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경찰>, <마녀>, <이번 생은 처음이라> 등 유명 영화의 편집과 드라마 제작에 참여한 회사가 있다. 국민대학교에서 설립한 첫 번째 학교 기업 ‘할엔터테인먼트’다. 국민대 산학협력단 소속으로, 대종영화상, 청룡영화상 등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의 편집 1인자로 불리는 김창주 교수가 주축이 되어 설립했다. 영상 기술뿐만 아니라 인문학적 감성까지 고루 갖춘 인재 양성에 집중하고 있다는 김창주 교수와 그가 가르치는 영화전공 학생들을 만나봤다.
할엔터테인먼트의 이름의 ‘할(HAL)’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 A Space Odyssey>에서 등장하는 인공지능 컴퓨터에서 이름을 따왔다. 이는 AI의 치밀한 연산능력을 따뜻한 인문학적 감성과 결합해 미래지향적인 영상콘텐츠를 창작하겠다는 뜻을 담은 것이다. 할엔터테인먼트 설립자 김창주 교수는 “아트 앤 테크놀로지가 할엔터테인먼트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며 할엔터테인먼트의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학교 기업이라는 제도는 정부에서 적극 추진하고 있는 정책인데요. 단순 산학협력을 넘어 현장중심형 인재를 창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할엔터테인먼트는 국민대학교 첫 번째 학교 기업으로, 설립 6개월 만에 교육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에서 주관하는 ‘학교기업 지원사업’에 선정되며 큰 성과를 이루고 있죠.”
할엔터테인먼트는 2016년 6월 22일에 설립되었다. 이후 업계의 인정을 받으며 작년 2억 7천만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올해에는 3억원의 매출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할엔터테인먼트는 총 4명의 교수와 전담직원 2명, 지원인력 7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영화, 드라마, 광고 홍보물과 같은 영상 콘텐츠를 수주하고, 이 프로젝트에 재학생들이 스태프로 투입돼 영상 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프로세스로 구성돼 있다. 또한, 지역 사회 홍보 콘텐츠 제작과 교육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 수업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실무를 배울 수 있어요. 또한, 전문가들을 실제로 만나보며 인적 네트워크도 생기고, 전문성을 습득한 재학생들은 졸업 후 취업 및 창업에도 이를 수 있죠.”
2018년 2월에는 국민대 영화전공 졸업생이 창업한 ‘알고리즘 미디어 랩’ 회사와 콘소시엄을 통해 서울시 지원사업 공모에 지원했다. 그 결과, 현재 상암동 DMC단지에 별도의 제작실습실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작업을 하기도 하고 실무를 배우기도 하며 날로 성장한다.
재학생은 편집, DIT(digital image technician) 등 다양한 분야에 참여한다. ‘DIT’란 촬영에서 후반 작업까지의 영상기술을 담당하는 기술자를 뜻한다. 원본 데이터 백업, 오프라인 편집에 사용되는 영상 파일 만들기, 싱크, 색 보정 등의 작업을 말한다. 학생들은 모두 완성된 작업물을 텔레비전, 혹은 영화, 영상 등으로 접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YG PLUS의 코스메틱 브랜드 문샷의 바이럴 영상 제작에 참여한 장아영(영화전공 16) 학생은 “프레젠테이션 등이 있어 어려움을 많이 겪었지만, 실제 기업과의 작업을 해볼 기회가 주어져 오히려 좋은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국민대학교 영화전공을 졸업하고 현재 대학원에 재학 중인 홍혜인(일반대학원 공연영상학과 영화방송학전공 18) 학생은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를 비롯해 여러 영화, 광고, 뮤직비디오 등에 참여했다.
“기술이 꾸준히 발전하다보니 매 작품마다 새로운 작업에 적응해야 해요. 그게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동시에 새로운 걸 배울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운 거 같아요. 특히 작업 특성상 주어진 시간 안에 해결해야 하는데요. 이를 위해서 체력 관리도 열심히 하고 있죠.”
할엔터테인먼트에는 영상 제작 및 편집에 관심을 갖고 지원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장용기(영화전공 13) 학생은 “학교에서 운영하는 기업이라 신뢰를 갖고 일할 수 있어 좋았다”며 “게다가 개인 포트폴리오에도 도움이 된다”고 참여 소감을 전했다.
김창주 교수는 낮에는 강의와 교육을 하고, 밤과 주말 시간에는 영상 편집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해야만 자신의 에너지가 학생들에게 전달된다는 신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 치열하고, 열정적으로 작품에 몰입한다. 그래서일까. 그는 <설국열차>, <끝까지 간다>, <명량>, <안시성> 등 내로라할 여러 작품의 편집을 했고, 대종상영화제와 청룡영화제를 비롯한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무명 시절에도 강의는 꼭 했어요. 무엇인가 내가 알고 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한테 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적이 있거든요. 교육을 통해야만 무엇이든 바뀔 수 있겠구나 싶었죠. 강의할 때는 제가 일하면서 얻은 모든 에너지를 분출하는 거 같아요. 그러고 나서 다시 작업에 몰두해요. 할엔터테인먼트는 이러한 선순환을 가능하게 하는 틀이라고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김창주 교수는 문화콘텐츠 산업이 일자리 창출의 효과가 가장 큰 서비스업일 것이라 예측했다. 안정적인 성장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와 관련된 고급 기술 인력 부족은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할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창출된 인재들이 미래지향적 기술과 인간의 휴머니티를 결합한 최고의 영상 전문가로 성장하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