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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자연의 경이로움 속 편견을 넘어 세상을 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여행기 김이슬(경영 08 동문)
내가 경험한 삶의 즐거움 가운데 단연 최고라고 생각한다. 나의 여정은 결코 화려하거나 쉽지만은 않다. 여행하는 동안 온전히 그 순간에 충실할 수 있다는 게 좋을 뿐이다. 그것은 내가 '여행중독자'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나의 꿈은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저마다 행복의 기준이 다르겠지만 나는 내 인생을 후회 없이 즐기는 것이 최종 목표이다. 그 바람은 자연스레 여행에 대한 흥미를 갖게 했다.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기대감과 그 기대감을 더 확장시킬 수 있는 준비 과정, 매 순간 부딪치며 누릴 수 있는 성취감, 그리고 따뜻한 사람들과 조우하는 기쁨까지… 여행은 내가 경험한 삶의 즐거움 가운데 단연 최고라고 생각한다. 나의 여정은 결코 화려하거나 쉽지만은 않다. 여행하는 동안 온전히 그 순간에 충실할 수 있다는 게 좋을 뿐이다. 그것은 내가 '여행중독자'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남아공 대표 관광지, ‘Table Mountain’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은 여행

나는 여느 평범한 직장인처럼  ‘언젠가는 직장을 그만두고 또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상상을 하곤 한다. 하지만 행복이든 고통의 순간이든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른다는 사실은 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 큰 자극이 된다. 지금 이 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절대적인 사실은 잊고 있었던 순간의 가치를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나는 여행을 통해 '타성에 젖은 반복적 일상보다 내가 주인공이 되는 특별한 오늘'을 기대한다. 여행의 경험은 나도 모르는 사이 나와 내 인생을 바꿨을지도 모른다. 그게 아주 작은 변화라도 말이다. '언젠가는 끝이 있다는 것'을 인생의 짧은 단막극 같은 여행을 통해 내 피부로 느꼈다. 그래서 나는 ‘어디든 간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주어진 시간을 헛되지 않게 보내려 했다. 누군가 나에게 ‘여행을 통해 무엇이 달라졌느냐’고 묻는다면, 사실 명확하게 답해 줄 수 있는 것은 없다. 다만, 인생을 즐기는 방법에 대해 꾸준히 고민해 왔기에 그 누군가와 행복을 이야기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 ‘Champman's peack’

'두려움 반 설렘 반' 아프리카로

나는 미국과 유럽, 동남아시아 등 총 34개국을 여행했다. 유럽이나 동남아 지역을 다닌 뒤에는 상상할 수 있는 곳보다 조금 색다른 나라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인도, 볼리비아, 멕시코 등을 여행해 보니 독특한 그 나라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나에겐 아직 미지의 대륙으로 남은 아프리카라는 곳이 자연스레 궁금해졌다. 어쩌면 남미 국가들보다 더 멀고 생소하게 느껴지는 곳이 바로 아프리카 대륙이었다. 사실 나도 친숙하지 않은 새로운 나라를 가는 데 조금의 두려움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인도로 여행을 떠났을 때도 그랬지만, 수많은 나라를 여행하면서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조금 불쾌한 일을 겪었던 적도 적지 않다.
하지만 나의 마음은 이미 여행지로 향해 있었다. 휴가와 주말을 이용해 총 9일 간의 여행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아프리카를 더 깊이 느끼고 넓게 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그래도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기회는 없다는 것'을 알기에 계획대로 남아프리카공화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낯선 아프리카의 심장부로 향하다

비행기를 탑승하면서부터 사뭇 다른 기내 환경에 당황했다. 우리와 다른 체형과 피부색의 승무원을 보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왔다. 마치 1990년대 어느 흑인 영화 속에 홀로 서 있는 느낌이었다. 남아공에 도착해서도 10명 중 9명 이상이 나와 피부색이 다르다는 사실에 익숙해지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물론 아프리카라고 해도 지역이나 도시마다 환경이나 분위기가 다르다. 그럼에도 아프리카는 '인류의 고향'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때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광활함을 지키고 있었다.

아프리카 여행 일정 중 가장 고대했던 것이 크루거 국립공원에서의 ‘사파리 셀프 투어’였다. 남아공 화폐에 동물이 그려져 있을 만큼 사파리는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명소다. 그 중 크루거는 아프리카의 가장 큰 국립공원으로 꼽힌다. 요하네스버그 국제공항에서 450km를 달려야 크루거 국립공원에 도착할 수 있다. 모든 것이 낯선 타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한국에서 열심히 운전 연습도 했다. 이 미지의 땅을 혼자 운전하는 것만으로도 큰 설렘을 안겨다 주었다. 하지만 사파리에 도착하기까지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신호위반 딱지를 떼며 ‘뒷돈을 주면 보내주겠다'는 가짜 경찰들에게 속아넘어갈 뻔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 또한 나에겐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생생한 원시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다

나는 국립공원 안을 차로 직접 주행했다.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 그대로의 동물들을 본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 멋지고 감동적인 일이었다. 사자가 길을 막고 서는 바람에 자동차 시동을 끈 채 숨죽이며 기다려야 했고, 새끼 표범이 엄마 표범 앞에서 뛰어 노는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장면들을 불과 500m 떨어진 거리에서 지켜보기도 했다. 특히 차 바로 앞에서 코끼리 열댓 마리가 무리를 지어 길을 건너다 큰 어미 코끼리와 뒤따라오던 새끼 코끼리가 내가 탄 차를 경계하며 건너가는 모습을 보게 됐다. 그 거대하고 경이로운 생명체와 함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 올라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나는 비교적 짧은 시간 그곳에 머물러야 했다. 하지만 그곳에 긴 시간 머무르며 가족들과 여유롭게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형용할 수 없는 행복이 느껴졌다.

경험해보지 못한 편견을 깨다

요하네스버그의 마지막 날에는 조금 특별한 일정을 세웠다. 빈민가 지역에서 열리는 벼룩시장으로 향한 것이다. '위험한 지역'이라는 빈민가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여자 혼자 가도 괜찮을까?', '여권은 두고 가야 하나?' 따위의 수많은 걱정들로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하지만 그건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그곳에서는 누구 하나 경계 없이 벼룩시장 특유의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어쩌면 두려움이란 경험해보지 않은 걱정에 의해 만들어진 우리들의 편견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벼룩시장의 풍경은 평화로웠다.

벼룩시장의 풍경

경험해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 없듯이 아프리카는 상상보다 더 아름다웠다. 게다가 현지인들은 기대 이상으로 친절하고 따뜻했다. 사실 그들의 삶 속에 동화되었다기보다 어쩌면 한 발자국 떨어진 이방인으로서 내가 보고 느끼고 싶은 대로 감성적인 부분만을 극대화해 해석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여행의 묘미이고, 그래서 여행지가 더없이 좋고 아름답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케이프타운 시내에서 현지인과 함께.

여행과 삶은 같을 수 없다. 여행 후 나는 어떤 면에서 조금은 달라졌을지 모르지만, 일상은 여전히 변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사무실에 앉아 다음 휴가지를 꿈꾸는 순간, 머나먼 아프리카 사파리에서 코끼리를 보며 즐거워했던 상상만으로 위로가 된다면 나는 계속해서 여행을 계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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