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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 와! 청년 예술작가를 위한 양지 <마당책방> 국민대학교 언론정보학부 미디어전공 18학번 이예현 학생

이예현 학생은 여느 20대처럼 마음이 아팠다. 아픔을 툭툭 털어내고 생긴 변화가 있다면 ‘하고 싶은 일은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해야 한다는 것’. 아버지가 관리하시는 신설동 한옥 창고의 마당이 눈에 들어왔고, 한 달 만에 공간을 꾸려 독립출판물을 전문으로 다루는 책방을 열었다. <마당책방>이 문을 연 지 어느덧 10개월, 겨울·봄·여름을 조용히 보내고 난 뒤 가을의 끝자락, 이예현 학생은 <마당책방>에서 또 다른 일을 준비하고 있다.

Q. <마당책방> 이름이 참 예쁩니다. 무슨 의미인가요? 독립출판물을 다루는 서점을 차리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 약 80권의 독립출판물이 있는 <마당책방>

보시다시피 마당에 책들이 놓여 있잖아요. 말 그대로 ‘마당에서 운영되는 책방’이라는 뜻이에요. 특성도 잘 드러나면서 사람들이 기억하기 좋아지라고 이름을 <마당책방>으로 지었어요. 학창 시절, 독립예술을 좋아했어요.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진실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인데요. 저는 자신을 표현하는 데 조금 서툰 면이 있어 독립예술로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스물한 살, 공황장애와 우울증이 찾아와서 마음이 아팠고, 세상에 내가 없어지면 제 흔적이 남지 않는다는 걸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슬프더라고요. 그래서 내 흔적을 남기는 일 하나쯤은 만들어보자고 생각해 시를 쓰기 시작했어요. 스물한 살, 스물두 살, 시집 두 권을 독립출판물을 통해 냈고, 그 과정에서 아픈 마음을 털어냈어요. 아프고 난 뒤 변화가 생겼다면 하고 싶은 일을 더는 미루지 않게 된 건데요. 시집을 내면서 독립출판물이 있는 책방을 운영하고 싶었는데 마침 아버지가 가죽 상점을 운영하면서 창고로 쓰는 한옥 마당이 비어있어 이 공간에 독립출판물 책방을 차리게 됐죠.

▲ 이예현 학생이 쓴 두 권의 시집. < 아주 멋진 잠수였다>, <손님, 저희는 커피에 벌레를 타지 않았습니다>

Q. 독립출판물은 일반 출판사에서 기획하는 출판물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독립출판물은 작가가 기획부터 집필, 인쇄, 홍보, 서점 입고까지 혼자 진행해요. 내용, 판형, 문체, 디자인 등이 다양한 게 매력인데요. 생각지도 못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들도 있고, 유머러스한 시도가 많아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자신의 취향에 맞는 책들을 쉽게 만날 수 있어요. 진입장벽이 낮아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 장점이에요.

Q. <마당책방>에 있는 독립출판물은 어떤 과정으로 입고가 되나요?

<마당책방>에는 약 80권의 책들이 있는데요. 책방을 오픈한 초기에는 독립출판물을 일일이 다 읽어보고 입고를 요청하는 메일을 제가 직접 작가님에게 보냈어요. 책방을 오픈하면서 인스타그램으로 책방 홍보를 열심히 해서 그런지 요즘은 작가님들이 <마당책방>을 먼저 알아보시고 입고를 희망하는 메일을 주세요. 메일로 서지 정보를 확인해서 책방에 들이고 싶은 책이라고 판단되면 <마당책방>에서 판매하는데요. 기준은 제가 읽었을 때 손님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어야 해요. <마당책방>에 있는 책 대부분은 제가 읽어본 것들로 국민대학교 학생이 쓴 책도 있어요. <잠깐, 적어두고 갈게> 라는 책은 과 동기인 박원재 작가가 쓴 책이랍니다.

▲ 이예현 학생은 언론정보학부에서 <책볼레>라는 소모임을 만들기도 했다
▲ 이예현 학생이 추천하는 <당신의 계절이 지나가면>(좌)과 국민대 학생인 박원재 작가가 쓴 <잠깐, 적어두고 갈게>

Q. <마당책방>을 운영하면서 이예현 학생의 일과도 달라졌겠어요.

대학생 생활만 하던 작년과 비교하면 정말 많이 바빠졌어요. <마당책방>으로 출근하면 우선 메일부터 열어서 입고 문의가 들어온 책이 있는지 확인하고, 새로 입고된 책들을 정리해요. 그다음에는 본격적으로 마당에 책들을 진열하고 손님들을 맞이하죠. 직원을 둘 정도는 아니어서 혼자 책방을 보고 있는데요. 하루에 손님 다섯 분이 오시는 날도 있고, 동묘길에 장이 서는 토요일에는 이보다 더 오시기도 해요.

Q 대학생이자, 책방 사장님이세요. 두 가지 일을 병행하는 일은 어떤가요?

지난 학기는 21학점을 듣느라 <마당책방>을 주말에만 열었어요. 학교 수업과 책방 운영 두 가지를 병행하느라 힘에 부쳤는데요. 이번 학기에는 창업현장실습을 수강해서 책방 운영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됐어요. 창업현장실습은 저같이 창업했거나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재학생들이 학업을 병행하는 것이 어렵지 않게 창업과 관련된 활동을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제도예요. 창업에듀 사이트에는 창업현장실습과 관련된 여러 강좌가 있는데 저는 도움이 될 만한 세금 관련 수업을 찾아 들었어요. 일정 항목을 이수하면 6학점이나 인정돼요. 이번 학기에는 수업이 없는 화·수·목·토요일은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운영하고 있어요.

▲ 햇볕이 쏟아지는 한옥 마당, 책방에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다

Q 국민대학교 창업지원단은 창업한 학생들에게 다양한 창업 정보와 지원을 한다고 들었는데 이예현 학생은 학교로부터 어떠한 지원을 받고 있나요?

창업지원단 김성일 교수님께서 창업현장실습을 하는 학우 한 분을 연결해주셔서 현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제가 <마당책방>을 운영하며 알게 된 독립출판 작가님을 경영정보학부 김민호 학우에게 소개해 드렸는데요. 김민호 학우가 창업한 에크네가 작가님의 책을 외국어로 번역해 오디오북과 전자책으로 제작, 수출할 계획이에요. 이 외에도 재정 지원을 받는 방법에 대한 중요한 정보도 창업지원단으로부터 얻고 있어요.

Q <마당책방>을 운영하면서 느끼는 보람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가죽 상점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책방이 있다고 하니 신기해서 들어와 보시기도 하고, 주말마다 이 근처 동묘길에 장이 서기 때문에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이 우연히 <마당책방>에 들러 책 한두 권을 사 가실 때면 좀 더 다양한 분들에게 독립출판물을 알리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껴요. 우리 책방만의 매력을 꼽자면 투명한 천장으로 쏟아지는 햇볕을 맡으며 계절과 책을 가깝게 느낄 수 있는데요. 서울 시내에서 좀처럼 경험하기 어려운 한옥 마당에서 잠시나마 여유를 즐기고 가는 손님들을 보면 기분이 정말 좋아요.

Q <마당책방>이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하나요? 이예현 학생의 앞으로 계획에 대해서도 들려주세요.

<마당책방>을 독립예술작가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에요. 최근 독립영화 감독님이 <마당책방>을 대여해서 이 공간 일부를 영화 관련 활동을 하는 장소로 활용하고 싶다는 말씀을 전해주셨는데요. 독립영화 감독님들뿐만 아니라 독립출판 작가님들도 이곳에서 글쓰기 클래스를 운영할 수 있도록 공간 기획을 하고 있어요. 입구 벽면에 전시된 사진은 사진 공부하는 친구의 작품인데요. 사진작가님들에게는 공간이 작지만, 사진전을 열 수 있도록 활용할 계획이에요. 저는 지금 3학년 2학기를 보내고 있는데요. 독립출판작가로서 글을 써온 시간과 <마당책방>을 운영해본 경험을 토대로 출판 관련 일을 전문적으로 하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큰 계획이라고 할 건 없고, 아까 말씀드린 대로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망설이지 않고 바로 실행에 옮길 거예요.

▲ 청년 예술작가들에게 기회가 활짝 열려 있는 <마당책방>

Q 황금 같은 가을이 ‘반짝’하며 강렬하게 지나가고 있네요.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는데 <마당책방> 주인으로서 국민인들이 읽으면 좋을 책 한 권을 추천해주세요.

<마당책방>이 지난 9월 책 읽는 마을, Billage와 함께 서울의 독립서점 독립출판물 정기구독 서비스를 제공했는데요. <마당책방>과 가장 잘 어울리는 책을 추천해달라는 제안에 주얼 작가의 단편소설집 <당신의 계절이 지나가면>을 권해 드렸어요. <마당책방>에 오시면 계절의 흐름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데 책방과 이 작품이 참 닮아있다고 느꼈거든요. 흘러가는 계절의 흐름을 국민인들도 함께 느꼈으면 해요.

시로, <마당책방>으로 자신만의 흔적을 하나씩 만들어 가고 있는 이예현 학생. 언젠가는 <마당책방>을 운영하며 느낀 경험을 수필로 써볼 생각이란다. 수필집에는 어떤 내용이 담길까. 건강을 잃지 않고 무럭무럭. <마당책방>을 통한 이예현 학생의 흔적 남기기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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