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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도 예술도 한 땀 한 땀

국민대학교 신소재공학부 기계금속재료전공 성효경 교수

신소재 개발, 참 쉽죠?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은 소재로 이루어져 있죠. 어린 시절부터 본질에 대한 근원적 물음이 있어 소재의 특성과 물성을 이해하는 신소재공학에 흥미를 느꼈어요. 신소재공학은 원소를 활용해 실제 소재를 만드는 학문입니다. 신소재공학 전공생이라면 신물질, 차세대 에너지원, 생체재료 등 다양한 신소재를 개발할 수 있는데요. 신소재를 만드는 일은 음식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우리가 요리할 때 음식 재료가 지닌 특성을 파악해 맛을 내는 것처럼 신소재를 개발하는 것 또한 주기율표에 있는 여러 원소들의 특징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철과 크롬을 베이스로 한 신물질을 개발한다고 치면 여기에 조미료 역할을 할 원소를 찾아 넣어야 하는데요. 이때 필요한 기술이 인공지능입니다. 인공지능이 다양한 구조와 물성 데이터 사이의 상관 관계를 빠르게 분석해 내면 사람이 이 자료를 토대로 최적의 원소와 비율을 도출하고, 원자의 구조체를 설계합니다. 저는 스테인리스보다 강하면서도 잘 녹슬지 않는 소재, 철강 수준으로 강도가 높은 알루미늄 소재, 생체재료로도 쓰이면서 3D 프린터 재료로도 활용되는 신물질을 개발했는데요. 현재는 미래 모빌리티인 UAM 구조체에 쓰일 소재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 신소재를 요리하려면? 전공서적 필수!

궤도 엘리베이터, 문 빌리지에 쓰일 신소재를 찾아서

석기, 청동기, 철기. 도구를 만드는 재료가 달라질 때마다 인류는 엄청난 발전을 거듭해왔죠. 소재를 기준으로 시대를 나누는 이유인데요. 지금 과학자들은 다양한 원소들을 활용해 삶의 질을 크게 높이고 문명의 진보를 앞당길 수 있는 최고의 소재를 찾고 있습니다. 저 또한 인류가 알고 있는 지식의 경계를 확장할 만한 신물질을 발견하는 데 힘을 쏟고 있는데요. 신소재공학에는 놀라운 발견을 한 석학들이 계십니다. 케임브리지대학교(University of Cambridge)의 하샤드 바데시아(Harshad Bhadeshia) 교수는 철강을 기술의 영역에서 과학의 영역으로 진일보시켰고, UC버클리대학교(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의 로버트 리치(Robert Ritchie) 교수는 소재의 파괴특성을, 막스플랑크철강연구소(Max-Planck-Institut für Eisenforschung GmbH)의 디르크 라베(Dierk Raabe) 교수는 고망간강, 고엔트로피 합금 등 신소재 관련 연구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 분이지요. 저도 이분들처럼 유의미한 결과로 혁신을 일구고 싶고, 더 나아가 인류에 도움이 되는 과학적 발견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습니다. 제 목표는 극한 환경에서도 잘 버틸 수 있는 소재를 찾는 것인데요. 인류의 관심이 우주로 향해 있는 것만큼 궤도 엘리베이터, 문 빌리지(Moon Village) 등 극단적인 환경에서도 잘 버틸 수 있는 소재를 개발한다면 인류의 삶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지겠죠? 그런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과학적 지식과 문명을 일대 진보시키는 놀라운 발견은 역사, 우연, 불확실성 등 다양한 요소와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을 아시나요? 한마디로 연구란 것이 제 마음대로 된다면 좋을 텐데 그게 참 쉽지 않다는 겁니다(웃음). 그래서 스트레스가 많을 때 미술관에 갑니다.

▲ 연구실에 있는 명화 굿즈. 왼쪽부터
<Claude Monet, Woman With A Parasol - Madame Monet And Her Son, 1875>,
<Johannes Vermeer, Meisje met de parel, 1665-1667>

힘들 땐 서울! 감동 쓱 받고 싶을 땐 청주!

저희 어머니가 미술을 좋아하셨어요. 취미로 그림을 그리고, 공예품도 만드셨죠. 제가 한때는 학교를 대표해 나간 그림 대회에서 상을 받은 적이 있는데요. 혹시 재능이 있나? 착각하기도 했죠. 어렸을 때부터 미술과 가까이 있어 그런지 미술관에 가면 신기하게 마음이 편해집니다. 특히 연구가 어렵거나 논문이 잘 써지지 않는 날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을 찾습니다. 전시를 보고 나면 머릿속 잡념들이 다 사라지고 다시 새로운 것을 채울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데요. 그 마음가짐 그대로 미술관에 있는 카페로 직행해 노트북을 켜고 논문을 씁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이 자주 찾는 미술관이라면,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는 꼭 가보길 추천하는 미술관입니다. 참고로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 청주 외에 덕수궁, 과천에도 있는데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는 국내에서 최초로 수장고를 공개하는 <개방 수장고 개편>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개방 수장고 개편>은 기획 전시와 달리 특정한 주제와 의도를 갖지 않고 관람객들이 직접 수장고로 들어가서 작품과 보존환경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전시입니다. 작품을 보관하고 보존하는 수장고라는 특성 때문에 정해진 동선 없이 자유롭게 이동하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작품을 쓱 보다가 발길을 멈추게 하는 작품이 있다면 한 자리에서 오래 머물러 작품을 들여다보세요! 수장고에서 감상하는 작품의 특별한 소통이 무척 마음에 들 겁니다.

▲ 명화가 있는 연구실에서 성효경 교수와의 인터뷰

미적 감각 끌어올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잖아요. 미술사학, 예술학과 관련된 책을 읽기도 했는데요. 오히려 국내외 미술관 전시를 보러 다녔던 게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전시에 가면 미술관이 제공하는 콘텐츠가 다양한데요. 리플릿, 전시벽에 있는 설명, 오디오 가이드, 영상 등을 최대한 꼼꼼하게 보고, 전시된 작품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보기보다는 인상 깊은 작품을 오래 들여다봅니다. 뇌를 쉬게 하고 싶은 날에는 음악을 들으면서 작품을 감상하는데요. 이 경험을 토대로 피아니스트인 아내와 함께 음악과 미술 작품이 어우러진 음악 전시회를 기획해 무대에 올린 적이 있습니다. 아내가 피아노로 연주하고, 제가 작품을 소개했는데요. 당시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어 매우 뿌듯했었죠.
학부 기간 전공 공부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라 생각해요. 한때 저는 그림도 그리고, 기타도 켜고, 노래도 부르고, 뮤지컬 무대에서 연기도 했었는데요. 일상에서 다양한 색을 하나하나 채워가다 보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져도 전혀 심심하지 않고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요. 그것이 저에게는 미술관 전시 관람이고, 운이 좋게도 공감해주는 아내가 있어 유모차를 끌고 다니며 국내외 미술관에 다니고 있습니다. 국민대학교 주변 가까이에 좋은 미술관이 많습니다. 공대생이라면 전공을 통해 감성이나 미적 감각을 표현할 일이 없는데요. 미술관에 가서 작품도 보고 작품과 관련된 연대기, 도표 등 시각적 자료도 꼼꼼하게 보셨으면 합니다. 좋은 논문은 주제와 내용뿐만 아니라 디자인 표지와 도표도 아름답습니다. 위대한 예술가들이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여 작품을 완성했듯이 저 또한 논문에 한 땀 한 땀 혼을 불어넣겠습니다! 제가 왜 이 세상에 태어났는지, 인류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본질에 대한 물음에 답하면서.

▲ 성효경 교수의 소울메이트와 함께한 명화와 음악이 있는 피아노 독주회

성효경 교수의 미술관 1열 추천

피트 몬드리안

▲ (Piet Mondriaan, Composition II in Red, Blue, and Yellow, 1930)(왼쪽),
필라델피아 뮤지엄 오브 아트(Philadelphia Museum of Art)에서 구매한 피트 몬드리안 작품이 프린트된 머그잔(오른쪽)

피트 몬드리안(Piet Mondriaan)은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와 함께 초기 추상화의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피트 몬드리안의 추상은 기하학적인 선과 형태를 중심으로 색의 수나 표현 방법이 절제되어 있다. 사물을 단순화하는 과정에서 고도로 이상화된 감정으로 선과 색의 형태를 절제하며 수학적이면서 순수한 아름다움을 표현했기 때문에 ‘차가운 추상’으로도 불린다. 기하학적인 피트 몬드리안의 작품은 패션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의 몬드리안 드레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의 라 투레트 수도원(Couvent de La Tourette) 등 후대에 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이 되어 재해석되고 있다.

앤디 워홀

▲ MoMA에 전시된 <Campbell’s Soup Cans>(왼쪽) ©Scalleja,
피츠버그의 앤디 워홀 뮤지엄(The Andy Warhol Museum)에서 구입한 피규어(오른쪽)

앤디 워홀(Andy Warhol)은 20세기를 대표하는 팝아트의 선구자다. 작가로 데뷔하기 전 잡지 삽화, 광고 디자인 등 상업미술가로 명성을 얻었는데 첫 개인전에서 <캠벨 수프 캔(Campbell’s Soup Cans)>을 발표하며 팝 아트 작가로도 성공한다. <캠벨 수프 캔>은 미국인들이 즐겨 먹던 캠벨사의 수프 통조림을 똑같이 그린 작품이다. 앤디 워홀은 슈퍼마켓 진열장처럼 보이도록 수프 통조림 32개를 그려 미국 사회에 깊숙이 파고든 상품주의, 소비중심주의, 황금만능주의를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캠벨 수프 캔> 외에도 <코카콜라(Coca-Cola)>, <마릴린먼로(Untitled from Marilyn Monroe)> 등 작품에도 예술성, 상업성, 대중성을 인정받으며 현대미술작가로 성공적인 삶을 산 예술가로 평가받는다.

아줄레주

▲ 아줄레주로 묘사한 부사코 전투(왼쪽) ©Alta Falisa, 포르투갈 여행 중에 구입한 아줄레주 도자기(오른쪽)

아줄레주(Azulejo)는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장식 예술이다. 사각형의 작은 타일에 그림을 그린 다음 건물의 내ㆍ외벽에 붙여 장식하는 타일공예에 사용되었다. 아줄레주의 어원은 아랍어 azulej 또는 aljulej 에서 파생된 것으로 ‘작은 조각’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아줄레주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먼저 사용되었고 이슬람 문화로 건너와 종교적 배경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사용되었다. 유럽에서는 스페인에 먼저 전해졌고, 15세기에 세빌리아를 통해 포르투갈에 유입되었는데 포르투갈은 이 아줄레주를 독자적인 기법으로 발전시켜 현재에도 꾸준히 사용하고 있다. 스페인과 네덜란드 등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도 아줄레주를 찾아볼 수 있으나 그 활용이 제한적이다. 반면에 포르투갈은 5세기 동안 꾸준히 사용하고 있으며 건물 내부뿐 아니라 전면을 장식하는 방식으로 독특하게 활용된다. 또 아줄레주로 그린 그림은 당시의 사회상이나 사건, 생활상 등을 엿볼 수 있는 사료로서 가치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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