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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K VOL.11 2012 M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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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can do it! | 취업에 꼭 필요한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팁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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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보낸 편지 | 해외에서 날아온 따끈따끈한 소식들을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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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World | 현지의 새로운 문화를 통해 세계에 대한 시야를 넓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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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 이슈 | 트렌드와 시사 경향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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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스펙트럼 | 정진홍편

  • 내 인생의 업을 만드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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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의 짐을 털고 일어나!
  • 감동케 하는 사람들의 위대한
  • 인생레이스 7가지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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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BEST 5




사연이 많은 사람과 사귀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의 속은 알다가도 모르는 것인데 이런저런 사연이 많은 사람의 경우에는 그 속을 알기가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반면 건축의 경우는 정반대다. 나는 사연이 많은 건축을 좋아한다. 풍부한 사연을 갖고 있는 건축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건축에서의 아름다움이란 단지 조형성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건물이 어떤 방식으로 삶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가에 의해 건축의 미학이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다음은 내가 좋아하는, 사연이 많은 건축물들이다. 전국 각지에서 골라도 좋겠지만 그러면 너무 많은 사연들이 난무할 것이기에 서울에 한정해서 골라보았다. 나는 요즘도 그곳들에 가면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해진다.




몇 해 전, 종로 세운상가가 철거됐다. 건축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고자 했던 근대 건축가의 꿈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져버린 것이다. 다만 세운상가의 사촌 격인 낙원상가는 아직 종로의 길 한복판에 늠름하게 서있다. 낙원상가는 필로티(1층을 기둥으로 들어올린 공간) 구조로 되어있다. 땅과 접한 곳은 공공의 영역으로 두고 나머지 상부공간을 사적 공간으로 사용하고자 했던 건축의 언어다. 원래 낙원상가가 있던 곳은 낡은 한옥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던 곳이었는데 그 모든 집들을 허물고 길을 뚫은 뒤 높게 콘크리트 건물을 세웠다. 개념적으로는 훌륭했으나 한낮에도 어두컴컴한 필로티 하부 공간은 슬럼가의 이미지를 풍긴다. 만약 낙원상가가 지어지지 않은 채 여전히 오래된 한옥들이 모여있었다면 그곳은 오늘날 훨씬 더 아름다운 공간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도시가 안고 있는 실패의 흔적들이 좋다. 우리는 자꾸 실패한 것들을 지우려고만 노력한다. 실패가 있기에 성공도 있을 수 있는 법이다. 격동기에 행하여진 무모한 건축의 행위는 우리에게 자성의 기회를 준다. 낙원상가는 여전히 ‘인간을 위한 도시는 어때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그 자리에 서 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멋지다고 생각하는 건물이다. 조선의 왕들을 모신, 열아홉 칸으로 이루어진 무척 긴 제사 공간인데 나는 정전의 긴 길이가 좋다. 조선시대에 디자이너가 있어서 ‘긴 것이 웅장하고 멋있을 테니 길게 짓자’라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전에는 100미터가 넘는 긴 길이를 가져야만 했던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다. 정전의 길이는 조선왕조의 지속시기와 관련이 있다. 즉 왕조가 이어지며 모셔야 하는 왕의 수가 늘어난 것이다. 그래서 역사가 진행될수록 건물이 양 옆으로 길어졌다. 조선 초기 정전은 일곱 칸짜리 건물이었다. 임진왜란 이후에는 열한 칸이었다고 한다. 이제는 열아홉 칸이다. 만약 조선왕조가 계속 이어졌다면 지금쯤 정전은 150미터짜리 건물이 됐을지도 모른다. 길어지다가 이제 성장을 멈춰버린 100미터의 정전은 그 자체로 조선왕조 500년을 상징하며 세계문화유산이 되어있다.






서울의 건축은 대한민국의 근대화 과정과 뗄래야 뗄 수가 없는 관계에 있다. 우리는 7,80년대에 낡은 건물들을 부수고 수많은 새 건물들을 세웠다. 그 정점에 있는 건물이 청계천에 면해 있는 삼일빌딩이다. 1970년 준공된 31층짜리 마천루는 당시 서울에서 제일 높은 건물이었고, 63빌딩이 세워지기 전까지 그 명성을 이어갔다. 사람들은 현대적인 삼일빌딩을 보며 우리나라가 후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격상되었음을 실감하며 환호했다. 지금은 그 일대에서 가장 낡은 건물이 되어있지만, 삼일빌딩의 사연을 알기에 여전히 내 눈에는 가장 세련되고 전위적인 건물로 보인다. 한편 삼일빌딩이 뉴욕 시그램 빌딩의 모방이라며 폄하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시그램 빌딩은 건물 전체를 유리로 덮은 이른바 ‘글래스커튼월(glass curtain wall)’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이자, 단조롭지만 뛰어난 비례감으로 만든 현대 고층빌딩의 표본으로 불린다. 삼일빌딩은 형태적이나 색채, 건축의 재료가 비슷한 특성을 갖추기는 했다. 그러나 형태와 색이 비슷하다고 하여 단순히 ‘모방’으로 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으로 남는다. 유리와 철이라는 동일한 재료로 고층이 가능한 새로운 기술의 적용을 통해 건축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전제조건 하에서, 단순히 물리적인 구조체가 아닌 시대의 정신을 담는 매개체로서의 건축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삼일빌딩은 ‘어디까지가 모방이고 어디까지가 창조인지’ 질문을 던지게 하는 건물임이 분명하다.
덧붙이자면 삼일빌딩의 세련된 전면과 달리 뒷면에는 투박한 주차타워가 달려있는데 그 모습은 아무리 좋게 봐주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게 한다. 그건 마치 단아한 아름다움을 포기한 현대 한국인의 삶의 모습과 닮은 것 같아 씁쓸한 웃음을 짓게 한다.






강이나 바다 옆에 위치한 세상의 도시들은 저마다 자랑으로 내세우는 다리를 갖고 있다. 서울은 한강이 도시의 중간을 관통하기 때문에 그 어느 도시보다도 많은 다리를 갖고 있다. 각자의 취향이 다르겠지만 나는 한강의 다리들 중에서 원효대교가 가장 좋다. 사족이라고는 하나도 붙지 않은 채 다리를 지탱하는 구조체 자체로만 이루어진 단순미가 넘쳐나는 다리다. 원효대교는 처음 한 건설회사에 의해 민자로 지어졌다. 과거에는 유료도로였다고 한다. 원효대교가 민자로 지어진 유일한 다리는 아니다. 인천공항고속도로가 시작되는 지점의 방화대교 또한 민자도로이자 현재 유료로 통행을 허가하고 있다. 그러나 원효대교의 효율성과 비교한다면 방화대교는 상징성이 과도하게 적용된 사례라고 본다.
사업주체가 단일 회사가 아닌 뭔가 장식을 붙이기 좋아하는 다수의 조합이었다면 원효대교는 지금과는 다른 형태였을지도 모른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사기업에 의해 설계되고 시공된 원효대교는 덕분에 사족이라고는 하나도 붙지 않은 모습으로 단정한 모습을 자랑한다. 근시안적인 장식은 곧 질리는 법이다. 나는 강변도로를 달릴 때마다 연정이 가득한 눈길로 원효대교를 바라보고는 한다.






요즘은 부암동이 유명해졌지만, 십 년 전만 해도 아는 사람만 아는 동네였다. 그 부암동 구석에 마치 깊은 산중의 산사처럼 자리한 환기미술관은 개인적으로 마음의 정리가 필요할 때 가고 싶어지는 곳이다. 인왕산과 북악산이 이루는 골짜기에 놓인 이 소중한 건축은 지형을 거스르지 않으며 건물을 세 동으로 나눴다. 덕분에 이곳에서 느끼는 공간감은 경사지에 위치한 우리의 전통 한옥을 체험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전통 한옥에서 우리가 체험할 수 있는 것은 기와지붕과 목 구조만은 아니다. 전통 건축에서 우리가 봐야 할 것은 땅을 이해하고, 건축이 땅에 놓이는 방식에서 그 어느 건축 양식보다 자연과의 합일을 중시했다는 점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전통의 계승이라는 명목 하에 수많은 콘크리트 한옥을 세워왔다. 그에 반하여 환기미술관은 전통이 ‘콘크리트를 덮고 있는 기와’가 아닌, ‘땅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에 있음을 말없이 드러내고 있다. 현대 건축의 모양새를 지니고 있지만, 건축이 땅에 놓이는 과정은 우리의 전통한옥과 다르지 않다고 보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