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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중반 이후 팝계의 주류를 장악한 힙합의 절대강세는 21세기에도 지속되었는데 그 중심에는 에미넴과 넬리가 있다. ‘엘비스 프레슬리 이후 가장 성공한 백인 가수’라는 평가가 말해주듯 에미넴은 자타가 공인하는 21세기 최고의 힙합 스타이지만 힙합은 원래 흑인의 음악이니 백인인 에미넴의 성공을 바라보는 흑인사회의 시선이 고울 리는 없다. 재미를 위해서도, 흑인의 자존심 측면에서도 에미넴에 대응할 흑인 스타는 반드시 나타나야만 했고 넬리는 그 가장 적절한 카드였다.

에미넴의 본명은 ‘마셜 브루스 매더스 3세’이다. 아버지는 무책임한 가장이었으며 어머니는 15살의 철없는 미혼모였다. 홀어머니 슬하에서 지긋지긋한 가난과 싸우며 어렵게 성장한 에미넴에게 자신의 어머니를 향한 감정은 극과 극을 오간다고 말해도 좋을 것 같다. 자신의 어머니를 ‘마약중독자’라 거침없이 비난하는가 하면, 자신을 모욕한다며 법정 소송을 걸기도 했다. 에미넴은 아내 킴벌리와도 두 번의 결혼과 두 번의 이혼을 반복했다. 그의 감정의 편린이 극과 극을 오가는 것은 불행했던 과거에서 오는 심리적 불안정과 피해의식, 보상심리 탓이라는 분석이다.

1999년, 웨스트코스트 힙합계의 거물 닥터 드레에게 발탁된 에미넴이 메이저 데뷔앨범을 발표하자 세상은 발칵 뒤집혔다. 흑인보다 더 랩을 잘 하는 백인이 나타난 것이다. 앨범 <The Slim Shady LP>는 단숨에 300만 장이 넘게 팔려나가며 빌보드 앨범차트 2위까지 올랐고 싱글 <My name is>도 히트했다. 이듬해에는 두 개의 그래미 트로피도 거머쥐었다. 하지만 그것은 예고편에 불과했다. 2000년 자신의 본명을 내걸고 발표한 2집 <The Marshall Mathers LP>는 나오자마자 빌보드 앨범차트 1위로 직행하는 한편 발매 첫 주에만 무려 176만 장이 팔리며 첫 주에 가장 많이 팔린 힙합 앨범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2002년에는 직접 주연으로 출연했던 자전적 영화 ‘8마일’의 수록곡 <Lose yourself>로 무려 12주 동안이나 빌보드 싱글차트 1위를 차지했다.





넬리는 남부 힙합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2000년 발표한 솔로 데뷔앨범 <Country Grammar>가 대뜸 빌보드 앨범차트 1위를 차지하며 단숨에 남부 힙합의 영웅으로 떠올랐는데 이 앨범은 현재까지 840만 장의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 어린 시절 야구선수를 꿈꾸었고, 이후 랩핑에 빠져 고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팀을 결성하기도 한다. 이때 결성한 그룹 ‘세인트 루나틱스(St. Lunatics)’는 싱글 <Gimmi What Ya Got>을 성공시켜 명성을 얻지만, 랩 실력이 출중한 넬리만이 메이저 레이블의 손길을 받아 홀로 솔로 앨범을 내게 된 것이다.

2002년에 나온 차기작 <Nellyville>은 그의 입지를 한층 더 공고히 해 주었고 그의 앨범 <Dilemma>가 10주, <Hot in herre>가 7주간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오르는 빅 히트를 기록했다. 특히 타이틀곡 ‘Dilemma’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랩핑이 매력적인 곡이다. 1, 2집이 잇따라 큰 성공을 거두자 자신감을 얻은 넬리는 2004년에는 3, 4집 <Sweat>와 <Suit>를 같은 날 동시에 발매하기도 했다. 두 장의 앨범은 나란히 빌보드 앨범차트 1,2위를 차지하는 보기 드문 장면을 연출했다.

이어진 앨범들이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일시적으로 주춤하고 있는 모습이지만 아직까지 넬리가 에미넴, 아웃캐스트, 제이지, 블랙 아이드 피스, 카니예 웨스트 등과 함께 21세기 가장 성공한 힙합 뮤지션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에미넴과 넬리의 흑백 라이벌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1세기 초반 음악의 주류는 포크를 기반으로 한 미니멀리즘과 소울의 부활이라는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해체와 융합을 통해 새로움을 향해 나아갈 것이며 이미 상당 부분 구체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알리샤 키스와 존 레전드의 음악이 이를 입증하는 사례로, 깔끔한 아노 사운드를 즐기는 두 사람의 공통적인 스타일은 소울 특유의 끈적거림은 줄어든 대신 포크의 담백함을 느끼게 하는 구석이 많다.

2001년의 히로인은 알리샤 키스였다. 그녀의 데뷔 앨범 「Songs In A Minor」는 빌보드 앨범차트 1위로 데뷔하는 돌풍을 불러일으키며 미국 내에서만 620만 장, 전 세계적으로 1,200만 장이 넘게 팔리는 히트를 기록했고 리드 싱글 <Fallin'>은 6주간 싱글차트 정상을 차지했다. 이듬해 개최된 제 44회 그래미 시상식에서도 인디아 아리와의 경합으로 관심을 모았던 최우수 신인 부문을 비롯해 주요 부문인 올해의 노래 등 5개 부문 트로피를 쓸어 담으며 알리샤 키스는 단숨에 21세기가 가장 주목하는 네오 소울계의 슈퍼스타로 급부상했다.

차기작 <The Diary Of Alicia Keys>는 2003년에 나왔다. 앨범은 역시 빌보드 앨범차트 1위로 직행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800만 장이 넘게 팔렸다. 2004년에는 어셔와 함께 부른 <My boo>가 빅 히트했다. 이어진 <Unplugged>(2005) 앨범은 빌보드 앨범차트 1위로 핫샷 데뷔했는데 M-TV 언플러그드 앨범이 1위로 데뷔한 것은 1994년 너바나 이후 처음이었으며 여성 가수로서는 최초의 일이었다. 2007년에 나온 정규 3집 <As I Am>이 빌보드 앨범차트에 1위로 데뷔하면서 알리샤 키스는 데뷔앨범부터 4장의 앨범을 계속해서 빌보드 앨범차트 1위로 데뷔시키는 신기록을 세웠다. 2009년 빌보드가 21세기의 처음 10년을 정리하며 발표한 Top R&B 아티스트 순위에서, 그녀가 맨 윗자리를 차지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21세기 네오 소울의 헤게모니 쟁탈전은 알리샤 키스와 존 레전드의 남녀대결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존 레전드는 정식 데뷔 이전에 이미 알리샤 키스, 제이지, 카니예 웨스트 등 쟁쟁한 스타들의 노래에 참여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데뷔앨범 <Get Lifted>는 2004년에 나왔는데 빌보드 R&B 앨범차트 1위에 오르며 미국 내에서만 더블 플래티넘을 달성했다. 수록곡 중 <Used to love U>와 <Ordinary people>이 차례로 히트했으며 존 레전드는 이듬해 그래미에서 최우수 신인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했다. 차기작 <Once Again>은 2006년에 나왔는데 역시 빌보드 R&B 앨범차트 1위에 올랐고 <Save room>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08년에 나온 앨범 <Evolver>도 빌보드 R&B 차트 1위에 올랐고 <Green light>, <Everybody knows> 등의 히트곡을 냈다. 그 사이 그는 3개의 그래미 트로피를 추가해 지금까지 수확한 트로피의 개수를 6개로 늘렸다.

2008년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당선을 가능케 한 요인 중의 하나는 영향력 있는 흑인 뮤지션들의 전폭적인 지원이었다. 당시 그들은 ‘투표가 아니면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적극적인 선거 캠페인을 펼쳤는데 존 레전드는 그 선두에 섰던 대표적인 뮤지션이었다. 당시 그들은 ‘투표가 아니면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적극적인 캠페인을 벌였고 오바마를 지지하는 노래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 때의 감동과 영감을 되살려 발표한 앨범이 바로 2010년 힙합 그룹 더 루츠와 함께 한 <Wake Up!>이다.










포크 리바이벌, 네오 포크 붐은 21세기 대중음악의 다양한 흐름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경향이다. 영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강력한 세력권을 형성한 네오 포크는 이제 미국에도 성공적으로 이식되었으며 한국에서도 홍대 인디 씬을 중심으로 비슷한 유행이 번지기 시작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뉴튼 포크너, 제이미 스콧, 데미안 라이스, 잭 존슨,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 등이 이 분야의 대표 뮤지션인데 포큰 소울의 선두주자인 제임스 블런트와 제임스 모리슨도 빼놓을 수 없다.

군인집안에서 태어나 엄격한 가정환경 속에서 성장했고, 청년기에는 군에 입대해 여왕의 근위병과 코소보 평화유지군으로 활동한 이색 경력의 소유자인 제임스 블런트는 2002년 제대하면서 뒤늦게 인생의 방향을 선회했다. 어려서부터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웠고 10대 시절 기타의 매력에 빠져들기도 했던 과거를 되살려 31살이던 2005년 데뷔앨범 <Back To Bedlam>을 발표하는데, 무려 10주간이나 영국 앨범차트 1위를 차지했고 빌보드 앨범차트에서도 2위에 올랐다. 수록곡 중 <You're beautiful>은 영국과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20개가 넘는 나라에서 1위를 차지했다. 차기작인 <All The Lost Soul>은 영국 앨범차트 1위를 차지해 인기를 이어갔으며 <1973>, <Carry you home> 등이 싱글 히트했다. 이미 한 차례 내한공연을 한 바 있는 그는 한국에서도 각별한 사랑을 받고 있는 뮤지션이다.

무서운 추격자 제임스 모리슨은 곧바로 등장했다. 이름도 같은 제임스인 제임스 모리슨은 제임스블런트보다 10년 늦은 1984년 출생했지만 음악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불과 1년 늦은 2006년이었다. 데뷔 싱글 <You give me something>이 영국 싱글차트 5위에 오르며 좋은 반응을 얻은 데 이어 데뷔 앨범 <Undiscovered>는 평단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얻으며 앨범차트 1위에 올랐다. 후속곡인 <Wonderful world>도 연이어 히트하며 확실하게 뒤를 받쳤다.





이듬해 브릿 어워즈에서는 남자 솔로 가수 부문에서 보기 드문 박빙의 경쟁이 펼쳐졌다. 각각 솔로 앨범을 발표한 펄프의 자비스 코거와 라디오헤드의 톰 요크 등이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여기서 제임스 모리슨은 쟁쟁한 경쟁자들을 모두 따돌리고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로써 제임스 블런트의 후계자이자 라이벌로서의 그의 지위는 더욱 공고해졌다. 2008년 발표한 2집 「Songs For You, Truths For Me」에서도 <Broken strings>, <You make it real> 등의 히트곡이 나왔다.

제임스 블런트와 제임스 모리슨이 보여주는 포크의 신경향은 포크이면서도 소울풀한 보컬을 들려준다는 것이다. 기타에 기반한 악기 구성과 곡의 스타일은 명백히 포크에 가깝지만 보컬은 흑인의 소울을 연상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류의 음악을 설명하기 위해 포큰 소울(Folk n'Soul)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등장했다.

시선을 미국으로 돌리면 이들의 라이벌로 언급하기에 안성맞춤인 인물이 또 있다. 포크의 기본 위에 재즈와 레게, 힙합까지도 맛깔나게 버무려내는 그의 이름은 제이슨 므라즈다. 그는 고교시절 뉴욕으로 진출해 많은 거리 공연을 통해 실력을 쌓은 후 캘리포니아로 건너가 여성 싱어송라이터 쥬얼의 후원하에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2007년 발표한 「We Sing, We Dance, We Steal Things」는 현재까지 그의 경력 중에서 단연 최고의 앨범이다. 앨범은 빌보드 앨범차트 3위까지 올랐고 싱글차트 6위에 오른 <I'm yours>를 비롯해 <Live high>, 콜비 칼레이와 함께 부른 <Lucky> 등이 동반 히트했다. 특히 <I'm yours>는 무려 76주간이나 빌보드 싱글차트에 머무르며 이 부문 신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포크의 귀환이 21세기 초반 대중음악계에 가장 주요한 흐름 중의 하나임은 분명해 보인다. 두 명의 데임스와 한 명의 제이슨은 현재 그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인물일 뿐 아니라 이미 보여준 것보다 앞으로 보여줄 것이 훨씬 많은 유망주라는 점에서 더욱 기대를 모으는 뮤지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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