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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나만의 역사, 페디캡과 함께 한 호주 워킹홀리데이 도전기 서효민 (언론정보학부 10)

호주 동부 해안도시 타운스빌 전망대에서

나는 어렸을 때부터 ‘해외에 거주하는 것’이 꿈이었다. 그래서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신청했지만 출국을 앞두고는 군입대 전날처럼 막막해졌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에서 의식주부터 일자리까지 모든 것을 내 힘으로만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 그리고 혼자 해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내 스스로의 의구심 때문이었다. 마치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기분으로 향한 호주. 춥고 황량했던 내 마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2015년 2월의 호주는 무더웠다. 얼어붙은 마음으로 시작한 11개월간의 호주 생활은 이제 떠올리기만 해도 황홀한 추억으로 자리 잡았다. 이 글이 워킹홀리데이를 앞두거나 계획하고 막막해 하는 이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

캠핑카로 여행하던 순간

집에 여유가 없거나 부모님 도움 없이 영어권 나라에서 거주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무조건 호주를 추천하고 싶다. 호주는 영어권 나라 중 워킹홀리데이 비자 발급이 가장 쉽고 간단할 뿐 아니라 아직까지 외국인 노동력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또 현실적으로 교환학생, WEST 프로그램, 어학연수, 유학 등과 비교해도 비용적인 면에서 가장 저렴하다. 나의 경우 비자 발급과 비행기 티켓, 보험료, 필수품 및 초기 정착비용까지 포함해 300만원으로 끝냈다. 준비는 네이버 카페 빅빅잉(cafe.naver.com/bigbigenglish)과 수많은 블로그를 활용했다.

초기 정착지는 브리즈번으로 정했지만 저가 항공사인 <에어아시아>를 이용했기 때문에 도착은 브리즈번과 가까운 골드코스트의 쿨랑가타 공항(Coolangatta Airport)에 했다. <에어아시아>는 브리즈번 직항을 운행하지 않는다. 공항에서 교통카드인 Go card*를 구입해 버스와 기차를 타고 브리즈번에 도착해 미리 예약한 백팩커*에서 2박 3일을 지냈다. 이후 한인 커뮤니티* 사이트 Sun brisbane을 통해 한국인 쉐어하우스에 들어갔다. 본격적인 호주 생활의 시작이었다.

브리즈번 사우스 뱅크에 있는 인공호수의 낮과 밤

브리즈번, 절반의 성공

호주에 오기 전에 세웠던 원칙 2가지가 있다. 첫째 한국인 밑에서 일하지 말 것. 둘째 농장에서 일하지 말 것. 이 원칙들은 영어를 조금이나마 쓸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하기 위해 정한 원칙이었다. 이를 지키지 못한다면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끊임없이 되뇌었다. 미리 만들어온 이력서를 50곳 이상 돌린 끝에 <Hoppy’s> 라는 세차장에 일자리를 얻게 되었다.
직원 50명 중 15명 정도가 한국인이었지만 호주인 매니저를 비롯해 나머지 직원들은 프랑스·미국·인도 출신인 다국적 기업(?)이었다. 시급 21불에 주 40시간, 많게는 50시간 일할 수 있어 최소 800불 이상의 수입을 얻을 수 있었다. 내가 세운 원칙 2가지를 어기지 않았다는 기쁨에 내 호주 생활의 시작은 매우 성공적이라고 자평했다.
나름 만족한 그 곳에서 난 매우 열심히 일했다. 매니저들이 날 무척 좋아했고 3개월 만에 관리자 급인 슈퍼바이저로 진급했다. 뿐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웨이트 트레이닝도 꾸준히 할 수 있었고 외국인 친구들과 여행도 다니며 여가를 즐겼다.

<Hoppy's> 세차장 동료들과의 즐거운 한 때

하지만 어느 날 문득 회의가 왔다.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매일 고된 육체노동을 반복해야 했고, 외국인들과 함께 일했지만 영어 한마디 제대로 하기가 힘들었다. 그런 근무환경을 많은 돈을 번다는 이유로 합리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호주에 온 첫 번째 목표가 영어 배우기에서 돈으로 바뀌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슈퍼바이저로 진급한 뒤에는 1200불의 주급을 받았다. 넉넉한 월급과 사이좋은 동료, 남들이 보기에는 만족스러운 직장이었지만 항상 어딘가 불편했다. 그것은 절반의 성공이었고 그런 삶은 내게 의미가 없었다. 정확히 일주일 후, 모두의 만류를 뒤로하고 세차장을 떠나 골드코스트로 향했다.

옥상에서 바라본 골드코스트 시티

내 호주 라이프의 꽃, 골드코스트

골드코스트에 도착하자마자 페디캡*을 시작했다. 페디캡은 도심 관광 또는 승객들을 목적지에 데려다주는 3륜 자전거다. 평일에는 가족 단위 관광객을 위한 관광수단으로, 주말 밤에는 중심지역에서 유흥을 즐기고 숙소로 돌아가는 이들의 운송수단으로 주로 이용된다. 초성수기인 11월부터 1월을 제외하고는 라이더보다 자전거 수가 많기 때문에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다.

페디캡 고객 가족과 함께

패디캡 라이더로 일하면 몇 가지 좋은 점이 있다. 첫째로 영어를 쓸 기회가 많다. 골드코스트는 호주인에게도 사랑받는 유명한 휴양지이기 때문에 승객의 90%는 호주인이다. 가족 단위의 관광객이 탑승하면 오지랖 넓은 호주 아줌마들 덕택에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가족을 태울 때마다 ‘어디서 왔냐, 호주에 얼마나 있었냐’ 등의 질문을 시작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럴 때 등 뒤로 들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호주인은 인종차별이 심하다는 편견이 강한데 적어도 내가 만난 사람들은 피부색에 관계없이 사람을 ‘존중’할 줄 아는 이들이었다.
둘째, 유동적인 근무시간이다. 보통 평일은 오후 6시부터 10시, 주말은 저녁 오후 6시부터 오전 6시 정도에 마감한다. 주말 밤은 비성수기에도 최소 200불, 성수기에는 최대 1000불을 넘게 벌 수 있는 황금 시간대이다. 대부분 밤을 새워 일하지만 비즈니스 종료 시간은 의무가 아닌 라이더의 재량이므로 나는 주말에도 새벽 3, 4시에 집에 들어가곤 했다. 이렇게 유동적인 근무시간을 활용해 서핑·웨이트 트레이닝을 비롯해 도서관무료 회화 수업, 골드코스트 주변 명소 관광 등을 하며 여유로운 삶을 누렸다.

페디캡 동료들과 함께

셋째, 다양한 나라의 동료들. 내가 일할 당시 페디캡 라이더는 30~40명 정도였다. 브라질·영국·프랑스·미국·스페인 등 다양한 나라 출신들이 가득했다. 운이 좋게도 함께 일한 동료들은 국적이 달랐음에도 성격이 모나지 않아서 거의 매주 다 같이 어울려 바비큐 파티도 하고 골드코스트 명소 여기저기를 놀려 다녔음에도 흔한 말싸움 한번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그들과 어울리면서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며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국적을 넘어선 동료애를 느끼며 지냈다. 그런 생활은 세상을 대하는 나의 시각을 한층 더 넓혀주었다.

누군가가 개척해 놓은 길을 따라가는 것은 절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다만 그 길을 자신만의 행보, 자신만의 이야기로 채워나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누군가 개척해 놓은 길을 따라갔지만 그 길을 따라가며 나의 길을 만들었다. 목표했던 영어실력 향상은 물론 돈도 제법 벌며 세상을 넓게 보는 시각을 배웠다. 그런 의미에서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페디캡을 권한다. 또 내가 갔던 길을 따라가며 그 길을 자신 만의 추억으로 채우라고 권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계획하는 모든 사람들이 호주 생활을 돌이켜 봤을 때 코끝을 찡하게 만들 기억 하나 쯤은 가지고 돌아오기를 바란다.

Go card
동부 해안의 위치한 퀸즐랜드 주의 교통카드. 카드 값이 10불이고 충전해서 계속 사용이 가능하며 보통 공항에서 카드 값과 충전 금액 포함 25불 정도 지불하면 브리즈번까지 넉넉히 갈 수 있다. 카드를 반납하면 10불을 환급 받을 수 있다.
백팩커
게스트 하우스의 일종. 한국에서 VISA나 MASTER CARD를 통해 결제 가능하며 자세한 정보는 블로그를 통해 얻을 수 있다.
한인 커뮤니티
호주는 한인이 많기 때문에 각 지역마다 한인 커뮤니티 사이트가 있고 그 사이트를 통해 쉐어하우스 거주자를 구하고 일자리를 구하고 중고물품을 구한다. 방 값이 비싸도 외국인들과 공동 생활을 하고 싶다면 검트리 (www.gumtree.com.au)를 이용하면 된다.
페디캡
3륜 자전거로 승객을 태우고 도심을 관광하거나 목적지에 데려다 주는 운송 수단.

서효민 학생이 알려주는 호주 워킹홀리데이 꿀팁!

내가 호주를 선택한 이유
호주는 영어권 나라 중 워킹홀리데이 비자 발급이 가장 쉽고 간단하다. 게다가 아직까지는 외국인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수월한 편이라 부모 원조없이 해외 생활을 해야 하는 청춘들에게 제격이다. 현실적으로 교환학생, 어학연수, 유학 등과 비교해도 비용적인 면에서 가장 저렴한 것도 매력적이다. 나의 경우 비자 발급비용 50만원, 비행기표 편도 50만원, 보험료 약 20만원, 필수품 준비 30만원에 초기 정착비용 150만원까지 더해 총 300만원으로 준비했다. 워홀 준비하면서 궁금한 부분들은 네이버 카페 빅빅잉과 블로그를 통해 해결해나갔다.

호주 워홀비자 신청 방법
호주 워홀비자는 호주 이민성 사이트에서 신청하면 된다. 비자 신청 후 28일 이내 지정된 병원에서 신체검사를 마치면 평균 2~4주 내로 승인이 완료된다. 추가서류 요청이 있는 경우 2~3달 소요되는 경우도 있다.

성공적인 호주 생활을 위한 준비와 추천 일자리
호주 물가는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또 최저 시급이 18불이라 열심히 일하면 생존하기에 큰 무리가 없다. 하지만 나는 ‘영어를 배운다’는 확실한 목표가 있었기에 나름의 규칙을 정해 일자리를 찾았다. 그렇게 미리 준비해간 이력서를 돌려 간신히 호주인 밑에서 일을 시작했지만 영어를 쓸 수 있는 시간은 극히 드물었다.
워홀을 준비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영어라고 생각한다. 영어만 가능하면 훨씬 기회가 많다. 더 다양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영어실력도 더 키울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영어로 말을 할 용기라도 있어야 한다. 그런 부분에서 페디캡은 정말 훌륭한 일자리다. 11월부터 2월까지, 성수기를 제외하고는 언제든 페디캡 라이더로 일할 수 있다. 회사에서 1주일에 얼마의 돈을 내고 3륜 자전거를 대여하면 된다. 나머지는 다 내 몫이다. 현지인들과 대화도 할 수 있고 돈도 벌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너무 연약하지만 않다면 여자도 페디캡 라이더 생활이 충분히 가능하다.
흔히들 호주 인종차별을 걱정하는데 대도시 치안은 좋은 편이다. 외곽으로 빠질수록 차별이 심해진다고 하는데 나는 그런 차별을 경험하지 않았다. 운이 좋은 편이었다. 호주 워홀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호주생활 11개월 동안 내가 경험한 것들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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