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생명공학과 김형진 교수 & HP프린팅코리아 강광호 박사
제지 산업과 같은 전통적인 제조업에서도 인공지능(AI)와 빅데이터 활용 등 디지털 전환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미래를 준비해야 할 학생들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까? 임산생명공학과 김형진 교수가 HP프린팅코리아 강광호 박사와 함께 HOT TEAM Class에서 질문의 해답을 찾아봤다.
임산생명공학과는 산림 생물자원이 환경과 인간에게 도움이 되도록 응용하는 임산공학과 생명공학 기술을 연구한다. 김형진 교수는 종이 제조 기술 연구, 보존과학 및 비파괴 분석 등을 연구하는 펄프 · 제지연구 분야의 선두주자다.
그런 그가 ‘섬유재료화학 및 실험’ 교과목을 통해 개설한 HOT TEAM Class의 키워드는 다름 아닌 ‘인공지능 · 빅데이터’다. 김형진 교수는 이번 수업의 주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제지산업 최신 기술 동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많은 사람들이 펄프 · 제지산업을 단순 제조업이라고 생각할 거예요. 그런데 종이 생산 공정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요. 80년대 초엔 제조 공정 라인 근로자 수가 약 300명이었죠. 그런데 지금은 그때보다 10배 이상 많은 양을 생산하면서도 인원은 4-5명에 불과해요. 제조 과정이 첨단화, 디지털화되면서 제지 산업에도 4차 산업혁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뜻이죠.”
김형진 교수는 HOT TEAM Class를 통해 4차 산업혁명으로 가속화될 기업의 환경 변화와 제지 산업의 미래를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그 미래를 보여 줄 산학 멘토로 HP프린팅코리아의 강광호 박사를 초빙했다. 강광호 박사는 김형진 교수 연구실에서 제지공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국민대학교 동문이다.
강 박사는 박사학위 취득 후 선임연구원으로 삼성전자에 입사했으며, 현재는 글로벌기업 HP가 삼성전자 프린터 사업부를 인수해 새롭게 출범시킨 HP프린팅코리아 R&D 팀에서 근무한다. 김형진 교수는 임산생명공학과 현직 선배가 들려주는 경험 사례가 학생들에게 새로운 자극이 될 거라고 말했다.
“제가 학문적 지식을 전수하는 노련함은 있을지 몰라도 세상의 변화를 받아들이도록 설득하는 일에는 사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젊은 멘토가 제격이라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강 박사는 국내 굴지의 기업에 입사해 많은 성과를 내며 활약 중인 선배기 때문에 후배들에겐 좋은 롤 모델이기도 하죠.”
‘닥터 페이퍼’라는 닉네임으로 글로벌 동료들과 협업하며 리더 역을 맡고 있는 강광호 박사는 말 그대로 종이 박사다. 한 번도 받기 힘들다는 ‘베스트 프랙티스’ 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바 있다. 900여 종에 달하는 프린터용 종이의 물성을 분석한 데이터와 각 종이에 의한 프린터 퍼포먼스의 인과관계를 로직트리로 정리한 매뉴얼이 그의 대표적인 성과다. 바쁜 업무 일정 속에서도 자기계발의 끈을 놓지 않았던 강광호 박사는 독학으로 AI 머신러닝 등을 공부했다고 설명했다.
“전공 분야 외에 어떤 능력을 키워야 업무적으로 도움이 될까 생각해보니 역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빼놓을 수 없었어요. 프로그래밍 관련 지식이 부족해 공부가 쉽진 않았지만, 기초적인 것부터 업무에 적용해 결국 제가 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바탕이 됐죠.”
연구 시스템이 체계화되었어도 수집한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발전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다. 강광호 박사는 전공 지식도 중요하지만 실제 회사 업무를 함에 있어 갖춰야 할 능력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재 제지 산업에서는 어떤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지, 우리가 그 데이터를 가공해 생산할 수 있는 정보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제 사례를 들어서 소개했어요. 예전엔 화학분석을 통해 종이의 용도 정도를 알아냈다면 이제는 머신러닝 기법을 이용해 종이의 생산지까지 알아내는 식이죠. 이건 단지 예시일 뿐 학생들은 각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어요.” 김형진 교수는 우리가 흔히 전통 임산공학하면 떠올리는 목재, 펄프, 제지 분야 등의 제조 산업에도 인공지능 · 빅데이터와 같이 첨단산업을 이끄는 키워드가 똑같이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기록 목적으로서의 종이 사용량은 줄었을지 몰라도 펄프 · 제지는 기술의 발달과 함께 용도의 범위를 확대하고 발전을 거듭하고 있어요.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친환경 소재, 전기차 배터리 셀의 분리막, LED 패널 보호용 박막필름 등 지금은 종이 사용량의 60% 이상이 특수산업 적용 용도에요. 기존의 제지 분야 말고도 다양한 길이 열려 있고, 그 길로 진출하기 위해선 데이터 분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걸 수업을 통해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강광호 박사는 학생들에게 데이터 분야에 미리 관심을 갖고 준비 할 것을 당부했다. 데이터가 주어졌을 때 그것을 응용하고 능숙하게 다룰 줄만 알아도 자신의 능력을 내보일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되어 줄 거라고 말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한계를 두지 말고 계속해서 시야를 넓혀가라고 조언했다.
“저는 제지공학이라는 학문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했지만 거기서 멈췄다면 그 이상의 발전은 없었을 거예요. 'out of box'라는 말을 좋아하는데요. 내 울타리 안이 아닌 그 밖을 생각하라는 뜻이에요. 박스 바깥으로 시야를 넓혀 내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거죠. 본인이 가진 박스를 찢고 나와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기를 바라요.”
김형진 교수는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온라인 강의의 집중도가 강 박사의 흥미진진한 이야기 덕에 올라갔다며 강광호 박사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두 사람은 2학기에도 함께 수업을 진행 중이다. 이번엔 강광호 박사가 통계에 관한 특강을 준비했다.
빅데이터와 마찬가지로 임산생명공학과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지만 통계가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역량이라고 생각해 김형진 교수가 마련한 시간이다. 강광호 박사는 김형진 교수에게서 배운 열정과 집중력이 자신의 인생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 가르침을 후배들에게도 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교수님을 본받아 석·박사 과정 중에 정말 열심히 공부했어요. 그때 관심 있는 분야를 끝까지 파고들다 보면 결국 결과를 얻게 된다는 걸 온몸으로 익혔죠. 이런 열정을 후배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어요. 지금은 내가 하고 싶은 일에 호기심을 가지고 집중하는 열정적인 마음가짐과 태도를 터득해야할 시기라고요.” 변화하는 세상에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걸 바탕으로 자신만의 길을 찾아나갈 학생들에게 두 사람이 던진 메시지가 온전히 닿을 수 있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