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기사
보기

세상속으로

다르면서도 같은 디자인 듀오

LIFT- OFF 대표 최세진·이진우 동문
시각디자인학과 08학번

LIFT-OFF는 2인 체제의 그래픽 디자인 듀오다. 때로는 직관적이고 강렬하게, 때로는 은유적이고 묘사적인 그래픽 디자인으로 문화예술계에 경쾌한 시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디자인을 사랑하는 두 개의 마음이 만나면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LIFT-OFF의 이진우·최세진 아트디렉터를 만나 둘이 합쳐 시너지 200%를 발휘하기까지의 시간에 관해 이야기를 들었다.

희미한 너, 쉽게 보이지 않던 너

최세진·이진우 아트디렉터는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에서 동기로 처음 만났다. 둘이 기억하는 상대방의 첫인상은 각각 다르다. 이진우 아트디렉터는 최세진 아트디렉터와 수업 첫날에 함께 점심을 먹었던 일화를 떠올렸다. 이진우 아트디렉터의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최세진 아트디렉터의 첫인상은 ‘희미했다’고 한다. 스무 살의 최세진 아트디렉터는 만화가 아다치 미츠루가 그려낸 인물들처럼 차분한 인상을 지닌 인물로 해석된다. 최세진 아트디렉터는 이진우 아트디렉터의 첫인상을 표정을 찡그린 채 담배를 태우는 모습으로 기억한다. 최세진 아트디렉터의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그때는 샤프했고, 머리도 짧았다. 쉽게 볼 사람이 아니었고, 잘못 건들면 힘들어지겠다’고 느꼈다고 한다. 스물한 살의 이진우 아트디렉터는 지금보다 날씬했고, 90년대 홍콩영화에 나오는 장국영처럼 시의적절한 반항심을 감추기 어려웠던 인물로 추측된다.

▲ 왼쪽부터 최세진·이진우 아트디렉터

▲ 디자인 스튜디오 LIFT-OFF

신입생 시절에 둘은 교류할 일이 많지 않았다. 이진우 아트디렉터가 학교에 잘 나오지 않았던 이유도 있지만 착실하게 학교에 나왔다고 한들, 당시 둘의 성향이 달라 친해지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둘이 함께 어울리기 시작한 것은 군대를 다녀오고 학교에 복학하고 나서부터다.

▲ <까레이치, 고려사람> 국립민속박물관(왼쪽), <역의 음향>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오른쪽)

“복학하고 학교생활을 착실하게 했어요. 시각디자인학과는 학생들에게 작업실을 제공했는데 저와 세진이는 정릉에 적을 두고 있는 ‘정릉파’여서 학교에서 밤을 새우는 날이 많았죠. 저와 세진이를 포함해 다섯 명이 어울려 다니며 과제도 하고, 그래픽 디자인, 타이포그래피 소모임 전시회도 준비했어요. 그런데 저와 세진이는 디자인의 결이 정반대였기 때문에 그 다섯 명 안에서도 일정하게 거리를 두고 지내는 사이였어요.” 이진우 아트디렉터의 말에 이번에는 최세진 아트디렉터가 살을 보탠다. “저희가 인상부터가 되게 다르잖아요. 디자인뿐만 아니라 작업 스타일도 달랐기 때문에 공동 작업을 할 때는 저희 둘을 이어주는 친구가 따로 있었어요. 그래서 졸업 후에 둘이 일하는 모습은 전혀 상상할 수 없었죠.”

지금부터가 찐 팀플!

인생은 예기치 않은 일들의 연속이다. 이진우 아트디렉터가 일하고 있는 디자인 스튜디오 텍스트에 최세진 아트디렉터가 입사했다. 이진우 아트디렉터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다고 한다.
“나와 안 맞는 친구가 우리 회사에 왔구나(웃음). 그런데 일을 하면서 세진이에게 의외의 모습을 발견했어요. 제가 1년 먼저 회사에서 일했다고 해도 동기로 지낸 시간이 더 길잖아요. 저에게 업무에 관해 이것저것 물어보며 배우려고 하는 자세를 보고 엄청 놀랐어요. 학부생 때는 세진이나 저나 자존심이 엄청나게 세서 종종 부딪히기도 했는데요. 저는 텍스트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세진이는 건축회사에서 각각 사회생활을 하고 온 덕분인지 사고나 행동이 유연해졌고, 각자의 방식을 존중하면서도 마음을 다칠 수 있는 부분은 알아서 잘 피하더라고요.”

▲ <사막, 바다 EL MAR LA MAR> 전주국제영화제 특별전 100 Films 100 Posters 참가작(왼쪽),
<빨래> 국립현대무용단(오른쪽)

반면 최세진 아트디렉터는 함께 일하며 자신에게 없는 이진우 아트디렉터의 장점을 발견했다.
“텍스트는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정진열 교수님이 설립한 소규모 디자인 스튜디오예요. 작은 회사는 구성원이 일당백이어서 입사하자마자 진우 형도, 저도 팀장 명함을 팠죠. 그런데 그래픽 디자인 업무를 이제 막 시작한 20대 후반 사회 초년생이 사회경험을 해봤자 얼마나 해봤겠어요. 그래서 저보다 나이가 많고 사회경험이 풍부한 클라이언트를 상대하는 것이 적지 않은 부담이 됐었죠. 학부생 때는 과제의 목적에 부합하는 결과물만 멋있게 나오면 됐지만, 실무에서는 디자인 작업만큼이나 클라이언트와의 소통이 중요해요. 진우 형이 우스갯소리로 자신은 팀장급 외모의 소유자이므로 클라이언트와 소통이 수월한 것이라고 저를 웃겼지만, 진우 형이 퇴사한 뒤로 클라이언트와 본격적으로 소통할 일이 많아졌고, 나중에 같이 디자인 스튜디오를 차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그때 막연하게 하게 됐어요.”

저격수와 소총수의 일심동체

이진우 아트디렉터는 1인 체제의 LIFT-OFF를 설립하면서 독립디자이너로 활동을 시작한다. 호기롭게 디자인 스튜디오를 차렸으나 만족도는 높지 않았다. 디자인 관련 업무 외에도 세무, 회계 등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업무를 하게 되면서 디자이너는 자영업자라는 뼈때리는 현실을 마주했다. 위기도 있었다. 팬데믹으로 인해 문화예술계 공연과 전시가 멈췄고, 매출에도 타격을 입었다.
“매출에 타격이 생겨 발등에 불이 떨어졌죠. 다행히 오프라인 공연이 온라인 공연으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일이 들어왔고, 때마침 세진이가 구원투수처럼 ‘짠’하고 나타나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어요. LIFT-OFF에 저와는 전혀 다른 작업적 DNA가 생기는 일인데 마다할 이유가 없죠. 이미 손발을 맞춰본 사이이기 때문에 시행착오도 적을 것으로 판단했어요.”

▲ <21세기 작곡가 시리즈>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둘은 다른 시각 언어를 경험하며 유년 시절을 보냈다. 이진우 아트디렉터는 영화를, 최세진 아트디렉터는 만화책을 보며 자랐다. 시각적인 베이스가 다른 만큼 접근하는 방식이 다르다.이진우 아트디렉터는 선이 굵은 디자인을 잘한다. 생각한 대로 밀고 나가는 추진력이 좋고, 중심이 분명하고 주장하는 바가 뚜렷하다. 최세진 아트디렉터는 디테일이 강하다. 묘사적인 표현이나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접근을 좋아하며, 때때로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둘 다 과녁의 정중앙을 향해 가려고 노력하는데 방식이 각각 달라요. 저는 최대한 다양하게 스케치를 펼쳐놓고 시작하는 편이라면 진우 형은 한두 가지 방향을 확실히 파고드는 편이죠. 그래서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좋은 동료예요. 디자인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진우 형 시안과 제 시안 중 제 것이 선택되면 기분이 좋기도 했었는데요. 지금은 그런 마음이 전혀 없어요. 결과물이 잘 나오고 과업이 충실히 해결되는 게 우선이기 때문에 옆에서 진우 형이 멋진 시안을 만들고 있는 걸 보면 오히려 안심돼요. 디자인은 하면 할수록 어렵고, 혼자 하면 더 어려워요. 상대방 작업은 무엇이 좋고, 어떤 점을 보완하면 더 나을지가 잘 보이는데 정작 제가 하는 작업은 그런 것들이 보이지 않을 때가 많거든요. 그럴 때 저희는 ‘나 지금 막혔어. 한 번 와서 봐줘’하고 피드백을 요청해요. 그래서 각자의 의견이 5:5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한들 그 시안은 누구의 것인 게 아니라 함께 만든 LIFT-OFF의 작업물인 것이죠.”
최세진 아트디렉터는 이진우 아트디렉터와 합을 맞추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협업에 대한 생각이 명료해졌다고 한다. ‘서로의 아트디렉터가 되어 작업물을 보여주는 것’이 LIFT-OFF의 협업이다. LIFT-OFF는 이 단순한 룰을 바탕으로 지난 5년간 디자인 업계와 대중으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올드스쿨한 둘이 만드는 디자인

LIFT-OFF는 웹 기반의 디자인이 주를 이루는 시대에 인쇄 디자인과 웹 디자인의 경계를 오가는 모션 그래픽 포스터를 선보이기도 했다.

▲ <도시 속의 움직임> 2017 타이포잔치 참가작

“움직이는 포스터가 재미있어 보여서 클라이언트에게 먼저 제안했는데요. 다행히 반응이 좋았어요. 저희가 만든 모션을 영상 스페셜리스트가 본다면 부족함이 많아 보일 거예요. 요즘은 모션 포스터가 업계의 트렌드가 됐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둘 다 올드스쿨한 성향이 강한 사람이라서 트렌드를 잘 쫓는 사람은 아니에요. 다만 저는 넓고 빠르게 이해하려 하고, 열린 사고를 하려고 노력할 뿐이죠.” 최세진 아트디렉터는 ‘자기인식’으로 변화에 대응하려고 한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트렌드에 맞춰 억지로 소비하는 것은 오래 가지 않아요.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다 보면 관심사가 점차 넓어지고 취향이 생기는데요. 본인만의 취향이나 관점이 생기면 시간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간다 한들 내가 아는 것과 소비하는 영역에서는 대응을 잘 할 수 있어요. 어차피 모든 트렌드를 다 따라갈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우리가 좋아하는 것, 우리가 더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자’라고 생각하면서 10년 후에도 디자인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고, LIFT-OFF를 오래 가는 디자인 스튜디오로 만들고 싶어요.”

▲ <2022 문밖의 사람들 : 門外漢> 전통공예예술진흥재단

둘은 학부 생활과 디자이너 생활을 함께 보냈다. 학교에서는 각자의 다른 점이 보였고, 직장에서는 자신의 부족한 면을 통해 상대방을 보았고, LIFT-OFF를 공동 운영하면서는 삶을 바라보는 가치관이 같아 보인다고 한다.
둘은 셈에 약하다. 협업과 분업은 5:5로 정확하게 나눌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고로, 셈에 약한 것은 둘이 디자인 스튜디오를 공동으로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손해 보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덤벼들었다면 불화가 생겼을 것이다.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근본’을 생각한다. 그래픽 디자인은 업태가 ‘서비스직’이다. 디자이너로서 자부심은 느끼되,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충족하는 정직하고 훌륭한 결과물을 내놓는 것이 이들의 철칙이다. 또 가끔은 호기롭게 재미있는 프로젝트 앞에서는 경제적인 이익을 잠시 내려놓을 여유도 있다.

이제는 같은 점이 더 많이 보인다는 둘. 최세진 아트디렉터는 둘의 관계를 ‘좋은 친구이자, 동료’라고 정의한다. 이진우 아트디렉터는 국어사전에 없는 단어로 관계를 정의하고 싶단다.
“저희 둘이 싸우기도 엄청나게 싸웠어요. 그런데 세진이가 말하는 ‘좋은 친구이자, 동료’ 그 이상이 언젠가는 되어있지 않을까. 부모님의 오랜 친구들을 보면 삶의 굴곡을 잘 이겨내고 서로를 응원하면서 쌓은 끈끈한 연대감이 있는 관계가 있잖아요. 시간이 많이 흐르면 세진이가 저에게 그런 존재일 거라고 생각해요. 친구와 동료를 넘어선 국어사전에는 없는 단어로 말이죠”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은 디자인은 어떤 사람들이 만드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안고 LIFT-OFF의 문을 두드렸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드디어 들었다. 아주 멋진 순간이다. 만약 디자이너라면 이 순간을 한 장의 포스터로 그려낼 것이다.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페이스북
  • 트위터

이 코너의 다른 기사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