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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릉STYLE 서양의 종교가 한국과 만나다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광화문 광장에서 시청으로 이어지는 서울 도심,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주는 곳이 있다. 덕수궁, 덕수궁 미술관, 덕수궁 돌담길이 고즈넉하게 자리한 정동은 도심 속 보물 같은 명소를 품고 있는 곳. 그리고 그 옆에는 서울주교좌성당이 있다. 서양 종교와 한국 문화를 조화시키며 주변 한옥과 조화롭게 어울리는 서울주교좌성당을 최왕돈 교수(건축학부)와 신휘호 학생(경영학부 19학번), 안소윤 학생(중국학부 21학번)과 함께 찾았다.

한국 전통을 의식한 로마네스크 리바이벌 건축물

신휘호 학생과 안소윤 학생이 서울주교좌성당의 고풍스러운 외관에 눈을 떼지 못한다. 서울 도심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유럽의 독특한 건축 양식이 정동에 있다는 사실에 놀란 눈치다.

▲ 서울주교좌성당 앞에 선 최왕돈 교수와 안소윤·신휘호 학생(왼쪽부터). 옆에 붉은 벽돌 위에 기와를 얹은 건물은 사제관이다

서울주교좌성당은 로마네스크 양식을 충실히 따른 로마네스크 리바이벌(Romanesque revival: 네오 로마네스크) 건축물이다. 로마네스크(Romanesque)는 10세기부터 12세기까지 유럽에서 유행했던 건축양식으로, ‘로마의 건축과 유사한 느낌을 지닌 건축물’이라는 뜻이다. 18세기에 로마네스크 건축은 다시 건축가들에게 영감이 됐고, 이때 만들어진 로마네스크 리바이벌은 19세기 중·후반에 이르러서 큰 인기를 누렸다.

▲ 단순화된 아치와 창이 특징인 로마네스크 리바이벌 양식의 서울주교좌성당
▲ 아서 딕슨은 한옥의 특징인 기와지붕을 교회 건축에 접목해 아름다운 포용의 건축물을 설계했다

“서울주교좌성당은 영국 건축가 아서 딕슨(A.Dixon)의 설계로 1922년에 착공하고, 1926년에 준공되었습니다. 70년이 흐른 1996년에 나머지 부분이 증축되었죠. 아서 딕슨은 서울주교좌성당을 지을 때 많은 것을 고심했던 것 같습니다. 명동에 있는 명동성당도 상당히 의식했을 것이고, 아서 딕슨이 심취하고 있던 로마네스크 리바이벌 양식도 염두에 두었을 텐데요. 서울주교좌성당 뒤에 있는 덕수궁, 영국 대사관 등 여러 한옥 건축과 융합되는 로마네스크를 선택해 한옥 지붕과 한옥 문창살을 부분적으로 활용해 서울주교좌성당을 설계했습니다. 현재는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최왕돈 교수가 학생들에게 서울주교좌성당의 유서 깊은 역사와 건축양식을 소개하며 이곳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을 자극한다.

개신교만의 특별한 흔적을 품고 있는 교회

문을 열고 들어선 서울주교좌성당은 편안하고 포근하다. 스테인드 글라스로 쏟아져 내려오는 햇볕은 은은하고 부드러우며 모자이크 제단화는 금빛의 조촐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최왕돈 교수와 학생들이 가장 먼저 선 곳은 십자가의 중심부. 최왕돈 교수가 서울주교좌성당이 지금의 형태를 갖추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 최왕돈 교수가 가리키는 곳에 학생들의 시선이 머문다
▲ 십자가의 중심부에서 교회 입구를 바라보면 보이는 전경.
					웅장한 파이프 오르간과 은은한 스테인드 글라스, 불빛을 총총히 밝히는 샹들리에가 아름답다

서울주교좌성당은 조선 성공회 3대 주교인 마크 트롤로프(Mark Trollope) 주교가 1922년에 설계대로 착공했으나 1926년에 예산 문제로 미완성인 상태에서 헌당식을 가졌다고 한다. 이후 1993년에 영국의 한 도서관에서 설계도를 찾으면서 1996년에 지금의 모습으로 완공됐다.

▲ 우리나라 전통 오방색을 조화시켜 완성된 부드럽고 은은한 빛깔의 스테인드 글라스(좌), 한옥 문창살을 접목한 아치형 창(우)

십자가 중심부 제단 뒤편에는 서울주교좌성당에서만 볼 수 있는 주교좌와 모자이크 제단화가 있다. 주교좌는 주교님이 앉는 의자를 의미한다. 영어 cathedral은 주교좌가 있는 대형 교회를, catholic church는 일반적인 작은 성당을 의미하는데 성공회는 영국의 잉글랜드에서 기원한 전통적 개신교 교회다.

▲ 서울주교좌성당에는 주교의 의자(주교좌)가 있다.
					이는 대한성공회와 서울 교구, 모든 교회의 중심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 비잔틴 양식의 모자이크 벽화

이번에는 신휘호 학생이 뒤편에 있는 모자이크 제단화에 호기심을 보인다. 최왕돈 교수는 “ 채색 타일 하나하나를 박아서 정교하게 만든 모자이크화로, 비잔틴 양식에 가까우며 완성도가 높고 아름다워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죠.”라며 신휘호 학생의 궁금증을 해소한다.
최왕돈 교수와 학생들이 자리를 옮겨 서울주교좌성당의 지하로 내려간다. 시선이 일제히 바닥으로 향한다. 바닥에 금색 동판이 있기 때문이다. 분명 방금 지상에서는 본 적이 없는 특별한 또 다른 무엇이다.

▲ 둥근 아치를 떠받치는 12개 기둥은 그리스도의 12 제자를 의미한다
▲ 지하 성당에는 마크 트롤로프 주교님의 전신 초상화 동판이 있다. 아래에 돌아가신 주교님의 유해가 묻혀 있다

“동판에 새겨져 있는 분은 서울주교좌성당의 건립자이신 마크 트롤로프 주교님입니다. 동판 바로 아래에는 돌아가진 마크 트롤로프 주교님이 누워 계십니다. 사대문 안에 있는 유일한 무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안소윤 학생이 조금은 무서운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고 하자, 최왕돈 교수는 외국의 지하 교회에는 동판이 있고, 이곳에 고인이 된 성직자·성인을 모시는 일이 흔하다고 안심(?)시킨다.

서양의 건축 양식에 한국의 전통 건축을 조화시킨 서울주교좌성당. 최왕돈 교수의 설명을 듣고 서울주교좌성당을 바라보니 십자가 모양의 화강암 건물이 기와지붕을 머리에 얹고 기도하듯 엎드려 있는 듯하다. 시대의 성소로, 도심 속 쉼터로 130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존경받아온 서울주교좌성당의 건축물에서 ‘포용’을 발견하게 되어 조금 더 너그러워지는 마음이다.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대로21길 15
문의 02-730-6611
관람시간 11:00-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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