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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스타일 팀팀Class · 알파프로젝트로 디자인 이어 실제 차량까지 만들다

아무도 관심 없던 쓰레기 수거차, 우리가 재탄생시켰습니다

자동차공학과 최웅철 교수 &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노영조 · 배성재 · 김민석 · 김필수 학생

지난 65호 웹진 ‘K-스피릿’에서 소개한 쓰레기 수거용 전기 소형차 개발팀 이퀄(EQUAL)을 기억하는지? 이들이 지금까지 프로그램을 지속해 소형 전기 화물차인 협소골목 분리수거업무 개선 전기차량(이하 ‘분리수거 전기차량’)을 제작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당시 이퀄 팀은 공공정책과 유니버셜 디자인(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디자인)을 함께 섭렵해, 해당 차량의 아이디어를 디자인으로 구현하는 과정까지 마친 상태였다.

국민대학교 이퀄 팀의 이름은 전자를 뜻하는 Electronic의 ‘E’에 평등을 뜻하는 Equal을 더한 것으로, 모두가 평등하게 편리한 운송 수단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마음을 담았다.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은 이들을 창업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됐다.

여러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서 가능성을 엿보다

이퀄 팀은 분리수거 전기차량으로 본격 창업을 결심하고 올해 초 을지로에 사무실을 열었다. 프로젝트를 진행할수록 실제 차를 제작하고 싶어졌고, 충분히 성공적인 창업 아이템이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회사 대표는 분리수거 전기차량 아이디어를 처음 구상한 노영조 학생이 맡았다.

▲ (왼쪽부터) 배성재·김민석·김필수·노영조 학생

휴학 중이거나 3학년에 재학 중인 다른 팀원과 달리 곧 졸업을 앞두고 있는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16학번 노영조 학생은 학과 수업을 병행해야 한다는 고충을 안고 있었다. 팀과 함께 작년 2학기에 수강한 팀팀Class는 그에게 학점과 함께 공모전 등 창업 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든든한 발판이 됐다.

“분리수거 전기차량을 제작하기 위해선 많은 자금이 필요한데 학교에서 지원한 연구비로는 한계가 있었죠. 하지만 우리는 프로젝트가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외부기관의 지원사업에 참여해 투자를 받기로 결정했습니다.”

이퀄 팀은 프로젝트의 잠재력과 우수성을 인정받아 경기창업콘텐츠진흥원에서 주최한 ‘MDC 창업 지원사업’에서 2,000만 원, 중소벤처기업부에서 6,000만 원에 학교 지원금까지 총 9,000여만 원의 지원금을 받은 상태다. 또한 대한민국디자인전람회에서는 4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왜 환경 미화원을 위한 차는 개발되지 않는 걸까

이퀄 팀의 시작은 노영조 학생이 환경미화원의 열악한 분리수거 환경을 보고 새로운 차를 디자인하기로 마음먹었던 때로 거슬러 간다. “자동차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줄곧 멋있는 차를 디자인해왔어요. 하지만 한편으론 제가 가진 능력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작업 또한 해보고 싶었죠. 그러던 중에 정릉의 협소한 골목에서 오토바이 삼륜차를 끌고 분리수거하는 환경미화원을 봤어요. 멋있는 차는 계속 나오는데 왜 이분들을 위한 차는 개발되지 않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 이퀄 팀이 성북구 정릉동 골목을 오가며 직접 쓰레기 수거 체험을 하던 당시 모습 ©이퀄 팀

노영조 학생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자신이 직접 만들자고 생각했다. 이후 같은 과 15학번 김필수 · 배성재, 17학번 김민석 학생과 함께 팀팀Class에서 디자인을 완성했다. 노영조 학생은 올해 1학기에도 혼자 알파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자신의 아이디어를 더욱 구체화해나갔다.

환경 미화원을 위한 프로젝트인 만큼 그들의 열악한 업무 환경을 실제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했다. 팀원들은 성북구청 청소행정과의 협조를 얻어 직접 쓰레기 수거 업무를 체험하고, 그곳에서 만난 환경 미화원의 불편과 애로사항을 청취하며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 기존 삼륜차의 개선 방향을 구상한 이미지 ©이퀄 팀

그 결과 환경 미화 현장에 필요한 분리수거 전기차량의 최종 디자인을 완성할 수 있었다. 소형 전기 화물차를 기반으로 적재 용량 확장은 기본, 사이드 스텝(차량에 올라갈 때 이용하는 측면의 받침대 부분)과 적재함 벽면 개폐 기능을 더해 한결 쉽게 쓰레기를 싣고 내릴 수 있게 했다. 그간 리어카 또는 카고(차량에 연결하는 별도의 짐칸)를 연결하느라 신경 쓰기 어려웠던 안전성과 편의성을 확보한 것이다. 무엇보다 세련된 디자인으로 청소 차량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힘을 쏟았다.

공학 전문가의 자문으로 완성도 높여

제품 디자인에서 중요한 부분은 기능적인 우수성과 실현 가능성이다. 아무리 멋진 디자인이라도 이 두 가지가 결여되면 디자인으로서의 가치는 떨어진다. 특히 자동차는 디자인과 기계적 설계가 각각 전문 영역으로 분리돼 있기 때문에 실제로 자동차를 제작할 때는 공학 전문가의 자문이 필요하다. 디자인을 전공한 이퀄 팀이 이번 제작 프로젝트를 원활히 진행하고 있는 데에는 국민대학교 자동차공학과 최웅철 교수의 도움이 컸다.

▲ 제작 중인 분리수거 전기차량(가운데)과 최 교수·이퀄 팀·내부 설계팀

최 교수는 자동차 제작에 꼭 필요한 내부 설계팀을 구성하도록 돕고 기술 자문을 이어가고 있다. “처음엔 학생들이 직접 부품도 제작하려고 했어요. 그건 불가능에 가깝고, 또 그럴 필요도 없죠. 지금은 기존 장치를 간단하게 수정하는 식으로 접근 방법을 찾는 것이 옳아요. 그게 생산성을 확보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길이거든요.”

최 교수는 분리수거 전기차량 제작 프로젝트가 창업 아이템으로도 매우 좋은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전기차를 개발하겠다는 환상으로 시작했다면 창업을 말렸을 거라고 말했다. “대기업이 마음만 먹으면 장악할 수 있는 시장에 학생이 나서면 시작하기도 전에 꿈이 꺾일 가능성이 높죠. 하지만 공익 목적으로 생산하는 분리수거 전기차량은 오히려 작은 회사에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사람을 위하는 프로젝트의 힘

이퀄 팀의 분리수거 전기차량 제작은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배성재 학생은 아직 완성품이 나오지 않았지만 상당히 큰 기업이 양산화를 염두에 두고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차가 제대로 완성되면 벤처캐피탈이나 다른 투자기관을 찾아 사업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프로젝트 과정을 되짚어 보던 김필수 학생은 디자이너로서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 분리수거 전기차량을 실제로 구현한 모형

“그동안 자동차 디자인을 하면서 외양의 매력을 강조하는 데 치중했죠. 하지만 이번엔 사용자인 환경미화원의 편의성과 기능성을 중점에 뒀어요. 외관만 보자면 제 마음에 딱 드는 건 아니었지만, 지나고 보니 결국 사용자와 목적에 충실한 게 좋은 디자인이라는 확신이 들어요. 디자이너로서 좋은 깨달음을 얻게 됐어요.”

김민석 학생은 이퀄 팀의 프로젝트를 잘 가꿔서 성공시키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자 꿈이라고 말했다. 자신들이 만든 차가 제대로 활용된다면 그게 바로 자신을 비롯한 이퀄 팀의 성공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작업하면서 디자인을 실제 차량으로 구현하는 등 힘든 부분이 많았어요. 그때마다 사람을 위한다는 우리 프로젝트의 목적 덕분에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죠.” 이들이 만든 차로 조금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그날의 풍경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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