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는 2015년 기준, 우리나라에 총 3677개의 섬이 있다고 밝혔다. 그중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 유인도의 개수는 486개이다. 이렇게 수많은 도서 지역에서는 물을 공급받기 위해 지하수, 빗물을 활용하거나 육지의 담수화 설비를 활용한다. 하지만 수자원 공급 방식에 있어 기계가 고장이 나거나 성능이 저하된다면 해당 지역에 갑작스레 물을 공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국민대학교 건설시스템공학부의 이상호 교수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바다 위에서 물을 공급할 수 있는 플랜트 설계 기술 연구를 제안했다.
이상호 교수가 제안한 ‘해상 이동형 담수화 플랜트 기술’ 연구는 2016년에 국가연구개발 사업으로 과제 기획, 2017년에 과제 추진 승인을 받고 2018년부터 본격 돌입했다. 해당 연구의 기한은 총 6년으로, 환경부의 지원을 받아 2023년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이상호 교수는 2016년 선박에 담수화 설비를 설치하는 연구를 하기 전부터 다양한 육상 담수화 설비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왔다.
“담수화 설비가 가장 필요한 곳은 섬 지역이잖아요. 육상을 통해서 물을 공급받는 것과 다른 기술이 필요하겠다 싶었죠. 물론 담수화 기술이 중동 지역에 수출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 문제를 해소하는 게 가장 시급한 문제가 아닐까 생각하게 되어 해당 기술을 제안하였습니다.”
해상 이동형 담수화 기술은 이미 이전부터 해외에서 검토가 됐었고, 우리나라에서도 논의가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연구과제로 진행이 되는 건 이상호 교수 연구팀이 처음이다. 이 교수는 연구 초기 2년은 핵심 기술을 연구하고, 3~4년 차에는 실제 구현할 수 있는 장치 제작, 5~6년 차에는 설비를 운영할 계획이다.
연구는 4단계로 이루어진다. 초집적 해상 이동형 담수화 공정 및 장치기술을 담은 담수화 기술부터 해상 담수화 전용 선박설계 기술, 해상 담수화 생산수를 육상에도 활용하기 위한 기술, 그리고 실증장치 제작 및 사업화 단계까지 이어진다.
“하루 300톤까지 물을 생산할 수 있는 선박을 만들어서 실제 우리나라 섬 지역에 시범 운영을 통해 그 효율성을 검증합니다. 담수화 기술은 바닷물을 소금기가 없는 활용 가능한 물로 만드는 것이 핵심인데요. 역삼투막이라는 특수 소재를 활용해 물속 염분을 다 제거하고, 순수한 물만 얻어냅니다. 현재 해당 기술에 대한 연구는 계속해서 발전시키는 중이에요.”
이 교수는 배에서 동력을 공급받고, 운영되는 기술인만큼 무엇보다 배의 안전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담수화 설비를 설치해도 배 자체가 균형을 잃지 않아야 하기에 이 교수는 이번 연구를 위해 현재 선박을 설계 중이다.
“기존의 배를 개조할 수는 있지만, 안전성에 문제가 발생하게 돼요. 또한, 개조할 때 드는 비용과 새로 만드는 비용이 거의 비슷합니다. 무엇보다 배의 모양이 연구 목적과 다르면 속도 등에 있어 한계가 발생하기도 하고요. 담수화에 맞는 최적의 신형 선박은 현재 설계 단계입니다.”
도서 지역에서는 물이 공급되어야 할 주기적인 시기가 있다. 어떤 경우에는 일시적으로 부족하기도 하다. 이때 배 한 척이 물 공급이 필요한 여러 섬 지역을 왕래할 수 있어 높은 경제성을 자랑한다. 게다가 물을 즉각적으로 생산한다는 점에서 고품질의 물이 생산될 거라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담수화 기술이 접목된 선박에는 전문 관리 인력이 상주해 수급 및 설비 관리 등이 운영될 예정이다.
이번 해상 이동형 담수화 플랜트 기술 연구에 있어 이상호 교수가 가장 크게 기대하는 부분은 ‘물 복지’가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그는 가뭄이 심한 지역에 해당 연구가 큰 도움이 될 거라 설명하며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2015년에 섬 지역에 가뭄이 심하게 찾아온 적이 있어요. 이런 경우에 섬 지역에는 급수가 제한됩니다. 따라서 본 연구가 섬 지역의 물 부족으로 인한 고통을 해소할 수 있을 거라 예상해요. 또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쓰나미와 같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구호를 목적으로 사용될 거라 기대합니다.”
이 교수는 해당 연구를 통해 시간 관리, 경제적인 효과 등 다양한 면에서 의미 있는 성과가 도출될 거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담수화 기술은 물론 건설시스템 분야의 1인자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한 조언의 한 마디를 부탁했다.
“현재 건설 분야가 침체되어 있다는 얘기가 있어요. 그런 부분에서 학생들이 다소 의기소침해질 수가 있는데요. 하지만 기존 분야 이외에 새로운 분야의 진로를 찾아본다면 할 수 있는 일도 많고, 기회도 많습니다. 다양한 가능성을 찾아보고 그 중에서 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 길을 선택한다면 꼭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해당 연구는 물론, 강의 등으로 인해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꼼꼼한 계획과 일정 관리로 의미 있는 연구를 진행한다는 이상호 교수. 그가 제시한 담수화 플랜트 기술이 전 세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우리나라가 물 복지 국가로서 거듭날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