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기사
보기

컬처토크

미생물과 빙수의 공통점
최상의 조합으로 인간의 만족 추구

과학기술대학 바이오발효융합학과 곽수량 교수

메타버스만큼 전도유망한 미생물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과 메타지노믹스(metagenomics), 메타볼로믹스(metabolomics)를 연결하여 미생물로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옛날 미생물은 질병이나 음식 부패의 원인 또는 동물 사체의 분해자 정도로 여겨졌는데요. 지금은 인간과 함께하는 공생자이자, 각종 산업에 도움이 되는 중요한 생물자원으로 주목받으면서 생명공학산업의 핵심 소재로 신분이 상승했습니다.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 몸속에 다양한 대사체가 생성되는 것처럼 미생물도 마찬가지로 수많은 대사체를 만듭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미생물 군집에서 모든 유전체를 추출하여 미생물들의 종류와 유전학적 특성들을 분석하는 메타지노믹스와 미생물군집의 대사체들을 추적하고 분석하는 메타볼로믹스를 기반으로 우리 몸에 존재하는 공생 미생물들이 유익한 조합을 갖추도록 유도하거나, 자연에 존재하는 미생물들로부터 유용한 물질을 만드는 기능을 찾아 빌려와 더 효율적으로 생산해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미생물에 대한 놀랍고 재미있는 연구가 이뤄지는 곽수량 교수 연구실!

교수는 처음이라서요

처음으로 교원이 되어 작년 9월부터 강단에 서고 있습니다. 국민대학교 학생 여러분이 지닌 지성과 열성에 감동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학기에는 학부생에게 생물학을, 석·박사생에게는 바이오에너지공학특론을 강의했는데요. 바이오발효융합학과의 생물학은 미생물 엔지니어링을 포함해 바이오발효융합학과에서 수행하는 생물학 기반 연구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기초 지식을 전달하는 과목입니다. 바이오에너지공학특론은 기존 화석연료 대신, 자연에서 쉽고 저렴하게 확보할 수 있는 생물학적 자원들을 미생물학적인 방식으로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방법을 소개하는 과목이고요. 원래 계획대로라면 <헬스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활용>이라는 강의가 하나 더 진행됐어야 했는데 ‘폐강’이라는 변수가 발생했습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같은 첨단 정보통신기술들을 통해 모여진 데이터를 헬스케어산업에 맞게 활용하려는 노력들을 소개하기 위한 과목이었는데요. 지금은 폐강의 이유가 저 때문이 아니었음을 알고 있지만, 당시에는 과목에 대한 학생들의 극히 저조한 관심에 적지 않게 당황했습니다. 교원은 처음이고, 강의도 처음이었으니까요.

빙수 맛집 데이터 시즌 2 개봉박두!

취미도 특기도 별난 게 없는 제가 유독 쉽게 못 지나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빙수집’입니다. 20대 때는 엑셀로 토핑, 빙질, 특이사항 등을 메모해 점수를 기록하는 방식으로 저만의 빙수 맛집 데이터를 만든 적도 있습니다만 2012년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면서 빙수 맛집 데이터 구축을 중단했지요. 유학 생활 10년은 제 인생에서 가장 빙수가 갈급했던 시기였습니다. 박사 과정을 보냈던 일리노이주 샴페인 카운티에는 한인커뮤니티가 잘 되어있어 마음만 먹으면 아쉬운 대로 그럴듯한 빙수를 먹을 수 있었지만 박사 후 연구과정을 보냈던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는 한국인이 많지 않은 도시였기 때문에 적어도 차를 몰고 20분 거리에 있는 곳에 가야만 빙수를 먹을 수 있었고, 그나마도 한국의 빙수들과는 너무나 큰 맛의 차이가 있었죠. 그래서 한 번은 차로 왕복 6시간을 이동해 샴페인 카운티를 다녀온 적도 있습니다. 한국에 돌아온 지 이제 6개월이 되어 가는데, 가장 행복한 사실 중 하나가 배달앱만 있으면 어디든지 퀄리티 좋은 빙수를 시켜 먹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시즈널 메뉴로 여름에 잠깐 나왔던 빙수를 이제는 한겨울에도, 제 연구실에서 먹을 수 있어 감개무량합니다.

▲ 연구 관련 서적과 레고 실험실

인생 빙수에 담긴 추억 하나

제가 꼽는 인생 빙수는 어느 지방 소도시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먹었던 팥빙수입니다. 엄연히 말하면 휴게소 주차장 구석에 있는 작고 허름한 빙수집이었는데요. 커다란 사각 얼음 한 덩어리를 대패로 갈아낸 고운 얼음에 팥, 젤리가 조금 올라가 있고 우유로 담백한 맛을 낸 팥빙수였습니다. 그 이후로 수많은 가게들을 찾아다니며 다양한 빙수들을 먹어봤지만, 지금까지도 그렇게 맛있는 팥빙수를 먹어본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 빙수가 특별하게 기억되는 이유는 추억 때문인 것 같습니다. 맛있는 요리에는 추억이 담겨있다고 하는데요. 인생빙수를 만난 그날 저는 어머니, 형과 함께 여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맞벌이였던 저희 부모님은 정말 바쁘게 사셨는데요. 어머니는 바쁘신 와중에도 가끔 시간을 내어 저와 형을 데리고 여행을 다니셨죠. 후텁지근한 한여름에 허름한 주차장 구석 빙수집에서 맛본 팥빙수 한입의 청량함과 서늘함, 어머니와 온종일 시간을 보냈던 날의 행복감 같은 마음이 더해져 제 기억 속에 그날의 빙수를 특별하게 떠올리는 것 같습니다.

빙수는 빙수 전문가에게

저는 전통적인 팥빙수를 좋아합니다. 눈처럼 곱게 간 얼음 위에 고물 없는 찹쌀떡과 팥을 올리고 우유를 더한 담백하고 깔끔한 맛의 팥빙수를 선호합니다. 하지만 상대방 스타일에 맞춰 토핑을 조절해도 크게 상관없고, 떠서 먹느냐 섞어서 먹느냐도 그다지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빙수를 만드는 것은 빙수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철학이 있는데요. 예전에는 좋은 빙질을 만들어내는 기계를 알아보며 직접 만들어 보기도 했지만 한국을 떠나있던 지난 10년 사이 상향 평준화된 빙수 퀄리티를 경험한 후 일반 개인이 빙수 전문가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습니다. 이런 전문가의 빙수를 맛보면서 제 연구를 생각합니다. 수준 높아진 한국의 빙수가 외국으로 뻗어나가는 것처럼 우리 연구실의 미생물 연구가 국내뿐 아니라 외국 학계에서도 주목받을 수 있도록 미생물 연구의 금자탑을 세워보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 국민*인 여러분! 곽수량 교수 강의 많관부!

곽수량 교수의 내돈내산 빙수

© 카페하인나

카페하인나

“가장 자신 있게 추천하는 빙수집입니다. 웹에서 검색하면 ‘호텔 빙수 퀄리티’, ‘망고빙수 맛집’, ‘생과일빙수 맛집’, ‘신라호텔 망고빙수’ 등 연관어가 뜹니다. 보통 두 명이 빙수 하나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양이 푸짐한 데다가, 곱게 간 우유 얼음의 빙질과 맛의 밀도 또한 훌륭합니다. 제가 추천하는 메뉴는 ‘콩가루 우유 팥빙수(1만 4,000원)’입니다. 빙수 하나 가격이 다소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한번 맛을 알게 되면 쉽게 못 지나치는 맛입니다.”

주소 서울 동대문구 전농로 43, 1층

© 더설 약수본점

더설 약수본점

“식품회사에서 양산으로 만든 팥앙금과 가게에서 직접 쑤어서 만든 팥앙금에는 차이가 있죠. 수제 팥앙금에는 적당한 당도와 고소함이 배어 있고 맛에서 깊이가 느껴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더설 약수본점의 수제팥빙수는 꼭 드셔볼 만합니다. 이곳은 사실 수제딸기빙수도 꽤 맛있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카페하인나의 빙수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빙수 하나를 주문할 금액으로 이곳에서 수제팥빙수(8,000원), 수제딸기빙수(8,000원)를 드셔보는 것도 좋은 경험일 것 같습니다.”

주소 서울 중구 동호로10길 16

© 정만빙수

정만빙수

“국민대학교 주변에 있는 빙수집 가운데 가성비(5,900원~6,900원)가 최고인 곳입니다. 주로 배달앱으로 시켜 연구실에서 즐겨 먹는데요. 주변 빙수집과 비교하면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맛은 월등히 좋습니다. 저는 입맛이 다소 보수적인 편이라 ‘팥빙수(5,900원)’와 ‘딸기빙수(6,900원)’만 즐기는데요. 맛에 대한 탐구정신이 있는 분이라면 에스프레소 빙수, 톡톡소다 빙수, 오레오 초코 빙수, 티라미수 빙수 등을 시도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주소 서울 성북구 개운사길 56 1층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페이스북
  • 트위터

이 코너의 다른 기사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