.”
윤지수, 황선아 선수는 구본길 선수의 추천으로 국민대 스포츠산업대학원에 진학하게 됐다. 구본길 선수는 스포츠경영학과, 윤지수 선수는 스포츠심리학과, 황선아 선수는 운동처방학과에 재학 중이다.
세 명의 선수들은 각각 평소 관심을 뒀던 전공을 선택했다. 이들은 모두 대학원에서 배운 지식이 시합에서 많은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운동심리학과 윤지수 선수는 “시합 때 긴장하거나 불안하면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있는 걸 배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본길 선수는 “요즘에는 선수가 운동은 당연히 잘해야 하지만, 그밖에 지식적인 부분도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미래에 지도자 과정을 밟게 된다면 현재 대학원에서 배운 스포츠 마케팅 관련 지식이 큰 도움이 되리라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황선아 선수도 직접 동료 선수들에게 운동치료학과에서 배운 테이핑 요법 등을 해줄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세 선수는 모두 체력적으로는 힘들지 않았지만 심리적인 부담감이 컸다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 구본길 선수는 3연패, 윤지수, 황선아 선수는 단체전 2연패라는 기록을 목표로 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그러한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던 비결을 ‘도전하는 자세’라고 설명했다. 구본길 선수는 “사실 대학원에서 공부를 시작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도전이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공부를 시작하기는 너무 힘들어요. 여건도 안 되고 새로운 것을 시작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고요. 사실 아무것도 아닌데 시작이 어렵죠. 만약 목표를 삼은 것이 있다면 무조건 도전해보라고 전하고 싶어요. 시작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죠.”
윤지수 선수도 이에 동의하며 “무엇을 목표로 삼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목표가 있어도 이를 이루려면 그 과정이 힘들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세운 목표만을 바라보고 가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 생각해요.”
황선아 선수는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고 설명하며 학생들에게 응원의 한마디를 보냈다.
“기회는 언제 찾아올지 몰라요. 물론 막막한 마음도 있겠지만, 지금이 그 기회를 잡을 준비를 계속해나가는 시기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러려면 언제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어야 해요.”
구본길 선수는 11월부터 2019년 시즌을 준비한다. 이에 맞춰 동계올림픽까지 내다보며 연습에 매진할 예정이다. 현재 스포츠산업대학원은 휴학 중이다. 아직 한학기가 남았지만 공부와 운동, 둘 다 최선을 다해 졸업까지 달려갈 계획이다. 윤지수 선수와 황선아 선수는 아직 2학기가 남아 있다. 둘 다 내년에 졸업을 생각하고 있다. 특히 윤지수 선수는 현재 재활 훈련을 받고 있어 이 기간을 활용해 학교를 다닐 계획이라고 전했다.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얼굴, 구본길, 윤지수, 황선아 선수. 이들이 갖고 있던 운동 실력과 함께 국민대학교 스포츠산업대학원에서 배운 지식을 접목한다면 세 선수 모두 운동선수로서, 미래의 지도자로서 최고의 모습으로 성장하리라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