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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의 빛줄기를 따라서
서대문형무소역사관 &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한국역사학과 황선익 교수, 김채언·한다운(21학번) 학생

침략과 오욕의 역사가 켜켜이 쌓여 있는 한국의 근현대사를 계절에 비유하자면 겨울이 아닐까.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민주독립국가의 불씨를 키워온 숨은 위인들. 수많은 희생과 헌신으로 국민이 주인인 대한민국을 건설하기까지의 과정을 서대문형무소역사관과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살펴봤다.

나라의 운명에 목숨을 바친 독립투사들

황선익 교수와 김채언·한다운 학생이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앞에 섰다. 한국역사학과 학생답게 두 학생이 서대문형무소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한다운 학생은 ‘수많은 항일독립운동가가 투옥된 곳’으로, 김채언 학생은 ‘유관순 열사가 투옥되어 순국한 장소’라고 덧붙인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는 나라의 주권을 되찾기 위해 비밀지하운동을 전개한 독립운동가들이 핍박받았던 곳.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마음이 당연히 엄숙해진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은 1908년에 일제가 ‘경성감옥’이라는 명칭으로 개소했습니다. 교정 시설로 시작해 ‘서대문감옥’, ‘서대문형무소’를 거쳐 해방 후에는 ‘서울교도소’, ‘서울구치소’ 등으로 바뀌었다가 1998년에 서대문형무소역사관으로 새롭게 개관했습니다. 전체를 조망하고 나서 내부로 입장하면 각 시설을 살펴볼 수 있는데요. 역사전시관에서는 이곳의 변천 과정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보안과 청사. 바닥의 붉은 벽돌에 각인된 ‘京(경)’자는 경성감옥의 ‘경’을 의미한다

▲ 원형 감옥 구조인 부채꼴 모양으로 만든 격벽장.
수감자들이 햇볕을 쬐거나 간단한 운동을 하는 운동장으로 도주를 막기 위해 격벽을 세워 수감자를 분리했다.

황선익 교수가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 대해 소개한 후 앞장서 서대문형무소역사전시관 2층으로 두 학생을 이끈다. 벽에 수많은 인물사진이 빼곡한 이 공간은 ‘민족저항실3’이다. 사진 아래에는 한자가 적혀 있다.
“독립운동가의 ‘수형기록표’입니다.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된 분들과 일제가 감시대상으로 분류한 분들의 기록으로, 사진 아래에는 죄명, 죄목, 신상정보 등이 한자로 기재되어 있습니다.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으며, ‘일제 감시대상 인물카드’로도 불립니다.” 황선익 교수의 설명을 듣고 두 학생이 수형기록표에 있는 수많은 사진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약 5천여 장의 수형기록표에는 앳된 얼굴을 한 소년 소녀부터 백발이 성성한 노인도 있다.

▲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옥사 내부

▲ 소년과 소녀부터 청년, 노인까지 성별과 나이에 상관없이 독립에 뜻을 모은
자랑스러운 독립운동가를 만날 수 있다

김채언 학생이 황선익 교수에게 질문한다. “교수님, 서대문형무소가 생긴 시기는 항일의병운동이 전개되던 시기이기도 하죠. 그렇다면 항일의병운동에 참가한 의병들도 이곳에서 옥고를 치렀나요?”
“네. 맞습니다. 1908년은 후기 항일의병운동이 격렬하게 일어났던 시기입니다. 일제가 의병들을 대규모로 수용시키기 위해서 만든 교정 시설이 지금의 서대문형무소, 당시 경성감옥인데요. 수많은 분이 이곳에서 돌아가셨습니다. 대표적인 분이 의병 연합군 13도 창의군에서 서울진공작전을 펼쳤던 왕산 허위 선생입니다.”라고 황선익 교수가 답한다.

▲ 통곡의 미루나무. 사형장으로 들어가기 전 사형수들이
나무(바닥에 쓰러져 있는 나무)를 붙잡고 통곡했다고 하여 ‘통곡의 미루나무’로 불린다

▲ 시구문. 일제는 사형 집행 후 시신을 바깥의 공동묘지로 내보내기 위해
약 200m 길이의 연결 통로를 만들었다. 지금 있는 것은 붕괴된 것을 약 40m 길이로 복원한 것이다

왕산 허위는 대한제국 시기 평리원 수반판사, 재판장(대법원장), 비서원 승(대통령 비서실장)에 재직했던 고급 관리였다. 의병장이 되어 서울을 탈환하는 서울진공작전을 이끌었으나 패퇴하고 경기도 북부에서 항쟁을 이어가다 1908년 6월에 일본군에게 체포되어 경성감옥에 투옥, 1호 사형수로 순국한다. 안중근 의사는 하얼빈 의거 후 법정에서 “우리 이천만 동포에게 허위와 같은 진충갈력(盡忠竭力: 충성을 다하고 힘을 다 바침) 용맹의 기상이 있었던들 오늘과 같은 국욕(國辱)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본시 고관이란 제 몸만 알고 나라는 모르는 법이지만, 허위는 그렇지 않았다. 따라서 허위는 관계(官界) 제일의 충신이라 할 것이다”며 허위의 애국활동과 정신을 칭송했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는 대한제국의 고관부터 일반 백성까지 각자의 위치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조국의 독립에 뜻을 모은 사람들의 숭고한 정신과 희생을 되새길 수 있다.

최초의 국립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

황선익 교수와 두 학생이 독립운동에 관한 또 다른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한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을 찾았다.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은 작년 3·1절에 개관한 라키비움((Larchiveum: 도서관(library), 기록관(archives), 박물관(museum)의 기능이 있는 복합문화공간)의 개념을 도입한 공간으로 국내에서는 최초로 문을 연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공간이다. 이로써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가 있던 중국 상해, 충칭에 가지 않아도 국내에서 자랑스러운 역사를 기억하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100년 미래를 내다볼 수 있게 됐다.

▲ 상징광장에서 <역사의 파도>를 감상하고 있는 한다운·김채언 학생, 황선익 교수(왼쪽부터)

황선익 교수와 두 학생이 가장 먼저 찾은 공간은 1층에 있는 상징광장이다. 상징광장에는 대형 조형물인 <역사의 파도>가 전시되어 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대한민국의 역사를 망망대해의 너울(파도)로 빗대어 표현한 작품이다. 고고한 역사의 흐름을 보여주는 <역사의 파도>는 최신 기술이 적용된 AR로 독립을 열망하는 이들의 집념과 투쟁, 의지를 표현한 콘텐츠를 관람할 수 있다. 또 상설전시1관이 있는 2층에는 키네틱 아트(중력, 마찰, 에너지 등 물리적 법칙과 과학적 원리나 장치에 의해 동력을 갖고 상하좌우로 움직이며 미묘한 변화를 보이는 움직이는 예술)도 있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 ‘군주의 나라에서 국민의 나라’가 상설전시1관의 주제.
태극 문양에서 왕(王), 민(民)으로 움직이는 키네틱 아트가 전시되고 있다

▲ 상설전시2관의 실감영상 <돌아오기 위해 떠난 4,000㎞>

임시정부와 임시의정원을 독립적으로 전시

“교수님,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은 관람객들에게 시각적인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들과 함께 교과서에서 봤던 사진들도 눈에 띄는데요. 이곳에서는 어떤 내용을 살펴봐야 할까요?” 한다운 학생이 사진들을 가리키며 황선익 교수에게 질문한다.

▲ 상설전시1관에 들어오면 상해 임시정부 내무총장 겸
국무총리 대리직을 역임한 도산 안창호 선생을 만날 수 있다

“상설전시1관에는 행정부 역할을 해온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역사를, 상설전시2관은 입법부에 해당되는 대한민국 임시의정원의 활동을 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적 기반과 구조적 기반을 살펴봄으로써 탄생 과정과 구성원들의 활동 등도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는데요. 상설전시2관은 다른 전시 기념관과 달리 대한민국 임시의정원을 독립적으로 분리한 것이 특징입니다.”
황선익 교수의 안내를 받은 후 두 학생이 2층과 3층에 각각 위치한 상설전시1·2관을 살펴본다. 상설전시2관에는 국민*인이라면 반갑고 친숙한 인물을 만날 수 있다. 국민대학교 설립자인 해공 신익희 선생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해공 신익희 선생은 1919년에 대한민국 임시헌장을 기초하고, 임시의정원 의원을 역임했다.

▲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원 성립 기념 사진(1919.10.11.)
앞줄 왼쪽부터 신익희, 안창호, 현순, 뒷줄 왼쪽부터 김철, 윤현진, 최창식, 이춘숙

▲ 해공 신익희 선생은 광복 후 국민대학교 초대 학장과 국회의장을 역임했다

▲ 상설전시4관에는 임시정부에서 정부로 발전하는 과정이 연대기로 전시되어 있다

상설전시4관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후반부 활동을 담고 있다. 주제가 ‘임시정부에서 정부’인 만큼 독립을 염원하고 실제 광복을 찾아가는 과정이 전시되어 있어 분위기가 사뭇 밝다. 연대기를 보던 중 김채언 학생이 황선익 교수에게 광복 이후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어떠한 변화를 맞이했는지가 궁금하다고 묻는다. 대한민국은 개인, 민족, 국가가 권한을 침해하지 않는 평화로운 사회를 꿈꿨지만 제2차세계대전이 종결되고 냉전 시대가 개막하면서 국제 정세에 영향을 받게 된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하나의 정부로서 사람과 법, 국가 상징물을 계승하며 정통성을 갖춘 국가로 나아가게 된다.

▲ 옥상정원에서 내려다본 풍경.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이 보인다

황선익 교수와 두 학생이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의 가장 높은 장소인 옥상정원에서 서대문의 풍경을 바라본다. 저 멀리 독립문이 보이고 방금 다녀온 서대문형무소역사관도 보인다. 공간을 통해 독립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역사와 기억을 하나하나 꺼내어 보니 고난과 역경, 시련으로 점철된 시간 속에서도 한 줄기 희망을 따라 온전한 대한민국을 세우려 했던 이들의 마음이 귀하게 느껴진다. 운명처럼 광명을 향해 굳세게 내딛던 위인들의 발걸음에 우리의 발걸음을 맞춰본다. 어느새 온화한 볕이 가슴에 가득 들어찬 듯하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주소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251
문의 02-360-8590
관람시간 9:30~17:00(11월~2월,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 추석 정기휴무)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주소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279-24
문의 02-772-8708
관람시간 10:00 ~ 18:00(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 추석 정기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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