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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밤은 국민*인의 낮만큼 아름답다
사회과학대학 미디어·광고학부 김진우 교수
 

밴드하는 멋진 녀석들

언론정보학을 전공하는 학부생은 특유의 딴따라 기질이 있는데요. 저는 ‘예스키딩’이라는 결성밴드를 했었죠. 그러던 어느 날 총학생회가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유통하는 ‘뺀드뺀드 짠짠’이라는 창작음반을 내겠다고 발표했어요. 예스키딩을 비롯한 교내의 수많은 아마추어밴드가 이 프로젝트에 동참했죠. 브로콜리너마저의 윤덕원, 아! 참고로 덕원이는 제 학부 동기예요. 생각의 여름의 박종현 등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뺀드뺀드 짠짠은 그다음 해에 인디 음반 레이블 ‘붕가붕가레코드’를 설립했어요. 저는 붕가붕가레코드 소속 인디 뮤지션으로 곡을 만들고 녹음도 하려던 차에 그만 유학이 결정되면서 음반 발매가 흐지부지됐고, 붕가붕가레코드는 몇 년 뒤에 장기하와 얼굴들 <싸구려 커피> 싱글을 발표하며 인디뮤직을 대표하는 레이블로 성장했어요.

▲ 집무실에 있는 스피커(왼쪽)와 건반(오른쪽), ※건반은 촬영용으로 편집팀의 요청으로 김진우 교수님이 준비해 주셨습니다.

인디뮤직에 발을 반 정도 넣었다 뺀 사람

미국에 있으면서도 음악의 연은 이어졌어요. 예스키딩의 멤버인 김민지, 홍선하, 강유나가 제가 다니는 학교에서 공부했거든요. 그 친구들과 밴드 잔차들(The Residuals)을 결성했고, 몇 년간 학업을 병행하며 음악을 작업했죠. 꽤 많은 곡을 만들었는데 그중에 두 곡을 골라 2018년에 첫 싱글 앨범(http://mirrorballmusic.co.kr/albums/38944/ )을 발표했어요.

▲ 잔차들 멤버들(왼쪽), 잔차들 첫 싱글 앨범(오른쪽)

밴드명 ‘잔차들’에서 ‘잔차’는 통계 용어인데요. 잔차의 중요한 속성은 평균이 ‘0’이고, 체계적인 패턴이 없어요. 대학원생으로서 사회에서 생산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는 저희들의 처지와 뮤지션으로서 포부가 크지 않다는 의미를 담아 밴드명을 지었죠. 잔차들은 한국 인디뮤직에 영향을 강하게 받은 밴드인데요. 장르적으로는 규정하지 않아요. 목표가 있다면 잔차들이 들었을 때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인데요. 뭐,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제가 이 밴드의 리더이기 때문에 제 취향대로 가고 있습니다(웃음). 선하와 민지가 ‘형, 그건 아니잖아요’ 하고 반기를 들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가상의 캐릭터로 곡의 영감을 끌어올려!

곡을 쓸 때 가상의 캐릭터를 만듭니다. 간단하게 ‘A는 이런 상황이고, 이런 말을 해’하면서 상황을 구체적으로 그리죠. <꽃샘추위>는 이제 막 연애가 진행될 것 같은데 겨울이 완전히 지나고 봄이 오면 관계가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 끝이 보이는 남녀관계를 담은 곡이에요. 꽃샘추위가 곧 다가올 이별을 의미하죠. 은 연애 마저 가지 못한 남자의 심정을 다룬 노래예요. 남자가 여자를 좋아하는데 고백만 안 했을 뿐, 여자는 그 마음을 이미 알고 있죠. 심지어 여자에게는 새로운 남자가 생겼어요. 그래도 용기를 내어 말을 기어이 할 것 같은 눈치를 보이자 여자가 고백하지 말라고 하는 상황이 노래에 담겨있습니다.
싱글 앨범을 발매했을 당시에 잔차들 멤버는 학업 때문에 미국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상태였어요. 그래서 앨범이 나왔지만 공연할 수 없었죠. 앨범 홍보를 한 적이 없는데 그래도 잔차들의 첫 싱글앨범을 누군가가 입소문 내 사람들에게 불릴 것이라는 기대를 했었어요. 그런 마법 같은 일은 생기지 않았습니다.

▲ 김진우 교수

낮에는 학자, 밤에는 송라이터

앨범이 나온 후 5년간 미국에서 박사 후 연구원 생활을 지냈습니다. 잠시 음악을 접고 논문을 쓰는 데 집중했죠. 언론정보학을 공부하면서 사람이 합리적일 수 있는지, 그렇다면 저는 얼마나 합리적인 사람인지 궁금했어요. 세상에는 말이 안 되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고, 말이 안 되는 이야기를 계속 믿는 사람도 있잖아요. 과연 어떤 조건이면 개선될 수 있는지가 제 질문의 시작이었죠. 제 전공 분야는 정치커뮤니케이션인데요. 사람들이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어떤 정보를 얻고 의견을 형성하는지, 심리적으로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제가 쓴 논문 중에 가짜뉴스와 관련된 논문이 있는데요. 논문을 준비하던 시기에 마침 오바마 대통령의 가짜뉴스가 돌았던 적이 있어요. 사회과학에서는 사회적, 윤리적 이유 등 복잡한 변수 때문에 실험연구가 어려운데요. 마침 가짜뉴스가 퍼지기 전과 후를 비교하는 설문조사가 운 좋게 진행되어 논문의 자료로 삼을 수 있었죠. 결론적으로 제 논문의 메시지 중 하나가 ‘거짓된 믿음을 늘릴 수 있어도 표심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었어요. 2022년에 국민대학교에 임용되어 교수로서 정치 커뮤니케이션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학자로서는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져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최대한 많이 좋은 논문을 계속 쓸 계획입니다. 좋은 논문이란 기존 연구의 한계를 정확하게 짚어내어, 지식의 바운더리를 확장하는 논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을 계속 만들고 발표하고 싶은 마음도 아직 있습니다. 국민대학교에서 일과가 끝나고 집에 가서 밤에 종종 작업을 하는데, 충분한 시간을 쏟기가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그래도 20대 시절에 만든 꽤 많은 미발표곡이 제 컴퓨터에 많이 있기 때문에 조만간 이 노래들을 하나둘 내놓을 생각입니다.

▲ 논문도 잘 쓰는 김진우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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