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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꿈 네옴시티, 실현 가능할까?

국민대학교 창의공과대학 건설시스템공학부 이상호 교수

사우디아라비아가 변화하고 있다

2017년 9월 26일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Salman bin Abdulaziz Al Saud)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은 여성운전을 허용하는 칙령을 공포하였으며 이를 통해서 수십 년간 운전이 금지된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이 운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종교적 이유 등으로 다른 나라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었던 것들이 금지되고 있었다. 그러나 여성운전 허용 등의 정책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은 ‘탈석유’, 즉 석유에 의존적인 경제구조를 벗어나고자 하는 움직임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과거 세계 최대의 산유국이었고 지금은 다른 나라에 다소 밀리지만 아직도 세계 석유 수출의 17.4%를 차지하는 자원 부국이다. 그러나 석유자원이 고갈된 후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사우디아라비아 내부에서도 높아지고 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제는 석유 등 천연자원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민간 소비의 비중이 낮은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사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1970년대부터 경제 다각화를 위한 경제개발계획을 실시했으나 추진동력과 절박함의 부족으로 인하여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 2015~2020년 GDP 성장률은 2019년 비석유부문의 성장이 눈에 띄게
두드러진 시점을 제외하고는 모두 석유부문의 성장률과 비례하여 움직인다

2016년 4월 25일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Mohammed bin Salman Al Saud)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당시 부왕세자)는 석유자원에 의존적인 경제구조를 탈피하고 이를 다각화하기 위하여 ‘비전 2030(VISION 2030)’을 발표하였다. 이는 석유자원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줄여야 하는 경제적 절박함과 함께 성공적인 개혁을 통해 안정적으로 왕위를 계승하려는 강력한 정치적 의지가 반영되어 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경제개발계획과는 명확한 차이가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비전 2030은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aramco) 지분매각 및 공공투자기금 조성, 리조트 건설, 엔터테인먼트 육성, 비석유산업 비중 확대 같은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사막 한가운데에 세계 최대 규모의 스마트시티가 건설된다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비전 2030 정책의 일환으로 발표한 신도시 계획이다. 네옴(NEOM)은 새로움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네오(Neo)’에 아랍어로 미래를 뜻하는 무스타크발(Mustaqbal)의 ‘M’을 조합한 단어이다. 네옴시티는 사우디아라비아 북서쪽에 위치하며, 전 세계 물동량의 10%, 원유 물동량의 7%가 지나는 수에즈운하 초입의 홍해 연안에 위치하며, 북쪽으로는 요르단과 접경하고, 15km 길이의 다리를 건설해 이집트와 연결될 계획이다. 네옴시티의 총사업비는 5,000억 달러(약 668조 원)이며, 면적은 2만 6,500㎢, 즉 서울 면적의 44배 넓이로 건설될 계획이다.
네옴시티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상상 속에나 존재할 것 같은 새로운 기술들이 실제 구현될 것이라고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네옴시티는 여러 세부 프로젝트를 가지고 있으며 그중에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사업은 친환경 직선도시 ‘더 라인(THE LINE)’이다. 2022년 7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공개한 조감도를 보면, 더 라인은 초고층 건물 2개가 사막과 산악 지형 170㎞를 직선으로 가로지르는 형태다. 인공 숲과 강이 두 건물 사이에 조성되며, 학교, 회사, 주택 등을 잇는 에어택시와 고속철도도 들어설 계획이다. 또 대형 인공 달이 도시를 밝히고 그린수소 등 친환경 전력을 이용해 1년 내내 도시의 기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는 계획도 같이 발표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에서는 2030년 도시가 완성되면 900만 명의 사람들이 이곳에 거주할 것으로 전망했다.

▲ 바다 위에 떠 있는 팔각형의 미래형 복합 산업 단지 옥사곤. 해당 사진은 옥사곤 조감도 ©NEOM

네옴시티의 또 다른 세부 프로젝트로는 옥사곤(OXAGON)이 있다. 옥사곤은 바다 위에 부유하는 미래형 복합 산업 단지로,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의 연구소와 공장 등을 유치시킬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는 네옴의 남서쪽에 위치하게 되며 예정된 항구는 350만 TEU(twenty-foot equivalent unit, 20ft 컨테이터)의 수용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옥사곤이 가지는 팔각형의 디자인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최적의 토지 이용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옥사곤은 100% 재생에너지를 활용하고 인더스트리 4.0과 순환경제의 최첨단 접근 방식을 결합하여 미래 상품을 만들기 위한 미래 지향형 산업단지로 조성된다.

▲ 초대형 산악 관광지 트로제나. 사우디아라비아는 2029년에 동계아시안게임을 트로제나에서 열 계획이다.
해당 사진은 트로제나 조감도 ©NEOM

또 다른 네옴시티의 세부 프로젝트인 트로제나(TROJENA)는 아가바 연안에서 50km 떨어진 산악지대(해발 1,500~2,600m)에 위치하며 60㎢의 면적에 조성된다. 트로제나는 자연과 인공의 조경이 어우러져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게 될 계획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6개의 개발지구로 이루어진 공간에는 지구상의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장소로 만들기 위해 건축과 공학 분야의 혁신적인 기술들이 선보일 예정이다.

신세계인가 신기루인가?

네옴시티에 대해서는 많은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기술적인 타당성뿐만 아니라 목표의 현실성에 대한 논란과 함께 사업적인 논란 등도 같이 나오고 있다. 앞서 소개한 더 라인을 보면 기술적·경제적·환경적으로 정말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점이 생긴다. 더 라인의 높이는 500m이며, 길이는 100km가 넘는다. 기술적으로는 구현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왜 이런 구조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 또 더 라인은 친환경 도시를 지향하고 있으나, 과연 이러한 구조물이 주변 생태계와 자연환경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지 의구심을 가지게 되며, 도시의 설계, 건설, 유지관리 측면에서 친환경·저탄소가 구현될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고층 구조물이므로 바람의 압력을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대형화재 등이 발생할 때 대피동선 확보 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그 외 옥사곤이나 트로제나에 대해서도 기술적 타당성과 함께 과도한 에너지 소모와 탄소배출 문제 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2025년 1차 완공, 2030년 최종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투자액만 총 5,000억 달러(약 650조 원)에 달하며, 이는 2021년 우리나라 전체 본 예산보다 큰 액수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 산유국으로 부를 축적하고 있다고 해도 이는 절대 단독으로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므로 해외투자를 유치하여야만 한다. 그러나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해외 투자기관이 다수이므로, 재원 조달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 사우디아라비아와 중동 경제패권을 두고 다투고 있는 아랍에미리트

문화적인 측면의 한계도 존재한다. 네옴시티에서 벤치마킹하고자 하는 대상 중 하나는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Dubai)이다. 두바이는 세계 최고층 빌딩 중 하나인 부르즈 칼리파(Burj Khalifa), 세계에서 가장 큰 쇼핑몰인 두바이몰, 중동 최초의 실내 스키장, 최고급 호텔인 부르즈 알 아랍(Burj Al Arab) 호텔, 세계 최대의 인공섬 등 다양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통해 성공한 글로벌 도시가 되었다. 그러나 두바이의 성공은 이러한 외형적인 것에만 있지 않고 법인세 면제 등 자유로운 기업활동의 보장과 아랍에미리트 정부의 지원, 주류의 제한적 허용 등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반면에 사우디아라비아는 좀 더 개방적으로 변화하고 있기는 하나 아직 아랍에미리트에 비하면 개방적이지 않기 때문에 같은 방식으로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장기간 근무하고 있는 우리나라 엔지니어들과 함께 관련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분들에 의하면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프로젝트는 두 가지 다른 측면이 있다고 한다. 첫 번째 측면으로는 아라비아 상인이라는 말이 있듯이 무역과 사업에 있어서는 철저하게 손익을 따지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측면으로는 명분과 목표가 부합된다면 경제성을 크게 고려하지 않고 일을 추진하는 문화도 같이 있다고 한다. 기존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추진되었던 많은 사업이 전자에 해당하였다면, 아마도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후자에 속하는 것이 아닐까 판단된다.

네옴시티는 우리나라에게 기회의 땅인가?

2022년 11월 17일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우리나라에 방문하였으며, 이를 계기로 하여 국내 기업의 네옴시티 프로젝트 참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 SK, 현대, LG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은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참여 기회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제2의 중동 붐’이 올 것이라는 기대까지 하고 있다. 특히 물과 에너지 분야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역할은 클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네옴시티 물 공급 프로젝트의 핵심은 친환경이다. 해수담수화는 증발식과 역삼투압식 공법이 주로 사용되는데 모두 높은 에너지가 소요되고 화석연료가 활용되어 다량의 온실가스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친환경 미래 신도시 네옴을 꿈꾸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해수담수화 설비에 필요한 전력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조달할 계획이다. 한편 우리나라는 두산에너빌리티와 GS건설 등 해수담수화 분야의 글로벌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한 회사가 있으며 중동에서 다수의 사업 경험도 보유하고 있다. 또 LG화학은 해수담수화의 핵심기술인 역삼투막 제조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2위의 소재기업이다. 네옴시티 물 공급에 있어서 우리나라 기업의 역할이 기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해수담수화 기술의 원리.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가 많은 대신 메마른 사막으로 뒤덮여 마실 물이 부족하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한 조건 중 하나는 글로벌 민간투자의 유치이다. 우리나라 기업이 기술 경쟁력이 있는 만큼 네옴시티 관련 투자를 진행하면 이와 연계해 프로젝트를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투자를 동반하는 만큼 위험도 존재한다. 따라서 네옴시티는 무조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수주 규모와 리스크를 고려한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과거 가장 보수적인 문화를 가졌던 나라에서 가장 혁신적인 도시를 만들고자 하는 나라가 되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아직 속단하기는 이른 것 같다. 지금 당장은 현실성이 낮은 계획이 추진단계에서 점차 보완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새로운 시도를 통해서 우리가 도시에 대한 생각과 관점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하며 그 과정에서 새로운 기술들이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추진과 함께 우리나라 기업들의 성공적인 사업 참여가 진행되기를 기대해 본다.

국민대학교 창의공과대학 건설시스템공학부 이상호 교수

서울대학교에서 공업화학과 환경공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는 국민대학교 창의공과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현재까지 200여 편의 연구논문을 발표하였으며, 환경부, 과기부 등 다수의 정부 부처와 지자체 자문위원을 역임하고 있다. 상하수도, 해수담수화, 물 재이용, 물관리, 기후변화 적응기술, 산업용수 및 반도체용 초순수 생산 및 공급 등의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인 SWCC(Saudi Water Conversion Corporation, 담수청)의 부설연구소에서 겸임 연구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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