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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크리에이터 장애 고양이와 함께하는 유튜브 채널 ‘읏디의 고양이타이쿤’

“고양이와 사람이 함께하는 일상을 보여드릴게요!”

우아한 형제들 신입사업마케팅팀 · 의상디자인학과 13학번 이은지 동문

안녕하세요! 국민대학교 의상디자인과 13학번 졸업생 이은지입니다. 저는 대학 재학 중엔 국민대 고양이 추어오라는 길고양이 공생 동아리를 만들어 운영했고, 지금은 유튜브 채널 ‘읏디의 고양이타이쿤 Cat Tycoon’으로 장애가 있는 고양이와 함께 사는 일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은 배달 어플리케이션 회사인 ‘우아한 형제들’에서 마케터로 일하고 있죠. 오늘은 고양이와 함께했던 대학 생활과 유튜버 활동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급식소에서 시작된 동아리, ‘국민대 고양이 추어오’

2015년 대학교 재학 당시, 동아리 ‘국민대 고양이 추어오(이하 ‘추어오’. 고양이의 울음소리인 ‘야옹’을 흉내 낸 말로 ‘추워요’를 뜻함)’를 만든 이유는 당시 SNS에서 벌어진 논쟁 때문이었습니다. 그 무렵 국민대학교 페이스북 커뮤니티 ‘국민대 대신 전해드립니다(줄여서 ‘국대전’)’에선 ‘경상대 건물 밑에 추락한 고양이를 구조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에 관해 설전이 벌어지고 있었죠. 저는 학교에서 자주 보는 고양이에게 가끔 먹이를 주곤 했는데 ‘국대전’에서 벌어진 설전을 보고 있자니 숨어 지내던 고양이에게 감정이 격해진 이들의 불똥이 튀지 않을까 걱정됐습니다.

길고양이가 먹이를 구하기 위해 캠퍼스 이곳저곳을 배회하면 더욱 눈에 뜨일 테니 급식소를 만들어 그곳에만 나타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때 급하게 팀원을 모집한 게 추어오의 시작이었습니다.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고양이 급식소를 학교 내에서 운영하려니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굿즈를 제작해 판매하고 캠페인도 열어 학생들에게 고양이와 사람이 서로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공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메시지도 전달했죠. 교내에서 고양이 급식소와 길고양이에 관한 인식을 바꿔나가다 보니, 어느새 정식 동아리로 활동할 수 있게 됐습니다.

▲ 이은지 동문과 그가 키우는 고양이들 ©이은지

이렇게 우여곡절을 겪으며 급식소를 운영하다 보니, 살아남는 것 자체가 어려운 환경에 놓인 동물을 많이 만나게 됐어요. 그때마다 ‘졸업하고 독립하면 꼭 유기 동물 보호소에서 몸이 아픈 고양이를 입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추어오’에선 길고양이를 위한 급식소 마련 외에도 조그마한 집을 지어 겨울을 따듯하게 날 수 있게 하고, 중성화 수술과 인식표(이름표)를 붙이는 활동도 했습니다.

문득 예대 앞을 지키던 금공이가 세상을 떠난 일이 떠오릅니다. 그때 학우 여럿이 금공이를 애도하는 말을 메모지에 적어 붙였는데, ‘이제 금공이는 단순한 길고양이가 아니라 캠퍼스의 고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감동과 위로를 받았죠. 한편으론 길고양이가 이렇게 관심을 많이 받으니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의 해코지가 더 심해지는 건 아닐까 싶어 걱정도 했습니다.

얼마 전엔 사이버 강의 때문에 학교에 갈 일이 줄어, 캠퍼스의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챙겨주거나 구조하기가 힘들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축제 같은 행사가 많이 취소되어 구조 후원금을 모으기 위한 굿즈 판매도 어려워졌고요. 그래서 이 글을 통해 학우 여러분의 도움을 구하고자 합니다. 가끔 학교에 갈 일이 있다면 고양이가 잘 지내는지 슬쩍 둘러봐주세요. 건강이 안 좋아 보이는 고양이를 발견하신 분은 ‘추어오’ 인스타그램(@kmu_cat), 페이스북(@kmucat)을 통해 제보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유튜브 통해 고양이와의 일상 공유

저는 학교를 졸업하던 2017년 2월을 마지막으로 ‘추어오’ 대표로서의 활동을 마무리했습니다. 이후 취업과 독립을 하면서 드디어 유기 동물 입양 애플리케이션 ‘포인핸드’를 통해 고양이를 입양했습니다. 바로 저의 첫 고양이인 앙팡이와 이오입니다. 앙팡이와 이오 모두 한쪽 눈에 심한 염증이 있던 상태로 자동차 밑에서 함께 구조됐습니다. 둘이 보호소에서 서로 의지하는 모습을 보고 함께 입양하기로 결심했어요.

장애묘다 보니 입양하기 전엔 손이 더 많이 가고 키우기가 힘들 줄 알았는데 실제론 건강한 고양이와 다르지 않았어요. 주기적으로 건강 검진만 받아도 건강하게 키울 수 있었죠. 오히려 두 고양이의 아픈 눈이 각자의 특징이 되어 더 매력적이고 특별해 보이기도 했어요. 그러나 이오는 얼마 뒤 다른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후에도 몇 차례 고양이를 더 입양해 지금은 앙팡이, 애동이, 정색이, 후추까지 네 마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 뒷다리가 마비된 고양이 ©유튜브 채널 ‘읏디의 고양이타이쿤 Cat Tycoon’

유튜브 채널 ‘읏디의 고양이타이쿤 Cat Tycoon(이하 ‘고양이타이쿤’)’은 고양이들과의 일상을 기록하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장애를 가진 고양이를 향한 편견이 사라졌다는 시청자가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장애묘에 대한 편견은 보호소에서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는데요. 장애가 있거나 아픈 고양이는 건강한 고양이에 비해 오랫동안 입양되지 않고 보호소에 머물기 때문입니다.

보호소의 운영비는 한정되어 있고 구조 활동은 계속 이어지는데 돌봐야 하는 고양이가 계속 늘어나기 때문에 오랜 시간 입양되지 않는 고양이는 어쩔 수 없이 안락사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최근 제 채널에서 영상을 본 뒤 편견을 버리고 몸이 불편한 고양이를 입양했다는 분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반응을 볼 때마다 장애를 가진 고양이도 다른 고양이와 같다는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더욱 강해지곤 합니다.

채널명으로 쓰는 ‘읏디’는 친구들이 제 이름 ‘은지’를 재치 있게 부르는 별명입니다. 채널명에 함께 쓰는 타이쿤(Tycoon)이란 경영자가 되어 매장을 운영하는 게임을 말하는데 편견을 버리고 장애묘와 일상을 영위한다는 생각과 맞닿아 있습니다. ‘읏디의 고양이타이쿤’이란 이름은 고양이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제 삶을 경영한다는 의미죠.

▲ 처음 입양한 고양이의 건강 검진 ©이은지

제 유튜브 채널이 처음부터 반응이 좋았던 건 아니에요. 활동을 시작하던 초기엔 뜻하지 않은 오해를 사기도 했습니다. 처음으로 장애묘 영상을 올렸을 때, 저와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이들 사이에서 제가 ‘고양이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으니까요.

제가 키우는 고양이들은 몸이 불편해 매일 제 손길이 필요합니다. 직접 배변하지 못하는 아이는 매일 압박 배뇨를 해줘야 하고, 이빨이 없는 고양이는 매번 먹이를 잘게 부숴줘야 밥을 먹을 수 있습니다. 저는 일일이 설득을 하는 대신, 이런 제 생활을 영상으로 만들어 공유했습니다. 그 덕분인지 지금은 많은 구독자로부터 응원을 받고 있답니다.

저도 구독자에게 보답하기 위해 제 인스타그램(@eut.d)으로도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선 반려 동물을 그림으로 그려 선물하는 이벤트도 하고 있습니다. 제 유튜브 영상의 댓글을 보면 동물 그림을 프로필 사진으로 설정한 이가 많은데, 이중 많은 그림이 제가 선물한 것이랍니다.

오늘 제 이야기를 읽고 유튜버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떠올린 분이 있을 거예요. 그렇다면 당장 자신이 할 수 있는 솔직한 이야기부터 시작하기를 추천합니다. 제 주변에도 유튜버가 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지만 정작 콘텐츠 기획 단계에서 좌절해 시작도 하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거든요.

여러분이 일상에서 겪는 사건은 평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건을 경험하는 여러분은 세상에 둘도 없는 유일한 존재입니다. 거기서부터 기획을 시작하신다면 다른 사람과 같은 주제로 콘텐츠를 만들더라도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그러니 함께 나눌 수 있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찾아보세요.

경제적 안정과 책임감이 필요한 유기묘 입양

길고양이 구조와 입양을 생각하시는 분에게 당부하고 싶은 사항도 있습니다. 제 영상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요즘 길고양이에 관심을 갖고 구조 활동을 하는 이들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어요. 이들 중엔 고양이를 입양하려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러나 유기묘, 그중에서도 몸이 불편한 고양이를 키운다는 건 돈과 체력 그리고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이라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여러 사회 초년생이 유기묘를 구조 · 입양했다가 지친다는 사연을 접하기도 합니다.

▲ 하수구에 갇힌 고양이를 구출하는 영상 ©유튜브 채널 ‘읏디의 고양이타이쿤 Cat Tycoon’

그러니 되도록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오랜 시간 키울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 입양하시기 바랍니다.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시기에 외로움을 달래고, 위로받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입양할 경우, 그 고양이가 다시 길거리로 내몰리는 일이 심심찮게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입양을 결정하신 분은 유기 동물 보호소 연계 애플리케이션 ‘포인핸드’와 ‘추어오’ 인스타그램(@kmu_cat), 페이스북(@kmucat)을 참고하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저도 아픈 고양이를 돌보면서 구조 활동과 바쁜 직장 생활을 병행하다 보니 힘에 부칠 때가 있습니다. 어쩌면 고양이와 산다는 건 아기를 키우는 것과 같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요즘엔 지치지 않고 고양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합니다.

요즘은 고양이를 돌보는 일과 저의 일상을 분리하기 위해 집 안의 공간을 나누는 인테리어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고양이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사람들과 나누고 함께 고민하기 위해서입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구독자를 초대해 집들이도 하고 싶습니다. 고양이와 함께하는 우리 집에서 조만간 꼭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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