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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릉STYLE 성곡도서관은 점점 재미있게 진화 중

지난 3월 국민대학교 성곡도서관이 새 단장을 했다. 누군가에게 북카페, 박물관, 미술관이 될 오롯한 몰입의 소우주. 앞으로 펼쳐질 뉴노멀 시대를 이끌어갈 학생들을 위한 새로운 공간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는 성곡도서관. 공간의 혁신을 통한 새로운 시선을 기대하며 끊임없는 변신을 시도해온 성곡도서관은 어제보다 더 재미있는 공간을 오늘도 꿈꾼다.

이리 와서 놀다 가! 플레이 스페이스로 변신

코로나19로 인해 예전과 같은 활기가 사라진 성곡도서관. 성곡도서관에 꼭 필요한 혁신과 변화를 시도해온 김재준 도서관장은 이번 기회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신개념 도서관으로 리모델링하기로 결심했다. 로비와 중앙대출실, 디자인도서실이 변신의 주인공으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활기찬 공간이어야 한다는 김재준 도서관장(경상대학 국제통상학과)의 생각이 담겨있다. 그리하여 로비와 중앙대출실의 콘셉트는 ‘플레이 스페이스’. 도서의 대출·반납 기능 위주였던 공간에 오렌지색 테이블 의자와 알록달록한 빈백,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테이블을 곳곳에 두어 북카페 같은 공간을 만들었다. 각기 다른 컬러의 의자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책을 보거나, 공부하거나, 한쪽 벽면에 전시된 그림, 도자기 등을 감상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도서관에서는 조용히 해야 한다는 낡은 생각에 반기를 든 이 문화 학습 놀이터의 등장으로 코로나가 종식되면 국민대 학생들은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며 살아있는 지식을 향유할 것으로 기대된다.

▲(좌)고도를 높이면 세상을 보는 시선이 달라진다고!, (우)빈백에 툭, 몸을 맡겨봐

디자인도서실도 마찬가지다. 정기간행물, 참고도서, 과제도서를 다른 자료실로 통합 배치해 테이블과 소파, 작품을 배치할 공간을 확보했다. 이제 국민대 학생들은 4층 디자인도서실에서 북한산 숲이 내려다보이는 유리 벽을 마주하며 소파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조형대학 금속공예학과 금누리 명예교수의 세계관이 집약된 누리책 시리즈 작품을 감상할 수도 있다.

▲도서가 있던 자리에 작품과 소파가! 더 넓어진 디자인도서실

여전히 도서관의 주인공은 책과 책을 읽는 사람들

현대 도서관이 달라지고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주인공은 여전히 책과 책을 읽는 사람들이다. 성곡도서관은 이번 리뉴얼을 통해 세계문학전집, 만화책 등 새로운 책을 들여왔다. 이번 기회에 국민대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책은 좀 더 가까이, 원하는 책은 찾기 쉽게 시스템을 재정비한 것도 특징이다.
로비 벽면에 있는 208칸의 전시대 일부를 세계문학전집으로 채우고, 이달의 테마도서 섹션인 ‘HOT BOOK’ 코너와 로비 정면의 도서 쇼케이스에는 성곡도서관 인스타그램의 댓글과 DM을 통해 국민대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한다. 5월 주제는 ‘진로, 직업’으로 유튜브 크리에이터, 프로덕션 디자이너, 래퍼, IT 개발자 등 다양한 직업을 소개하는 도서를 전시하고 있다. 한편 도서의 대출과 반납, 논문 검색, 정보 검색, 수집 등을 첨단 IT기술과 결합한 인포메이션 커먼스를 도입해 학생들의 정보 활용과 요구에 실시간으로 대처하는 신속성과 편의성을 더했다.

▲매월 주제가 바뀌는 HOT BOOK

미래에 대한 고민과 결과가 농축된 곳

‘지식의 저장고’인 성곡도서관은 국민대 학생들에게 오늘의 영감을 미래로 치환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3년 전 리모델링한 해동 K*reator’s Library도 그 예 중 하나다. 지난 2018년 열람실과 휴게실로 사용하던 지하를 실습실, 제작실, 회의실, 스터디룸, 열람실, 카페 등으로 리모델링해 선보인 해동 K*reator’s Library는 성곡도서관의 미래에 대한 고민과 결과가 아름답게 농축된 곳.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해동 K*reator’s Library는 인문·기술·예술 등의 융합이 이뤄지는 공간으로 강의실, 실습실에서 자유로운 토론과 실습이 이뤄지고 있다. 그만큼 지식과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국민대학교의 의지가 엿보이는 공간이다. 덕분에 학생들은 강의가 끝나면 바로 뒤편에 있는 실습실에서 이론 내용을 실습하며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다. 금속 재료를 가공하는 선반과 밀링, 목재나 아크릴 등의 재료를 재단할 수 있는 레이저 절단기, 직접 디자인한 작품을 구현하는 3D 프린터와 UV 프린터 등의 장비가 있는 메이커 스페이스는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성곡도서관 내에서 가장 높은 이용률을 자랑하던 곳이었다. 현재는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다.

▲(좌)실습실에서 작품이 뚝딱!, (우)금속과 목공을 제조하는 기계가 나란히

‘인류 지식의 전달자’라는 사명을 방패로 과거의 영화만을 고집할 수 없는 것이 현대 도서관의 운명이다. 국민대학교 성곡도서관은 사용자 중심의 환경 개선 사업과 성곡 브런치 콘서트 개최 등 도서관은 지루하다는 선입견에 경쾌한 펀치를 날려왔다. 성곡도서관의 미래가 궁금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진 찍기가 취미인 국민대 학생들을 위해 사진을 인화하는 프린터기를 설치해 보는 건 어떨까요? 북악관에 인공암벽을 설치하고 도서관까지 짚라인으로 이동해 보는 건 어떨까요? 수영복 차림으로 일광욕을 하면서 책 읽는 것은 어떨 것 같아요? ”
김재준 도서관장의 대답에서 성곡도서관의 미래를 그릴 수 있다. 성곡도서관은 점점 더 재미있어질 예정이다.

톡톡톡!
도서관에서 놀면 뭐하니?
김재준 도서관장님께 여쭤봐!

Q. 김재준 도서관장님께서는 개인이 운영하는 책방에도 자주 가신다면서요. 도서관과 책방 등을 방문한 경험이 이번 성곡도서관 리뉴얼에 많은 영감이 되셨을 것 같아요.

예전에는 도서관이 침묵해야 하는 공간이었지만 요즘은 도서관에서 조금 떠들어도 괜찮다고 전 생각해요. 지하와 로비는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지식을 융합하는 공간, 2층 이상은 학문의 연구를 통해 생각을 정리하는 정숙한 공간으로 성곡도서관에 둘 다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성곡도서관에 보다 많은 자율성을 부여하신 것 같습니다. 로비와 중앙대출실의 분위기만 봐도 잘 느껴지는데요.

로비부터 중앙대출실로 가기 전까지가 ‘플레이 스페이스’입니다. 워라밸이라고 일과 라이프의 밸런스가 중요한 시대라고 하는데 이것이 좀 더 진화하면 일과 노는 것이 구별되지 않습니다. 노는 게 일하는 것이 되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죠.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유희로 발전하면 결과가 좋아집니다. 로비에 있는 의자는 컬러, 디자인, 높이 등이 다 달라요. 일부러 높이가 높은 의자와 높낮이를 조절하는 테이블을 가져다 놓았는데 고도가 바뀌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집니다. 인위적으로 키를 좀 높여본 거죠. HOT BOOK 앞에 있는 오렌지색 테이블 의자는 독일 옥토버페스트에서 쓰던 것이라고 합니다. 청계천 빈티지 숍에서 우연히 발견한 것을 가져다 놓았습니다. 덕분에 오렌지 테이블 의자가 박물관을 겸하는 느낌을 줍니다. 로비에서 소설책을 보든, 전공책을 읽든, 컴퓨터를 하든, 커피 한잔을 마시든 노는 기분으로, 쉬는 기분으로 성곡도서관을 이용했으면 합니다.

Q. 덕분에 성곡도서관의 미래가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로 그려집니다.
이번 리뉴얼을 준비하면서 김재준 도서관장님께서 208칸의 전시대에 개인 물품을 장기 대여해 주셨다고요.

도서, 도자기, 공예품 등을 전시해 성곡도서관에 보는 즐거움을 더했습니다. 요즘은 책을 잘 읽지 않는다고 하는데, 젊은 친구들은 그들의 방식대로 책을 읽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드라마가 요즘 시대의 소설이고, 힙합이 시이죠. 사람에게는 문학적인 감성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종이책으로 된 문학이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저기 꽂혀 있는 세계문학전집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누군가 심심하면 한 권 뽑아서 볼 수 있잖아요. 우연히 읽은 소설 한 구절이 그 사람의 인생에 큰 역할을 한다면 이보다 보람 있는 일은 없죠.

▲보는 즐거움을 더한 208칸 전시대

Q. 김재준 도서관장님은 경제학자이면서, 화가, 작가이기도 하시죠. 작년 발표한 <벤야민 번역하기>에는 문학, 번역, 미술, 무용 등 다양한 주제가 담겨있습니다. ‘다양한 지식을 담은 한 권의 도서관’ 같은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벤야민 번역하기>는 철학자 발터 벤야민의 원서를 읽고 번역하는 과정을 담은 책입니다. 당시 독일어를 전혀 못 했는데 공부하다 보니 그 과정에서 서양 문화, 그리스어, 라틴어까지 배우게 됐습니다. 페이스북의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컴퓨터만 아는 괴짜가 아니라 라틴어도 잘했다고 합니다. 이 라틴어가 페이스북을 창업하는 데 굉장한 영향을 주었죠. 테슬라의 창업자인 일런 머스크는 대학에서 경제학과 물리학을 전공했습니다. 요즘은 문과, 이과 두 가지를 다 체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대생들이 문학책을 읽고, 인문대생들이 과학책을 볼 필요가 있죠. 성곡도서관이 그러한 공간이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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