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이 살아 있고 서로에게 의지하고 조화를 이루어 온 작은 한옥에서의 삶이야말로
북촌의 생명이다. 북촌의 가치는 이처럼 서로 삶과 집들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도시의 갯벌 같은 지속성과 다양성에 있다.
<행정주도에서 주민주도의 북촌마을만들기로>
- 최정한 공간문화센터 대표 -
이전 것을 허물고 창조하는 개발보다 원래의 가치를 되살리는 도시재생이 필요한 이유다. 이민 교수와 이화연·이윤정 학생과 함께 북촌한옥마을 담장 안 이야기를 따라 길을 나섰다.
이화연·이윤정 학생이 낮은 기와 담장 앞에 서 있다. 어깨를 맞댄 한옥이 사이좋게 모여 있는 이곳은 북촌한옥마을이다. 북촌한옥마을에서는 전통 한옥의 매력과 근대적인 도시조직에 적응하여 새로운 도시주택 유형으로 자리 잡은 한옥의 오늘날을 만날 수 있다. 한옥만의 정겨운 정취를 감상하다가 이화연 학생이 이윤정 학생에게 질문한다.
“원래 북촌이 조선시대에 고관대작의 주거지였다고 하잖아요. 조선시대에는 고래 등 같은 기와집이 있던 곳이었을 텐데요. 지금은 한옥이 촘촘하게 모여 있죠. 어떤 과정으로 크고 작은 한옥이 지금처럼 모이게 된 걸까요?”
이윤정 학생이 답한다. “화연님, 아주 좋은 질문인데요. 그래서 오늘 저희의 궁금증을 풀어주실 특별한 분을 모셨습니다. 이민 교수님, 나와주세요!”
이민 교수가 두 학생에게 인사를 건넨다. 이민 교수는 공동체 문화 디자인, 도시재생을 연구하고 있다. 북촌 지역주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주도로 도시재생의 모범적인 사례가 된 북촌한옥마을과 북촌도시재생지원센터를 소개할 예정이다.
“북촌은 경복궁, 창덕궁, 종묘 사이에 있어요. 원래는 한옥이 20채에 불과했으나 1920년대 사회, 경제상의 이유로 대규모 토지가 소규모 택지로 분할되면서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작고 생활하기 편한 개량한옥이 등장했죠. 이러한 한옥 형식의 변화는 도심으로 밀려드는 인구로 인해 고밀도화되는 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죠. 서울시는 2020년에 도시재생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한옥을 보존하는 한편 북촌한옥마을이라는 지역 특징에 따라 맞춤형 계획을 선보이고 있어요. 자, 지금부터 북촌도시재생지원센터가 만드는 품격 있는 북촌한옥마을의 면면을 살펴볼까요?”
이민 교수가 돌담 너머로 기와가 삐죽삐죽 겹겹이 쌓인 골목길로 두 학생을 안내한다.
골목길 끝에 북촌도시재생지원센터가 있다. 대문으로 가기 전, 작은 한옥이 있는 공간에서 이민 교수가 발걸음을 멈춘다. 이곳은 북촌도시재생지원센터가 운영하는 작은 쉼터 갤러리다. 작은 쉼터 갤러리는 전시 대관 공간으로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하거나 준비 중인 국민*인이라면 작은 쉼터 갤러리를 참고해 보자.
작은 쉼터 갤러리를 지나 북촌도시재생지원센터 앞에 섰다. 왼쪽과 오른쪽 두 개의 문 가운데 먼저 왼쪽에 있는 문으로 들어선다. ㄴ자 한옥 두 채가 놓여 있는 이곳에는 ‘모두의 마루 모두의 서재’라고 불리는 마을 서재 한 채와 북촌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실 한 채가 있다. 문간에서 마주 보이는 한옥이 바로 모두의 마루 모두의 서재로, 이민 교수가 두 학생에게 소개할 공간이다.
모두의 마루 모두의 서재에 들어서니 좌식 탁자와 책이 있다. 이곳은 이름처럼 북촌 지역주민은 물론 북촌을 들르는 모든 이를 위한 공간으로 담소 장소와 서재로 활용된다.
“북촌한옥마을 담장 안 풍경이 궁금한 분이라면 한옥을 간접체험할 수 있는 곳이에요. 전통한옥과 다른 진화된 생활한옥의 특징과 쓰임을 확인할 수 있죠. 이곳에는 1,230여 권의 도서가 비치되어 있다고 하는데요. 북촌 지역주민인 김홍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을 비롯한 주민들이 기증한 것이라고 해요. 한옥에서 고즈넉한 독서를 하고 싶다면 ‘서울한옥포털(https://hanok.seoul.go.kr/front/kor/exp/expLibrary.do?tab=3)’에서 모두의 마루 모두의 서재가 보유하고 있는 도서 목록을 검색해 보세요.”
이민 교수와 두 학생이 단아한 매력이 돋보이는 한옥 내부를 돌아보다 좌식 의자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운다.
이번에는 한옥에서 펼쳐지는 예술적 체험 공간을 살펴볼 차례다. 이민 교수가 ‘모두의 갤러리’로 안내한다. 모두의 마루 모두의 서재로 들어갔던 문 바로 옆에 난 대문으로 들어서면 또 다른 구조의 한옥 한 채가 있는데 이곳이 모두의 갤러리다. 권위와 상징을 보여주는 누마루가 있는 한옥 구조다. 이 공간의 의미를 아는 듯 이화연 학생이 “와! 누마루다”라며 감탄한다.
“누마루는 다른 공간의 바닥보다 높이가 높아 대문이나 행랑채를 내려다보거나 연못 등 조경과 주위 경관을 감상할 수 있어요. 북촌도시재생지원센터는 이곳을 예술인을 위한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전에 살펴본 작은 쉼터 갤러리와는 다른 차원의 전시를 만날 수 있겠죠. 작품 감상은 물론 사방으로 열린 창을 통해 북촌을 조망할 수도 있는데요. 북촌한옥마을에서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예술 경험을 원한다면 꼭 한 번 방문해 보길 바라요.”
이윤정 학생이 누마루에 앉아 북촌 풍경을 잠시 바라본다. 북촌한옥마을에 이렇게 고요한 곳이 있다니. 분명 서울인데 서울이 아닌 듯하다. 서울에 동동 떠 있는 고요한 한옥섬이라고나 할까.
이민 교수와 두 학생이 모두의 갤러리에서 나와 가회동으로 향한다. 약 10분 정도 걸어 도착한 골목길, 기와 담장에 ‘가회동 중간집’이라는 나무 명패가 붙어있다. 가회동 중간집은 북촌도시재생지원센터가 운영하는 공공한옥으로, 북촌 지역주민들의 지역 커뮤니티 공간이다. 한옥과 2층으로 된 적산가옥이 합쳐진 독특한 구조다. 안으로 들어서면 긴 테이블과 의자가 있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주방과 서재가 있다.
이윤정 학생이 이민 교수에게 가회동 중간집의 독특한 구조와 기능이 흥미롭다고 말한다.
“지금의 외관과 기능을 갖추게 된 것은 한 국내 기업이 한옥을 북촌 지역주민이 이용하는 시설로 환원했기 때문이에요. 교류 공간, 손님을 대접하는 사랑방 공간이 필요하다는 북촌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해 2022년에 새롭게 단장했죠. 북촌 지역주민이라면 대관 등 공간을 이용할 수 있어요. 이곳에서 열리는 공공 활성화 프로그램은 북촌 지역주민 외에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고 해요. 독특한 한옥에서 즐기는 문화생활을 즐기고 싶다면 서울한옥포털 공지사항(https://hanok.seoul.go.kr/front/kor/bbs/selectBoardList.do?bbsId=BBSMSTR_000000000031)을 확인하길 바랍니다.”
이민 교수와 두 학생이 ‘기쁘고 즐거운 모임’이라는 뜻을 지닌 가회(嘉會)동에서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한다. 한옥의 골목길에서 만난 북촌 지역주민들의 삶의 공간과 이야기. 그 내밀함과 특별함이 궁금하다면 북촌도시재생지원센터로 가보자. 동네 일부를 내어준 북촌 지역주민의 넉넉한 마음을 생각한다면 방문객으로서 지녀야 할 에티켓은 필수다.
북촌도시재생지원센터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계동2길 11-7
문의 02-766-0257
이용 시간 09:00~18:00(월요일 정기휴무)
북촌도시재생지원센터 가회동 중간집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11나길 1-6
문의 02-766-0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