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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과 한류를 사랑하는 형제의 나라 터키 김민혁(경영학부 10학번) 터키 앙카라에 머물면서 알게 된 내가 본 터키 이야기를 소개한다.

터키는 여행할 곳이 굉장히 많다. 날씨도 겨울을 제외하고, 비가 오는 날이 많지 않다. 또 물가도 싼 편이라 생활하는 데에도 부담스럽지 않다. 하지만 최근 테러로 충격에 휩싸인 터키는 여행 제한 국가로 분류되어 있다. 테러 위협이 여전히 남아 있어 현지인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같은 불안 속에서도 터키인들은 일상을 재개하고 있다. 터키 앙카라에 머물면서 알게 된, 내가 본 터키 이야기를 소개한다.

Part.1 터키를 몰랐던 시간들

처음 터키 교환학생을 지원했을 때 터키는 그야말로 낯선 땅이었다. 그럼에도 터키로 떠난 첫 번째 이유는 다른 세계를 향해 첫 발걸음을 내딛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경제적인 측면 때문이었다. 내가 있는 앙카라대학교는 교환학생들에게 무료로 기숙사를 제공한다. 다른 교환학생 대상 국가들을 보면 한 달에 30만원에서 40만원 정도를 기숙사 혹은 숙소 비용으로 지출해야만 한다. 서울에서도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기숙사 건물 입구와 기숙사 내부 모습

학기 시작 전 터키에 도착하자마자 처음 들었던 생각은 ‘사람들이 사는 곳은 얼추 비슷하다’ 였다. 물론 이제 8개월째 지내다 보니, 사소한 문화 차이로 큰 충격을 받은 경우도 더러 있긴 했다. 그래도 적응하지 못할 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또 적응을 잘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다. 우리는 터키에 대해 잘 모르지만 터키인들은 한국을 매우 좋아하는 편이다. 지금도 ‘강남 스타일’ 노래보다 한국 전쟁 당시 특별했던 ‘혈맹 관계’를 이야기한다. 실제로 많은 터키인들이 한국전에 참전했었다. 또 요즘 젊은 터키 여성들은 아시아인을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도 한국인을 가장 좋아한다. 터키 여성들이 한국 드라마를 매우 좋아하기 때문이다. 터키에서는 한국 드라마의 대본을 그대로 차용해 드라마를 제작하기도 한다. 그래서 드라마에 나오는 한국 사람들의 이미지때문에 매우 좋게 보는 것 같다. 어딜 가도 한국 사람이라는 이유로 환영 받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터키에 머물고 있는 지금도 인간 관계로 인한 불편함은 없다.

Part.2 터키를 알아갔던 시간들

'터키를 몰랐던 시간들’, '터키를 알아갔던 시간들’ 말로만 보면 크게 의미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나름 의미를 부여 하자면, ‘터키를 몰랐던 시간들’에서는 개인적인 가치 판단 없이 사실로 받아 들였거나, 긍정적인 인상을 받았던 부분을 적었다. ‘터키를 알아갔던 시간들’에서는 내 생각과 달랐거나, 조금은 충격을 받았던 경험을 적어보려고 한다.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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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에 오기 전만 해도 모든 유럽 국가에서는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등 많은 유럽 국가들이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는 않지만, 거의 모든 국민이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 그래서 당연히 터키인들도 영어를 잘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터키인들은 영어를 잘 모른다. 젊은 학생들이나 교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제외한 다수의 사람들은 영어를 못한다고 보는 것이 맞다. 게다가 터키어에 익숙지 않은 이방인을 대하는 태도도 충격적이었다.

앙카라 중심가 크즐라이

한국의 경우 외국인을 만나면 한국말로 천천히 설명하거나, 영어를 사용해보려는 노력을 한다거나,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을 찾아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곳은 마치 외국인을 터키 현지인처럼 대한다. 그래서 외국인들이 터키 언어를 알아듣지 못하면 굉장히 답답해한다. 심지어는 ‘무엇인가 잘못했다’는 느낌을 들게 만든다. 이런 부분에서 터키인들에게 약간의 독선이 느껴졌다. 단, 이스탄불과 같이 터키의 유명 관광지에서는 영어가 잘 통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주거지나 관공서 같은 경우,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다.
(*이스탄불은 터키의 수도가 아니다. 터키의 수도는 앙카라이다. 필자의 거주지는 앙카라이다.)

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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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터키는 우리나라보다 물가가 매우 싸다. 2009년 화폐개혁 이후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보다 매우 싸다. 예를 들어 버스의 학생요금은 600원 정도, 토마토 1kg은 400원 정도다. 우리나라 김밥과 유사한 터키의 케밥 종류는 콜라, 감자와 함께 먹어도 4천원을 넘기지 않는다. 식비와 교통비가 상당히 저렴하다 보니 우리나라에 비해 생활비가 훨씬 덜 든다. 만약 서울에서 한 달에 50만원 정도의 생활비를 썼던 학생이라면, 30만원으로 터키의 수도 앙카라에서 한 달을 버틸 수 있다.

터키 7일장(좌)와 터키 대중교통 돌무시(우)

다만 주류의 경우 약간 비싼 편이다. 아무래도 이슬람국가이다 보니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다. 그만큼 술에 대한 수요가 적기 때문이다. 다른 식료품이나 과자 같은 경우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절반 이하의 가격이지만, 술의 경우 우리나라와 비슷하거나 약간 비싸다고 볼 수 있다. 또 학생에 대한 가격 할인이 굉장히 많다. 앙카라 대학교에 올림픽 경기장 규모의 수영장이 있다. 일반인의 경우 한 달 이용료가 12만원이지만, 앙카라 대학교의 학생일 경우 한 달 이용료가1만원에 불과하다. 대중교통비도 성인은 1200원 정도이지만, 학생은 700원 정도이다. 터키는 대학생도 학생으로 분류한다. 그리고 관광지에서도 국제학생증이 있으면 박물관의 경우 50% 이상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터키는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이지만, 99% 정도가 이슬람교 신자이다. 이슬람국가이긴 하지만 주류를 금기시 하지 않는다.)

터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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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터키인들은 에너지 넘치고 쾌활하지만, 다혈질에 가까웠다. 본인이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잘해준다. 내가 한국인이어서 그런지 초면에도 친절하게 대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처음 만난 날 집으로 초대를 받아 저녁 대접을 받은 뒤, 잠을 자고 오는 경우도 많았다. 성향에 따라 이러한 상황을 부담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터키인들의 진심이 느껴진다. 하지만 서로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악담을 하거나 몸싸움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횡단보도에서 어깨를 살짝 부딪힌 경우 서로 사과를 하지 않으면 바로 몸싸움으로 이어진다. 이런 경우 보통 지나가던 사람들이 중재를 한다. 사과를 하면 문제없이 지나갈 일인데 혈기왕성한 청년들에게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 또 처음 본 사람에게도 굉장히 친절하지만 약간의 집착 같은 것이 있다. 정이 많아 그런 것 같다. 일례로, 내가 다른 친구와 있는 것을 본 터키 친구가 굉장히 삐친 적이 있다. 그 친구만 그런 성향을 지닌 줄 알았지만, 많은 한국 교환학생들이 경험한 사례라고 한다. 모든 터키인들이 그렇다고 단정 지을 순 없지만, 종종 볼 수 있는 사례인 듯하다.
상인들의 경우 단골손님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단골손님은 다시 올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한국인들이 많이 당한다고 들었다. 정찰제 가게가 아닌 경우 이런 상황이 비일비재한 편이어서 주의할 필요가 있다.

Part.3 터키가 익숙해진 시간

토메르 어학원 학급 친구들과 함께(맨 왼쪽이 필자, 좌), 터키 친구들과 여행지에서(우)

토메르 어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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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교환학생으로 있는 앙카라대학교는 교환학생에게 터키어 어학수업을 무료로 제공한다. 이 어학원에는 각 국의 학생들 혹은 터키로 이민 온 사람들이 많다. 대륙과 언어를 가리지 않고 모든 곳에서 많은 학생들이 온다. 교환학생은 이 어학원을 중심으로 생활한다. 나의 목표는 이 어학원에서 터키어 수준 ‘C1’의 학위를 받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터키어는 우리 국어와 어순이 같아서 단어와 표현만 잘 익히면 비교적 빨리 배울 수 있다. 그 나라의 언어를 익힌다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터키어를 배우고 나서야 터키를 보는 눈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터키어가 어느 정도 들리고 터키어로 내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게 되니 마음이 더 편해졌다. 또 이곳에서 각국의 학생들과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하고, 타국의 문화를 접하면서 생각의 틀도 넓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버스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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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기타를 쳐왔다. 실력이 출중하지 못해 한국에서는 길거리 공연을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못해봤던 '버스킹’을 터키에서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 이유는, 터키인들이 한국에 대한 좋은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터키어가 조금 익숙해진 뒤부터는 공원에 모여 내 노래를 듣는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내가 부르는 노래를 설명하기도 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한국의 문화를 알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보람되기도 하다.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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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에서 한 학기를 보내고 터키가 익숙해질 무렵, 여러 차례의 폭탄 테러가 일어났다. 처음에는 정치적인 목적을 가진 집회나 단체를 대상으로 한 테러였다. 그래서 한국에서 온 교환학생들은 그런 집회가 있는 곳만 피한다면 크게 위험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2차례의 테러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테러를 감행했다. 이에 현지에 거주했던 일부 교환학생들은 한국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도무지 그들의 의사표현 방식을 이해할 수 없고 그 목적 또한 매우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이전에는 IS 또는 정부 반대 세력에 대한 정부의 암묵적인 지시 등의 이유로 테러가 벌어졌었다. 가장 최근의 테러는 PKK 라는 극좌 단체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PKK뿐만 아니라 극우단체에서도 테러를 자행하기도 한다. 현지에서는 정치적인 음모라는 이야기도 있다.

대한민국을 벗어난 시간

답답한 삶이 싫었다. 그렇다고 대한민국에서 완전히 벗어날 용기는 없었다. 그래서 교환학생이라는 프로그램에 꼭 참여하고 싶었다. 앞으로 꽤 긴 시간 동안 해외에서 여유롭게 공부하거나 여행하는 시간이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으로 4학년 2학기라는 중요한 시기에 무모해 보일 수 있는 선택을 한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이 시기에 보통 취업 준비를 한다. 나 또한 그 불안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내 선택에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취업 준비를 했다면 끝없는 ‘뫼비우스의 띠’를 걷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곳에 와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들이 자신의 인생과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보고 느꼈다. 이를 바탕으로 내 인생에 대해 차분히 생각할 시간도 가졌다. 어떤 또렷한 정답을 찾지는 못했다. 하지만 적어도 나 스스로에 대해 크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는 점, 나만의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혀 아깝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자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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