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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내 연구실로 반려 식물이 들어왔다
과학기술대학 식품영양학과 양희 교수
 

작은 숲속 연구실

연구원 시절, 식물은 그저 연구대상에 불과했어요. 식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생긴 건 국민대학교에 임용되고 나서예요. 지인에게 임용 축하 선물로 화초 여러 개가 제 연구실로 들어오면서 제 의지와는 무관하게 식집사가 됐죠. 때 되면 물 주고 바깥바람 쐬어 줬더니 그다음 해 봄과 여름에 꽃이 피었어요. 은은한 꽃 향이 연구실 가득 퍼지는데 식물이 주는 경건한 기쁨을 느낄 수 있었죠. 연구와 임용 준비로 식물을 연구 소재로만 바라봤던 저에게 모처럼 만에 느끼는 여유였어요. 생각해 보면 저는 식물과 가까이 있는 걸 매우 즐기는 사람이었어요. 공원, 숲을 거닐면서 나무 내음을 맡는 걸 매우 좋아했었는데 연구에만 몰두하느라 식물이 주는 기쁨을 꽤 오랫동안 즐길 틈이 없었죠. 그래서 선물로 들어온 이 화초들을 잘 가꿔 제 연구실을 작은 숲으로 꾸며보기로 했어요.

▲ 홍콩야자(왼쪽), 홍콩야자와 호야(오른쪽)

초보 식집사의 경건한 루틴

연구실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창문을 열고 화초 하나하나 상태를 살펴봐요. 초보 식집사는 서툴기 짝이 없지만 제 반려 식물들은 그런 저를 관대하게 바라보는 것 같은데요. 화초마다 다른 생육 환경을 파악하며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하고 있죠. 제 연구실에는 몬스테라, 호야, 호접란, 홍콩야자, 로즈마리, 이름 모르는 난이 있어요. 공기정화식물로 유명한 몬스테라는 책 먼지가 많은 서재 옆에, 나머지 화초는 제 책상 옆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조금 부끄럽긴 하지만 가끔 반려 식물과 대화를 시도하곤 하는데요. 잎이 시들시들 노랗게 변한 화초에게는 ‘미안해’, 잘 자라고 있는 화초에게는 ‘고마워’라고 말하죠. 식물을 가까이 둬서 느낄 수 있는 안온한 정서는 일터를 아늑한 쉼터로 바꾸기도 하죠. 반려 식물을 가꾸다 보면 가끔 학생들이 생각나요. 식물마다 성장하는 시기와 꽃 피는 시기가 다 다르듯이 제자마다 학업에 성취를 이루는 시기도 다 다르지 않을까. 세상에는 상하지 않고 자라는 것이 없고, 조금 느린 성장도 있기 마련이니까요. 적당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조바심 내지 않는 식집사의 마음으로 학생들이 미래 세대의 리더가 되는 데 힘을 보태고 싶어요.

▲ 양희 교수

교수도 대학 생활은 새로운 경험의 연속

국민대학교에 임용된 지 햇수로 2년이 되어 가는데요. 국민*인이 대학 생활을 새로운 도전으로 채우고 있는 것처럼 저 또한 이곳에서 새로운 경험과 도전을 이어가고 있어요. 지난 학기에는 국민대학교의 대표적인 창의융복합교육인 팀팀클래스를 처음으로 지도했는데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 강의하다 보니 제 부족함이 드러나지 않을까 걱정부터 됐지만 팀팀클래스 지도 경험이 풍부하신 남원석 교수님의 도움으로 무사히 한 학기 수업을 마칠 수 있었어요. 지적 호기심이 왕성한 학생들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는데요. 본인의 전공과 타 전공의 지식을 더해 아이디어를 발전적으로 구현해 나가는 진취적인 모습을 보면서 학자로서 자극을 받기도 했고, 교수로서 보람도 느낄 수 있었어요.

▲ 존경과 사랑이 담긴 제자들의 손편지

우리 삶에 가장 밀접하게 닿아있는 식품을 연구해요

우리가 매일 먹는 식품과 건강의 연관성을 밝혀 사람들이 올바른 선택을 하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데 기여하고자 식품공학을 전공으로 선택했어요. 더 나아가 제 역량을 새로운 식품 개발에 쏟고자 하는 바람도 있었죠. 식품을 섭취하면 식품 내 다양한 화학성분들이 우리 몸에서 다양한 생리활성을 나타내는데요. 이러한 생리활성 성분들은 질병을 유발하는 유전자의 발현을 제어하거나 조절하는 효과가 있어요. 반면 아무리 좋은 생리활성 성분이 함유된 식품이라도 과하게 섭취하면 독성이 발현되기도 하죠. 그래서 어떤 식품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서 우리 몸에는 서로 다른 영향을 줄 수 있어요. 또 최근에는 흥미롭게도 서로 다른 사람이 동일한 식품을 섭취하더라도 각자 몸에는 전혀 다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도 밝혀지고 있어요. 궁극적으로는 식품뿐 아니라 우리 몸의 유전자 정보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나에게 맞는 기능성 식품을 만들 수 있겠죠. 그래서 현재 저는 다양한 천연자원으로부터 우리 몸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신규 생리활성 소재 후보를 찾고 이를 소재화하는 연구와 함께, 섭취 시에는 어떤 기전으로 우리 몸에 영향을 미치는지 세포 및 동물모델을 활용하여 생리학적으로 연구하고 있어요. 특히, 저는 곡류, 채소류, 과일류, 해조류 등과 같은 식물에서 유래된 생리활성물질인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에 집중하고 있어요. 재밌는 것은 파이토케미컬은 생리활성뿐 아니라 식물성 식품의 고유의 색, 맛, 향 등에도 기여를 해요. 이러한 특성에 주목하면 건강적인 측면뿐 아니라 요즘 떠오르고 있는 대체 식품, 미래의 식량난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다양하게 쓰임새 있는 소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요. 앞으로 AI 등 다양한 융합 기술들을 접목하면 식품산업과 건강을 위한 연구에 가속도가 붙지 않을까 싶습니다.

양희 교수가 추천하는 숲멍 힐링 스팟!

월정사 전나무숲

Ⓒ 한국관광공사

평창 오대산 자락의 월정사 전나무숲은 3대 전나무숲 중 하나로 꼽혀요. 일주문부터 금강교까지 약 1km에 달하는 길가에 전나무 숲길이 펼쳐져 있는데요. 평균 80년 이상 된 전나무 1,800여 그루가 자리하고 있어 ‘천년의 숲길’이라고도 부르죠. 저는 오대산 숲해설사가 진행하는 전나무숲 프로그램에 참여해 이곳을 걸은 적이 있어요. 전나무 잎이 바람에 흔들려 잎끼리 부딪히며 소리를 내는 순간, 숲해설사가 오카리나를 연주해 주셨죠. 황홀경이 이런 것일까. 쉽게 헤어 나올 수 없었어요.

양평두물머리 느티타무

Ⓒ 한국관광공사

양평 두물머리는 마음의 안식을 얻고 싶을 때 가는 곳이에요. 이곳에는 수령이 400년 된 느티나무가 있어요. 겉으로 보면 한 그루 나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세 그루 느티나무가 수관을 형성하고 있다고 해요. 언제나 그 자리에 변함없이 세월을 지키고 서 있는 느티나무가 ‘다 괜찮아’라고 말하는 것 같아 마음이 편안해져요. 학생들이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면 어려움을 겪는 순간이 있을 텐데 제자들에게 이 느티나무와 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요. 인생의 지혜를 얻고 싶을 때 언제든지 찾을 수 있는 사람, 항상 그 자리에서 변함없는 모습으로 기다리는 사람... 아! 느티나무 보시고 연잎 핫도그도 꼭 드셔보시길(웃음).

국민대학교 캠퍼스

앞에 추천한 두 곳을 갈 여력이 되지 않는다면 멀리 갈 필요 없이 국민대학교로 오시면 됩니다. 북한산국립공원이 가까이 있고, 북악산이 국민대학교를 품고 있어 캠퍼스를 거니는 것만으로도 숲멍이 가능하죠. 무엇보다 사계절을 뚜렷하게 즐길 수 있어 너무 좋습니다. 용두리에서 성곡동산으로 이어지는 K*힐링코스 등 캠퍼스 구석구석 숲으로 연결되는 나만의 숲길을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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