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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릉 STYLE

<Cinema Paradiso>의 토토가 되는 날
한국영상자료원

영화전공 김창주 교수, 표승우(18학번)·정유리(19학번) 학생

영화를 만드는 것은 영화인들의 몫이지만, 그 역사를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은 관객에게 있다. 영화를 사랑하는 국민*인이라면 꼭 가볼 만한 장소를 김창주 교수와 표승우·정유리 학생이 소개한다. 한국영화 100년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희망찬 100년을 상상할 수 있는 곳, 한국영상자료원이다.

올 댓 무비

표승우· 정유리 학생이 한국영상자료원 1층에 있는 한국영화박물관 앞에 섰다. 이 날은 강의실이 아닌 한국영상자료원의 자료를 살펴보며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볼 예정이다. 이를 위해 <킹덤2: 아신전>, <킹덤 시즌2>, <끝까지 간다>, <설국열차> 등 85편의 영화를 편집한 충무로의 베테랑 편집감독이자, 영화 <발신제한>의 각색과 감독을 맡은 신예 연출가인 김창주 교수를 모셨다. 김창주 교수가 두 학생과 둘러볼 한국영상자료원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 대구의 코리아극장에서 사용했던 35mm 필름 영사기

“한국영상자료원은 1974년에 ‘한국필름보관소’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문화체육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영화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수집, 보존,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1층에는 한국영화의 역사를 직접 체험하는 한국영화박물관, 2층에는 영화 자료를 열람하는 영상도서관, 지하 1층에는 국내외 고전, 예술,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시네마테크KOFA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영화만큼 재미있는 영화 관련 자료들이 소장되어 있는 곳, 지금부터 한국영상자료원을 함께 둘러볼까요?”

한국영화 100년의 역사

김창주 교수의 안내로 가장 먼저 둘러본 곳은 한국영화박물관 1층에 있는 상설전시실이다. 상설전시실은 국내에 영화가 처음 들어와 한국영화가 세계로 뻗어나기까지 14개 섹션별로 주제가 나뉘어 전시되고 있다. 한국영화 100년을 빠르게 살펴볼 수 있는 연대기를 살펴보기에 앞서 표승우 학생이 한국영화 100년사에서 꼭 기억해야 하는 역사적인 순간을 김창주 교수에게 묻는다.

▲ 민족영화가 재건됐던 한국전쟁 시절 <해방과 전쟁> 섹션

▲ 故 김기영 감독의 유물

김창주 교수는 인류 최초의 영화와 한국영화의 그 시작에 관해 이야기한다. “인류 최초의 첫 영화는 1895년에 프랑스의 뤼미에르 형제가 찍은 움직이는 영상인데요. 한국영화사에서 첫 번째 영화는 1919년에 개봉된 <의리적 구토>입니다. 김도산 극단의 연극 <의리적 구토>에 삽입된 연쇄극(키노드라마) 형식의 영상인데 아쉽게도 원본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대신 한국을 방문한 미국 여행가 버튼 홈즈가 촬영한 영상이 남아있습니다. 이 영상은 상설전시실에서 확인할 수 있죠.”
상설전시실은 근대, 식민, 조선 영화가 해방과 전쟁을 거치고 급속도로 대중의 인기를 얻는 50년대, 한국영화의 걸출한 고전이 탄생하는 60년대, 청춘을 예찬하는 영화들이 쏟아졌던 70년대, 성에 대한 검열이 완화되며 에로티시즘을 표방한 영화들이 나왔던 80년대의 시간이 역동적으로 펼쳐진다. 특히 한국영화가 재기발랄한 감독과 영화자본이 만나 작품성과 흥행성을 겸비한 영화가 등장하는 90년대와 2000년대는 익숙한 한국영화를 만날 수 있어 반갑다. ‘웰메이드 영화의 시대’ 섹션에는 2000년대 한국영화 흥행을 이끌며 해외에도 한국영화의 우수성을 알린 세 편의 작품 <공동경비구역 JSA>, <괴물>, <기생충>이 소개되고 있다. 실제 배우들이 입고 촬영한 의상이 전시되어 있어 더욱 실감이 난다. 표승우·정유리 학생이 한국영화를 세계에 알린 세 편의 영화를 살펴보며 외국 극장가와 OTT를 점령하고 있는 한국영화의 돌풍에 대해 김창주 교수와 이야기를 나눈다.

▲ 천만 관객을 이끈 2000년대 한국영화 세 편 <공동경비구역 JSA>, <괴물>, <기생충>

▲ 작년에 개봉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행을 빨리 받아들이고 잘 소화해내죠. 다양한 스타일의 영화를 시도하는 영화인의 도전과 그러한 시도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즐기는 한국관객의 즉각적이고 열정적인 반응 덕분에 한국영화가 발전하고 있는데요. 한국영화가 지닌 속도와 쾌감을 외국에서는 힙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정유리 학생이 김창주 교수가 편집감독으로서 충무로의 수많은 감독과 손발을 맞추고 있는 비결에 대해 묻는다. 영업비밀이라면서 잠시 고민하던 김창주 교수가 국민*인을 위해 20년 영화인생의 롱런 비결을 밝혔다.
“제가 영화를 편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호기심이에요. 관객들이 영화를 보는 내내 그 다음 장면이 궁금해지도록 저 자신도 호기심을 갖고 편집하는데요. 영화에서의 호기심은 결국 영화에 대한 몰입감으로 치환되어 이야기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죠.”

기분 좋은 미래를 내다보는 기획전시실

한국영화 100년을 살펴보며 영화에 대해 몰입도 높은 이야기를 나눈 김창주 교수와 표승우·정유리 학생. 이번에는 조금 으스스한 전시로 또 다른 차원의 몰입감을 느껴볼 차례다.

▲ 한국영화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3월 26일까지 열리는 <지금 우리 좀비는>

▲ K-좀비의 원작이 되는 작품과 시나리오

▲ <부산행>에 몸을 실은 이들의 운명은? 왼쪽부터 정유리 학생, 김창주 교수, 표승우 학생

▲ 김창주 교수가 편집감독으로 참여한 <킹덤2: 아신전>,
<킹덤 시즌2>의 제작 스토리를 들려주고 있다

상설전시관 옆에 자리한 기획전시실에는 ‘지금 우리 좀비는: 21세기 K좀비 연대기’라는 주제로, 세계인을 매혹한 K좀비의 성취와 의의를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부산행>, <킹덤>, <#살아있다>,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등 K-좀비의 계보를 살펴봄으로써 K-좀비의 독창성을 확인할 수 있다. 김창주 교수가 직접 편집감독으로 참여한 <킹덤2: 아신전>, <킹덤 시즌2>의 작품도 전시되어 있어 편집을 하면서 느낀 K-좀비의 독특한 특징에 대해 두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창주 교수는 조선이라는 낯선 나라의 권력 다툼, 민초들의 투쟁과 같은 서사, 매혹적인 의상과 풍경, 독창적인 좀비들이 만들어낸 시각적 감동이 더해지면서 가장 신선하고 창의적인 좀비물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이 만나는 곳

이날의 마지막 씬은 한국영상자료원 지하 1층에 자리한 시네마테크KOFA다. 시네마테크KOFA는 고전부터 미개봉작, 상영 종료작 등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GV(Guest Visit: 해당 영화의 감독, 배우, 스태프 등 제작에 참여한 분을 초대해 관객들과 소통하는 시간)도 열고 있어 영화 마니아들이 믿고 영화를 찾는 곳이다.
김창주 교수와 표승우·정유리 학생이 시네마테크KOFA에서 그들만의 GV를 갖는다. 표승우 학생은 <어벤져스>에 완전히 매료됐던 중학생 시절의 자신을 떠올렸고, 정유리 학생은 <아바타>를 처음 보고 시각적인 충격에서 쉽게 헤어나오지 못했던 날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 시네마테크KOFA에서 다음 정릉STYLE 많관부!

“최근에 비행기 설계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상을 봤어요. 영상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설계자란 ‘꿈의 형태를 만드는 것’이라는 답변이었는데요. 어린 시절 창공을 자유롭게 날고 싶었던 추억과 설레임 때문에 비행기 설계자가 됐다는 말에 크게 공감할 수 있었어요. 저도 마찬가지로 어린 시절에 영화를 보고 설렜고, 그 기억을 형태로 만드는 사람이 되었는데요. 영화란 사랑, 콤플렉스, 트라우마 등이 응축된 거대한 에너지를 스크린과 스피커로 발산하는 작업이 아닐까. 그 형태가 언제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 지 알 수는 없지만 어렸을 적 느꼈던 설렘이 영화를 계속 만드는 힘이 되는 것 같아요.”
김창주 교수가 영화란 ‘꿈의 형태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영화 한 편이 있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 <Cinema Paradiso>의 토토가 되어 자신을 설레게 한 그때 그 영화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어린 시절의 꿈을 마주하는 순간, 기억 저편에 토토가 어느새 걸어와 말을 걸어줄 것이다.

주소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 400
문의 02-3153-2072
관람시간 화~토 10:00~19:00 (매주 일·월요일 정기 휴관)
* 기타 휴관일은 홈페이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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