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기사
보기

피플 인사이드 재료학이 자연환원을 만났을 때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도자공예학과 정진원 교수, 한승현·이세영·정다진·배가은 학생

조형대학 도자공예학과 정진원 교수와 여덟 명의 학생들이 ‘재료학’이라는 학문에 ‘자연환원’이라는 이슈를 연결해 자연환원용 일회용 그린웨어를 개발했다. ‘전공심화’와 ‘환경보호’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며 빚어낸 이 친환경 도자기에는 전공에 대한 탐구와 필환경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담겨있다.

Q ‘자연환원용 일회용 그린웨어’ 프로젝트가 2021학년도 2학기 알파프로젝트 우수사례로 선정되었습니다. 정진원 교수님이 제안하신 교수제안형 프로젝트인데요. 자연환원용 일회용 그린웨어란 무엇인가요?

정진원 교수 도자공예학이라는 학문은 자연과 굉장히 밀접한 학문입니다. 흙은 도자공예학의 주요 재료로써 인간이 태어나 가장 먼저 촉각으로 느끼는 자연물입니다. 인간은 흙을 밟고 살다가 결국 흙으로 돌아가는데 지난 학기까지 재료학을 강의했던 교수로서 흙으로 환원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도자공예는 물리적 반응을 거쳐 형태가 변화하는 목공예, 금속공예와 달리 흙으로 고온 번조시키는 과정에서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형태가 바뀌는 유일한 예술 분야입니다. 그래서 도자공예학과 학생이라면 재료학, 화학에 관련된 학습이 중요하고, 이 분야에 관해 관심을 둘 수밖에 없습니다.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도자기는 인간의 삶과 밀접합니다. 가장 위생적인 음식 도구로 매일 사용하죠. 그런데 도자기 제조 과정에서 유리질로 코팅하는 번조 단계를 거치게 되면 자연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문제가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흙으로 되돌아가는 일회용 도자기’라는 주제를 던져주고 학생들이 자유롭게 해결책을 찾아가도록 지도했습니다.

Q 교수제안형 알파프로젝트에는 보통 서너 명 학생이 참여한다고 하는데 ‘자연환원용 일회용 그린웨어’에는 무려 여덟 명 학생이 참여했습니다. 학생들의 높은 참여율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세영 도자공예학과에 입학해서 도자기가 다른 예술작품과 달리 화학적 반응을 거쳐 완성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알파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전에는 재료학 수업으로 기본 지식을 탐구하는 단계였다면 이번 프로젝트는 자연환원이라는 주제를 통해 좀 더 재료를 보는 시각이 확장되는 계기가 됐죠. 저희가 도자기를 빚어낼 때마다 도자공예학과 교수님들이 “화학 폐기물을 만들지 말라”고 늘 말씀하시는데 동기들도 작업하면서 그저 예쁜 쓰레기를 만드는 건 아닐까 늘 고민하거든요. ‘친환경적인 도자기를 만드는 방안은 없는 걸까’라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마침 정진원 교수님께서 제 물음표를 느낌표로 만들어 주는 주제를 제안해 주셨어요.

정다진 요즘 20대는 소비를 하더라도 업사이클링 브랜드를 선택하는 등 환경에 위해를 덜 가하는 방식을 취해요. 만약 제가 테이블웨어 브랜드를 런칭하게 된다면 어떤 방식으로 도자기를 빚어야 하는지 생각해 보자는 마음으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어요.

배가은 저 역시 제로웨이스트 실천법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마침 교수님이 제안하신 주제가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작은 시도일지라도 제 전공 분야에 영향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한승현 제로웨이스트, 업사이클링이 하나의 문화가 됐잖아요.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익한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참여하는 데 고민하지 않았고, 또 교수제안형 프로젝트이다 보니 분명 난관이 생겨도 교수님 찬스를 쓸 수 있지 않을까(웃음). 의미도 있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부담도 덜할 것 같았어요.

▲정진원 교수

Q. 그렇다면 도자기는 일반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되나요?

이세영 일반적인 도자기는 형태를 만들고 초벌 후 표면에 유리질을 형성하는 유약을 발라 1,250℃로 구워요. 이 과정에서 물성이 변해 다시 자연으로 되돌아갈 수 없게 돼죠.

Q. 자연환원용 일회용 그린웨어는 말 그대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데요. 유리질을 대체하는 유약 재료를 찾는 것이 중요했겠어요.

한승현 프로젝트 시작 단계에서 유리질을 대체 할 수 있는 유약 재료를 조사했어요. 초반에는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하면서 줌으로 여러 번 회의하며 재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그 과정에서 조금 애를 먹었어요. 표면 코팅 재료로 교수님께서 녹말을 권해주셨는데 녹말은 자연과 인체에 무해한 자연에서 온 재료잖아요. 시중에 있는 녹말 이쑤시개는 수분을 흡수하지 않으면서 형태를 유지하는 특성이 있는데요. 이 특성을 적용했죠. 샘플을 만들고 녹말 비율을 맞추는 과정에서는 팀원들과 만나 유약 녹말 테스트를 여러 번 거쳤어요. 녹말 양이 적으면 수분이 많아 유약 역할을 할 수 없게 되고, 녹말 양이 많으면 건조 과정에서 나무껍질처럼 벗겨지더라고요. 또 우리가 만드는 일회용 그린웨어가 사용 후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가마에 소성하는 과정을 생략하고 똑같은 조건에서 여러가지 샘플을 보기 위해 석고 원형 틀에 흙물을 부어 굳히는 캐스팅 작업으로 진행했어요.

▲ 한승현, 이세영 학생(왼쪽부터)

Q. 각각 관점이 다르고 의견이 다른 여덟 명의 디자이너가 참여한 프로젝트잖아요. 디자인 부분에서 하나의 의견을 도출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역할이 몇 명에게만 집중되지 않도록 고루 배분하는 것도 성공적인 프로젝트가 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과정일 텐데요.

배가은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이 디자인이었어요. 디자인을 바라보는 관점이 여덟 명 모두 다르므로 그 과정에서 갈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작업에 들어가기 전부터 디자인에 관한 대화를 자주 했어요. 여러 개 시안을 만들고 팀원과 토론하며 수정하는 작업을 거쳤죠. 또 우리 팀원들만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야 하는 게 아니라 교수님, 더 나아가 소비자 마음에도 들어야 하잖아요. 여러 상황을 고려해서 시각 장애인도 자연환원용 일회용 그린웨어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특별한 디자인 요소를 넣었죠.

정다진 여덟 명을 샘플 제작팀, 석고 제작팀, 그래픽 팀 세 개로 나누었는데요. 팀장인 승현이가 팀원들을 잘 이끌어줬어요. 프로젝트 진행 상황에 따라 각자 역할에 대한 배분과 데드라인을 단체 채팅창에 공지해 다들 책임감 있게 역할을 수행하는 분위기를 조성했어요. 팀원 모두 승현 팀장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정진원 교수 알파프로젝트 보고서를 영상으로 찍어서 제출했을 정도로 열정이 있는 팀이었어요.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력과 문제 해결 능력 등 다방면으로 자율적인 시도를 보여준 우수한 팀이었습니다.

▲ 배가은 학생, 정다진 학생(왼쪽부터)

Q. 알파프로젝트는 종료됐지만 현재 교수님께서는 발명 디자인 특허, 실용신안을 준비하고 계신다고요.

정진원 교수 현재 초기 작업 단계로 산학협력단과 협의 중입니다. 학부 수업이기 때문에 일회성으로 수업이 끝나는데 더 발전적인 결과물이 되려면 프로젝트를 한 번 더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학기가 바뀌면 수강 과목이 달라지고 학생들이 해야할 과제도 많고 여러 가지 이유로 프로젝트가 계속되기 어려운 상황이 있죠. 여러 번의 실패와 도전을 통해 결과물을 그 다음 단계에서 좀 더 확장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원래 이 자연환원용 일회용 그린웨어 프로젝트는 국내 한 양조업계와 연계하는 것을 염두하고 내놓은 주제인데요. 지역에 있는 흙으로 도자기를 빚어 지역에서 나온 물과 쌀로 빚은 술을 담아내는 것까지 바라보고 시도한 주제입니다. 다음 단계로 연결될 수 있도록 알파프로젝트로 진행된다면 더없이 좋겠고, 어렵다면 다음 방안을 찾아볼 생각입니다.

Q. 자연환원용 일회용 그린웨어를 개발하면서 깨달은 점이 있다면 들려 주세요.

이세영 도예공학과는 과 특성상 여러 명의 팀원과 프로젝트를 할 일이 많지 않아요. 저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조별과제보다 인원이 많고, 규모가 큰 알파프로젝트를 팀원 간 불화 없이 잘 마무리해서 다행이에요. 이제는 다양한 시각을 가진 사람들 속에서도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정다진 이전에는 제로웨이스트, 페이퍼리스와 같이 환경보호를 위한 개인적인 활동을 했었어요. 자연환원용 일회용 그린웨어 덕분에 실사용을 기대하는 능동적인 환경보호 활동에 참여해 뜻깊었어요. 또 웹진 기사를 읽은 국민*인들이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을 재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습니다.

배가은 소비자로서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물건을 사용하다가 이번에는 생산자가 되어 직접 환경보호를 위한 물건을 개발하게 됐는데요. 환경을 위한 좀 더 직접적인 활동이어서 뜻깊었고, 영향력도 그만큼 크다고 느꼈어요.

한승현 전공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조금 다르게 생각해 자연환원용 일회용 그린웨어라는 결과물을 만들었는데요. 국민*인이라면 자신의 전공 내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시도라고 생각해요.

학생들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전공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 정신을 불어준 정진원 교수와 지도 교수의 학습 목표를 온화한 팀워크로 성실하게 수행한 한승현, 이세영, 정다진, 배가은, 마지은, 김가영, 이서윤, 최재원 학생. 3학년이 되는 2022학년도에는 국민대학교에서 열리는 조형전과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최하는 공예트렌드페어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릴 계획이란다. 알파프로젝트를 통해 배운 소중한 교훈과 선한 영향력이 이들이 빚어낸 도자기에 담겨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페이스북
  • 트위터

이 코너의 다른 기사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