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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K VOL.18 2013 JANU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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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can do it! | 취업에 꼭 필요한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팁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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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World | 현지의 새로운 문화를 통해 세계에 대한 시야를 넓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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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 이슈 | 트렌드와 시사 경향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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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스펙트럼 | 정진홍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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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의 짐을 털고 일어나!
  • 감동케 하는 사람들의 위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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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크아웃 컬쳐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멋진 사진을 보면서 “와~, 그림 같다!”라고. 그런가 하면 잘 그린 풍경화나 인물화를 보고는 “오~ 사진 같은데!”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왜 그림과 사진을 보고 거꾸로 반응하는 것일까? 그건 ‘재현(再現)’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이다. 다시 말해, 어떤 대상을 사실적으로 보이게끔 하는 방법에 대한 오해와 착각 때문이다. 미술의 역사는 재현을 위한 치열한 도전과 응전의 과정이었다. 이런 미술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발명품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원근법이고, 또 다른 하나는 카메라이다. 원근법을 이용해 그린 전통적인 그림과 카메라로 찍은 사진작품은 근대 이후 현대미술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회화는 ‘추상화(抽象畵)’라는 돌파구를 찾았고, 사진은 애초의 ‘기록(記錄)’이라는 기능을 넘어 이제 예술의 영역으로 당당히 진입한 것이다.






얼마 전까지 미술은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소수 작가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하지만 디지털 카메라가 보편화된 요즘은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가 모호하다. 미술작품을 향유하던 관객도 마음만 먹으면 훌륭한 예술가가 될 수 있다. 사진이라는 매체가 있기에 그 가능성은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사진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미술 영역의 한계를 넘나드는 작가를 소개한다.



먼저 사진으로 멋진 조각을 만드는 작가 권오상이다.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한 권오상은 ‘사진조각’ 또는 ‘조각사진’이라고 불리는 이색적인 작품을 선보인다. 그는 평범한 인물을 상하ㆍ전후ㆍ좌우에서 부분으로 나누어 수백 컷의 사진으로 찍는다. 그리고 그 사진을 다시 하나씩 이어 붙여서 입체로 만든다. 뼈대는 가벼운 스티로폼을 깎아서 만든다. 처음엔 알루미늄 판을 가늘게 잘라 얼기설기 엮어서 그 위에 사진을 붙이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이 작품들은 보기보다 실제로는 매우 가볍다. 실물 크기 큼지막한 돌멩이나 커다란 여행용 가방, 쓰레기봉투, 심지어 승합차를 이런 식으로 만들기도 했다.
막상 알고 보면 권오상의 작품은 이렇게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지만 그 속에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2차원 평면을 3차원 영역으로 확장시켰는가 하면, 눈으로만 보고 파악하는 무게에 대한 고정관념을 철저히 무력화시켰고, 이미지의 사실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원본과 전혀 다른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독창적인 기법으로 제작된 그의 작품은 국내외 미술계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권오상만큼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독특한 사진작품을 만드는 작가가 있다.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한 구성연이 바로 그다. 기존에 있는 대상을 촬영한 권오상과 다르게 작가 구성연은 세상에 없는 이미지를 직접 만들어서 촬영한다.
그렇다고 해서 포토샵 같은 디지털 기법을 사용하지도 않는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한다. 버려진 나뭇가지나, 팝콘, 사탕, 모래 등이 그것이다. 처음엔 모래성을 쌓듯 자기가 좋아하는 물건의 모양을 만들고 그것이 무너져 사라지기 전에 사진으로 기록했다. 그리고 산에서 주운 나뭇가지에 팝콘을 붙여서 매화나무를 만들기도 했다. 최근엔 알록달록한 색상의 사탕을 붙여서 화려한 꽃을 만들고 있다. 팝콘 매화처럼 나뭇가지에 사탕 꽃송이를 피우기도 하고 화병에 꽂기도 한다. 자세히 보면 노란 잎사귀는 설탕을 녹여 만든 뽑기 사탕이다. 이렇게 만든 사탕 꽃을 단색 배경 앞에 두고 조명을 설치해 촬영하는 것이다. 그 결과물은 마치 사군자나 모란 병풍 같은 동양화 분위기를 풍긴다. 권오상이 사진으로 조각의 경계를 넘나들 듯 구성연은 사진과 동양화 사이를 오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술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의사 선생님 작가도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정태섭 교수가 주인공이다. 그는 우리가 실제로 볼 수 없는 세계를 촬영한다. 바로 X-ray 장비를 카메라처럼 이용하는 것이다. 처음엔 호기심으로 꽃을 찍기도 했고, 늘 함께하지 못하는 가족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고자 가족사진을 엑스레이로 찍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점차 미술에 관심이 생기고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덕분에 ‘X-Ray Art’의 창시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얼마 전 인사동에서 11번째 개인전을 열었을 만큼 이제 예술가로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악기를 연주하거나 와인을 마시고 골프를 치는 사람들의 투시된 몸과 사물을 함께 보여줬다. 여기서 색으로 표현된 사물의 색채는 컴퓨터 그래픽의 도움을 받은 것이다. 환자를 촬영하던 의료장비 카메라로 작품을 만든 정 교수처럼 현대미술의 표현방식과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그 중심에 사진이 있다.








현대인의 삶은 카메라 앞에서 더 이상 자유롭지 못하다. 분만실 기념사진부터 장례식장 영정사진에 이르기까지. 원하든 원하지 않던 우리 인생의 희로애락은 사진에 저당 잡혀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눈에 보이는 세계뿐 아니다. 임산부 뱃속에서 자라는 태아의 초음파 사진이나 X-ray, MRI 같은 최첨단 의료장비 역시 사진의 한 종류다. 그런가 하면 어딘가 숨어있는 CC-TV나 블랙박스는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매 순간 빠짐없이 감시한다. 이처럼 우리는 카메라가 쏟아내는 이미지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 아니, 이미 오래 전부터 부지불식간에 사진 이미지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왔다.

특히 잡지나 광고에서 쏟아내는 감각적이고 현란한 사진은 우리의 욕망을 끝없이 자극해왔다. 이제 더 이상 초창기 사진이 간직했던 기록의 순수성과 재현의 신화는 유효하지 않다. 세상을 거짓 없이, 있는 그대로 재현하고 기록하고자 했던 사진의 역할은 철저히 변질됐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부분의 상업광고 사진은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이른바 ‘뽀샵’이라고 일컬어지는 포토샵 프로그램을 이용해 수정하고 조작된 허구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그것은 현실이 아닌 가상의 세계다. 바야흐로 디지털 테크닉과 결합된 사진은 재현이 아닌 모방과 연출, 왜곡과 변형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러나 이와 같이 동시대 디지털 사진의 위상을 무조건 삐딱하게 볼 수만은 없다. 이런 사진 기술의 역동성과 변화무쌍함 이야말로 미술의 진화라는 관점에서 볼 때, 그 어느 장르보다도 가장 주목 받는 예술매체로 자리매김했으니 말이다. 자타가 인정하듯 사진은 현대미술의 리더가 됐다. 무한복제가 가능한 장점을 내세운 사진은 전통적인 미술의 영역을 확장시켰다. 동시에 전통 회화를 비롯한 모든 미술장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바야흐로 사진의 르네상스가 도래한 것이다.

조각가 출신 권오상이 사진을 찍고, 사진가 출신 구성연은 조각을 만들고, 의사 출신 정태섭이 사진작품을 창조하는 것처럼 예술가와 일반인의 경계가 무너진 지 오래다. 누구든지 마음만 먹으면 훌륭한 미술가가 될 수 있다. 지금 당장, 카메라를 들고 예술의 길에 도전장을 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