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은 아이디어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세상을 놀라게 하는 아이디어가 있다고 해도 자금력과 인적 네트워크가 없다면 방향을 잃고 쉽게 표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견고하게 닫힌 창업 성공의 문을 여는 중요한 열쇠가 있다. 바로 제품력, 즉 제품의 힘이다. 경쟁력 있는 제품이 소비와 투자로 이어지고, 그 자금이 다시 제품 개발로 선순환되는 것. 이것이 제품의 경쟁력이다. 이는 내로라하는 대기업 브랜드의 장벽을 넘은 청년 창업가 김다해 대표의 전략이기도 했다. 생존경쟁이 치열한 천연 화장품 시장에서 연 매출 50억 원을 달성할 수 있었던 비결은 제품을 만드는 신념과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에 있었다.
‘뭔가 도전을 해야겠다’라고 마음을 먹었다기보다 굉장히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피부가 예민한 탓에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화장품을 만들어 썼거든요. 샴푸부터 기초 케어 제품까지 제가 쓰는 모든 제품은 스스로 만들어 사용했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여드름이 많이 나던 사춘기 시절에 제가 쓰던 화장품을 주변에 조금씩 나눠주면 반응이 좋았어요. 주변에 천연화장품 쇼핑몰로 성공하신 분들이 몇 분 계셔서 그 분들을 보면서 본격적으로 화장품 쇼핑몰 오픈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보나쥬르의 모든 제품은 저를 거쳐서 나와요. 제 피부가 정말 누구보다 민감하기 때문이죠. 햇빛 알레르기, 여드름성 피부 등 조금만 자극이 있어도 눈이 따갑거나 피부가 먼저 알아요. 학창시절에 제 전용 화장품이 없을 때 가끔 친구들한테 화장품을 빌려서 쓴 적도 있는데, 그 때마다 피부가 간지럽고 답답해서 씻어낸 적이 많았죠. 피부 때문에 스스로 스트레스 받는 타입이긴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제품을 출시할 때 제 피부만큼 좋은 시험 대상은 없어요. 민감하고 각종 문제성 피부로 고민이 많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제품을 출시하고 있기 때문에, 그전에 항상 제가 쓸 수 있는지, 제가 느끼기에 효과가 있는지를 먼저 체크하고 있죠.
일단 어느 정도 사회생활을 경험하고 나서 창업하는 분들에 비해, 경험이나 인맥 부분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가장 힘들었어요. 보통 사업차 다른 회사 대표님들과 미팅을 하게 되더라도 나이부터 물어보시잖아요. 그러면 제 나이가 어리다는 것을 알고 은근히 무시하는 분들도 계셨어요. 그렇지만 제가 꾸준히 노력하는 것을 보시고는 많은 대표님들이 저를 도와주셨어요. 지금 돌이켜 보면 ‘인복(人福)’이 참 많았던 것 같아요.
저는 욕심이 많은 편이어서 하나라도 놓치는 걸 싫어해요. 완전히 집중해서 최고가 될 수 없는 부분이 있더라도 놓지 않고 욕심내는 성격이에요. 공부를 하면서 쇼핑몰 운영, 그리고 뷰티 파워 블로거로도 활동했었어요. 물론, 한 번에 여러 가지를 하다 보니 집중하기가 힘들었죠. 가끔 하나만 하고 싶단 생각도 했었지만, 그때마다 ‘나는 다 할 수 있다’, ‘젊을 땐 바쁘게 고생하면서 살아야 된다’, ‘뭐든 여러 가지를 다 하다 보면 배우는 게 있고, 분명 도움이 될 때가 있다’라는 생각으로 버텼던 것 같아요. 어릴 때 경제적으로 어렵게 자란 탓에 생긴 버릇일 수도 있고 부모님을 보면서 느낀 점이나 가정교육의 영향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기가 조금 힘들었어도 제 인생에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돼요.
대학생활은 지금 생각해도 참 아쉬워요. 대학생활 후반에는 신소재공학부에 있는 소모임을 통해 좋은 친구들도 많이 알게 되었지만, 열심히 학교생활을 하지는 못했어요. 저는 스물두 살 때 신소재공학부로 편입을 해서 학창생활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저한테는 없었죠. 동아리 활동이나 밤새워 술 마시기, 미팅 등 또래 대학생들이라면 한 번쯤 해봄 직한 것들을 경험해본 적이 없어요. 그 시기가 아니면 못해 보는 것이라서 아쉬움이 많이 남죠.
공부를 병행해야 했기 때문에 가장 힘든 것은 매일 회사를 갈 수 없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항상 노트북을 들고 다니면서 제가 해야 할 일을 처리했어요. 아무리 제품이 좋다고 해도 화장품 쇼핑몰은 마케팅, 고객관리, 배송 등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았어요. 다행스럽게도 보나쥬르 직원분들이 많이 도와주시고 노력해주셔서 지금까지 원활하게 쇼핑몰이 운영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보나쥬르 브랜드의 명칭은 아는 분이 지어주셨어요. ‘탄생한다’는 뜻의 'born'과 프랑스의 인사말인 ‘bonjour’의 어원을 담아서 ‘보나쥬르(bonajour)라는 브랜드가 탄생했습니다. 보나쥬르는 ’새롭게 태어나는 피부‘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참 고맙게도 창업 후 매출이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어요. 사실 우리는 마케팅 비용을 거의 안 쓰는 화장품 쇼핑몰이에요. 신기하다면 신기한 회사죠. 화장품 쇼핑몰의 경쟁이 치열해서 무엇을 하든 마케팅 비용이 타 업종에 비해 굉장히 비싼 편이죠. 그래서 저는 제품에 더 신경을 썼던 것 같아요. 제품이 좋으면 재구매율이 높아지고, 그게 곧 충성 고객의 확장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했거든요. 아무리 마케팅 비용을 많이 들인다고 해도 제품이 좋지 않으면 신규 고객은 늘어나도 충성 고객은 늘어나지 않는 게 당연한 이치니까요. 언제부터 알려졌다기보다 지금도 모르는 분들이 훨씬 많아서 우리 브랜드를 알려나가는 활동은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쇼핑몰이 메인입니다. 그 외에 ‘B2B’ 방식으로 다른 몰에 위탁 판매도 하고 있어요. 써본 사람들 사이에서 제품이 좋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기업에서도 연락이 오더라고요. 그리고 해외 바이어들을 통해서 다양한 국가로 제품이 나가고 있어요.
제품은 기본적으로 피부고민별, 피부타입별에 따라 라인이 구성되어 있어요. 그리고 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나 관심을 가지게 된 성분들로 만든 화장품도 출시하고 있어요. 보나쥬르의 차별점은 화장품 원가에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익률이 낮아지더라도 제품을 만들 때 원가를 따지지 않아요. 피부에 좋게 만들려면 당연히 효과가 있는 성분을 많이 넣어야 되는데 그럼 원가가 비싸지는 게 당연하니까요. 근데 이익률 때문에 제가 자부심을 갖는 제품에 장난치고 싶진 않아요. 이익률이 낮더라도 제품이 좋아야 되는 게 최우선이에요. 하지만 대부분의 판매사는 제품을 만들 때 원가를 정해놓고 만들죠. 화장품은 판매사, 제조사가 있어요. 보통 제조사가 제품의 개발, 생산, 납품하는 OEM 방식으로 진행돼요. 쉽게 말하면 판매사는 제품을 개발하거나 생산하지 않고 제조사에서 만든 것을 판매하는 방식이에요. 따라서 판매사는 제조공법 자체가 제조사의 기밀이기 때문에 제품에 들어간 성분에 대해 세밀하게 알 수가 없어요. 거의 대부분 판매업체들이 메인 콘셉트의 원료와 제품의 원가를 제조사에 얘기해주면 그에 맞춰서 제조사는 샘플을 내고 생산에 들어가게 되죠. 저는 매일 연구실에 드나들었기 때문에 모든 화장품에 들어가는 원료, 원료의 퀄리티, 함량 등을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어요. 타 업체를 비난하는 게 아니에요. 사실 따지고 보면 사업가로서는 그런 전략이 필요한 거죠. 어떤 제품을 기획할 때 원가를 정해놔야 각종 인건비, 마케팅 비용 등을 고려해서 판매 가격을 측정할 수 있거든요. 단지 저는 제품에 과하다 싶을 정도로 욕심을 내는 것이고, 제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원가를 생각하지 않고 일단 만들어요. 판매 가격은 나중에 책정하는 거죠. 단점도 분명히 있어요. 예전에는 그렇게 해도 별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직원분들의 월급이나 마케팅 비용이 만만치 않아요. 하지만 보나쥬르 쇼핑몰에 형성된 가격이 있기 때문에 원가가 비싸도 판매가격을 낮게 책정해야 해서 투자비용을 마련하기가 쉽진 않네요.
시기와 사람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원래 모든 일이 시기와 사람 둘 다 맞아야 성사 되는 거잖아요. 해외에 수출을 준비하던 차에 오랫동안 인도네시아에서 사업하시던 분을 만나게 되었어요. 얘기가 잘 풀려서 인도네시아에 제품을 수출하게 되고 매장까지 오픈하게 되었죠. 저희 회사도 수출에 대비한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차질 없이 일을 추진할 수 있었어요.
언제부턴가부터 쇼핑몰을 보면 제 얼굴이 여기저기 보이기 시작했어요(웃음). 회사 제품과 관련된 촬영이라기보다 뷰티 블로거로 활동할 때 사진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하루 방문자수 2만 명 정도 되는 뷰티 블로그를 운영했었는데 가끔 제 얼굴이 페이스북에 뜨기도 하고 여기저기 글이 공유되면서 조금은 익숙해졌어요.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카메라 울렁증이 있어서 사실은 사진 찍는 걸 정말 누구보다 싫어해요. 그래서 사진을 찍을 일이 있다면 사진 촬영을 일이라고 생각하고 엄청 노력하는 편이죠.
현재 직원은 6명이에요. 크게는 마케팅, CS, 웹디자인, 물류관리 이렇게 나눠져 있어요. 제가 생각할 때 제 강점은 최대한 직원분들의 의견을 수용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뭔가 정할 때 회사경영자가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게 꼭 좋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생각은 계속 할수록, 많은 사람들이 모일수록 더 좋은 게 나온다고 생각해서 항상 ‘이런 건 어때요?’, ‘저런 건 어때요?’, ‘더 괜찮은 건 없을까요?’ 라고 물어보려고 해요. 그래서 매번 제품이 나올 때마다 전 직원이 ‘OK’해야 출시하는 편이에요. 직원분들이 좋아해야 고객분들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기부에 익숙해요. 어릴 때부터 기부를 자주하는 편이었어요. 용돈 받던 시절에도 기부를 했었죠. 불우이웃 돕기를 하면 또래 아이들보다 많이 냈던 기억도 나고요. 가정교육의 영향이 커요. 부모님께서 생일 선물로 제 이름으로 기부를 하셨거든요. 그러면서 스스로 뿌듯함도 느끼고요. 지금은 회사 수익의 일부를 유니세프, 굿네이버스, 월드비전에 기부하고 있어요. 그 외에도 1년에 1,2회 정도 어려운 이웃들이 많은 기관에 화장품을 전달하고 있어요.
스무 살이 된 그 해 겨울에 사업자등록증을 처음으로 발급받았어요. 당시에는 제 주변에 제가 사업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죠. 정말 가까운 지인들은 응원을 많이 해주고 걱정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사업은 제가 하는데 마치 본인이 하는 것처럼 정말 걱정과 조언을 많이 해줬고, 그분들께 도움도 많이 받았어요.
저는 솔직히 수업보다는 친구들의 도움을 많이 받은 편이었어요. 브랜드 타깃이 20~30대여서 학교 동기나 선후배들에게 묻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라고 생각했죠. 주변 사람들한테 “어떤 제품이 있었으면 좋겠어?”라고 뜬금없이 물어봐요. 그러고 나서 친구들에게 들은 답변으로 연관고리를 지어요. 그 이후에 연구와 조사 과정을 거치죠. 그러다 뭔가 뇌리에 꽂히는 게 있어요. 그러면 그것으로 상품화 작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요.
철저한 준비와 융통성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주변에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지인들이 많아졌어요. 그러다 보니 저한테 창업에 관해 자문을 많이 구해요. 저는 사실 창업을 추천해주고 싶지는 않거든요. 제가 공대를 지원했던 것도 안정적으로 공기업에 취직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사업을 오래 하셨던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저도 모르게 이 길로 접어든 것 같습니다. 우려되는 부분은 사업을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거예요. 준비가 많이 되어 있는 사람을 보기 힘드니까요. 여기저기서 다양한 정보를 수집도 하고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어봐야 해요. 창업에 대해 환상을 가지는 게 문제라고 봅니다. 실제로 상당 수의 사업가들은 6개월 동안 수익이 나지 않는 경험을 하게 돼요. 창업을 하면 당장 돈을 벌 수 있다는 막연한 환상을 버리셨으면 좋겠어요.
많은 분들이 ‘취업난’에 대해 말씀하시는데, 실제로 저희 같은 중소기업은 공고를 내도 사람들이 지원을 잘 안 해요. 심지어 자기소개서 하나 내는 사람이 없을 정도죠. 그만큼 중소기업들은 20대 구인난이 심해요. 저는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줄 아는 사람을 좋아해요. 스스로 생각해서 시키는 일보다는 원하는 것을 먼저 제안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보나쥬르에 꼭 필요한 인재일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국내시장에서 조금 더 이름을 알리는 브랜드로 성장 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예요. 그리고 현재 개발 중인 제품이 있는데 아직까지 국내에는 이 성분을 가지고 만든 제품이 없어서 심혈을 기울여 제품 출시에 집중하고 있어요. 이 제품이 고객분들에게 만족을 주는 제품으로 성장했으면 해요.
남들이 다하는 대세는 어느 정도 따라가되 똑같아지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많은 사람들이 해보지 않는 다양한 경험을 학교 밖에서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당시 자신과 별로 상관이 없어 보일지 몰라도 거기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여러 가지가 있고 그게 뭐든 나중에는 생각지도 못하게 도움이 될 때가 있어요. 그게 직접경험이든 간접경험이든 간에 말이죠. 대학생 때 누구나 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경험들을 이것저것 많이 해봤으면 해요. 문을 먼저 두드리면 뭐든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우리 청춘들에게 필요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적극성이 필요한 시대인 거죠.
저는 정말 신소재공학부 학생 중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요. 정말 덕분에 짧은 학교생활을 즐겁게 보낸 것 같아요. 그리고 매번 좋은 제품을 출시하는데 도움을 주셔서 감사한 마음을 늘 가지고 있어요.
김다해
2010 보나쥬르 천연화장품 브랜드 설립
2014 인도네시아 식약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최대품목 승인
2015 국민대학교 신소재공학부 졸업
현 보나쥬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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